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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존환생-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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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벳

49화

-금의환향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퍼붓던 빗줄기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찬란한 햇살이 지표를 감싼 청초한 대기를 내리쬐었다.

“우와! 상쾌해요!”

검운의 말에 만운이 웃으며 답했다.

“그러게 말이야. 마치 우리의 금의환향을 축복이라도 하는 것처럼 좋은 날씨야!”

“그럼 어제는요? 어제는 왜 비가 퍼붓듯 내린 거죠? 우리의 금의환향을 시기라도 하는 거였나요?”

검운이 묻자 만운이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며 말했다.

“이놈이, 오늘따라 왜 이리 까칠하지?”

“하지 마요, 사형! 간지럽단 말이에요. 아하하하.”

“어디 요놈아, 유어비답이라도 써서 피해 보아라. 이히히히.”

격뇌검문에 도착하자 그들의 예상대로 일대 제자들부터 어린 제자들까지 모두 대청으로 몰려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아니, 격뇌검문이 이차시까지 통과하다니요.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너희들이 정말로 큰일을 하였구나.”

진뢰는 대사형인 송야흔과 함께 장문인 장추에게 그간의 일들에 대해 보고를 하였다.

장추는 매우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고생이 많았구나.”

그러자 진뢰가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사부님! 이번 일의 성과는 전적으로 영운과 그의 사제들이 이룩해낸 것입니다.”

송야흔도 그 말을 거들었다.

“진뢰의 말이 맞습니다. 이번에 그 영운이라는 아이가 없었다면 이것은 요원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장추의 입가에 더욱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그래. 그 아이가 말했던 대로 되었으니 이는 보통 일이 아닌 것이지. 진뢰야!”

“네! 사부님!”

“영운, 그 아이가 태양검법을 변형시켰다고 말했지?”

“그렇습니다.”

“어디, 그것을 내 앞에서 보일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송야흔이 검을 들어 진뢰에게 건네주자 그가 받아들었다.

검집에서 검을 뽑은 후 진가보가 변형한 태양검법의 검초를 하나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추의 표정이 깊어졌다.

“이것이 끝입니다.”

모든 초식이 끝나자 장추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송야흔이 걱정스러운 듯 그에게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사부님?”

장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괜찮다. 그저 옛날 일들이 생각나서 그랬구나.”

“옛날 일이라구요?”

“그래. 나는 지금 진뢰가 펼치는 검초를 보면서 어째서 나의 사부님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마치 초식 하나하나에서 그분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송야흔과 진뢰는 자신의 사부가 이처럼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이 되었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 장추가 진뢰에게 물었다.

“이것은 그 아이 스스로가 창안한 것이라 하였더냐?”

“아닙니다. 영운은 분명 이것을 호 사숙에게 배운 것이라 하였습니다.”

“호운이?”

“그렇습니다.”

“그랬군. 사부님께서는 유독 호 사제를 어여뻐하시긴 하였지. 그의 재능이 탁월하였으니 몇 가지를 더 전수하였다 하여 이상할 일은 아닌 것이다.”

장추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러나 송야흔이 보기에 장추는 오히려 새로운 태양검법의 초식이 진가보가 아닌 호운으로부터 이어졌다는 점을 내심 실망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분명 사부인 장추가 진가보를 통해 개조를 그리워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추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뢰야!”

송야흔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예. 사부님!”

“너는 이번에 공을 거둔 아이들에게 그에 합당한 상을 내리도록 하거라.”

송야흔이 말하였다.

“이미 조처를 해놓았습니다.”

“잘하였다.”

송야흔이 말했다.

“그리고 사부님!”

“무엇이냐?”

“내일 아침 호 사숙이 검문을 방문한다고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오호. 호운이?”

“그렇습니다. 호 사숙도 격뇌검문이 영웅 대회에서 이차시까지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기뻐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렇겠지. 검문에 몸을 담았던 식구 중 이번 일을 기뻐하지 않을 이들이 누가 있겠느냐. 게다가 이번 일에는 그의 여식인 화운 또한 큰 역할을 하였으니….”

송야흔이 말을 이었다.

“그리하여 호 사숙이 인편으로 소를 한 마리 보내왔습니다. 어찌할까요? 다시 돌려보낼까요?”

장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가 큰마음을 먹고 보낸 것이니 회뢰에게 일러 소를 잡고 그것으로 요리를 만들어 모두에게 먹이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명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 * *

“우와 이게 얼마 만에 먹는 고기야?”

만운이 시시덕거리며 고기를 입에 집어넣자 검운이 핀잔을 주며 말했다.

“아니, 사형! 우리는 며칠 전에도 객잔에서 고기로 배를 채웠잖아요? 그런데 얼마 만이라니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러나 그가 곧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런데 웬 돈이 나서 소를 한 마리 씩이나 잡은 거지?”

검운이 말했다.

“그것이 호 사숙께서 이번 일을 축하하며 보내신 거라 합니다.”

“호 사숙이? 오호! 살다 살다 호 사숙이 보낸 고기를 먹게 될 줄이야.”

“지금 장문전에 들어 사조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검운의 말에 제운과 만운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호 사숙이 검문에 오셨단 말야?”

“그렇다니까요.”

“오! 정말로 영운 사형이 온 이후로 해가 서쪽에서 뜰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네. 사조님께서 그처럼 당부를 하셨는데도 발을 들이지 않던 분이 스스로 찾아오셨다고?”

“네! 정말이에요.”

“어쩐지, 그래서 영운 사형과 화운 사매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거였군?”

“그렇죠. 사형과 사매도 지금 호 사숙과 같이 있을 테니 말이에요.”

