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7. 뭔가 이상하다...
본문
〈 8화 〉7. 뭔가 이상하다...
“네, 네가 왜 여기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녀의 방문에 나는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제가 여기에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아니... 오면 안 되진 않지만 굳이 올 필요도 없잖아.”
“애인의 집에 오는데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요?”
“그러니까 너와 애인이 되었다는 자각이 나에게는 전혀 없는데요.”
어째서 자꾸 나는 승낙한 적도 없는 애인 관계가 그녀의 입장에서는 자꾸 기정사실화 되어있는 걸까...
그리고 원래 이런 막무가내 밀어붙이는 성격이었으면 누누이 생각하지만 나 말고 그 자식한테 가라니까 그러네!
완전히 제멋대로인 그녀의 태도에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그녀는 또 멋대로 내 얼굴을 끌어당겨 키스를 날렸다.
“으읍!!”
아니, 오늘 진짜 하루 종일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갑작스럽게 날린 그녀의 키스에 나는 얼른 고개를 뒤로 빼려고 하였으나, 어느새 내 입으로 침투한 그녀는 내가 고개를 빼며 혀를 깨물어버리겠다는 듯 내 혀를 자신의 이빨로 조금 강하게 물고 있었다.
하아... 아니, 이런 식으로 강제로 키스하는 거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인데요...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나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려다 역시나 이제 두 번째라고 느낄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그녀의 테크닉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키스를 할 때 느껴지는 그녀의 달콤한 숨결과 진입은 부드럽게 하지만 때로는 격렬하게 내 입안을 탐하는 그녀의 혀.
강제로 하는 것과는 달리 그녀는 자신의 혀를 이쪽으로 침입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입으로 내 혀를 들어오라는 듯 유혹하며 내 혀를 슬쩍슬쩍 잡아 당겼고 그녀의 그런 유혹에 이기지 못한 채 정신이 몽롱해진 나는 그녀의 입안에 혀를 집어넣어 그 안의 감촉을 탐하였다.
“으움... 하아....”
“.....”
그렇게 긴 키스 시간이 이어지자 순간순간 들리는 그녀의 숨결과 헐떡이는 소리가 나를 정말 아찔하게 만들었고 서서히 그녀의 페이스에 말린 나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리며 본격적으로...
“아니! 그만!!”
본격적으로 이 상황을 이어가려다 다행히 다급히 정신을 차린 나는 키스에 정신이 없는 그녀를 밀쳐내었다.
그녀를 밀쳐내자 우리의 타액이 서로 섞여 끈적하게 늘어지며 떨어지는 모습에 나는 얼른 입을 닦았으나 그녀는 이런 나를 유혹하듯 여전히 타액은 늘어뜨린 혀를 내민 채 조금씩 그 타액을 삼켜갔다.
“우후훗.... 이런 짓을 하는데 연인사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마무리로 자신의 혀로 입술을 핥으며 고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그녀가 내게 말했다.
“..........아니야! 이건 연인사이라기 보단 강간마와 피해자 사이다!!”
“지금 살짝 고민하지 않으셨나요?”
“................”
그녀의 말에 내가 대답하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하는 그녀.
솔직히 반박하기는 힘들다.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한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걸 인정하게 되어버리면 완전히 저쪽의 페이스대로 넘어가게 된다.
금태양으로서 남자로서 주도권을 잃을 순 없지.
.......아니지, 애초에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무슨 연인관계 주도권 경쟁을 하는 것처럼 되어버렸잖아.
오히려 이것까지 저 녀석은 노리고 있었단 말인가?!
무섭다...
두려워....
대체 어디까지가 계획이고 어디까지가 그냥 하는 행동인건지 도무지 예측이 가지 않는다.
“뭐, 연인사이라고 인정하기 부끄러운 태양씨의 그 사소한 마음은 지금 넘어가도록 하고...”
“전혀 사소하지 않는데?! 지금 또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오해하고 있는 걸로 느껴지는데?!”
“그래서 방금 태양씨 집에서 어떤 여자가 나가는 것 같던데 누구죠?”
“..........?!”
죽은 동태눈을 한 채 나에게 질문하는 그녀의 모습에 격하게 태클을 걸던 나는 그만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봐... 봤어...?
설마 나가는 박아영의 모습을 목격해버린 거야?
큭.... 생각 잘하자 태양아.
여기서는 내가 제대로 대답해야 한다.
아니, 그런데 애초에 연인사이도 아닌데 왜 내가 바람 피다 들킨 것 같은 상황으로 전개가 되는 거야?!
나는 당당하다.
그러니 쫄거나 당황할 필요는 전혀 없다.
침착해 금태양! 넌 꿇릴 거 하나 없어!!
“무, 무슨 소리신지....?”
그러나 꿇려버렸다.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버린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의 시선을 피해버리고 말았다.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해주시겠어요?”
“지, 지금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기분이야.”
