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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3화

본문

쿵푸벳

00003 세라프, 당황하다.  =========================================================================

10년의 시간을 되돌렸다. 10년 동안 함께했던 세라프는 사라졌다.

‘그러면 이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은 비어있지만, 곧 제단 위로 천사가 소환될 것이다. 새로운 천사가 나올 수도 있고 다시 한 번 세라프가 나올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후자의 경우면 어떻게 되는 걸까? 아마 나와 함께한 기억을 모두 잊고 나오리라 추측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호기심은 일었다.

3분 정도를 기다리자 역시나 반응이 오는 게 느껴졌다. 제단 위 공간이 파도처럼 일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1회차에서는 이때쯤이면 정신을 잃고 있었을 터. 천사가 소환되는 과정은 한 번도 본적이 없기에, 나는 깊은 관심을 갖고 제단 위를 유심히 관찰했다.

수면에 이는 물결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웅웅 퍼져나가던 파문의 중앙에서 새하얀 빛이 비죽 새어 나온다. 그 빛은 한 순간 일렁이는가 싶더니 이내 폭죽 터지듯 환하게 폭발하며 하나의 형체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나는 새로운 천사가 생성되는 과정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이윽고 제단 위로 생성이 완료된 한 명의 천사가 보였다. 아직 눈은 감고 있었지만 그 자태는 너무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일렁이는 날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품과 고고한 빛깔을 뽐내는 광채. 모습을 드러낸 천사는 세라프와 완전무결하리만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세라프의 눈이 서서히 열린다. 짧은 순간, 나를 마주하는 그녀의 연록 빛 눈동자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아름답고, 고귀하다.

세라프는 소설이나 만화 속에 나오는 천사들처럼, 차마 말로 하기 힘들 정도의 고요함과 성스러운 기운이 흘러 넘치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달빛을 발랐는지 시릴 듯이 빛나는 은백색 머리카락은 실크 마냥 윤기가 찰찰 흐르고 있었다. 피부는 흰 눈을 연상케 할 정도로 뽀얗고, 잡티 하나 없는 고운 살결을 자랑한다. 연한 쌍꺼풀이 진 눈 안으로 옥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거기에 언뜻언뜻 비치는 속살까지.

그러나 그 고운 자태를 봐도 음욕은커녕 단 한 올의 욕망도 일어나지 않는다. 애당초 차원이 다른 존재이므로 서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 자체가 다를 것이다.

내가 깨어있는 것에 놀랐는지 세라프의 시선이 느껴졌다. 관찰을 하고 있는지 잔잔한 눈동자로 내 구석구석을 훑는다. 언제나처럼 나를 보는 그녀를 느끼며, 그제야 확신을 내릴 수 있었다.

‘세라프. 10년 전의 너구나.’

그 순간, 세라프의 고운 입술이 열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응.”

“소환의 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행성 지구. 국가 대한민국 출신. 나이 23살. 이름 김수현. 본인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앞으로 인간 김수현은 편의상 사용자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당신의 안내를 맡은 도우미 세라프라고 합니다.”

“응.”

“사용자 김수현은 이 소환의 방에서 기본적인 지식들을 알려드린 후, 통과의례라고 불리는 장소로 이동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진정한 사용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하셔야 합니다.”

“응.”

“…….”

빠른 속도로 말을 잇던 세라프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이게 아닌데’ 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세라프를 보자 약간이지만 신선한 감정이 일었다. 하지만, 일단 받을 건 받아야겠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본인이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라면, 하지 않는 것을 권하겠습니다. 통과의례에 들어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에 불과합니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혼란스럽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살고 싶다면, 그리고 돌아가고 싶다면….”

세라프는 옳다구나 싶었는지, 다시금 속사포처럼 쏘아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고는 해도, 솔직히 처음에는 제법 무서웠다. 표정 없는 얼굴과 고요한 어조로 말하는데 흡사 귀신이라도 본듯한 기분이었다.

