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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존환생-2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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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벳

265화

-무당-화산 동맹 (22)

노인이 커다란 단지를 밑에 놓아 거꾸로 매달린 장한풍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를 받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진가보는 속에서 불같은 분노의 감정을 느꼈다.

‘이놈들은 사람을 무슨 개나 돼지와도 같이 다루는구나.’

모든 일이 끝나자 대전주가 장정들을 모았다.

그러고는 소매를 휘두르자 무수한 은침이 튀어나와 그들의 미간에 정확히 꽂혔다.

그 수법이 실로 대단하여 이 대전주라는 자의 무공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노인은 이미 피를 모두 받은 단지를 봉하고 그것을 제단 위에 올려놓은 후 자리를 옮겨 쓰러진 장정들의 시신을 제단 옆의 커다란 화로에 집어 던졌다.

그러고는 불을 붙였다.

시커먼 연기가 마치 봉화를 피운 것과도 같이 산정에서 솟아올랐다.

대전주라는 자는 나무상자에 장한풍의 수급을 집어넣은 후 만족스러운 듯 큰 소리로 웃어젖혔다.

“으하하하! 이로써 백발진인께서 이른 명을 완전히 완수하였구나. 앞으로 중원에서 이 지화종의 이름이 앞자리에 거론될 날이 머지않았다.”

“경하드리옵니다.”

그들이 단지와 나무 상자를 들고 제단의 계단 앞에 세워져 있던 마차에 오르려 했을 때였다.

마차의 문을 연 대전주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진가보가 여유롭게 앉은 채 대전주를 쏘아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 누구냐?”

“답해야 할 것은 너다.”

“뭐라고?”

진가보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어찌하겠나? 순순히 대답할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수하 앞에서 치욕을 당한 후에 불 것인가?”

“이런 건방진!”

대전주가 급히 쌍장을 날리자 광풍이 몰아치더니 마차가 박살 났다.

콰과광!

“하하하! 제법이구나.”

진가보가 큰 소리로 웃으며 부서지는 마차에서 솟아올랐다.

어느새 노인이 세검을 뽑아든 채 진가보를 향해 날아올랐다.

“네놈은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라!”

파캉!

진가보가 허공에서 검을 휘두르자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세검이 부러지더니 노인의 가슴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콰앙!

노인이 검기에 눌려 제단에 처박히자 대전주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급히 쌍장을 휘두르더니 연속으로 장풍을 쏘았다.

이때 진가보는 허공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터라 발 디딜 곳이 없었으니, 영락없이 장풍에 얻어맞고 말 것 같았다.

대전주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가 경악을 했다.

진가보가 좌수를 내뻗어 자신이 퍼부은 장풍을 모조리 흡수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럴 수가…. 이건 말도 안 돼! 나의 회선풍이!”

곧바로 진가보의 검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대전주는 급히 자신의 등에 있던 제사용 검을 꺼내 들어 그것을 튕겨 냈다.

파카카캉!

검이 맞부딪힐 때마다 엄청난 불꽃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진가보의 검은 중원에서 보기 드문 명검이었고 대전주의 검은 제사를 지내기 위한 예식검이었으므로 애초부터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나마 어느 정도 공력을 주입했기에 몇 차례의 공격을 막아 냈으나 검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후였다.

쨍그랑!

대전주가 들고 있던 제검의 검신이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허억!”

대전주는 검공을 피해 한없이 뒷걸음질을 치던 중 제단으로 오르는 계단에 부딪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진가보가 다가와 검을 그의 목에 대었다.

“이젠 대답하겠지?”

그러나 대전주는 킥킥거리며 말했다.

“어차피 이 일을 누설한다면 나는 목숨을 이어 갈 수 없다. 백발진인에게 죽느니 네놈에게 죽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이니 어서 죽여….”

촤아악!

대전주의 목이 계단 위로 나가떨어졌다.

