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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존환생-53화

본문

쿵푸벳

53화

-네가 섬서 최고란 말이지?

꽃향기가 천지에 가득하고 햇살마저 따사로운 아침이었다.

나비 한 마리가 펄럭이며 꽃밭 위를 노닐고 있었다.

“이야, 봄이 오니 정말로 좋네. 마음까지 허공답보를 하며 저 멀리 날아갈 것 같구나.”

만운이 이처럼 즐거워하자 진가보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렇게 좋으냐?”

“그럼요. 겨울 내내 고된 수련을 받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꽃향기 가득한 날 출행을 나오니 마음이 설레기까지 합니다요. 헤헤헤.”

그런데 벙긋 웃고 있던 만운이 뭔가 생각났는지 눈을 껌뻑이고는 진가보에게 물었다.

“어라? 그런데 사형! 우리가 지금 어디를 가는 거죠?”

“장사를 거쳐 몇 군데를 들렀다 올 예정이다.”

“장사를요? 근데 거긴 갑자기 왜요?”

제운이 핀잔을 주었다.

“넌 아까 뭘 들은 거야? 인재를 들이기 위해서 간다고 하시잖아.”

“인재? 그렇다면 동문을 들인단 말인 거죠?”

“그렇지.”

“그럼 우리 밑으로 새로운 사제들이 들어온다는 거네요?”

“그렇지!”

“오오! 그거 좋은 일인데요?”

그러나 만운이 다시 눈을 껌뻑였다.

제운이 그런 그에게 말했다.

“뭐야? 또 뭐 궁금한 것이 있는 거야?”

“그게 말이죠, 왜 그들이 오지 않고 우리가 찾아가는 건가요?”

“너는 삼고초려도 모르는 거야? 자고로 인재를 모으려면 그런 뻣뻣한 생각은 치워 버려야지.”

“그것만이 아니예요. 우리는 인원수 제한이 있는 데다가 매해 칠월에만 입문을 받잖아요? 그런데 느닷없이 웬 인재를 영입하러 간다고 그러시는 걸까요?”

“에휴 쯧쯧쯧!”

“잉? 또 왜 그러십니까?”

“너는 그냥 아주 검문 내부의 일에는 귀를 닫고 사는구나, 귀를 닫고 살아….”

“내부의 일이라뇨?”

“이렇게 깜깜무소식이니 내가 말해주지. 너는 맹이 검문의 인원 제한을 풀어준 것이 언제인데, 그걸 아직도 몰라?”

“그래요? 맹이 인원 제한을 풀어줬단 말이에요?”

“그래. 이 녀석아.”

“오오. 그거 정말 놀랄 일이네. 이게 대체 뭔 일이래~! 근데 그게 언젠데요?”

“어제 아침!”

“뭐예요?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니네.”

“요즘 같은 시대에 하루면 이미 늦은 거지.”

“근데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또 뭐가 이상한데?”

“생각해 봐요, 사형! 정말로 이상하잖아요. 맹에서 뭔 바람이 불었다고 그렇게 반대하던 인원 제한을 풀어준 거냔 말이죠. 설마 갑자기 격뇌검문이 어여뻐 보여서 제한을 풀어준 건 아닐 거 아녜요.”

“그렇지.”

“거봐요. 이상하잖아요.”

“그러게. 그건 좀 이상하군.”

“조금이 아니라 많이 이상한 거죠. 아니, 이상한 게 아니라 수상한 거지. 수상하고말고.”

제운도 공감이 가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가보에게 물었다.

“사형! 도대체 맹에서는 왜 우리의 인원 제한을 풀어준 걸까요?”

“그거야 우리가 흑표 토벌대의 선봉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지.”

“하하하! 그랬군요. 흑표 토벌대… 아하하하. 거봐, 만운아! 이렇게 간단한 이유 때문에…. 엥?”

제운의 표정이 급변했다.

“아, 아니, 사형! 뭐라구요? 우리가 흑표 토벌대의 선봉에 서기로 했단 말입니까?”