그때를 떠올리자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피식 웃음을 터뜨린 후, 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아아. 그래.”

“사용자는 주어진 시간을 자신의 처지를 최대한 적응하는 것에 할애하는 것을 추천….”

“알겠어, 알겠다고.”

“…….”

순순히 수긍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라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녀의 손이 느릿하게 허공을 부유하는가 싶더니, 눈을 서너 번 끔뻑이며 떨떠름히 중얼거린다.

“정신병자는 아니고…. 마음도 굉장히 안정된 상태입니다. 특이합니다.”

“누구 마음대로 정신병자…. 아무튼 상관없잖아. 세라프 너도 네 말을 따라주는 게 편하지 않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럼 된 거지. 뭘 그렇게 투덜거려.”

“투덜거리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좋습니다. 사용자 김수현의 태도는 매우 바람직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생존율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그러면 일단….”

나는 이번엔 아예 손을 들어버리고 말았다. 세라프는 드디어 내 신호를 봤는지, 또 말을 멈춰버리고 말았다.

“궁금한 게 있다고 했는데.”

“그렇습니까. 좋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사항에 해당되는 질문만 아니라면, 특별히 질문을 허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아니고. 혹시 나한테 줄 거 없어?”

“줄 거 말씀이십니까? 질문의 명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합니다.”

“음~. 아, Tanay라고 하면 된다고 하던데?”

“!”

Tanay라고 말한 순간 세라프가 눈에 보일 정도로 동요하는걸 볼 수 있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반응이 재밌기는 한데, 이러다가 혹시 받지 못하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들었다. 특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일단 억지로 몰아붙이는 한이 있더라도 받자는 생각에, 나는 살살 타이르는 어조로 말했다.

“Tanay, 분명 Tanay라고 했어. 멋대로 시작하는 건 좋은데, 그래도 받을 건 받고 해야지….”

“…….”

세라프는 순식간에 표정을 회복했다. 그러나 표정만 회복했을 뿐이다. 지금 내 눈에는 그녀가 동요한 기색을 감추려고 무진 애를 쓰는 게 훤히 보이고 있었다. 평소에 느릿하게 일렁이는 날개가 사정없이 살랑거리는걸 보면, 당황한 게 틀림없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세라프는 곧바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나 그녀의 손가락은 엄청난 타수로 허공을 두드리고 있었고, 입술을 쉬지 않고 오물거리고 있었다. 아마 Tanay란 것을 확인하고 다른 천사들과 교신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차 한잔을 비울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세라프는 수많은 표정 변화를 보여주었고, 나는 침묵을 지키며 그것을 구경했다. 그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기에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세라프가 눈을 떴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사용자 김수현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싫은데.”

“잠깐이면 됩니다.”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본인이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라면, 하지 않는 것을 권하겠습니다. 통과의례에 들어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에 불과합니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혼란스럽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음, 또 뭐라고 했더라.”

방금 전 세라프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자, 그녀는 단박에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네 말마따나 통과 의례에 들어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줄건 주고, 받을 거 받고. 이게 합리적인 행동이 아닐까?”

일부러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강조하자, 세라프가 입술을 짓씹는다. 그래. 분하겠지. 이곳에 올 때까지만 해도 인간에게 말로 밀릴 줄은 몰랐을 테니까.

솔직히 이런 상황을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픈 마음이 있었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세라프의 반응은 굉장히 싸늘했다. 마치 일종의 실험용 생쥐를 보는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돌려보내달라고 애원하는 내 말을 들은 척도 않고, 이곳 저곳 뛰어다니며 난동을 피우자 곧바로 내동댕이쳐졌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이런 상황은 내게 미묘한 쾌감을 선사해주었다.

고소한 마음에 절로 여유로운 미소가 배어 나온다. 세라프는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주변의 흐름이 약간이나마 느려졌다. 몸이 초기화된 상태라 자세하게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10년 동안 굴러먹은 경험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곧이어 세라프의 말이 이어졌다.

