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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9의 리더-306화

본문

쿵푸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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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

“이젠 하다하다 인형이랑 대화하냐.”

“난 억울하다!”

“뭐가 억울해! 내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

“장인정신이었을 뿐이다! 부모로서 딸이 예쁘다고 칭찬해주었을 뿐이야!”

“...딸?”

제브라는 순간 얼굴을 굳혔다.

“딸?”

“왜?”

“딸이라고?”

“딸이지, 그럼?”

장인은 부모이고 작품은 자식이다. 창조주와 창조물이란 부모자식간의 관계와도 같다. 사실상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부모자식간의 관계라는 것은 비유가 아니다.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제브라는 비틀거리면서 밖으로 나갔다. 임무를 하기 위해 불렀으나 내 흑역사 하나만을 가지고 귀환하는 꼴이었다. 녀석을 붙잡아서 임무 내용을 설명해야지 호출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임에도 나는 차마 붙잡을 수 없었다. 정신적으로 데미지가 크다. 저 새끼랑 임무에 관한 이야기만 나눈다한들 주제가 살짝만 새면 무조건 이 주제일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형은 책상 위에 예쁘게 올려두었다. 조그마한 솜인형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작고 두툼한 단추눈의 예쁜 여자아이였다. 이등신이었는데 머리카락이 굵고 곱슬거려서 고급 인형이 따로 없었다. 전체적인 사이즈만 줄인다면 열쇠고리에 매달고 다녀도 될 것 같다. 귀여워라.

가볍게 머리를 토닥이는데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시커멓고 음침한 기운을 풍기는 블루노가 들어와서 내 머리를 토닥였다. 그리고 집무실 책상 위에 있는 인형과 눈이 마주치더니 내 어깨를 끌어안고 무너졌다. 있는 힘껏 걷어차 주었다. 힘 스텟이 본래의 14살 루치 보다도 10%가 낮고 스킬을 안 써서 그런지 끈덕지게 붙어서 안 떨어졌지만 인형을 들이미니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루치씨.”

“음?”

기본적으로 내 방에 사람들은 출입을 하지 못한다. 장관의 집무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류를 가져다주는 이들은 몇 있었다. 각 부서마다 정해진 누군가가 하루 한 번씩 가지고 오고 결제 받은 것을 가져간다. 즉 모든 서류는 각 부서마다 나누어져 있다가 내가 집무실에 있는 동안 처음으로 한 곳에 모이고 다음날이 될 때까지 인벤토리에 고이 잠들어있거나 불태운 뒤 다음 날 서류 들고 온 녀석들에게 결제 확인되었다는 증거가 필요한 서류들은 도로 각 부서에 돌려준다. 한마디로 내게 올라오는 서류는 완벽하게 기밀로서 보호된다. 털린다고 해도 각 부서마다 따로 있으니 한 부서만이 털리고, 처음으로 전부 모이게 된다면 나한테 있으니 못 빼앗는다.

“무슨 일이지?”

그래서 이상했다. 이미 각 부서에서 다 올라왔는데?

“급보입니다.”

“들어와.”

초인종이 문을 열어주었다. 아니 물론 인격적으로 사람한테 초인종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저거 경비견 역할도 제대로 못하잖아. 물론 그 대상이 cp9나 cp0인 것 같기는 하지만.

“임무인가? 가맹국이나 해군에서 보낸 건 다 무시해. 위에 거 아니면 안 한다니까.”

스팬담은, 또 스팬다임은 용돈벌이로 의뢰들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첫째로 경험치는 좋지만 패널티는 싫고, 둘째로 패널티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임무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서 가져다 줘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몹시 아까우며, 셋째로 결국 그건 살인교사이지 않은가. 절대로 거절한다.

“아니오. 특급 정보입니다.”

보고서 다 받고 난 뒤의 시간이니 외교 창구에 손님 왔다고 부르는 건 줄 알았는데 잘못 짚었나보군.

“뭐지?”

“전 흰수염 2번대 부대장 검은수염 마샬 D 티치와 흰수염 2번대 대장 불주먹 포트거스 D 에이스와의 격돌이 있었습니다. 마리조아의 칠무해 회의에 난입해 에이스를 바치고 칠무해 자리를 달라고 했답니다.”

“뭐어?!”

말도 안 돼! 내가 개모자를 배치했는데도?

“거프 스승님은!”

“그 분은 바나로 섬에 계셨습니다.”

“...그런데 왜?”

“네?”

“있었는데 왜 못 잡았지?”

