메모라이즈-770화
본문
00770 여왕의 혈통(血統). =========================================================================
마르가 나를 끌고 간 곳은 창고였다. 정확히 말하면 두 번째 창고. 캐슬로 이사 오면서 창고도 여러 개로 확장했는데, 그 중 두 번째는 성의 지하에서 발견했던 광석을 보관하는 용으로 사용하는 창고였다.
이윽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쌓인, 휘황찬란한 오색 빛깔을 뿌리는 광석을 바라본 순간, 나는 왜 마르가 ‘소망의 망치’ 얘기를 꺼냈는지 알 것 같았다.
『…충분한 광석만 있다면, 단 한 번의 망치질로 사용자가 강력히 소망하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동시에 만들어진 물품에 망치에 잠재된 마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왜냐면 망치의 필요 조건이 ‘충분한 광석만 있다면’ 이니까. 그리고 충분 조건은 ‘단 한 번의 망치질’과 ‘강력히 소망하는’ 이다. 쟁여놓은 광석을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아빠 아빠, 소망의 망치는요. 미젯 스미스 일생의 경험과 노력이 녹아 있는 신비로운 망치거든요? 그래서 이 망치는요, 살아 있는 미젯 스미스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셔도 좋아요.”
소망의 망치를 들고 말하는 마르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또렷했다. 돌연히 ‘아유, 그랬쪄요?’ 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치솟았으나 간신히 삼키고 머리를 끄덕였다. 무언가 기특하다는 생각에 정수리를 쓰다듬어주니 마르가 방실방실 웃는다. 예쁘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빠의 소망이 가장 중요해요.”
“소망?”
“네, 소망이요. 아빠는 어떤 장비가 가장 갖고 싶으세요?”
“한 번 휘두르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검.”
“이이이잉. 그런 거 말고요. 그런 이상한 소망은 안 된다는 말이어요.”
가볍게 농담하니 마르가 앙탈을 부렸다. 으음, 생각해보자. 검은 이미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갑옷, 망토, 장신구는 저번에 마련했다. 부츠도 얼마 전 새로 생겼다. 그럼 남은 건….
“글쎄, 옷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옷이요?”
투구도 괜찮겠지만, 그냥 옷을 선택하기로 했다. 물론 질 좋은 장비는 어느 것 하나 가리지 않고 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비교해봤을 때, 10의 효과를 지닌 투구보다는 동일한 10의 효과를 지닌 옷이 더 구하기 어렵다. 끽해야 예전에 형한테서 받은 노블 미스릴 셔츠 정도가 최고 상등품일 것이다. 그것도 없어서 못 구하지.
마르는 아직 감을 잡지 못한 듯, 맹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저번에 아빠가 새로 가져온 갑옷 본 적 있지?”
“아, 새까만 갑옷이요?”
“응. 그 갑옷 안에 가볍게 받쳐입을 만한 옷이 있으면 좋겠다는 소리야.”
“아하.”
이제야 알겠는지 고개를 크게 끄덕인 마르는 곧 망치를 양손으로 잡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흥미로운 기분으로 마르를 응시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지식을 알고 있는지 놀라웠으나 거주민 정보를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마르가 제대로 된 사용법을 알고 있다는 가정 하, 이제 저 망치를 어떻게 사용하려는 걸까?
이윽고 망치를 든 마르는 느릿한 속도로 나를 툭툭 때리기 시작했다.
“미젯 스미스 님, 미젯 스미스 님. 이 분이 바로 우리 아빠예요.”
한순간 웃을 뻔했지만, 웃음은 곧 쑥 들어갔다. 왜냐면,
“마르는요. 미젯 스미스 님이 우리 아빠를 위해 좋은 걸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우웅.
마르의 말이 끝난 순간, 망치가 한 차례 진동하며 진한 황금빛을 흘렸기 때문이다. 마치 마르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으응, 안에 입는다고 하셨으니까. 갑옷도 있으면 좋겠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마르. 보아하니 갑옷을 찾는 것 같은데, 세 번째 창고에 걸려 있었다. 얼른 갑옷을 가지고 돌아오자 마르는 방긋 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갑옷을 통통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거는요 엄청나게 좋은 갑옷인데요, 우리 아빠가 이 갑옷에 받쳐입을 옷이 필요하셔요.”
우웅.
