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카지노 판도라 텐카지노 소닉카지노 골든 나루토카지노 보스 히어로 아크 네임드 라바카지노 코어카지노 업카지노 쿵푸벳

두 번째 결혼은 다정한 원수와-1화

본문

쿵푸벳

1화

【 프롤로그 】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날이었다. 날씨는 너무 화창해서 오히려 조롱하는 것 같았다.

말간 햇볕을 머금은 쾌청한 하늘 아래 제국의 황후 렌티아는 상을 당한 사람처럼 온통 까만 옷을 차려입은 채 누군가를 기다렸다.

기실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집합은 거대한 장례 행렬을 연상시켰다. 이 순간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그리 틀린 비유도 아니었다.

드디어 멀리서부터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수십 쌍의 인마도 시야에 더욱 선연히 담겼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갑옷과 무기로 중무장한 그들은 전부 사내였다.

대부분 머리칼이 흑색이거나 갈색이었고, 희멀건 잿빛으로 머리가 센 노장도 이따금 보였다.

선두에 선 사내는 그를 뒤따르는 무리 대부분보다 확연히 젊었다.

게다가 어렴풋이 보이는 얼굴선이 미소년처럼 앳되고 매끄러워 얼핏 보면 무해한 인상을 풍기기까지 했다.

‘무해하다니.’

저 사내와 세상에서 가장 안 어울리는 단어라고 렌티아는 무심코 생각했다.

초원의 야만족 군대를 이끄는 불패의 맹장(猛將)을 보고 무해하다는 표현을 떠올리다니.

그건 여태 저자의 말발굽에 짓밟힌 수많은 제국의 병사뿐 아니라 저자 본인에게도 모욕적인 말이리라.

렌티아는 쓸데없는 상념을 떨치며 말을 탄 무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무심하게 지켜보았다.

허리는 꼿꼿이 세우고 턱은 높이 든 채, 제국의 고고한 황후답게.

그러나 제국의 수도를 가로질러 황궁 문 앞까지 도달한 군대가 마침내 황후와 몇 걸음 떨어진 지점에서 이동을 멈추자,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레케온 제국의 황후 렌티아 크리스틴 파올린 레케온이 붉은 호랑이의 위대한 후예, 키르타 님을 뵙습니다.”

황후의 예법은 깍듯했다.

그녀의 화법이 물 흐르듯 유창하고 억양은 우단처럼 매끄러웠기에 비굴하게 고개 숙인 와중에도 그녀의 자태는 오히려 고고했다.

장황한 인사말로 환영받은 사내, 군대의 선두에 선 동북부 초원의 젊은 용장 키르타는 놀랍다는 듯, 또는 즐겁다는 듯 눈꼬리를 휘었다.

“뜨거운 환영 감사합니다, 레케온 제국의 황후 폐하.”

감미로운 중저음은 저 매끈한 얼굴만큼이나 렌티아에게 의외로 다가왔다.

아주 살짝만 이질적인 억양이 느껴지는 유창한 제국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일일이 곱씹을 시간이 아니었다. 렌티아는 다시 고개를 들고 적장을 올려다보며 공손히 말했다.

“이제 황궁으로 드시지요. 안내하겠습니다.”

서로 다른 세상에 살던 두 사람이 처음으로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 다정한 침략자를 맞이하는 법 】

레케온은 원래 제국이 아닌 왕국이었다.

레케온이 본격적으로 영토를 넓히고 스스로 제국이라 칭하기 시작한 건 레케온의 14대 왕이 다스리던 시절부터였다.

그는 잔혹한 정복 전쟁으로 타지 이민족과 외국인의 원성을 샀을지언정 제국 내부를 풍요롭게 만들어 적어도 후대에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그의 아들, 레케온의 15대 군주는 제 아비가 넓힌 영토를 안정화하고 식민지를 상대로 유화 정책을 펼치며 본토의 문화를 더욱 꽃피워 성군으로 기록되었다.

