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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귀, 매화-182화

본문

쿵푸벳

182. 짐승도 아니고…

묵빛의 하늘.

내리쬐는 햇빛조차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이 빽빽하게 수놓아진 암기들.

“과연, ‘하늘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의 비’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경지구려. 하지만…….”

암기들과 비도로 이루어진 수십, 수백 갈래의 떨어지는 꽃잎들을 바라보며 광무는 자신의 대도(大刀)를 고쳐 쥐었다.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사천당가의 비기, 만천화우(滿天花雨).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저 모든 암기들을 온전히 피해낼 수도, 막아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

광무가 휘두르는 거대한 대도가 맹렬한 내력을 담아내 하늘을 향해 검기를 흩뿌렸다.

화려한 검로(劍路)를 그린 것도, 섬세하게 궤도를 노린 것도 아닌 단순한 일검.

하지만 그 일격에 담긴 내력의 양은 그저 단순하다는 말로 설명하기엔 너무나도 방대한 것이리라.

바다를 넘실대는, 한 번의 휘몰아침에도 거대한 배를 좌초시킬 듯한 맹렬한 파도.

해남의 기상을 담아낸 광무의 파도가 그를 향해 달려드는 선오의 살초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뒤덮었다.

제아무리 폭우의 기세가 거센들 성난 파도의 그것에 비할 수 있겠는가.

“아직 한 발 남았소!”

반동을 그대로 탄력으로 바꿔낸 대도는 광무의 근육이 내지르는 비명과 함께 다시 한번 휘둘러졌다.

광무가 만들어낸 두 번째 파도는 묵빛의 하늘을 원래의 쾌청한 날씨로 되돌려 놓았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지켜볼 리 없었던 선오는 소매 속의 비도를 꺼내 들었다.

선오는 비록 불완전했지만 그래도 만천화우라 불릴 수 있을 맹공을 큰 공격으로 맞받아쳐 막아낸 광무의 빈틈을 노렸다.

마치 영혼 끝까지 추적하듯 극강의 명중률을 자랑하는 당가의 암기술, 추혼비접(追魂飛蝶).

친목을 도모하고 무학을 나누기 위한 비무였지만 선오는 광무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호승심을 느끼는 것은 광무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딜!”

광무가 앞서 휘두른 두 번의 일격은 분명 큰 동작이었다.

남들보다 월등하게 큰 키와 그만큼이나 긴 팔과 다리.

그리고 거기에 붙은 터질 듯한 근육들까지.

큰 동작일수록 그에 따른 반동을 느끼고 역동작에 걸리는 것이 무공의 기초이자 자연의 순리였다.

한데 선오의 눈에 그러한 법칙은 광무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짐승도 아니고…….”

선오가 날린 회심의 일격, 추혼비접을 알아챈 맹수 같은 반사신경.

그리고 허리를 휘어버리며 피해내는 유연성.

선오의 눈에 비친 광무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한 마리의 짐승과도 같았다.

그것도 매우 위험한.

“소협의 실력은 잘 보았소. 그러면 이번에는 내 차례구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호쾌하게 휘둘러지는 대도가 선호를 향해 일(一)자를 그렸다.

아무리 재빠르고 그것을 휘두르는 사내가 짐승 같은 운동신경을 보인다 하더라도 무기가 가지는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을 향해 그어지는 대도를 피해낸 다음 그것을 발판 삼아 허공으로 높게 도약해 낸 선오는 바로 다음의 반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주먹이었다.

그것도 보통 무인들의 것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단순한 일격과 허공으로 피해낸 적을 향한 권격.

문득 선오는 비무대회에서 보았던 광무의 모습을 떠올렸다.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구나. 검이 없어도 이자는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잊고 있었어…….’

한없이 정석에 가까운 초식들과 짐승과도 같이 예측할 수 없는 변칙들이 섞여 있는 사내.

선오가 바라보기에 광무는 그 두 가지의 장점을 고루 갖춘 무인이었다.

그런 광무와 검을 맞부딪히며 선오는 한 가지를 확실히 깨달았다.

실전에서 발전시켜야 할 자신의 강점과 보완해야 될 단점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이 사내를 꺾게 된다면 분명 다음 승부는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것이리라.

