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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귀, 매화-181화

본문

쿵푸벳

181. 이는 가주가 아닌, 그분의 제자로서 하는 부탁이다

“다시 한번 묻지. 네놈의 죄악은 무엇이냐.”

혈귀들이 희생해서 만들어낸 작은 빈틈.

그 틈을 노려 몸을 내빼려던 여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임을 허락받지 못했다.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마저 움직이지 말라는 듯 강한 중압감을 뿜어대는 허공의 검.

적우와 그들이 서 있는, 그 의지를 담아내고 있는 태극혜검이 지배하고 있는 공간은 주인을 제외한 그 누구의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았다.

시간을 잡아채 늘여놓은 것 같은 그 순간.

적우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이 가볍게 휘둘러졌다.

검신을 감싸고 있는 내력은 새하얗게 발현되어 검강(劍罡)을 이루고 있었다.

적우를 향해 달려들었던 혈귀들에게 허락된 것은 두 가지뿐이었다.

순백의 섬광.

그리고 죽음.

전투에 들어서자 곧바로 거리를 벌리며 상황을 바라보던 관호는 적우가 보이는 경지에 감탄했다.

검의 극의(極意)라 일컬어지는 경지, 신검합일(身劍合一).

검을 휘두르는 무인은 그 자신이 곧 한 자루의 검이요, 그가 휘두르는 검은 이내 주인의 의지를 담게 된다는 이기어검(以氣馭劍).

검선과 진운, 그리고 무영에게로 이어지던 완성된 파천검수들의 신위(神威).

하지만 적우의 것은 그들과는 달랐다.

수십 자루의 검에 자신의 의지를 쪼개 담아 압도적인 무력의 파도를 휩쓰는 것이 파천검의 이기어검이었다면, 적우가 완성해 낸 태극혜검은 완전한 물아일체(物我一體)라 부를 만한 것.

음(陰)의 중(重).

양(陽)의 경(輕).

순리에 맞지 않는 역설들은 적우와 검이라는 매개체로 연결되어 중용(中庸)을 이루어낸다.

그렇게 모든 것의 중심에 서 있을 수 있기에 적우의 검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만물(萬物)이었고, 어디에도 없기에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공간 그 자체였다.

무당의 묘리와 지혜를 태극검에 온전히 담아내었기에 그 이름에 혜(慧)를 붙인다고 했던가.

압도적인 맹위와 뛰어난 지략.

무당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경지를 이뤄낸 태극혜검(太極慧劍) 적우.

그리고 그런 적우가 신검합일을 이뤄내 보이는 이기어검술이다.

두 자루의 검이 만들어내는 파동은 공간 자체를 지배하기에 절대적이었고, 또한 파천검의 그것과는 다른 의미로 패도(霸道)적인 위력을 보이고 있었다.

“여전히 대답이 없군.”

적우의 차가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대답을 보채는 그의 말에도 루주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 역시 똑똑히 보았기에 두려웠다.

검이 그에게 달려든 혈귀들의 목에 닿지 않았음에도 공간 자체가 베어지는 그 모습을.

적우의 검은 단 한 번 휘둘러졌다.

그럼에도 그 일검에 모두가 전멸하고 말았다.

정녕 이 사내를 살아 있는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인외마도(人外魔道)의 길을 걸으며 인간임을 벗어난 그녀의 눈에 보이는 적우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전혀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였다.

“저는…….”

루주가 입을 열려 하자 적우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대답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허공에 그어지는 검.

닿지 않는 그 참격이 루주의 목을 베어냈다.

기루를 운영하며 사내들의 양기를 취해내 힘을 기르는 상황과 전해 들은 서역의 칠악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적우는 추론해 낼 수 있었다.

그녀를 부르는 죄악의 이름이 음욕(淫慾)인 것을.

그런 적우가 굳이 그녀의 죄악을 묻는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그녀가 운영하던 기루에 잡혀 있던 기녀들.

정확히는 정신을 지배받고 있던 평범한 여인들에게 걸린 세뇌가 풀려 그녀들이 달아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분명 자신이 틈을 보이면 루주는 모든 혈귀들을 불러내 그를 저지하려 들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기녀들을 향한 감시 역시도 사라질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적우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갔다.

“수고 많았네. 자네가 온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풀렸구만.”

관호는 적우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방주께서 더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야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 먹은 것 밖에 한 일이 있는가? 호사나 부린 게 다지.”