그것은 데굴데굴 굴러 간신히 숨만 붙어 있던 노인의 곁에서 멈췄다.

노인이 공포에 질린 시선을 돌렸을 때, 진가보가 그에게 시선도 두지 않은 채 물었다.

“네놈 또한 같은 처지가 되길 바라느냐?”

“아닙니다. 저는 아닙니다.”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불어라! 저 무당 제자의 피를 받은 것은 무엇 때문이지?”

노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을 하였는지 입을 열었다.

“그것은 백발진인의 명에 따른 것입니다. 지화종은 예전부터 귀환자들을 위한 약을 만들어 왔습니다. 저 단지에 들어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요.”

“잔인한 놈들! 사람으로 약을 만들다니!”

노인은 진가보가 이와 같이 화를 내자 두려움에 질린 채 몸을 떨었다.

“좋다. 그 약의 효능이 무엇이냐?”

“그것은… 귀환자마다 다릅니다.”

“효능이 다르다?”

“귀환자들은 각각이 고유한 북두성의 기운을 타고 납니다. 그러니 같은 약을 먹는다 하여도 효능이 다를 수밖에요. 이 약의 경우도 백발진인의 체질과 그가 현세에 육신을 차지한 시간 등에 맞추어 만들어진 것이지요.”

“백발진인에게는 무슨 효능이 있는 것이지?”

“그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대전주님께서 그 약으로 인해 백발진인이 전생에 지니고 있던 봉인된 힘을 되찾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봉인된 힘?”

“약을 먹게 되면 환골탈태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가 여러 생 동안 지녔던 가장 정점의 기맥과 혈맥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저는 이 이상은 알지 못합니다.”

진가보는 냉소를 지으며 장한풍의 수급이 들어 있는 상자와 피가 들어있는 단지를 화로 위로 던져 버렸다.

노인은 그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듯 큰 소리를 질렀다.

“아아!”

* * *

격뇌검문에서 만운은 야인족 아이들에게 기초 검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조운! 네가 앞으로 나와 봐!”

조운이 앞에 서자 만운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여기 있는 이 사형이 삼운기검(三澐基劍)의 전초식을 보여 줄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그 모습을 잘 지켜보도록 하여라.”

그러고는 조운에게 눈짓을 하자 그가 검법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기초 검법이라 그다지 어려운 동작은 없었으나 워낙에 조운의 실력이 출중하니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모든 초식을 끝내고 나자 야인족 아이들로부터 거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만운이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도 열심히 수련한다면 충분히 이 정도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각 초식을 나누어 시범 보이도록 하겠다.”

그때였다.

“이미 한 번 보여 줬는데 뭐 하러 번거롭게 다시 설명한다는 거죠?”

“엥?”

만운이 살펴보니 링이 손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한 번 보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니 그런 것이지.”

그러나 링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야인족 아이들에게 물었다.

“설명을 더 들어야 할 사람 있니?”

그러자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운과 조운은 모두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조운이 말했다.

“좋아! 단지 한 번 보고 모두 머릿속에 집어넣었다면 진짜로 그런지 증명을 해보면 될 것 아니겠어?”

링이 웃으며 연무대로 걸어 나왔다.

“좋아요! 앉아만 있다 보니 좀이 쑤셔서 견딜 수 없었거든요.”

조운은 반신반의한 기분으로 그녀에게 검을 넘겼다.

“헤헤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링의 질문에 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한번 보도록 하자.”

링은 검을 받아들고 자세를 잡다가 미끈하고 넘어졌다.

야인족 아이들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만운이 고개를 내저으며 생각했다.

‘그럼 그렇지. 격뇌검문의 검법은 타 문파와 달리 기초 검법조차 오묘한 이치가 담겨 있는데 한 번 보고 할 수 있을 리가….’

“아이쿠! 신발을 벗고 해도 되나요?”

“신발?”

“네! 이게 오래돼서 이렇게 잘 관리된 바닥에서는 미끄러져서요.”

