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3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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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4화 〉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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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온은 얼얼해진 뺨을 부여잡은 채로,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귀신같이 분노한 얼굴을 한 아름다운 죽음의 기사가 한 명.
클레온의 옆에는, 시체로 돌아가 차갑게 식은 고양이의 유치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서, 마치 잠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클레온과는 꽤나 강하게 부딪혔는데도, 그 몸에는 상처가 없다는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그래서... 당신이 리치와 협력해서 저를 염탐하러 온 바깥의 인간... 이라는 거군요?"
그녀의 질문에 클레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전, 실수로 그녀의 몸을 만진 것과... 그녀가 귀여워한 고양이의 정체가 사실은 이런 남정네였습니다 라는 것.
두가지의 일 때문에, 그녀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곧바로 목을 베기 위해 검에 손을 뻗는 일만은 막는 데에 성공했지만.
이대로 가다간 어떻게 변명하더라도 변태로 낙인 찍혀서 그녀에게 살해당하는 것이 결말이었다.
"...정말이지, 믿기질 않네요. 리치... 설마, 정말로 여신님께 반역을 꾀하다니."
"오해하지 말아줘. 그 녀석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클레온의 말에 그녀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가 흥, 하고 고개를 돌린다.
"당신의 말을 누가 믿어줄 것 같나요? 외부인. 당장에라도 여신님께 알리고, 당신의 처우를 결정하는 것이 맞겠죠."
그렇게 말하는 베아트릭스를 보면서, 클레온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녀도, 클레온의 표정을 보더니 미묘한 얼굴이 되어 묻는 것이었다.
"...뭔가요. 그 얼굴은."
"아니... 이 상황이 왔는데도 네가 검을 휘두르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고 있을 뿐이야."
집행자라는 것은, 누군가의 권위 권력을 위해 무기를 휘두르는 자를 말한다.
사형을 집행하고, 법을 집행한다는 것은, 권력이라는 토대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가장 충성스러운 신하에게만이, 그 역할이 부여된다.
이 세계에서, 베아트릭스는 누구보다도 신뢰를 받는 언데드라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불법침입+성희롱+반역죄라는 삼단 콤보로 이 세계의 규칙을 어긴 클레온을 곧바로 베어내지 않은 이유는...
"...당신은 언데드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니라는 것이죠. 외부인의 처우는 저만의 의지로는 정할 수 없습니다. 오직, 여신님이 정하실 수 있죠."
"전에도 나 말고도 외부인이 있었나?"
"...그건 아니지만요."
클레온의 지적에 고개를 젓는 베아트릭스.
"그럼, 그 여신님으로부터 그렇게 하라는 명령을 받은 건가?"
"...그것도 아니지만... 잠깐, 왜 당신이 심문하는 건가요? 죄를 지은 건 당신 쪽인데."
슬슬, 클레온은 깨닫기 시작했다.
그녀는 단순히 여신에게 충실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베아트릭스, 데스 나이트인 그녀는 여신과 그녀가 세운 법칙에 의존하고 있었다.
불확실한 현실 속,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보다도, 확실한 것에 기대려는 것은 인간의 습성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확실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세계의 법칙.
언데드라는 불변이면서도, 죽음이라는 고정된 개념을 부여한 여신이야말로 가장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이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달랐고, 지켜야 할 것이 달랐으며, 축으로 잡을 것이 달랐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의지의 강함이라던가, 주변과 자신을 맞춘다던 가로 정의될 수 있는 '성격'의 부분이었다.
하지만, 클레온이 느끼는 것은 역시.
'베아'답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카데미에서의 그녀는 어떠했는가.
학교 안의 거의 모든 인간의 기억을 개찬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두려운 힘을 가진 상대로 클레온과 함께 싸운 것은 물론이고.
클레온이 구하러 오기 직전까지는, 집행과의 수석으로서 자신을 따르는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 혼자서 거악(巨?)을 상대로 분투한 소녀였다.
라일라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마저 각오한 강한 여자아이다.
지금의 그녀는 클레온이 알고 있는 베아트릭스와, 그렇지 않은 베아트릭스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상냥함, 그리고 신중함은 클레온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지만.
타인에게 의존하고, 선택을 맡기는 것은 역시 클레온이 알고 있는 베아와는 달랐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건가요."
"─아니, 너와 닮은 녀석을 알고 있지만, 역시 다른 인간이라 생각했을 뿐이야."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명백하게 불쾌한 얼굴이 된 베아트릭스가 이야기했다.
"그건...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군요."
"어째서지? 그저,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했을 뿐인데."
클레온의 대답을 들은 베아트릭스는, 팔짱을 낀 채로 그의 시선을 피한다.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다.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게다가... 그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게 드러나는 사람과의 이야기는 더더욱."
"...미안. 그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 그저, 같은 얼굴의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과 다르다 보니까 위화감을 느끼는 것뿐이야."