그러자 또 한 번 진동하는 소망의 망치. 아름다운 황금빛을 줄기줄기 뿌려내는 형상을 보니 절로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방금 공명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알아들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받아들였다는 뜻일까?
“됐다.”
마르는 퍽 만족한 얼굴로 망치질을 멈췄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라 말하더니, 내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창고 안으로 들어간 마르는 자신의 키보다 높이 쌓인 광석 더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잠깐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양손에 잡은 소망의 망치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단 한 번의 망치질로 소망하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던가?
잠시 후.
“이얍!”
앙증맞은 기합을 외친 마르가 광석 더미를 향해 망치를 힘차게 두들겨 박았다.
카앙!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퍽, 틀어박힌 소망의 망치가 거센 진동음을 토하더니, 황금빛을 찬란하게 분사(噴射)하며 사방으로 물결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광석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이윽고, 이어지는 현상은 전혀 앙증맞지 않았다.
오히려 무척이나 아름답고 신비한 광경이었다.
*
『치우천왕(蚩尤天王)의 갑옷』
1. 일반 설명.
중간 계 최고 최강의 무사, 지고의 왕, 치우천을 상징하는 갑옷입니다. 갑옷을 입고 무수한 전투에 앞장선 치우천왕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불패 신화를 이룩한 진정한 왕입니다. 치우천왕의 갑옷은 군신(軍神)의 전설을 증명합니다
2. 상세 효능.
Ⅰ. ‘타격 저항’ 효과가 각인돼 있습니다. 상대 공격의 관통 효과를 되레 무시해버립니다. 이 갑옷에 한해서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방어 무시’ 효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매우 강력한 가호가 깃든 무기나 신병이기(神兵異器) 급이 아닌 이상, 보통의 무기로는 생채기도 내기 힘듭니다.
Ⅱ. 군중 제어의 일종인 ‘공포’ 효과가 각인돼 있습니다. 무수한 전장을 누볐던 치우천왕의 전설은 적군을 공포에 떨게 만듭니다.
Ⅲ. ‘마력 활성’ 효과가 각인돼 있습니다. 갑옷을 착용한 사용자는 마력 흐름을 최대 2.5배까지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Ⅳ. 최고 수준의 경량화 마법이 각인돼 있습니다. 사용자는 갑옷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Ⅴ. 크기 자동 조절 마법이 각인돼 있습니다. 갑옷은 사용자의 신체에 맞춰 스스로 최적의 형태를 구성합니다.
Ⅵ. ?(봉인된 상태입니다.)
『붉은 달의 망토(Cloak Of Blood Moon)』
1. 일반 설명.
사시사철 붉은 달이 비춘다는 ‘Red Place’의 홍월(紅月)석을 실로 뽑아내 만든 망토입니다. 일종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장비라 물리 방어력도 상당하지만, 마력 반응도도 매우 뛰어납니다.
2. 상세 효능.
Ⅰ. ‘흡수’ 마법이 각인돼 있습니다. ‘저격’ 혹은 ‘원거리’에 의한 공격을 인지하고 피해를 흡수합니다. 단 흡수할 수 있는 양은 극히 적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회복됩니다.(어떤 공격을 흡수했느냐에 따라 충전 속도가 달라집니다.)
『라실라스의 축복(Bless Of La Silas)』
1. 일반 설명.
라실라스의 가호가 깃든 브레이슬릿(Bracelet)입니다. 미의 여신에게 헌상했던 만큼 굉장히 아름답게 세공 됐으며, 이에 흡족해한 라실라스는 마력 보호의 축복을 내렸습니다.
2. 상세 효능.
Ⅰ. ‘항마력’ 효과가 각인돼 있습니다. B 랭크 이하의 마법에는 ‘완전 방어’ 판정을, A 랭크 이하의 마법에는 ‘감소 방어’ 판정을 이끌어냅니다.
『소망의 셔츠(Shirt Of Wish)』
1. 일반 설명.
여왕의 혈통을 지닌 고귀한 요정이 아버지의 안녕을 바라고 만들어진 걸작입니다. 사용된 광석은 흑열석과 수암석으로, 원래는 서로 상반 속성을 지녔으나 ‘소망의 망치’ 힘으로 일치 효과를 이루어냈습니다.
2. 상세 효능.
Ⅰ. ‘흑열석’의 효과로, 사용자는 화 속성에 관해 깊은 내성을 갖습니다.