“그야 검은수염과 불주먹이 격돌한 것은 다른 섬이었으니까요.”

맙소사.

나는 이마를 붙잡고 주저앉았다. 소가죽 시트가 출렁인 것 같았지만 무시하고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에이스와 흑돼지가 버나로 섬에서 격돌한다는 것을 원작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개모자를 배치했다. 흑돼지와 개모자는 불과 물의, 아니 예시가 좋지 않았다, 개모자는 절대로 물이라는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 가위와 주먹 정도의 상성이 있었다.

흑돼지는 악마의 열매 능력자들에게 있어서 해루석 같은 존재다. 개모자는 비능력자다. 흑돼지는 고통을 몇 배로 느낀다. 개모자는 구타의 미학을 안다. 무장색 배울 때 맞아죽을 수 있다고 쇼크사가 옆에 있다고 경고까지 해줄 정도였다. 흑돼지는 자연계라서 범위 능력을 쓴다. 개모자는 대포 던지기라는 오다 월드 최고의 원딜이며 전성기에 주먹으로 산 8개를 훈련용으로 날려버린 손꼽히는 근딜이었다. 상성상 우위이고 기본 스펙에서 모든 이를 압도하는 내가 아는 최강최악최흉의 패를 내밀었다.

완벽한 계획이다. 절대로 질 리가 없었다. 그런데 졌다. 부전승으로.

“내 잘못이군.”

신음을 흘리며 이를 악 물었다.

“개모자에게 잠복 따위를 시킨 내 잘못이었어.”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얌전히 있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게 어리석었다.

“루치씨?”

“포트거스의 과거를 캐봐야겠다. 이스트 블루 출신인 것으로 기억한다만.”

“기, 기억하십니까 그런 것을..”

“그 정도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에이스가 얼마나 인기 캐릭터였는데 그걸 못 기억하겠니 하고 되물었는데 소가죽 시트가 심하게 물결쳤다. 심지어 보고한 놈은 박수를 쳤다. 모든 cp는 나를 장관이라고 불러야겠지만 루치씨라고 부르도록 해두었다. 서열은 확고하고 충성심과 공포도 영원하니 듣기에 편한 쪽으로 고정시킨 것이다.

해적왕의 자식은 사우스 블루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개모자는 이스트 블루에서 키웠다. 근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에이스가 해적왕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채기 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을 사실이었다.

어쩔까.

꿈틀거리는 소가죽 시트를 걷어차자 얌전해졌다. 에이스와 나는 연결되어 있는 과거가 있었다. 거의 1년. 물론 무인도에 있던 시간을 제외한다면 그보다 짧을 것이지만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포스 이전에 1억베리로 기억해 줄 것이다.

에이스의 과거를 캐보면 나와 엮인 과거가 드러나고, 그의 출생도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서 숨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는 없다. 이런 큰 비밀을 에니에스 로비에 처박혀서 숨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현장에서 움직여도 숨기지 못 할 비밀일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앞이 막막했다.

“그만해.”

내 팔을 잡았다. 살펴보니 손톱이 부러져서 피가 나고 있었다. 블루노가 행거치프로 싸매주었다. 무의식적으로 입에 가져다대고 씹었던 것 같았다. 생각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으면 손톱이나 입술을 씹는데 버릇이 잘 고쳐지지 않는다. 애초에 그런 적이 별로 없어서.

“뭐 좋아.”

“응?”

혼잣말을 하니 블루노가 이상하게 보았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가장했다. 그래봤자 손톱에 세로줄이 아니라 이빨 라인이 찍혀서 무리였지만.

“적어도 나의 존재는 숨겨야겠지.. 이봐, 너.”

“네!”

“전부 불러와.”

“알겠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에이스는 죽을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적왕의 자식이어서가 아니라 사황의 2번대 해적으로서. 대해적이니 처형 당할만 하지 않던가. 솔직히 피스메인들도 다 나쁜 놈들이다. 대해적시대를 연 것도 피스메인이고 임펠다운 범죄자들을 끄집어낸 것도 피스메인이지. 해적이라는 범죄자를 미화시키고 명성과 명예를 얻는 것은 몹시 옳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에이스가 해적왕의 자식이 아니어도 죽을만 하네라는 것이 아니라 죽으면 내가 몹시 슬플 것이라는 데에 있었다.

나는 일단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 에이스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내가 수면에 들어나지 않는 선에 한해서. 좋아. 이제부터 시간과의 전쟁이다. 타임 리미트는 정상 전쟁 전까지. 퀘스트는 에이스 구출. 제한은 내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절대로 들키지 말 것.