그 표독한 무당의 말코 녀석을.

비무대회에서 겨루었던 무당의 송청을 떠올리며 선오는 미소를 지었다.

***

잔뜩 쌓여 있는 서류들.

거기엔 아주 다양한 사연들이 적힌 호소문이 섞여 있었다.

혈귀들과 흑교련의 실마리를 찾아내었거나 그들을 쓰러트렸다는 무사들의 보고서가 끼어 있는가 하면, 업무의 협조를 요청하는 수많은 문파들과 세가들의 공문도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사내가 깊은 한숨을 내쉬는 원인은 아니었다.

정협맹을 대표하는 얼굴, 맹주가 현장에서 그 능력을 더더욱 발휘할 수 있도록 그를 대신하여 이런 사무적이고 행정적인 업무를 대신하는 것이 사내의 역할이자 싸움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서신, 정확히는 그의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은 그로서도 어찌할 방도가 없는 난처한 것이었다.

문중은 사내가 믿을 수 있는, 훗날 그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수 있겠다고 생각할 만큼이나 뛰어난 무인이었다.

말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불필요한 말을 꺼내지 않는다는 것.

말 한마디로 은원(恩怨)지간이 갈리는 강호에서 그런 문중의 성격은 미덕이 될 수 있는 것이었기에 그를 믿고 임무를 맡긴 것이었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광무는 중원에서 그와 비슷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사내였다.

보통 이상의 키와 구릿빛이 감도는 피부, 거기에 터질 듯한 근육의 외형은 어디를 가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그의 성정이었다.

어쩌면 바보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순박하고 순진한 모습.

자연이 안겨주는 풍류와 무림을 동경하는 이들이 꿈꿀 만한 낭만을 몸소 보여주는 협객.

그런 광무가 그의 고향 땅인 해남에서는 바다의 악마라고 불릴 정도로 잔혹한 모습을 보여준다니 믿을 수 없었다.

어민들을 납치하는 왜구와 수적들이 타고 있는 배를 통째로 좌초시키고 그들을 산 채로 수장(水葬)시키는 잔인함에 붙여진 이름이라니.

자칫 괴짜 혹은 정신이상자라 불릴 수 있는 광무였음에도 검에 관한 실력만큼은 진짜였다.

정협맹의 원로이자 중원에 그 이름을 널리 알렸던 염황과 고우.

광무의 무공은 그들을 섞어놓은 듯한 파격적인 것이었다.

패도적인 위용으로 마주한 적들을 일도양단(一刀兩斷)해 내던 폭발적인 염황의 검.

어떠한 초식과 무공에도 얽매이지 않은, 예측 불허의 움직임으로 상대의 목숨을 앗아 가던 적랑검.

두 고수의 장점들만을 가져와 빚어낸 검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광무를 보라 말할 것이다.

본인의 강함과 더불어 함께 수련하는 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무인.

적우는 그렇게 판단했기에 그를 강호로 보냈다.

함께하는 문중과 수영이 더욱 정진할 수 있도록.

만약 그들의 여정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광무의 영향일 것이다.

그리고 문중이라면, 적우가 신뢰하는 문중이라면 혹시라도 광무가 일으킬지 모를 문제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적우는 생각했었다.

적어도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서신을 읽기 전까지는.

“이 사람아, 땅 꺼지겠네. 한숨 좀 그만 쉬게. 맨날 집무실의 책상에서 행정 업무만 결재하다가 간만에 현장에서 검을 휘두르니 그리 힘들던가?”

적우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서신을 내려두고 고개를 들었다.

“이야기 들었네. 혈귀와 결탁한 조정 대신을 밝혀냈다지. 항상 궂은일을 맡겨두어 미안하고 또 고맙게 생각하네.”

황궁에 숨어들려는 혈귀와 흑교련의 마수는 세진에 의해 저지되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세진은 대신들의 먹잇감이 되어 구설수에 올랐고, 무림 또한 관무불가침의 규약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대의를 위해서 불명예를 기꺼이 짊어져야 하는 임무.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이 더욱 고결하고 그 향이 오래가는 법일세. 그런 아름다움을 견디기에는 자네보다는 내 미모가 더 어울리지 않겠는가?”

