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요괴가 산다-2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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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화
마루의 고향으로 달려가려던 그녀에게 청환은 사두마차를 내어주었다.
떠나기 직전, 두 사람이 마차에 마주 앉았을 때였다.
“폐하,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도 될까요?”
“그럼. 나야 좋지.”
싱긋 미소 짓는 청환을 보며, 열매는 마차 공간에 작은 결계를 만들었다.
두 사람의 말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폐하, 아십니까? 저는 굉장히 굉장히 욕심이 많은 계집입니다.”
“그래, 그렇구나.”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하의 말씀을 거절하고자 합니다.”
“진달래야, 급히 대답할 필요 없다. 조금 더 생각을….”
“폐하, 지금 나라는 위험에 처했고, 백성들은 폐하만을 유일한 희망으로 알고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
“지금 폐하의 곁에 필요한 것은 저 같은 무지렁이가 아니라 폐하께 힘이 되어줄 분입니다. 저는 무식해서 잘 모르지만 고관대작의 여식이 폐하의 곁에서 힘을 실어준다면 궁궐의 모든 이가 믿고 따를 것이며, 왕권 또한 공고해질 겁니다.”
“그런 것은 내가 알아서 한다. 진달래야, 그런 것은….”
진달래는 휘휘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 지금 말씀드린 건 다 핑계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제 마음입니다. 제가 싫습니다.”
“내가… 싫은 것이냐?”
청환의 표정은 망연했다.
허탈함과 자괴감이 아름다운 얼굴을 엄습했다.
“그게 아니라, 제가 욕심이 많아 그렇습니다. 폐하, 저는 피붙이 하나 없는 고아랍니다. 애초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병으로 가족이 모두 죽은 것이랍니다. 그럼에도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사람이라면 어찌 죽고 싶은 마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습니까? 그런데도 저는 살았습니다.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기필코 살아남겠다는 욕심. 비루한 목숨이라도 끝끝내 이어가겠다는 질긴 욕심 말입니다.
약 한 첩 쓰지 못하고 죽은 가족을 보았기에, 돈 없고 힘없어 약도 한 번 못 쓰고 죽는 사람은 절대 두고 보지 않겠다는 심술 같은 욕심 말입니다.
그 욕심이 저를 살렸고, 그 욕심이 제게 신력을 내주었습니다.”
진달래가 청환을 보았다.
헝클어진 붉은 머리로 일그러진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는 그리도 욕심이 많습니다. 그런 제가… 폐하의 곁에서 가만 앉아 있는 걸 버티겠습니까? 사람 하나 살리지 못하고 가만있겠습니까? 단둘이 말할 수 있는 건 마차 안이 고작인 궁궐에서… 제가 답답해 살 수 있겠습니까?”
진달래가 소매로 쓰윽 눈가를 훔쳤다.
“그러니 저는 거절합니다. 폐하는 제 욕심을 감당하실 수 없으시니까요.”
“….”
붉은 눈가에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 것으로 진달래는 청환의 구애를 거부했다.
청환은 씁쓸한 표정으로 안간힘을 다해 웃음을 만드는 것으로 그녀의 대답을 받아들였다.
진달래는 축 처진 어깨로 그가 떠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두 사람의 마지막 인사였다.
그리고 지금, 일 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난다.
지존께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라도 그가 다급히 진달래를 부른 것이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진달래는 조금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다그닥, 다그닥….
일정하게 흔들리던 마차가 잠시 멈췄다.
바깥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짝 소란스러웠다.
‘…뭐지?”
창문을 열려던 진달래가 화들짝 뒤로 돌았다.
벌컥.
창문 대신 마차 문이 열린 탓이었다.
열렸던 문은 이내 닫혔다.
다그닥, 다그닥….
아무 일 없다는 듯 마차는 다시 움직였다.
달라진 것은 진달래 맞은편에 앉은 한 사람뿐이었다.
“폐… 폐하…?”
진달래가 멍청한 소리로 그를 불렀다.
치렁치렁한 황금 어의 대신 간편한 철릭 차림의 청환이 빙긋 웃음 짓고 있었다.
“잘 지냈느냐?”
청환은 전보다 훨씬 더 밝아 보였다.