“사용자 김수현의 주장은 합리적입니다. 그러므로,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현재 소환의 방을 감싸고 있는 시간의 흐름을 늦춘 상태입니다. 만족하셨습니까?”

“응.”

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세라프는 잠시 나를 세심하게 살펴보는가 싶더니, 고요히 입을 열었다.

“저 또한 사용자 김수현에 대해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싫다면, 굳이 묻지는 않겠습니다.”

“아, 그래? 그냥 알려줄까도 했는데.”

조금 더 골려볼까 싶은 마음에 은근히 어깨를 으쓱 이자, 세라프는 눈빛을 반짝였다.

“아, 그렇습니까? 확실히 지금 저를 비롯한 모든 도우미들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들을 수만 있다면 자초지종을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싫어.”

그제야 내가 자신을 갖고 놀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세라프의 양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것을 보자 박수라도 치며 크게 웃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녀는 뾰로통한 얼굴로 나를 쏘아보더니, 이내 차분히 표정을 정리하며 말했다.

“도를 넘는 행동을 할 경우 적절한 제제를 가할 수는 있지만, 도우미들의 1원칙에 사용자들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앞으로 도우미를 상대로 한 말장난은 지양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득한 계급을 가진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잖아.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면 되겠네.”

“…말씀하신 Tanay의 확인을 마쳤습니다. 이것은 이미 결제가 완료된, 저희들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효력을 지닌 일종의 서약입니다. 특히 부여되어있는 특전은 전원이 면밀히 검토한 결과 완전무결한 사용자 김수현의 것으로 판명 났습니다.”

“흠. 그런 것 치곤 납득이 빠르네. 재미없게.”

“저희들에게 있어 Tanay란 그런 의미입니다. 검토 정도는 가능해도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사용자 김수현에게 부여된 특전 또한 거둘 수 없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0년차부터 이런 힘을 갖고 시작하면 확실히 예외가 되어버릴 텐데? 예를 들면 균형이 어그러진다던가….”

“균형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세라프는 주저 않고 딱 잘라 대답했다. 그러더니 약간 엄해 보이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특전의 내용을 읽었습니다. 확실히 예외적인 내용들이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자만은 금물입니다. 특전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넘어서는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 없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세라프는 세라프인지, 여전히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어쨌든 ‘없는 게 아닙니다.’라는 말로도 충분했다. 예전에 받았던 ‘무수히 많습니다.’라는 평가와는 판이하게 달랐으니까. 나는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하긴, 굳이 사용자에 시선을 국한시킬 필요는 없지. 그 외의 존재라면 홀 플레인에 있을 만도 해.”

“그렇습니다.”

‘홀 플레인’이라고 말하는 순간, 잠시나마 세라프의 눈이 일렁였다.

“사용자 김수현의 특전을 전부 설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예상됩니다. 현재 남은 시간은 1시간 47분 26초. 통과의례에 맞추려면 빠듯할 것 같습니다. 제 추측이지만, 이미 홀 플레인의 내부 사정을 알고 계신 것 같은데….”

“Ok. 생략. 그건 애초에 내가 바라던 바였다고.”

“인위적으로 시간 흐름을 느리게 만들었지만, 어디까지나 보상받은 시간에 한해서 입니다.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기 전 준비에 약간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세라프가 준비하는 동안, 나는 통과의례에 생각이 미쳤다.

통과의례라고 함은 간단히 말해서 ‘사용자로서의 자격을 증명하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장소.’로 정의할 수 있다. 나와 같이 영문도 모르고 납치된 사람들이 모이는 곳. 시험에 합격하는 조건은 단 두 가지이다. 7일이라는 시간 동안 살아남거나, 7일 안에 워프 게이트로 도착하는 것이다. 즉 ‘생존’이 자격을 증명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생존에 성공한 사람들은 다시 소환의 방으로 불려오게 된다. 그리고 잠재성에 맞는 클래스를 부여 받고, 비로소 실재(實在) 공간인 홀 플레인으로 입장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억울하면서도 섬뜩한 시험이다. 생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 그대로 ‘사망’ 판정을 받게 되어버리니까.