그런 고난에도 세진은 농담까지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괜찮다는 듯이.

그런 세진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적우는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데, 왜 그리 울상인가? 이제 와서 맹주가 떠넘긴 업무들에 질린 것은 아닐 테고. 부맹주직을 내려놓겠다는 계획이 좌초된 것도 아닐 테고 말이야.”

세진의 말에 적우는 말없이 자신의 앞에 놓인 서신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러는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세진의 표정은 더없이 차갑고 어두워져만 갔다.

끔찍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운.

모든 영혼이 죽음 뒤에 찾아가는 곳, 명계(冥界).

그 지옥의 기운이라 일컬어지는 마기(魔氣).

진운의 도움을 받아 정제된 순수한 마기가 세진의 분노와 함께 뻗어 나가고 있었다.

협(俠)을 중시하는 정파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오히려 적으로 간주되는 그 끔찍한 기운이 느껴지자 정협맹의 무사들이 다급하게 몰려왔다.

“부맹주님, 부대주님! 두 분 다 무사하십니까? 끔찍한 마도(魔道)의 기운을 지닌 침입자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만… 실례했습니다.”

마기가 감지되어 다급함이 담긴 목소리로 적우와 세진의 안위를 살피러 온 무사는 기운의 근원지를 깨닫고는 말소리를 줄여갔다.

적우는 그런 무사를 바라보며 가보라고 손짓했다.

적우는 여전히 방대한 양의 마기를 흘려대는 세진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작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진정 좀 하게나, 제발.”

적우의 침착한 목소리에 세진은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답했다.

“어찌 진정할 수 있겠는가! 자네, 정말 이 요구를 들어줄 생각인가? 자네야말로 정신 차리게! 자네는 정협맹의 부맹주일세, 맹주가 자리를 비울 때 그를 대신하는 정협맹의 기둥이라고! 한데 이 빤히 눈에 보이는 함정에 제 발로 걸어가겠다고?”

흥분한 듯한 세진의 말에 적우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자네는 여기 있게나. 내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겠네. 감히 사특한 간계를 쓴 그들을 내가 벌하고 그 아이를 구해 오겠네!”

“그래, 그래. 부마도위께서 하실 말씀은 다 하셨는가?”

적우의 담담한 말투에 세진이 되물었다.

“아니, 자네는 이 상황이 답답하지도 않은가? 비록 맹주 부부의 부탁에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으나 수영이는 우리 조카일세! 우리의 가족과도 같은 소중한 친우들의 핏줄을 물려받은! 하물며 정협맹의, 그리고 우리의 비원이 담긴 그분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떠난 아이의 목숨을 인질로 삼아 정협맹의 부맹주인 자네를 노리는 것이야! 한데, 어찌 진정할 수 있느냐는 말일세, 내 말은!”

세진이 열변을 토해내자 적우는 장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가 상황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네. 한데, 한 가지 자네가 빼먹은 것이 있다네.”

여전히 차분한 적우의 말투에 세진은 되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물었다.

“빼먹은 것이라니? 그것이 무엇인가?”

그 물음에 적우는 세진이 들고 있는 서신의 마지막 부분을 가리켰다.

“그 서신을 발신한 이의 서명과 나를 불러낸 장소 말일세.”

적우의 지적에 세진은 그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제야 상황을 알아챈 세진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발산하던 기운을 회수했다.

그러고는 이내 굳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 나는 못 가겠군. 자네가 직접 가야 하네, 이 일은…….”

세진의 손을 떠나 다시 적우의 집무실 책상 위에 얹어지는 서신.

그 안에는 짧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정협맹의 하급 무사, 수영.

이 아이를 살리고 싶거든 부맹주이자 무당의 태극혜검(太極慧劍)은 홀로 내가 말하는 장소로 찾아올 것.

허튼수작을 부릴 시 인질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음.

“자네 말대로 내가 직접 가야 하지 않겠나. 모두 내 업보인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일세.”

체념한 듯한 적우의 말.

세진은 책상 위 서신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서신을 보낸 발신자와 장소.

그곳에는 발신자의 이름 대신 직인이 찍혀 있었다.

적우와 세진이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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