“어째서죠? 아까 태클을 걸 때는 똑바로 마주보고 기세등등하셨잖아요? 이제 와서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죠? 뭔가 잘못한 거라고 있으신가요? 뭔가 찔리는 거라도 있으세요?”
“어, 없어! 애초에 네가 내 여자 친구도 아닌데 내가 왜 그런 거에 대답해ㅇ....”
“질문에 똑바로 대답하세요.”
“................”
“그 여자. 누구죠?”
“...............”
아무런 말없이 무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모습에 결국 입을 꾹 닫고 있던 나는 기세에 눌려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고 말았다.
“오, 오늘 봤던 뒷자리의 박아영입니다.”
“....................”
내가 대답하자 오히려 더욱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녀의 분위기에 완전히 기가 눌린 나는 몸을 살짝 움츠리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 그러니까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금태양인 내가 어째서 이렇게 바람피우는 걸 걸린 듯 한 상황에 눈치를 살피게 되는 거냐고.
“제가 오늘 분명히 경고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설마 정말로 태양씨는 저랑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그렇게 시작하신건가요?”
“아냐. 오해야! 이건 내 쪽에서 접근한 게 아니라 그저 그 녀석이 고민상담으로 온 거였다고!!”
어쩌다 내가 이런 변명까지 해야 하는 상황으로 오게 된 걸까..
NTR의 길 쉽지 않다.
“고민상담이요?”
“그래. 그 녀석 남친이 말도 안 되게 성욕이 없는 타입이라 어떻게 하면 남자를 꼬실 수 있을지 나한테 물으러 온 것뿐이라고.”
“그걸 왜 태양씨에게 묻죠?”
“왜냐니, 그거야 그녀석이 아는 남자 중 내가 가장 친하니까 그런 거겠지.”
솔직히 나도 빙의된 몸이라 이 녀석의 인물 관계도는 그리 빠삭한 편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런 걸 나한테 물어봐야 나도 추측성으로 이렇게 대답하는 것 이외에는 뭐가 없다.
“그런 식으로 태양씨에게 접근한 뒤 태양씨를 유혹하려는 술수 아닌가요?”
“아니, 남친이 있다니깐?!”
“태양씨에게 NTR 당하고 싶은거죠.”
“여자들이 다 당신 같은 줄 아세요?! 애초에 NTR당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네 쪽이 이상한 겁니다!!”
“태양씨에게라면 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거잖아요?”
“아니! 애초에 내 목적이 그런 거긴 하지만 아직 그런 단계까지 전혀 가지 못했거든요?!”
“아직? 역시나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거군요.”
“젠장!! 유도 심문이냐?!”
그녀의 말에 태클을 걸자 눈썹을 움찔거리며 그녀가 나에게 말하였다.
아니, 이런 식으로 유도심문을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제가 그런 목적이 있는 거라면 다 저에게 풀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러니까 너희 애초에 사귀지도 않고 있잖아. NTR 노성립! 아무런 것도 되지 않아요!”
“아, 참고로 저희 오늘부터 사귀기로 했습니다.”
“뭐.....?”
“태양씨가 자꾸만 단계 단계 이런 식으로 질질 끄시니까 저도 단박에 ‘그’와 정식으로 교제를 신청해서 사귀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태양씨 당신이 이제 제게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 NTR 성립이에
요.”
“아니, 이따위 목적으로 사귀게 되는 커플 따위 NTR해도 전혀 꼴리지 않거든!?”
“이따위 목적이라뇨. 저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어요.”
“지금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건 내 눈이 삐어서 그런 건 아닐 텐데?!”
“물론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태양씨를 조금 더 사랑하는 것뿐이지만요.”
“그러니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잖아!”
“생각을 다르게 하세요. 지금 태양씨는 NTR을 시작하는 단계가 아닌 NTR하던 여자가 서서히 넘어오는 단계까지 이미 달성한 거라고.”
“뭐야! 그 NTR 치트 능력! 그리고 나는 그 과정이 재밌는 거지! 단순 결과만 보고 싶은 게 아니라고!”
“뭣하면 연기라도 해드릴 테니까요.”
“이미 아닌걸 아는데 하는 연기 따위 꼴릴 것 같냐!! 무슨 공개 몰래카메라냐고!”
도대체 이 여자 나랑 뭘 하고 싶은 거지?
“정말이지... 따지시는 것도 많군요. 태양씨는 NTR러 금태양이 아니라 그저 로맨틱한 연애를 하고 싶은 소녀로 보이네요.”
“뭐..... 라고?”
그녀의 말에 계속 반박하자 그녀는 비꼬는 말투로 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지금 금태양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냈냐?
로맨틱? 소녀? 지금 금태양과는 전혀 상반되는 이미지가 지금 나라고?
“화나시나요? 화나세요? 이런 아무 말이나 막 하는 여자 그대로 입을 막아버리고 싶으신가요?”
“.................”
나에게 도발을 하며 내 성질을 돋우는 그녀의 반응에 나 역시 순간적으로 주먹이 쥐어지며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