그녀는 신발을 벗고 난 후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러고는 검법을 시전하는 데, 무대 위에서 이십오 개의 초식이 그야말로 끊김 없이 펼쳐졌다.

모든 것이 끝나자 링이 만운을 보며 말했다.

“어때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죠?”

“그, 그래.”

물론 초식을 진행하는 동안의 호흡법을 비롯하여 몇 가지는 교정할 필요가 있었으나 나머지는 거의 완벽에 가까워 조운과 만운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왠지 장문 사형이 대단한 녀석들을 데려온 것 같아.’

수련이 끝나고 난 후 거처로 돌아가던 만운이 조운에게 말했다.

“어째 그 링이라는 아이, 네가 처음 무공을 배울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은걸?”

조운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사형! 저조차도 단 한 번의 시연만 보고 저 정도로 따라 하지는 못했어요.”

만운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쩌면… 어쩌면 녀석들이 격뇌검문을 일으키는 데 큰 힘이 될지도 모르겠어.”

* * *

“뭐라구요? 단 한 번 시연을 보고 모든 것을 익혔단 말이에요?”

여혜가 놀란 듯 물었다.

“그렇다니까. 나 또한 이런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구.”

만운이 이렇게 대답할 때였다.

문이 열리며 조운이 뛰어 들어왔다.

“사형! 사저!”

“왜 이리 호들갑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니?”

“귀각 사형이 돌아왔어요. 그 임무쌍이라는 소저를 데리고 말이에요.”

만운이 밝게 웃었다.

“그래?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요. 지금 귀각 사형이 임 소저를 육사제에게 데려갔다구요.”

여혜가 물었다.

“장문 사형은?”

“장문 사형은 볼일이 남아 돌아오지 않으셨다고 해요.”

여혜는 기쁜 중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만운과 여혜가 육청화의 거처에 도착했을 때 이미 검운이 그곳으로 와 침상에 누워 있는 임무쌍의 손을 잡고 있었다.

육청화가 말했다.

“약에 중독이 되어 있었으나 그리 큰 문제는 아니야. 삼사일 약을 먹으며 몸조리를 하면 쾌차하게 될걸세.”

검운이 기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장문 사형! 정말로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여혜가 그런 검운에게 말했다.

“그러니 검운 사형도 임 소저를 위해서라도 어서 회복하셔야지요.”

“그래, 그럴 거야. 반드시 그럴 거야.”

육청화가 웃으며 말했다.

“사형이야 몸은 완치되었지, 마음의 병이 남아서 그랬던 건데 그조차도 진가보 아니, 장문 사형 덕에 치유가 되어 버렸군.”

여혜가 만운에게 말했다.

“이제 사형만 짝을 만나면 되겠네요?”

“무슨 소릴! 난 혼자가 좋다고.”

“과연 그럴까요?”

“뭐야, 그 표정은?”

“하하하. 아니에요.”

* * *

푸른 하늘 아래로 작은 연이 펄럭이고 있었다.

“우와! 정말로 멋진걸?”

작은 소년이 울타리에 앉아 연을 보며 감탄했다.

“그래, 정말로 멋진데!”

까무잡잡한 다른 소년이 이렇게 말할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연이 보기 좋으냐?”

“그럼요!”

“연을 한번 날려 보고 싶은 게야?”

사내의 물음에 까만 피부의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사내가 깊은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항규야!”

항규라 불린 소년이 고개를 들어 사내를 보았다.

사내는 바로 이들의 사부인 규월이었고 두 소년은 진가보와 항규였다.

규월이 말했다.

“본래 문규에 삼속의 제자들은 정월에 연을 날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너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겠지.”

진가보가 말했다.

“아니에요. 정말로 저희는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요.”

규월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어? 너희들은 내가 무엇을 가져왔는지 보거라.”

진가보와 규월은 그가 보따리에서 꺼내는 것을 본 순간 큰 탄성을 질렀다.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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