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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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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벳

# 에필로그.

“여기가 아직까지 있네…….”

녹슨 파란 철문 앞에 선 희영이 중얼거렸다. 여기까지 오는 골목길도 시간이 그렇게 지났는데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고장 난 가로등도 그대로이고, 쓰레기가 봉투에 담기지도 않은 채로 골목 구석구석에 버려진 것도 그대로였다.

이 골목은 겨울이면 다 탄 희뿌연 연탄을 잔뜩 쌓아 놓고는 했었는데 그것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골목의 집들은 전부 연탄으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겨울이면 버린 연탄이 골목에 또 다른 벽으로 쌓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리고 그 허연 연탄 가득한 골목을 지나 골목의 끝에 이르면 절반 정도는 녹이 뒤덮은 파란 철문이 나타난다. 오후 1시여서 그런가, 철문 안쪽은 조용했다. 철문에는 우편물이 잔뜩 꽂혀 있다. 우편물은 다 거기서 거기다. 요금 고지서, 광고성 우편물,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인다.

끼이익-. 철문을 손으로 밀자 귀에 거슬리는 녹슨 소리부터 냈다. 이 철문은 생각보다 높이가 낮아서 희영은 머리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서야 했다. 전에도 이랬나 싶다. 고작 몇 년 지났을 뿐인데 몇십 년은 지난 것처럼 기억이 가물거린다. 어떤 것은 기억이 선명한데 어떤 것은 그다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좁은 마당이다. 좁은 마당에는 빨랫줄이 쳐져 있고 이 추운 날에도 빨래가 몇 개 정도 걸려 있다. 주로 브래지어나 팬티 같은 속옷들과 수건들이다. 어는 것을 막기 위해 은박지를 칭칭 감은 수도가 보이고 살얼음이 낀 물통도 보인다. 잔뜩 쌓아 놓은 박스에 온갖 쓰레기들, 그리고 시커먼 연탄들.

이곳은 겨울의 풍경이 늘 이랬다는 것이 새삼 떠올랐다.

방문들은 전부 꽁꽁 닫혀 있고 조용했다. 바깥 세상은 대낮인데 이곳만 한밤중인 것 같다. 마당에 서서 천천히 둘러보던 희영의 시선이 끝 쪽의 작은 방문에서 멈췄다. 예전에 제가 살던 방이다. 그 방 앞까지 간 희영이 방문 앞에 놓인 신발을 내려다봤다. 당연하겠지만 이 방에는 누가 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옆 방, 예전에 남자가 살던 방에도 신발은 놓여 있다. 전부 여자들 신발이다. 이젠 여기서 지냈던 나날이 그저 꿈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십몇 년을 살았는데, 걸음마를 할 때부터 여기서 자라 스무살이 되어서 도망쳐 나갔는데 여기서 지내던 모든 나날들이 이제는 꿈처럼 느껴질 뿐이다.

“어떻게 왔어요?”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희영이 뒤를 돌아봤다. 연탄을 갈러 나온 건지 털 스웨터를 입은 나이 든 여자가 연탄집게를 들고 서서 희영을 쳐다보고 있다. 기억에 없는 여자다. 자신이 떠난 사이에 새로 들어온 걸까.

“누구 만나러 왔어요?”

여자의 옆에는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아이가 콧물을 훌쩍이며 서 있었다. 몇 살이나 되었을까. 여덟 살? 일곱 살? 깡마른 데다 얼굴은 콧물 범벅이다. 슬리퍼 밖으로 삐져나온 발가락이 때가 껴서 더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아니요. 전에 여기 살았었는데 근처 지나다가 잠깐 들렀어요.”

“아, 그래요?”

전에 여기 살았다는 말에 여자가 희영을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훑어본다. 그 훑어보는 시선에 [그럼 그렇지]라는 일종의 편견이 느껴진다. 아마 저 여자가 보기에 자신은 여기서 돈을 꽤 많이 벌어서 이곳을 벗어난 운 좋은 창녀처럼 보이나 보다.

그럴 수도 있다. 여기 살았다는 말은 다른 의미로 여기서 몸을 팔았다는 말로 들릴 테니까. 실제로 희영은 여기서 몸을 팔았었다. 여기의 대부분의 여자들처럼 매일 다른 손님에게 몸을 판 것이 아니라 한 명의 남자에게 몸을 팔았다는 점이 다르지만, 그래도 몸을 판 건 판 거다.

[날 사요, 아저씨. 비싸게 좀 사 줘요. 아저씨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달라는 거 다 줄게요.]

주름치마 안에 팬티도 입지 않은 채로 남자의 앞에 서서 당돌하게 자길 사 달라고 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 그런 때가 있었다. 돈이 너무 필요해서 모르는 남자에게 제발 자신을 비싸게 사달라고 애원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여기서 도망치는 것만 생각했었다. 여길 벗어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세상 철없던 시절이었다.

“여기 사는 사람 이제 없는데……우리도 다음 주에는 여기서 나갈 거예요.”