“사용자 김수현. 모든 준비가 완료됐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준비를 마쳤다는 세라프의 신호를 받을 수 있었다.

“특전의 상세한 내용은….”

“알고 있어. 전부 내 머릿속에 들어있으니까, 바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예. 따로 정보를 전달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럼, 어떤 특전을 먼저 부여 받으시겠습니까?”

“음….”

차례대로, 나는 첫 번째 능력을 떠올렸다.

‘1. 사용자 김수현이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치 정보에 관한 특전을 부여합니다. 첫 번째, 1회차 에서 이루었던 사용자 정보를 ‘로드’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기본으로 갖고 있는 6가지 능력치 정보 중에서 4가지를 무작위로 선별해 수치를 상향합니다. 수치의 상향 정도 또한 무작위로 결정됩니다.’

특전을 마음 내키는 대로 설정할 수는 없다. 세라프가 순서를 지정해준 데는 모두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1번을 먼저 하는 게 정답이었다. 모든 설정의 시초는 능력치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예전 능력치를 그대로 계승한다면 당연히 검사 성향으로 가야겠지만, 일단은 상승폭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로드, 그리고 능력치 상승에 대한 특전부터 부여 받겠어.”

“Yes. 사용자 김수현 명의로 입력된 정보를 불러옵니다. 27%, 56%, 87%, 100%. Complete. Load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세라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온 몸에서 활력이 샘솟는걸 느꼈다. 그와 더불어 주변의 느릿한 흐름이 피부에 더욱 확실하게 다가온다. 갓 군대를 전역한 23살의 젊은 신체라고 해도, 소드 마스터를 이룬 육체와 비교할 수는 없다.

팡!

오른팔을 세게 뻗어보자, 거친 파공음이 들렸다. 나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사용자 정보를 확인했다.

“…….”

능력치들은 계승됐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초기화된 상태였다. 정상의 진명과 업적이 나름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용자 정보 로드 확인. 이제 능력치 상승 추가 특전을 사용해야지?”

“Yes. 물론입니다. 혹시나 노파심에서 말씀 드리는데, 6가지 능력 중 4가지 능력이 무작위로 상향됩니다. 증가하는 능력과 수치 또한 모두 무작위지만, 사용자의 잠재성과 성장 정도를 따라 이루어집니다. 이 부분을 필히 유념하시기를 바랍니다.”

“그 정도야 알고 있다고.”

쉽게 말하면, 능력치가 높을수록 올라가는 정도가 낮고, 반대로 능력치가 낮을수록 올라가는 정도가 높다는 소리였다. 그것은 잠재성에 따른 사소한 개인차는 있을지 몰라도,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는 법칙이었다. 기연, 영약, 업적 보상을 제외하면 단순한 수련에 의한 능력치 상승은 한계가 있다.

근력, 체력, 마력. 나는 이 세 능력치만큼은 꼭 상향되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원했다.

난 마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다음이 체력이고 근력, 내구, 민첩은 동등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행운을 가장 마지막으로. 물론 한 수치만 높고 다른 수치들이 형편없이 낮다면 그것대로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 하지만, 다른 수치들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는 가정하에 가장 효율이 좋은 능력이 바로 마력이었다.

“그럼 지금 바로 부여하겠습니다.”

‘행운은 오르지 않아도 돼. 제발 근력, 체력, 마력. 하다못해 체력, 마력만이라도…!’

내 간절한 마음이 닿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특전은 부여된 모양이었다. 세라프가 손을 한 번 휘저었다고 느낀 순간, 시야에 보이는 허공에 네 개의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1. 오타 및 문맥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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