“무슨 일이에요?”

“웬 일로 다 불렀소?”

“아으이~ 루치는 하나만 있어도 짜증내는데!”

“챠파....”

“......”

후쿠로와 제브라는 음울하게 왔고 셋은 멀쩡하게 왔다. 쿠마도리가 밑에 깔려있는 무스탕 친구를 보고 왜 그러느냐고 묻자 제브라가 대답해주었다. 음울해진 게 늘었다. 나까지 추가로.

“좋지 않은 감이 든다.”

“윽!”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흰수염 2번대 대장의 과거를 캔다. 그랜드라인은 카쿠. 웨스트 블루는 제브라. 사우스 블루는 쿠마도리. 노스 블루는 칼리파. 이스트 블루는 블루노와 후쿠로. 신세계는 해군에 요청하기로 한다.”

“그거 너무 본격적인데, 챠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나는 판단했다.”

좋아. 해적왕의 추격에 최선을 다했다고 보고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제나 말하지만 충성심은 나의 방패이지 않은가.

“이스트 블루는 제가 다 뒤져본 적이 있어요. 저와 후쿠로를 바꾸는 게 어떨까요?”

“안 돼. 후쿠로는 제일 쉬운 쪽으로 돌릴거야. 그러고도 불안해서 블루노까지 붙였는데.”

“도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챠파!”

“그러니까 평소에 잘했어야지.”

“블루노, 너마저도!”

후쿠로가 울었다. 블루투스는 웃었다.

“자료는 정리해서 주겠다. 일단 너희 방으로 가.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임무를 떠나게 될 거다.”

“세상에. 이렇게 에니에스 로비가 전부 비워지는 것은 또 처음인데.”

“루치가 있으니까 방비는 어떻게든 되지 않겠소.”

“하긴.”

이제 저 녀석들이 날 어떻게 취급하는지에 대해서는 포기했다. 모두가 사라지도 나서 나는 일어났다. 소가 엎드렸다가 두발로 일어났다.

“블루노. 너에게는 따로 임무가 있다.”

“그럴 것 같았어. 에이스는 이스트 블루 출신인만큼 제일 쉬워도 중요성은 제일 높은데 후쿠로를 시켰으니까.”

후쿠로의 취급이 갑자기 불쌍해졌다. 그래봤자 내 취급 걱정하느라 그렇게까지 걱정되지는 않고 걔는 그럴만한 놈이었지만.

“에이스는 거프 스승님의 손자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

“하지만 그건 숨기고 보고할 수 없을거야.”

“애초 그쪽은 숨기고 보고할 생각이 없었어.”

“그러면 왜?”

“나는 그분의 친손자와 피가 섞이지 않은 손자 둘을 돌본 적이 있었다.”

“이런.”

블루노는 눈살을 찌푸렸다.

“엮였구나.”

“cp를 붙일거다. 후쿠로도 붙일거야. 그들이 증언하면 위에서는 옳다고 확신할거다. cp의 증언은 오직 서신으로만 할 수 있도록 조치해두겠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살인은 나쁜 것이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죽일 수 있다. 잠깐 그들을 애도한 뒤 계속해서 블루노에게 명령했다.

“후쿠로는 소문을 좋아하지. 그가 아는 모든 것을 말하고 다녀. 그렇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런 것에 긍지나 신념 같은 거 가지지 않아주었으면 하는데.”

“그것마저도 없었으면 정말로 최악이었을걸.”

스캔들만으로도 짜증나는데 루머까지 감당해야 한다면 굶어죽으라고 정말로 입에 본드 붙일거야.

“그에 관련된 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내가 손 쓰겠다. 표시된 해도를 주지. 그 섬은 내 발자취가 있어. 후쿠로는 배제하도록. 그리고 cp와 접촉하지 않도록 해라.”

“응. 쉬울거야. 후쿠로니까 감당하기 어려워서 먼저 빠져나왔다고 보고해도 좋고.”

블루노가 나갔다. 나는 잠시 어디부터 연락을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전보벌레를 사용할 곳이 너무 많았다.

일단 중요한 것은 정상전쟁 전에 빼돌리는 것이다. 에이스는 지금 임펠다운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임펠다운에는 아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스팬다임이 알면 기절하겠군.”

맞선 거절 이후 연락하는 육체적 관계가 있던 여자라니. 이거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난 진짜 장가 다 간 거다.

============================ 작품 후기 ============================

루치양이 사디군에게 시집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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