사는 사람이 없다고? 그러면 그 많던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무슨 일이 있어요?”

“몰라요. 팔렸다고 하던데, 여기. 그래서 다들 떠났어요.”

“팔려요?”

“여기 허물고 뭐 다른 거 지으려나 보던데, 자세한 건 모르고 여기 살던 사람들 다 돈 받고 나갔으니까 어디 가서 자리 잡았겠죠. 우리도 짐 정리 마치면 이사 걸 거예요. 여기보다 좋은 곳을 얻었거든요. 그런데 어쩌나. 여기 사는 사람들 다 떠나서……. 누굴 만나러 온 것 같은데…….”

“딱히 만날 사람은 없어요. 그냥 여기가 그대로 있나 보고 싶어서 잠깐 들른 거니까. 봤으니까 이제 가 봐야죠.”

희영이 살짝 웃었다. 왜 이런 곳이 보고 싶었나 모르겠다. 지나가던 중에 들렀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그냥 갑자기 여기에 오고 싶었다. 이곳을 다시 보고 싶었다.

“너 몇 살이니?”

희영이 여자의 뒤에 서서 스웨터 끝을 꽉 잡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양쪽 볼이 빨갛게 언 아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일곱 살이요]라고 말했다.

“그럼 내년에 학교 들어가겠네?”

자신이 일곱 살 때 여기서 살던 한 나이 많은 창녀가 제게 [내년에 학교 들어가겠네, 우리 희영이.]라고 말하며 치마 안에 감춘 주머니 안에서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꺼내 준 적이 있었다.

[이걸로 공책 사서 열심히 공부해라.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 되지.]

훌륭한 사람.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도 여길 벗어나지는 못했었다. 아니면 자신이 여길 벗어날 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걸로 공책 사서 열심히 공부하렴.”

핸드백 안의 지갑을 꺼내 그 안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낸 희영이 아이의 손에 그걸 쥐여 줬다. 더 주고 싶지만 너무 많은 돈은 아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지금 쥐여 준 이 몇만 원이 아이의 것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엄마가 아이의 손에서 돈을 빼앗아 그걸로 다른 필요한 걸 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지금 이 돈을 주고 싶었다.

자신도 그 몇천 원으로 공책을 사진 못했었다. 그날 그 몇천 원으로 고기를 사서 볶아 먹었기 때문이다. 공책보다는 맵고 짠 고기가 훨씬 더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오늘 이 아이도 고기 반찬을 먹을지도 모른다. 공책이 되었건 고기 반찬이 되었건, 그런 건 상관없다.

누군가 호의를 베풀었다는 기억이 이 아이에게 좋은 기억이 되면 그뿐이다. 좋은 기억이 거의 없었던 이곳에서 몇 개 남지 않은 그나마 좋은 기억이 제게 남아있어서 다시 여기로 발길을 돌리게 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자신은 도망쳐서 벗어나야 했던 이곳을 저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벗어나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여길 누가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여기 사는 사람들은 [더 좋은 곳]으로 갔다고 했으니까 이상하게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더 좋은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겠지만 여기보다는 낫지 않을까.

다시 철문을 열고 나오려던 희영의 눈길이 구석에 쌓인 쓰레기에 멎었다.

‘저건……’

쌓여 있는 쓰레기들 사이에서 눈에 익은 것이 보였다. 저 빛 바랜 오렌지색을 희영은 알고 있다.

“저, 이거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희영이 그 빛바랜 오렌지색 수첩을 꺼내 들고 여자를 돌아봤다.

“버릴 거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전에 살던 사람 물건이라는데, 그냥 쌓아 놨어요. 여긴 그거 버릴 사람도 없어서요.”

“고맙습니다.”

수첩을 손에 든 희영이 철문을 나섰다. 그리고 걸어왔던 골목길을 다시 지나 대로로 나왔다.

“굳이 거길 가 보고 싶었어? 이젠 속이 시원해?”

세워 둔 차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자가 눈을 흘기며 쳐다본다.

“이걸 찾았어요.”

희영이 웃으며 수첩을 들어 보였다.

“그게 뭔데?”

“엄마의 수첩이요.”

조수석에 올라탄 희영이 앉자마자 수첩을 펼쳤다. 꽤 오래 거기서 비와 눈을 맞았는지 수첩의 겉면처럼 속지도 쭈글쭈글했다. 하지만 글씨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첩의 내용은 다 알고 있다.

일종의 기록장, 일기장처럼 엄마는 이 수첩을 사용했고 처음 몇 장은 아버지의 이야기, 중간의 몇 장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 뒷부분은 빌려준 돈에 대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안에 들어 있는 빛바랜 사진과 이것이 엄마의 흔적이라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예전에 도망칠 때는 왜 이게 쓰레기처럼 느껴졌던 걸까. 엄마의 추억까지 돌보기에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지금에서야 비로소 이 수첩을 다시 열어 볼 생각이 들었다.

“뭐 중요한 거라도 적혔어?”

“오래된 이야기요.”

“중요해?”

“아니요.”