어깨 위에 올려두었던 무거운 짐을 한 덩이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아, 예. 폐하께서도 잘 지내셨습니까?”
진달래의 물음에 청환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그리 잘 지내지 못했다. 마음을 거절당한 사내가 잘 먹고 잘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짐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 가끔 심장이 쑤신다. 물론 거절한 이는 까맣게 모를 테지.”
진달래의 두 볼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그… 그게… 그….”
진달래는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눈알만 굴렸다.
이게 복수인 건가?
머릿속이 까마득해졌다.
“하하….”
청환이 가볍게 웃었다.
차가운 냉미남의 얼굴에 구김 없는 미소가 스쳤다. 그게 참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널 힘겹게 하려는 건 아니다.”
“그… 그럼 저, 저를 왜 부르신 건지….”
“네 도움이 필요해서. 궁을 비롯해 전국 모든 곳의 의원 체계를 바꾸려 한다.”
“어… 의원 체계요?”
“그래. 일반 어의와 치료술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수도를 비롯한 지방 곳곳에 인재를 파견해 사람들을 돌보게 하려 한다.”
“그런데 제가 왜….”
“그 체계가 완성되는 시점이 네가 천년학당을 졸업하는 때다.”
“예에?”
“그리고 수년 후, 짐은 네가 그곳의 수장이 되는 것을 마지막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예에에?”
“장기 계획이니 자주 궁에 와야 할 것이다. 더불어 올 때마다 짐의 건강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고.”
“아아….”
“나는 너만을 나의 유일한 어의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청환이 슬며시 팔을 내밀었다.
진달래가 어어 하며 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따사로운 신력이 청환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멍하던 진달래의 눈이 어느새 또랑또랑해졌다. 또다시 치료술사의 눈빛으로 변한 것이다.
그런 진달래의 모습에 청환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
***
모든 것이 안개에 뒤덮인 것 같은 산꼭대기에 거대한 날갯짓 소리가 울려 퍼졌다.
퍼덕. 퍼덕….
붉은 새가 안착하는 순간.
온천물이 보글거리는 산 정상으로 나는 훌쩍 뛰어 내려갔다.
거대한 불새는 새빨간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오만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
도도도도도도….
착지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누군가가 달려들었다.
엄청난 속도로 앞뒤 재지 않고 달려온 것은 역시나 바리였다.
「이런, 빵떡이 녀석!」
바리도 빨랐지만 홍화님은 더욱 빨랐다. 품으로 달려드는 복슬강아지의 뒷덜미를 단박에 움켜쥔 그녀가 휘익 하고 바리를 던졌다.
「이런.」
그리고 주작은 늘 그렇듯 익숙하게 바리를 받아주었다.
「이제 오다니. 나의 반려는 무심도 하지.」
주작이 홍화님을 향해 다가왔다.
그가 홍화님의 허리를 끌어안고나서야 등 뒤에 있는 나를 보았다.
「오랜만이구나. 어서 오너라.」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나는 주작을 향해 깍듯이 예의를 차렸다.
그 모습에 주작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몸과 마음을 정화하니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는구나. 곧 기운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아, 정말입니까?”
나는 반가운 마음에 눈동자를 반짝였다.
머지않아 불새의 후손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래, 기운을 추스르는 데 채 백 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아….”
나는 금세 풀이 죽고 말았다.
역시 불새의 시간 개념과 인간의 시간 개념은 차원이 달랐다.
우리는 불새의 오두막에 앉아 녹빛 차를 마셨다.
바리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무언가를 내왔다. 입도 쉬는 법이 없었다.
차를 마시는 동안 주작의 시선은 홍화님만을 향해 있었다.
나는 다정한 두 사람을 억지로 떼어낸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다.
“만일 두 분께서 원하신다면 백 년간 제 검이 되어주신다는 약속은 물러도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두 분이 함께 계시는 것이….”
「아니다. 그럴 수는 없지. 불새의 약속은 준엄한 것이야!」
홍화님은 단칼에 거절했다.
「그래, 반려의 말이 옳다. 아직 나는 유람도, 여행도 어려운 몸이다. 만일 이곳에 남아 무료한 매일을 보내라 한다면… 반려에게 못할 짓이지.