여혜가 물었다.

“그런데 호 사숙이라는 분은 듣자 하니 이곳 출신이고, 영운 사형과 화운 사저, 이렇게 둘이나 검문으로 들여놓으신 분인데 어째서 그분이 이곳에 들어오는 것에 그렇게들 놀라시죠?”

만운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말야, 아주 복잡해요. 하나씩 설명하려다 보면 몇 날을 새야 할 거거든. 그러니 오늘은 간단하게만 이야기해 줄게.”

“좋아요.”

“개조님께서 돌아가신 후 강호의 십대문파에서 몰려들어 제자들을 몰살시킨 사건이 있었어.”

“네. 그건 저도 할아버지께 들어서 잘 알고 있어요.”

“그때, 호 사숙께서도 적들과 싸우셨었거든. 호 사숙은 다리가 하나 없으신데 그게 그때 그렇게 된 거라구.”

“아. 그랬군요.”

“검문이 몰락하고 난 후 호 사숙은 그대로 이곳을 떠나버렸지. 사실 사조님을 비롯한 호 사숙의 사형들은 그를 원망하지 않았으나, 그분 스스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

여혜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 호 사숙이라는 분은 여태까지는 스스로의 죄책감과 마음의 상처로 인해 검문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거잖아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역쉬! 우리 사매는 머리가 참 좋아! 바로 이해하는군. 앞으로는 관제가 아니라 제갈무후….”

“이런! 사제!”

같이 앉아 있던 제운과 검운이 사색이 되어 만운의 입을 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또 관제라 놀렸어!”

“그게 아니라고, 사매! 난 그냥… 케엑!”

퍼억!

여혜가 주먹을 날리자 만운의 입이 돌아갔다.

여혜가 씩씩거리며 나가자 제운과 검운이 만운을 나무랐다.

“이건 사제가 잘못했어. 연운 사매가 그 말을 제일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 * *

“사형! 그렇다면 맹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호운의 물음에 장추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뢰의 말에 의하면 맹에서는 우리가 삼차시를 포기하는 것을 반기는 것 같았다고 하더군.”

“그렇군요. 그들의 입장에서 검문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별로 유쾌하지 못한 일이었으니 그럴 수밖에요. 어쨌든 이쯤에서 물러난 것은 잘하신 일입니다. 괜한 주목을 받아봐야 검문의 입지만 좁아질 테니 말입니다.”

장추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 모든 것은 영운, 저 아이의 생각이었네.”

호운이 진가보에게 시선을 돌리며 감회에 젖은 표정을 보였다.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장문전에서 물러난 후 빈각으로 자리를 옮긴 호운은 진가보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부님께서 검문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같은 성과를 올리시다니요. 정말로 이 제자는 너무나 기뻐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진가보가 말했다.

“그저 이제 첫발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 일로 인해 검문의 제자들은 수련에 있어 열의와 목표를 갖게 될 테니 그것으로 충분히 족한 일이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진가보가 물었다.

“지금 격뇌검문의 재정은 어떤 상황이지?”

호운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다?”

“그렇습니다.”

“나의 생전 일구어 놓았던 사업들은 전부 어찌 되었지?”

“검문이 모함을 받게 된 후 소림의 중재하에 모든 사업체들을 각 문파들에게 나뉘어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검문 재정의 대다수는 어디에서 충당되고 있는 거지?”

호운이 말했다.

“현재 검문의 수익 중 칠 할은 맹으로부터 지급되고 있습니다.”

진가보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뭣이? 맹으로부터 자금이 유입된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대단한 아량을 베푸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검문을 옭아매기 위한 맹의 치졸한 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겠군. 일단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면 그 뜻을 거스르기 쉽지 않은 법이니까. 그 금액이 얼마나 되지?”

“은자 천오백 냥입니다.”

진가보가 냉소를 지었다.

“지금 그깟 금액이 검문 재정의 칠 할을 차지한단 말인가? 남은 삼 할은 어디에서 유입이 되고 있는 것이지?”

호운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것은 송구하옵게도 제가 보내는 금액입니다.”

진가보는 마음이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다.

진가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호운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그간 너의 노력에 대해 나는 꼭 기억하도록 할 것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진가보가 말했다.

“구성원이 열의를 갖게 되었다 하여도 재정적인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면 모든 것은 더뎌질 뿐인 것이다. 검문이 영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본래의 우리 것을 되찾는 수밖에 없으리.”

“이 호운! 사부님을 도와 검문의 영광을 되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가보가 숙소로 돌아오자 만운과 검운, 그리고 제운이 그의 침상으로 와서 말했다.

“사형!”

“응?”

“호 사숙께서는 돌아가셨나요?”

“응! 돌아가셨지.”

“사형은 이번에 호 사숙께서 왜 검문에 오신 것인지 알고 계시죠?”

“물론 그렇지. 그런데 왜?”

검운이 말했다.

“우리는 호 사숙께서 검문에 들어오신 이유가 영웅 대회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 자꾸 만운 사형만 그 이유가 화운 사매의 혼사 문제 때문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잖아요.”

진가보가 어이없음에 웃음을 내뱉자 만운이 쾌재를 지르며 말했다.

“그죠? 그렇죠?”

진가보가 물었다.

“그런데 왜 만운 사제가 즐거워하지?”

“그야 물론, 이 멋진 남자가 화운 사매의 곁에 있다는 걸 호 사숙께 알려드릴 기회가 왔으니 그렇지요.”

검운이 말했다.

“설령 화운사매가 시집을 간다하더라도 만운 사형은 고려조차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만운이 푸하하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 네가 잘 모르는구나?”

“모르긴 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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