레케온의 15대 황제는 머리가 다 셀 때까지 장수했고 황태자였던 그의 아들은 일찍 죽었기에 황태손이 조부의 뒤를 이어 16대 황제가 되었다.

그는 한심한 군주였다. 정복 전쟁으로 타국을 짓밟는 대신 적어도 자국의 부를 늘렸던 증조부 같지도 않았고, 국내에서 선정을 펼쳐 제국의 안정기를 이룩한 조부 같지도 않았다.

증조부 같은 호전적인 무인이 되기엔 그가 너무 유약하며 겁이 많았고, 조부 같은 지혜롭고 우아한 성군이 되기엔 그의 태도가 너무 천박하고 나태했다.

기실 그는 방탕하고 게으른 폭군이었다. 그의 증조부가 식민지에서 탈취하고 조부가 곱절로 불린 제국의 부를 흥청망청 쓰는 데만 관심 있었다.

제국의 가장 풍요롭고 평화로운 때에 태어나 권좌에 앉은 그는 그 풍요와 평화에 취해 오히려 그 태평성대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우리가 네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구나.”

그래도 레케온 황실에는 아직 희망이 있었다. 렌티아 파올린, 그 현명한 공녀의 이름으로.

“부디 황실 내에서 최선을 다해다오. 우리는 밖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어머니. 우리 가문의 이름과 이 나라의 명예에 부끄럽지 않은 황후가 되겠습니다.”

파올린 공작가는 대대로 걸출한 재상을 배출한 레케온의 유서 깊은 명문이자 충신 가문이었고, 렌티아는 이번 대 공작의 장녀였다.

렌티아는 어릴 때부터 황후 내정자였다.

제국의 귀공녀 중에 황태손과 나이가 맞는 이는 렌티아뿐이었고, 어린 시절부터 의젓하고 영민하기로 이름난 그녀는 진정 황후의 재목이었다.

15대 황제조차 제 손자보다는 예비 손자며느리의 능력과 성품에 더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렇게 온 황실의 염원을 가녀린 어깨에 짊어진 채, 렌티아는 젊은 황제와 국혼을 치렀다.

레케온 제국에서 유일하게 그녀의 유능함과 성실함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바로 그녀의 남편인 듯했다.

“그대는 황제가 아닌 황후에 불과해. 이 나라의 황제는 나야, 렌티아.”

“그대의 주제를 알고 황실 안살림에나 집중하도록 해. 계속 월권을 저지르지 말고. 알겠어? 이 제국의 주인은 나야, 나라고!”

“한낱 계집 주제에, 쓸데없이 목만 뻣뻣해서는…….”

“그대가 밤에 이리 목석같으니 여태 내게 후계자가 없을 수밖에. 그대의 가장 큰 의무는 황손의 생산이라는 걸 잊었나?”

무능하고 문란한 황제는 심지어 열등감에 찌들어 있기까지 했다.

언제나 우아하며 고고한 황후, 신하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황후, 선대 황제가 피붙이보다 예뻐했던 황후. 황제는 자신의 잘난 아내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긋지긋한 년, 독한 년! 하필 네년이 내 배필이 돼서는……!”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그녀에게 폭언을 쏟아붓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마다 렌티아는 곧은 목을 더욱 반듯하게 세우며 황제를 차갑게 쏘아보았다.

“부디 고정하세요, 폐하. 그리고 제게 예의를 갖추세요. 저는 이 나라의 황후이자 폐하의 하나뿐인 반려입니다. 폐하께 저를 그런 식으로 모욕하실 자격은 없습니다.”

“하, 자격? 자격이라고? 네년이 감히 내게 자격을 논해? 이 위대한 제국의 황제인 내게?”

“네, 폐하. 방금 스스로 말씀하신 대로 폐하는 이 위대한 제국의 황제이십니다. 그럴수록 황제답게 행동하셔야지요. 황실의 안주인이자 아내인 제게 그토록 천박하게 언성을 높이는 당신이 백성에게 모범이 될 거라고 여기십니까?”

“이 뻔뻔한, 이 가증스러운……!”