Ⅱ. ‘수암석’의 효과로, 사용자는 물속에서 호흡과 행동에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Ⅲ. ‘소망’의 효과로, 셔츠를 갑옷 안에 받쳐입을 경우, 사용자는 셔츠와 연동해 갑옷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무거운 갑옷이라도 전혀 거슬리지 않습니다.
Ⅳ. ‘소망’의 효과로, 사용자의 신체는 언제 어디서나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오벨로 기사 부츠(Obello Knight Boots)』
“후후.”
책상에 가지런히 놓인 다섯 개의 장비를 보니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예전 ‘새로운 보호 장갑들이 필요하다.’ 는 세라프의 말에 공감하기는 했지만, 내심 막연한 기분도 없잖아 있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언제 완벽히 맞출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하나씩 천천히 맞추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은 기연으로 보호구를 거의 완전하게 마련했다. 이 정도면 낡디낡은 영광 세트와 이별을 고해도 될 듯싶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자꾸만 실룩이려는 입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나는 소망의 셔츠를 집어 들었다. 마르가 며칠 전 만들어준 소중한 장비. 소망의 셔츠는 육안으로는 식별이 힘들 정도로 굉장히 얇다. 흡사 곤충의 미끈한 날개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어차피 안으로 입을 거니 외양이 어떤지 상관 있겠느냐 마는, 여하튼 이 셔츠는 정말로 굉장하다.
그동안 갑옷을 마다하고 도복을 착용한 이유는, 내가 ‘민첩’에 특화된 검사이기 때문이다. 말인즉 검을 휘두르는 속도나 느낌 등 ‘감각’을 상당히 중요시 여기는데, 갑옷은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강해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스스로 느낀 치우천왕 갑옷의 유일한 단점도 이것이었다. 무게는 경량화 마법으로 해결했다손 쳐도, 갑옷 특유의 거슬림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한데 이 소망의 셔츠는 그 문제를 한 방에 해결했다. 세상에, ‘일체감’ 효과라니.
아니. 이걸 떠나서도 셔츠 자체가 대박이다. 사실 셔츠는 보조적인 성향의 장비인데, 수요는 웬만큼 있지만, 공급이 굉장히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정예 사용자도 그냥 평상복을 입거나 아니면 아주 얇은 가죽 갑옷을 입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이건 상세 효능이 무려 네 개나 달린 셔츠다. 2년 전 파손된 노블 미스릴 셔츠의 효능이 아예 없었음을 생각하면, 내가 지금 들고 있는 셔츠의 가격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물론 팔 생각은 없다. 당연히 입고 다닐 것이다. 무엇보다 마르가 준 것이 아닌가. 내가 기뻐하니 손뼉 치며 좋아하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가 않는다.
허나 그와는 별개로, 나는 마르의 가능성을 주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 3의 눈으로 확인한 결과 마르는 절대 무시 못 할 정보를 갖고 있었다. 이걸 써먹지 않는 건…. 아니 써먹는다는 말은 좀 그렇고. 하여튼 이대로 놀리기는 아까우니, 제대로 키워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클랜원들에게 마르의 재능을 여러 방면으로 테스트해보라고 지시해뒀다. 결과는 곧 나올 것이다.
“루루, 루루루루.”
구경은 질리도록 했으니, 이제 콧노래를 부르며 장비를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 기실 저번에 ‘검의 군주’를 계승했을 때부터 몸이 계속 근질거리는 것 같다. 얻은 장비를 얼른 사용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무럭무럭 치솟는다.
어디서 사건이 빵 터지거나 아니면 클랜 전쟁이라도 발발하면 좋을 텐데. 물론 춘추 전국 시대를 건너뛰기는 했지만, 그래도 클랜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예 없지는….
두두두두, 두두두두!
쾅!
“클랜 로드!”
그때였다. 속으로 한창 가당찮은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누군가 우렁차게 달려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당최 누가 이리도 버릇없는지 궁금해 눈을 돌린 찰나,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재룡이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른 채 숨을 헉헉 내뱉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용자 신재룡?”
“큰일 났습니다!”
내 음성과 신재룡의 목소리가 겹쳤다. 무슨 일이냐는 의미로 눈을 찌푸리니 신재룡이 황급히 테라스를 가리켰다.
“바, 밖에! 밖에 말입니다!”
“밖이요?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우, 우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도시가 완전히 난리 났습니다!”
“……?”