클레온이 베아트릭스에게 사과했지만, 베아트릭스는 여전히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가, 베아트릭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같은 얼굴... 설마 당신이 말하는 '닮은 녀석'이라는 건..."
"그래. 다른 세계의 너 자신을 이야기 하는 거야. 베아트릭스 휴트러스."
클레온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베아트릭스는 조금 놀란 얼굴이 된다.
방금 클레온의 입에서 튀어나와, 그녀를 부른 것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본능에 따라 알 수 있었다.
"──..."
베아트릭스의 얼굴은 이내, 놀라움에서 어쩔 줄 모르는 당황함과, 공포로 이어졌다.
그녀가 의지하는 여신의 규칙.
'이름'이라는 기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바라지 말 것.
자의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그 규칙을 바로 방금, 어겨 버린 것이었다.
"무슨 짓을...!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외부인! 저한테, 이름을 알려주다니...!"
"그저 이름을 알았을 뿐이잖아? 그걸로 뭔가 떠오르거나 하나?"
진정하라는 듯이 클레온이 이야기 하면, 베아트릭스는 '그건 아니지만...'하고 자신 없는 목소리가 되어 고개를 돌렸다.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뭔가... 개운한 느낌이 안드는 걸. 마치, 어린 애랑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아. 대체 얼마나 그 녀석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야, 너는."
"읏...!"
클레온의 말을 들은 베아트릭스는 곧바로 자신의 허리춤에 꽂혀있던 검을 뽑아들어 클레온의 어깨 아니, 정확히는 목의 옆에 날을 가져다 댔다.
"아무래도... 당신은 저에게 베이고 싶은 변태 자식인 것 같군요...!"
얼굴을 붉히며, 힘을 주면 언제라도 클레온의 목을 벨 수 있는 위치.
클레온은 그런 베아트릭스를 올려다 보며,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검을 붙잡았다.
"뭐에 겁먹어서 그런 성격을 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말해두지. 망설임이 있는 검으로는 나를 벨 수 없어."
다음 순간, 클레온이 손을 뻗어 그녀의 검을 붙잡는다.
날카로운 칼날에 손의 표면이 베여 피가 흘려나오니만. 클레온의 손에 의해 강하게 붙잡힌 그녀의 검은 그 자리에 굳어서 움직이질 않았다.
"윽...! 대체, 이게...!"
베아트릭스는 당황했다, 목을 베지 않고 손을 베어낸다면 그녀도 힘을 넣어서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 정도라면, 잘난 척하는 눈앞의 남성에게 아픈 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클레온은 멈추지 않고 그녀의 검은 잡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다른 세계의 라일라라고 하더라도... 천재는 천재인 것 같군.'
클레온은 속으로 라일라의 약을 복용하여 치유된 자신의 몸 상태에 혀를 내둘렀다.
상처가 전부 회복된 것은 물론이고, 기력과 마력 역시 모두 회복된 상태였다.
사용하던 재료의 이름을 떠올리면, 이 정도의 효능을 기대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어찌되었든, 손에 마력을 얇게 두르면, 눈 앞의 검을 찰과상 정도의 희생으로 붙잡는 것도 가능했다.
자연스럽게, 일어난 클레온과 베아트릭스, 두 사람의 신장차에 의해 베아트릭스의 몸 위에 그림자가 생겼다.
"나를 방해한다면 상관없어. 하지만... 나도 그 녀석을 구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
"그 녀석...? 설마, 여신님을 말하는 건가요...!"
클레온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대체 무엇 때문에 네가 그렇게 약한 마음을 하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정신 차려. 너는, 그 녀석에게 가장 신뢰받고 있는 존재야. 그러니까, 네게 집행자라는 위치를"
거기까지 말하고,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집행자에게는, 집행자에게 어울리는 무기가 있는 법이다.
라일라가 보고 싶어했던 집행자의 검
검은 천에 싸여있던 마검 갈라테아.
자만 같은 것이 아니라, 갈라테아는 클레온이 알고 있는 무기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한 자루였다.
비록, 자신이 알고 있던 거의 모든 힘을 잃어버리고 자아조차 잠들어버린 것 같았지만.
여신의 충신이라면 자랑스러워 해야 할 그 검을, 검은 천에 감싼 채 벽에 걸어놓았다는 것 자체가 클레온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라일라와의 신경전에서도, 그 검을 가지고 있는 편이 자신의 권위를 증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설마... 너, 그 검 갈라테아를 못 쓰는 것 때문에...?"
"──!"
클레온의 지적을 들은 베아트릭스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감이 없는 것도, 필요 이상으로 여신의 규칙에 집착하는 것도... 모두, 그것 때문인가...!"
"조, 조용히...!"
클레온의 놀람과 지적을 들은 베아트릭스는 클레온의 입을 막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내 클레온은 그런 베아의 손을 붙잡으면서 이야기 했다.
"베아... 너..."
"나는, 베아트릭스라는 이름이 아니라... 여신님의 집행자, 데스 나이트입니다...!"