황제는 황후를 기어이 치고 싶은 것처럼 씩씩대다가, 결국 그녀에게 손을 대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물러났다.

황제가 물리적인 폭력을 자제한 건 그의 마음에 조금의 양심이 남아서가 아니었다.

그는 사랑받고 존경받는 황후의 위세가 두려웠고, 황후의 뒷배인 파올린 공작가가 무서웠다.

파올린 공작은 선대 황제 때부터 황실을 섬긴 명망 높은 재상이었고, 공작 부인은 오랫동안 중앙 사교계를 휘어잡은 제국의 여걸이었다.

게다가 렌티아의 남동생도 황실 근위대에서 일하며 기사로서 많은 추종자를 거느렸다.

황후의 가족이 이토록 대단하니, 황제는 아내를 두려워하면서도 더더욱 열등감을 느꼈다.

더욱 분통이 터지는 건 그 대단한 가족이 모두 렌티아를 끔찍이도 아낀다는 점이었다.

렌티아는 사랑받는 딸이었고, 사랑받는 누나였다. 그 점이 황제의 뒤틀린 증오를 부추겼다.

“왜 항상 네년만 이렇게 복이 많을까, 왜 너는 모든 걸 가졌을까…….”

황제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다소 처연하기까지 한 남편의 모습을 보고도 렌티아의 냉정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폐하의 삶에도 분명 좋은 사람이 있고 좋은 기회가 있습니다. 부디 그들이 더 멀어지기 전에 붙잡으세요.”

듣는 이의 자세에 따라 피와 살이 될 법한 진솔한 충고였다. 그러나 황제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가 택한 건 자기반성이 아닌 자기 연민이었다.

“끝까지 재수 없는 소리만 하는군.”

황제는 빈정거린 후에 돌아섰다. 렌티아는 그를 비굴하게 붙잡지 않았다. 다만 지친 얼굴로 가만히 바라볼 뿐.

그날의 일방적인 대거리 이후, 황제는 황궁에 정부를 데려왔다. 노골적인 모욕이었다.

“왜, 왜 황후 폐하께서 이런 수치를 당하셔야 하나요? 잘못을 저지른 건 황제 폐하와 그 여자인데!”

“엘리제, 침착해. 울 필요까지는 없단다.”

“하지만 폐하, 이건 정말 아니잖아요.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폐하를 허수아비 취급하고 그 여자를…….”

“엘리제, 나는 괜찮아. 그 여자는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새빨개진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제 주인을 위해 화내는 시녀를 렌티아는 평소처럼 담담한 태도로 달랬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황제께서 나를 향한 치기 어린 분노에 눈이 멀어 자충수를 두셨어. 그렇게 보란 듯이 정부를 끼고 다녀 봤자 그분의 평판에도 좋을 게 없는데 말이지.”

참으로 어리석은 분이야. 뒷말은 아무리 자신이 황후라 해도 너무 불경스러운 것 같아서 애써 삼갔다.

렌티아는 다정한 손길로 울먹이는 시녀를 다독였다.

“걱정하지 마, 엘리제. 다른 귀족들이 폐하의 행태를 가만히 보고만 있겠니? 아버지와 어머니도 폐하를 설득하실 거야. 폐하랑 그 여자, 어차피 오래 못 버텨.”

렌티아가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평소에 무시당하는 황후였다면 이렇게 침착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렌티아는 자신이 황후로서 지닌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황제의 정부가 황후를 밀어내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혹시라도 분노한 황후가 황제에게 대뜸 이혼이라도 선포할까 봐 전전긍긍한다면 모를까.

그러니 황제는 사방에서 압박을 받을 것이며, 감히 신성한 서약으로 맺어진 황후를 두고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른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권선징악이 미처 이뤄지기 전, 다른 거대한 사건이 제국을 흔들었다.

동북부 국경 너머의 야만족 군대가 제국을 침범한 것이다.

붐플러스

관련자료

두 번째 결혼은 다정한 원수와 두 번째 결혼은 다정한 원수와-1화
  
그누보드5



Copyright © FUNB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