백 년은 짧다. 너는 아무 걱정 하지 말고 반려와 함께 지내면 될 것이다.」
주작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말은 그랬다.
다만 그의 손은 내내 홍화님의 허리를 감고, 그녀의 손을 매만지며, 안타까워 견딜 수 없다는 속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거 이거….’
곤란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으나, 나도 주작도 홍화님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치켜올린 매서운 눈매를 보며 그도 나도 공손히 그녀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선물이에요.”
「이게 무어냐?」
주먹만 한 까만 알맹이에 주작의 눈이 길게 찢어졌다.
“초롱이예요. 홍화님이 보고 싶으시면… 이 아이에게 부탁하시면 됩니다.”
「아…!」
백지처럼 하얗던 주작의 볼이 복사꽃처럼 밝아졌다.
“왈왈왈왈!”
새 식구의 등장에 흥분한 바리가 맹렬하게 달려들어 초롱이를 빼앗았다.
초롱이를 던졌다 코로 받고, 입으로 받고, 꼬리로 받았다. 그러고는 다시 사람으로 변해 초롱이를 빙글빙글 돌리며 신나서 못 견디겠다는 티를 팍팍 냈다.
아무래도 고요한 주작과 단둘이 있으려면 쾌활한 성격의 바리가 꽤나 심심했을 터였다. 홀로 외로웠을 초롱이에게도 바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차 한잔을 나누고 우리는 불새의 둥지를 떠났다.
나는 홍화님의 목덜미에 앉아 먼 하늘을 보았다.
홍화님의 시선이 흘끗 등 뒤를 향했다.
백은옥님과도 그렇고, 홍화님과도 그렇고. 이제 우리 사이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그리 많은 대화가 필요치 않았다.
퍼덕. 퍼덕. 퍼덕.
세찬 날갯짓 소리가 허공을 휘감았다.
불새의 날개가 구름을 뚫고 올랐다.
그 어떤 새도 감히 닿을 수 없을 만큼 높고 먼 하늘 위의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사르륵.
소복하게 내려앉은 하얀 구름 땅 위로 홍화님이 활착했다.
이것이 하늘의 땅이다.
이승의 땅과는 빛깔이나 느낌이 사뭇 달라서 솜털에 착지한 듯 부드러웠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메마른 나무둥치 하나.
버려진 우물 하나.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황량하기 짝이 없는 이곳이 세상 만물을 창조한 천신의 고향이란 건 퍽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우물가에 걸터앉아 사방을 바라보았다.
구름마저 발아래 흐르는 천상 세계는 허하고 답답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
‘심심했겠다….’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것저것 만들어본 것이겠지. 감당조차 못할 거면서.
‘멍청한 놈!’
나는 누구에게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자설신녀가 그토록이나 부활시키고자 애썼던 천주, 천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갑자기 사라진 뱃속 식신요괴의 정체가 무엇이지… 죄다 함구했다.
세상 모든 것이 천신을 존경하고 있었다. 그 위대하고 고귀한 존재를 믿고 따르고 있다.
비록 이승에서는 고생하고 힘겨울지언정 착하고 선한 행동을 하면 분명 신께서 보아 기록하고 계실 거라 확신한다.
사람들이 가능하면 선한 행동을 찾아 하려는 것이 모두 그러한 믿음에 의거한 것이다.
그러니 절대 말할 수 없었다.
모두가 믿고 의지하는 그것의 정체를….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도 없는 이 세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해졌다. 이런 곳에서 홀로 있을 놈을 생각하니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야, 너 있는 거 알아.”
“얼른 나와.”
“당장!”
몇 번 닦달하고 나서야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갈색 털 대신 새하얀 빛무리로 가득해진 놈이었다.
내게는 민들레 홀씨가 빛으로 휘감긴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자설신녀가 녀석을 전혀 다르게 보았듯이 말이다.
퐁, 퐁. 포옹….
흰 구름 위를 통통거리는 녀석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우아한 발걸음으로 보이려나?
“여기 이렇게 혼자 있을 거야?”
적어도 나에게는 색이 변했을지언정 이전과 다름없는 둥근 털북숭이였다.