클레온이 측은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베아트릭스는 결국 양팔을 교차해서 자신의 얼굴을 감추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이었겠지만,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버릴 방어를 취하는 것만큼, 불쌍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따로 없었다.
클레온도 별로 그녀를 탓할 마음은 없었다.
그저, 자신으로서는 '그 정도의 이유'로, 자신감을 잃어버린 그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할 뿐이었다.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뒤로 한 채로, 그녀가 검을 집어넣었던 벽장을 열었다.
그 안에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검은 천에 둘러싸인 채인, 갈라테아가 보였다.
"잠깐, 당신... 무엇을..."
베아트릭스는 그런 클레온의 행동을 보고,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거침없이 갈라테아를 향해 손을 뻗은 클레온은, 그 안에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는다.
그러자 두근 하고 마력이 퍼져 나가는 감각과 함께,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검의 표면을 클레온의 마력이 물들면
이내. 갈라테아는 클레온이 잘 아는 검은 색으로 물들어간다.
"...그런 수백 년 동안 내 마력에는 반응하지 않던... 검이..."
베아트릭스는 그런 검의 형태를 바라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클레온은 마력에 의해 어느 정도 힘을 되찾은 것처럼 보이는 검을 붙잡고, 안에 있을 갈라테아를 불러보았다.
[갈라테아...]
익숙한 방법으로 불러본 그녀의 이름.
하지만, 그 부름은 공허하게 메아리치며 그 안을 맴돌다가 되돌아온다.
그리고, 클레온은 깨닫는 것이었다.
'...그런가. 내가 갈라테아를 각성시킨 건...'
알베인과 동료들에게 배신당한 분노.
그리고, 파티에서 추방당했을 때의 절망이었다는 것.
이 갈라테아가, 만약 일레누와 함께 여행한 또 다른 클레온의 것이었다고 한다면.
어쩌면, 이 세계에의 클레온은 갈라테아를 각성시키는 일 없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일레누와, 메이드, 그리고 라일라... 어쩌면 베아트릭스까지.
그들과의 모험이 어떤 모습을 이루었을지는 잘 상상이 되지 않지만, 적어도, 알베인에게 배신당했을 때의 자신보다는 나쁘지 않은 모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결과 갈라테아의 힘이 완전히 각성하지 못하여서.
혹은, 그 힘을 각성할 타이밍을 놓친 결과가 자신과 일행의 죽음이라면.
클레온은 갈라테아를 붙잡은 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검을 놓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잠깐이지만 갈라테아에 머물러 있던 마력의 기운이 흩어지며, 그 검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당신은... 대체..."
베아트릭스는 믿을 수 없단 눈으로 클레온을 바라보았고, 클레온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이 검은, 내게 둘도 없이 소중한 검이야. 그만큼... 누구나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베아트릭스를 돌아보면서, 그는 이야기했다.
"너라도 분명, 다룰 수 있을 거야. 이 검은, 그 정도로 심술 맞은 녀석은 아니니까 말이야."
만약, 갈라테아가 들었다면 입을 삐죽 내밀었겠지만.
아쉽게도, 클레온의 그녀는 이곳에 없었다.
베아트릭스는 그런 클레온을 잠시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갈라테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어. 마음을 비우고, 네가 원하는 것을 떠올려. 마검이란건... 어쩔 수 없이 욕망에 솔직한 법이니까."
클레온은 그런 베아트릭스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치면서 조언했다.
베아트릭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클레온은 알 수 없었지만.
그리고, 마력을 주입해보면
잠깐이지만, 연초록색의 불꽃이 머금어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것만으로도 베아트릭스는 기쁜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돼, 됐다... 어째서?"
클레온은 어깨를 까딱일 뿐이었다.
자신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마검사로서 자신이 하고 있던 당연한 것을 알려줬을 뿐.
다만, 베아트릭스는 그 성실한 성격 때문에, 마검을 소중한 것으로 생각해서.
잡념이나 욕망같은 것 없이 휘두르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마검 사용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자, 베아트릭스는 곧바로 자신의 손 위에 올려져 있던 클레온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친다.
"...선생님!"
"...선생님?"
갑작스럽게, 자신에 대한 칭호를 바꾼 베아트릭스.
"저한테, 이 검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 주세요...!"
"...아니아니, 나는 불법침입자에, 변태에... 리치의 동료인데?"
클레온은 조금 당황해서 이야기하지만, 베아트릭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저는 이 검을 사용할 수 있게 될 필요가 있어요...!"
간절해 보이는 베아트릭스의 눈빛.
결국, 클레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세로로 흔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선생님이라는 칭호는 좀 그런데."
"그러면 뭐라고 부를까요?"
클레온은 그런 베아의 질문을 받고는, 조금 고민하는 시늉을 하다가 대답했다.
"...선배."
"...선배?"
베아트릭스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클레온을 그렇게 부르지만, 클레온은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역시,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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