진가보가 별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제운과 만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이구. 사형께서 큰일 날 소리를 하시네. 흑표라면 예전에 천지를 진동시켰던 무시무시한 놈들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 적은 인원으로 그놈들을 때려잡는 일에 우리가 선봉을 서게 되었다구요?”

“그래서 인원을 늘리도록 허용해준 것이 아니냐?”

만운이 투덜거렸다.

“아~참나! 아니, 대체 어떤 미친 인간이 그런 정신 나간 의견을 낸 거야? 나설 것이 따로 있지. 완전 돈 거지! 우리가 어떻게 흑표 토벌의 선봉을 나선다고.”

진가보가 제운에게 찌릿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 미친 인간이 바로 나다.”

“히익! 사, 사형! 사형에게 한 말은 아니구요.”

“어쨌든 당장에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걱정을 하지 말라뇨. 흑표가 어떤 놈들입니까? 그런 놈들을 맨앞에서 상대할 텐데 어찌 걱정이 되지 않아요?”

“만운 사형은 이제 겁쟁이 같은 소리는 그만해요. 모두들 무엇인가 생각이 있으시니까 그런 결정을 내렸겠죠.”

검운의 말에 만운이 발끈했다.

“겁쟁이라니?”

“알았어요. 내가 말을 잘못했어요.”

검운이 만운을 달랜 후 진가보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가 만나러 가는 이들은 입문하기로 이미 이야기가 된 건가요?”

진가보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답했다.

“들어오게 만들어야지.”

“네에?”

진가보는 며칠 전 호운과 뇌뢰에게 검문에 도움이 될 만한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부탁했다.

다행히 호운은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었는지 전국 각지로 공연을 다니며 여러 인물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해 정리를 해놓았었다.

그렇기에 좀 더 빠르게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진가보는 이 자료를 통해 가장 최근의 정보, 그리고 특기와 인물 성향 등을 중심으로 몇 명을 추렸다.

그들 중에는 특히 진가보의 관심을 끄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기록은 이러했다.

[육청화(陸淸和) : 고작 칠 세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의술의 경지가 화타를 능가할 정도라고 소문이 나 있음. 이 모든 명성이 불과 칠 개월 만에 얻게 된 것. 그가 어디서 온 것인지를 아는 사람은 없음. 현재는 가족도 없이 회벽산 자락의 버려진 오두막에서 생활하고 있음. 성정이 괴팍하여 아무 환자나 받아주지 않으며 거주지의 주변은 온통 독초로 누구도 접근하기 어려움.]

나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장사익을 연상케 하는 인물이었다.

진가보가 검문을 통해 앞으로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장사익 같은 인물이 필요했다.

전생에 격뇌검문이 그의 도움을 얻었던 것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진가보는 육청화의 기록을 보는 순간 묘한 느낌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내가 환생을 하였으니 설령 그 또한 같은 일을 겪었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은 전혀 없으리라. 호운은 연청화의 기록이 일 년 전의 것이라 하였으니 지금 그의 나이는 고작 팔 세에 불과하단 말이군.’

* * *

일행은 다시 중경을 거쳐 장강(長江)을 타고 이십여 일이 흘러서야 장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매일같이 좋은 날씨에 마주치는 경치 또한 일품이니 제운과 만운, 그리고 검운은 여정 내내 행복해했다.

다만 진가보는 어떤 방식으로든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이들을 수련시켰다.

장사 남쪽에 위치한 수락현의 한 객잔을 잡아 짐을 풀고 나자 진가보가 말했다.

“제운과 만운은 이곳에 있도록 하고 검운은 나와 함께 강하중(姜河中)을 찾으러 가도록 하자꾸나.”

만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강하중이요? 장사에서 찾으려는 자가 그 자입니까?”

“그렇다.”

“그가 어떤 재능을 지녔다는 건데요?”

“타고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네에? 힘이라구요? 그건 결국 외공이잖아요? 우린 검문인데 차라리 내공이 뛰어난 이를 찾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제운이 말했다.