어쩐지 풀이 죽은 것 같은 녀석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날, 자설신녀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 이후 일 년만의 만남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어제 본 형제를 오늘 다시 보는 것처럼, 느낌이 그리 다르지 않았다.
나는 당장에 달려들어 녀석의 털을 움켜쥐었다.
염려한 것과 달리 새하얀 빛 덩이가 손가락 사이로 흐늘흐늘 밀려들며 털 느낌을 냈다.
뻣뻣했던 털이 조금 부드러워졌을 뿐, 그리 다를 것도 없었다.
「너, 너 말이야…. 내가 누군지 알고도 이래?」
“그럼 모르겠냐? 세상천지가 다 잊어도 내가 너를 모르겠냐?”
「….」
나는 녀석의 몸에 타고 앉아 힘껏 녀석을 잡아당겼다.
녀석은 별다른 저항 없이 내가 늘리는 대로 이리저리 늘어났다.
한참을 그렇게 하고 나서야 조금 속이 풀리는 듯했다.
“백은옥님 말씀이 옳아. 네가 먹은 건 살코기가 아니야. 경험이었던 거야.”
스르륵.
이름을 언급했기 때문인지 백은옥이 나의 등 뒤로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덩어리놈이 물끄러미 백은옥을 보았다.
「이무기… 너, 용이 되고 싶지 않으냐? 네가 용이 되고 싶다면 내가 당장에라도 네 소원을….」
놈이 간신히 할 말을 찾았다는 듯 나불거렸다.
백은옥은 차가운 눈빛 그대로 고개를 흔들었다.
「감사하나, 저는 원치 않습니다.」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아무리 보아도 맞았다.
천주니, 천신이니, 무엇으로 불리더라도 이놈은 철이 없었다. 백은옥이 훨씬 더 어른 같고, 훨씬 더 생각이 깊었다.
“넌 세상을 몰라! 알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 너는 한참 멀었다고! 그렇지 않냐?”
녀석이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았다.
물론 빛으로 가득한 녀석의 어디에도 눈 따윈 보이지 않았으나 나는 그리 느꼈다.
“야, 솔직히 말해서 네가 세상을 만들었다 뿐이지 세상에 대해 아는 게 대체 뭐가 있냐?”
「….」
“너 말이야. 제대로 배운 것도 없이 여기서 웅크리고 있을 거면 당장 따라와!”
「…?」
“아, 진짜! 당장 따라나서라고!”
나는 홀쭉한, 하지만 제법 근육이 들어찬 배를 탕탕 두드렸다.
“못해도 네가 만든 창조물의 한평생은 지켜봐야 안 되겠어? 적어도 내 생의 마지막까지는 네게 경험을 먹여줄 테니 나랑 같이 가잔 말이야!”
「…!」
녀석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너무나 크게 벌어져서 눈가가 울먹울먹하게 느껴졌다. 물론, 이 모두 나만의 생각이긴 했다.
하지만 아무쪼록 좋았다.
내 멋대로 느끼고 내 멋대로 판단하는 것일지언정 그리 문제될 것은 없었다.
나는 여전히 놈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믿었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놈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망설임의 시간이 없지는 않았으나,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꿀렁. 꾸울렁.
익숙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텅 빈 뱃속을 가득 채우는 듯한 느낌이 전신을 휘감았다.
“칫, 결국 이럴 걸 괜히 빼기는…!”
탕탕.
나는 홀쭉한 뱃살을 두들기며 씨익 웃었다.
그 순간이었다.
휘잉.
부드러운 바람이 뺨을 스쳤다.
…언젠가 천주께도 친구가 생기기를 소망해. 누군가가 그분과 농을 나누고, 치고받고 다투기도 하고, 실없는 이야기도 하고… 그랬으면 해. 나에게 너희들이 있는 것처럼….
바람이 무언가를 속삭인 듯했지만 아마도 착각인 듯했다.
나는 구름 아래 번잡한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배가 든든하니, 비로소 모든 것이 꽉 찬 듯 완벽해졌다.
나는 세상을 향해 소리쳤다.
“가자!”
앞으로 만나게 될 한평생 기기묘묘한 경험을 향해서!
지금까지 《내 안에 요괴가 산다》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침(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