무슨 일인지는 당최 모르겠으나, 신재룡의 음성은 황급함을 넘어서 간절함까지 품고 있었다. 나는 곧장 무검을 들고 테라스로 나섰다. 그리고 지체 않고 머리를 젖힌 순간,
“저건…?”
문득, 몸이 딱딱히 굳는 감각을 느꼈다.
*
오직 시커먼 어둠만이 존재하는 공간. 빛이라고는 한치도 허락하지 않는, 인간의 육안으로는 어떤 것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암흑이 드리운 공간.
찰칵.
화르르륵!
그러한 공간에서 불현듯 불 붙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희뿌연 연기가 가볍게 새어 나왔다.
“후웁.”
이어서 들려오는 연초를 빨아들이는 소리.
“후우.”
그리고 도로 내뱉는 소리.
그러한 소리가 두어 번 반복됐을 즈음.
“이상하다, 이상해….”
마침내 검은 형상만 보이는 인영에게서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부드러우면서 듣기 좋은 저음은, 음성의 정체가 사내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거 참 이상하네요…. 왜, 왜 갑자기 이렇게….”
무엇이 그렇게 이상한 걸까? 검은 사내는 연신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의문을 쏟아내기를 멈추지 않았다. 흡사 무언가 바라보기라도 하듯이, 가끔 손을 움직여 허공을 이리 휘젓고, 저리 휘젓는다.
“하아, 도저히 모르겠네요.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결국 알아내지 못했는지 한숨을 푹 흘리며 어둠에 몸을 묻는다. 중얼거리는 말은 언뜻 혼잣말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 전자일 것이다. 이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공간에는 한 명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없었으니까.
“그런가?”
아니, 아니었다. 아까는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조금 전을 기점으로 누군가 공간으로 침입했다. 왜냐면 ‘그런가?’ 라는 웅혼한 음성은, 연초를 물고 있던 검은 사내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으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상 현상이 발생했어요. 그것도 정말로 갑자기요.”
그러나 검은 사내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의 침입을 알고 있었다는 듯 태연한 음성으로 회답하고는, 여전히 앞만 바라보고 있다.
“설마, 이번에도 저번과 비슷한 경우인가?”
흡사 끅끅 거리는 듯한 이상한 소리. 침입자의 음성은 쇠를 긁는 것 같이 거칠고 불쾌했다.
“아니요, 아닙니다.”
그러나 검은 사내는 조금도 개의치 않아 하며 머리를 느릿하게 흔들었고,
“망한 게 아니라, 오히려 좋아졌네요.”
“…좋아졌다?”
침입자의 반응은, 반 박자 늦게 돌아왔다.
“예. 확실하게 좋아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정이 훨씬 앞당겨졌으니까요. 이거 참, 어떻게 된 건지….”
그렇게 말한 검은 사내는 비로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이내 침입자가 있는 방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히 걸었다.
“아무튼, 이런 적은 저도 처음이네요. …아.”
그때, 느닷없는 탄성과 함께 우뚝 걸음을 정지한 검은 사내는,
“혹시 이 이해 못 할 상황에 관해, 저한테 친절한 설명이라도 해주시러 온 겁니까?”
한층 낮아진 음성으로 말했다.
그리고 매우 깍듯이 허리를 숙였다.
“모든 악마의 왕, 사탄이여.”
============================ 작품 후기 ============================
음. 실은 소망의 망치 이름을 지을 때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Hammer, Mallet 두 단어 중에서 고심했어요. 원래 미젯 스미스란 종족은 타고난 대장장이 종족이며,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신비한 힘을 품은 나무를 심고, 자라서 성년이 됐을 때 성장한 나무를 잘라 망치를 만들고, 또 그 망치는 미젯 스미스와 함께 성장하면서 일종의 생명을 품었다는 등등. 여하튼 설정에 어울리는 이름은 Mallet 이었습니다. 나무 망치라는 뜻이 있거든요. 그런데 다 설정하고 나니 분량을 너무 많이 차지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삭제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쨌든 스토리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설정이니까요. 결국에는 미련을 버리려는 일환으로 Hammer로 작성했네요. 하하. 중요한 건 아니고, 그냥 넋두리로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후기를 빌어 루엘령 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_(__)_ 제 뜰에 오시면 루엘령 님이 깔끔하게 정리한 사용자 정보에 관한 엑셀 시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되네요. :)
그럼 독자 분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