“다른 내력을 익힌 자를 어찌 가르치려고?”

“아! 그야… 음… 뭐….”

제운이 만운을 밀치며 진가보에게 말했다.

“쓸데없는 말 듣지 마시고 사형은 어서 다녀오십시오. 제가 만운하고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진가보가 웃으며 검운과 함께 밖으로 나가자 만운이 물었다.

“아니, 사형! 모처럼 장사까지 왔는데 이 안에 틀어박혀 있겠단 말이유?”

제운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럴 리가! 여기까지 와서 모처럼 구경을 하지 않고 돌아간다면 그야말로 두고두고 통탄할 일이 되고 말겠지.”

* * *

제운과 만운은 장사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운이 말했다.

“보았느냐? 이곳의 처자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말이야.”

“그게 어디 사형을 보는 건가요? 저를 보는 거지.”

“내가 이곳 장사까지 왔으니 너에게 선물을 하나 해야겠구나.”

“선물이요?”

“그래.”

“어떤 선물을 해주시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거울을 하나 사주려 한다.”

“거울이요? 거울을 갑자기 왜 사주시려는 거죠?”

“자신의 상태를 모르니 하는 말이지.”

“쳇! 난 또 웬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때, 제운의 눈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사형!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영운 사형이 돌아왔는데 우리가 함부로 나돌아다닌 걸 알면 좋아할 것 같지 않은데요?”

제운이 뭔가에 홀린 듯 만운을 밀쳐내며 말했다.

“우리가 뭔 대여섯 살 아이도 아니고 잠시 객잔을 나온 것 가지고 영운 사형이 뭐라 할 리는 없지. 그건 그렇고, 잠깐 비켜 봐라.”

그제야 만운도 제운이 뚫어져라 보고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 있다가도 우레와 같은 감탄사가 속출하자 제운과 만운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도대체 뭣 때문에 저러는 것인지 가서 봐야겠다.”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가자 드디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만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니? 저게 뭐야?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앞에는 근육질의 우락부락한 거구가 서 있었고 그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거구의 사나이 옆에 서 있던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 형은 소림사에서 오십 년을 수련하셔서 금강불괴의 몸이 되셨으니 그 어떤 공격에도 꿈쩍하지 않지요.”

관중들이 그 말에 껄껄거리며 웃었다.

“아하하하! 아니, 아무리 봐야 스물도 안 되어 보이는데 무슨 오십 년을 소림사에서 수련해!”

“소림의 제자라면서 왜 머리가 저리 길지? 뭔 속가 제자라도 되는 것이냐?”

소년은 미소로 그들의 농담을 받았다.

“아! 깐깐하시긴.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어쨌든 자신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마음껏 일초를 펼쳐보십시오. 한 번 타격에 단돈 한 푼입니다. 아~! 싸다, 싸~! 그리고 만약에 제 형을 무너뜨리시는 고수분이 계신다면 그 자리에서 은자 오십 냥을 드립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큰 소리로 박수를 쳤다.

“좋다! 좋아! 사람을 패고 돈을 번다니 그보다 쉬울 것이 없지.”

곧이어 새로 구경 온 이들이 줄줄이 앞으로 나가 소년에게 한 푼을 내고 앞선 사람들 뒤로 줄을 잇기 시작했다.

소년이 줄을 선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보더니 관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제 두 명을 더 받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기회를 날리시면 언제 또다시 찾아올지 모릅니다.”

제운이 말했다.

“나도 한번 나가 봐야겠다. 그간 배운 권술도 가늠해 볼 겸해서 말이야.”

“괜히 문제를 일으켰다가는 영운 사형은 물론, 사부님께 혼나게 될지도 모르는데도요?”

“이게 문제가 될 것이 뭐가 있겠어?”

그러고는 곧바로 달려 나갔다.

“기다리시오! 나도 해보겠소.”

제운이 품에서 한 푼을 꺼내자 소년이 빙긋 웃으며 그것을 받아 넣었다.

“뒤로 가서 줄을 서세요.”

그러고는 관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 이제 한 사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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