“아니긴. 눈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남자의 말에 희영이 웃었다.

“저기 내가 샀다.”

“네?”

뜻밖의 말에 희영이 남자를 쳐다봤다. 차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싹 밀어 버리려고.”

“당신이 산 거예요? 저기를?”

누가 샀다고 한 것이 이 남자였을 줄이야.

“왜 샀어요?”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닐 것 같아서 없애 버리려고 했지. 걱정 마. 살던 사람들한테 돈은 두둑하게 쳐줬으니까. 주인 말고 세 들어 있던 사람들.”

“나 때문에 산 거예요?”

“그럼. 나 때문에 샀겠어?”

“저기에 뭘 지으려구요?”

“아직 생각 안 했어. 이 근방 땅 전부 다 사들인 다음에 생각해 봐야지, 뭘 할 건지.”

“이 근방 땅 전부요?”

“그러면. 저 코딱지만 한 땅으로 뭘 해?”

“돈이 정말 많긴 많구나…….”

“찾고 싶어?”

“네?”

제가 손에 들고 있는 수첩을 남자가 눈짓으로 가리켰다.

“그 아빠란 사람, 찾고 싶냐고.”

“죽었는데요 뭐.”

“죽었어도 어디 살았는지, 뭐 하면서 살았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어디에 묻혔는지 정도는 알아봐 줄 수 있어.”

“그냥…… 안 찾을래요.”

희영이 수첩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의자에 몸을 기댄다.

“가족이잖아.”

“난 가족 이미 있는데요.”

그 말에 남자가 픽 웃는다.

“난 종우 씨만 있으면 돼요.”

“말은 잘하지.”

남자가 웃으면서 차를 몰았다. 멀어지는 골목을 희영이 살짝 돌아봤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싫었던 곳인데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다시는 되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곳이지만 지금은 계속 눈에 밟힌다.

저기서 좋았던 기억은 엄마와의 기억, 그리고 이 남자를 만난 기억이다. 저를 저기서 키웠던 엄마가 미웠었다. 도와달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제게 손 내밀어 주지 않던 이 남자가 원망스러웠다. 저만 두고 죽은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제 몸을 산 이 남자는 그저 무서웠었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의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이 다행스럽고 제 옆에 있는 이 남자를 세상 누구보다 좋아하고 있다. 아니, 아는 사람이 이 남자밖에 없다. 예전에도 제 세상에는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건 변함이 없다.

가끔 대학 친구들이 연락을 해 온다. 윤희영이 아니라 한지애에게 연락을 해 오는 것이지만, 대학 친구들을 만나도, 직장 다닐 때의 예전 동료들을 만나도 크게 감흥은 없다.

제 감정은 오직 이 남자에게만 향한다. 제 감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사람도, 제 감정을 받아 주는 사람도 이 남자밖에는 없다. 한 사람만 존재하는 삶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가도 이 남자를 보면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애당초 저라는 인간은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한 사람만 담을 수 있는 좁은 마음에 이 남자가 담겨 더는 다른 사람을 담을 수 없는 거라면, 그래도 상관은 없다.

“종우 씨밖에 없어요.”

“그러면 돼.”

남자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을 희영에게 뻗었다. 그리고 희영의 머리카락에 묻은 연탄재를 손으로 털어 준다. 언제 묻어 왔는지 모를 연탄재다.

“나만 보면 돼.”

이 남자는 저만 본다. 도무지 그 끝을 모를 정도로, 이 남자는 지독하게 저만 본다. 그게 옮은 걸까. 마음도 닮는 걸까. 사랑도 전염되는 걸까. 아니면 결국에는 옆에 있는 사람과 비슷해지는 걸까. 한때는 그렇게 도망치고 싶었던 남자인데, 이제는 이 남자만 보인다. 이 남자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럴 거예요. 이젠 당신도 나 못 놓아요.”

이 남자에게 미친 것처럼. 비로소 이 남자가 이해가 된다. 제게 미쳐서 저를 기어이 찾아낸 이 남자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저라도 그럴 테니까. 이 남자가 도망치면 저라도 기어이 이 남자를 찾아내고 말 테니까.

“내 거예요. 당신.”

“누가 뭐랬어? 그걸 이제야 안 너도 참 바보다.”

의자에 머리를 편하게 기댄 희영이 눈을 감았다. 머리카락과 귀를 만지작거리는 남자의 손길에 자꾸만 얼굴이 그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리고 차가 끼이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아직 멈출 곳이 아닌데 멈췄다. 그다음 이어질 남자의 행동을 이미 알고 있다.

그건 희영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차에서도 섹스는 할 수 있다. 달아오르면 장소는 상관없으니까. 지금처럼 말이다. 남자의 손이 저를 끌어당기기도 전에 희영이 먼저 안전벨트를 풀고 남자의 허벅지 위로 몸을 숙였다. 지퍼를 끌어 내리고 브리프에 손을 대자 머리 위에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희영이 가장 좋아하는, 흥분한 남자의 웃음소리였다.完

붐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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