관호의 말에 적우는 미소를 지었다.

혈귀들과 결탁한 흑교련, 그들의 간부들을 지칭하는 이름이 칠악이라는 무영의 서신을 받았을 때, 관호는 개방의 모든 눈과 귀를 통해서 그들의 단서들을 찾아냈다.

정협맹과 우호적인 하오문과 결탁하면서까지.

서로 은근한 경쟁심을 가지고 있던 그들의 합세는 곧 소림으로 향하는 파계승과 하오문조차 정체를 알지 못하는 기루에 대한 단서를 찾아냈다.

관호가 말은 하지 않았음에도 얼마나 고생하였는지 알고 있었기에 적우는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자네는 참 대단하군. 아무리 그 여인들이 정신을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도 어찌 눈길 한 번 주질 않는가? 아직 자네도 한창인 사내가 아닌가.”

화제를 돌리는 관호를 향해 적우는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정인(情人)으로 두고 있는데 어찌 흔들리며 한눈을 팔 수 있겠습니까?”

어쩐지 슬픈 미소에 관호는 적우와 소명, 두 사람의 관계를 떠올렸다.

어긋난 연인이라…….

“한데, 당가주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기보다는 가장 무섭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지 않는가……?”

관호의 위로가 담긴 농담에 적우는 쓸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

“정협맹의 뜻은 잘 알겠네.”

근엄한 여인의 목소리에 문중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감히 그녀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적어도 이곳, 사천에서는 말이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 역시도 과거에 정협맹에 속한 무인으로서 활동하였다네. 혈귀들에 대한 대비는 염려하지 말게나.”

이어지는 여인의 긍정적인 대답에 문중은 안도하며 공손하게 답했다.

“가주님의 뜻에 감사드립니다.”

사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강호에서도 그 위명을 떨치는 당가.

독과 암기, 강호의 그 어느 곳보다 직접적인 살초(殺初)에 가까운 무공을 펼치는 당가를 책임지는 가주이자 강호 십대고수에 손꼽히는 여인, 독왕(毒王) 당소명.

소명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조장과 따로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다른 이들은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게나.”

“예, 가주님.”

광무와 수영은 예를 표하며 가주의 집무실을 벗어났다.

두 사람만이 남게 되자 소명은 앞전보다 조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안다. 하나, 염려치 말거라. 그대의 부맹주와의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대의를 저버릴 만큼 이 몸은 옹졸하지도 않거니와 당가는 의협심(義俠心)을 가슴에 품고 있으니까 말이다.”

적우의 냉철함과 지략, 그리고 무뚝뚝한 모습을 빼닮은 사내.

문중은 공손하게 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뵈었던 두 분은 그러한 분들이시지요.”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소명은 미소를 지었다.

“스승님을 찾고 있다 들었다.”

정협맹주 무영, 천녀신검 선혜, 그리고 당가주 소명의 스승, 검귀 진운.

세상을 등지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 사내를 찾는 것이 문중의 일행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였다.

“그렇습니다.”

문중의 대답에 소명은 잠시 답을 고른 뒤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부디, 스승님을 찾아다오. 이는 가주가 아닌, 그분의 제자로서 하는 부탁이다. 외로이 운명을 감당해 내시는 그분께 이 못난 제자가 힘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다오.”

소명의 진심 어린 부탁에 문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위해 소인이, 그리고 저 아이들이 있는 것입니다. 가주께서는 염려 마시고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해주십시오.”

확신에 차 있는 문중의 목소리에 소명은 옅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진운의 수제자라 할 수 있는 무영조차 스승의 흔적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맸지만 결국 실패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무영은 무언가 실마리를 찾은 듯 서신을 적어 소명에게 전달했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진정으로 스승님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 역할은 이 아이들이 해낼 것이라고.

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

소명은 무영의 서신에 담긴 그 말이 뜻하는 의미를 알고 있었다.

아직 그들이 오걸이라 불리며 서로를 목표 삼아 경쟁하던 동료였을 때부터 해오던 일.

혈귀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혈귀들의 가장 큰 적인 그녀가 할 수 있는 것.

무영은 그들의 꽃이 피어나기 전에 씨앗부터 병들게 만드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혈귀들이 강시를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기록해 둔 것이 있다. 정협맹에 남기고 왔지만 훗날 누군가 그것을 악용할까 염려해 상세한 것은 적어두지 않았지.”

정협맹은 무림에서 가장 큰 권력을 지닌 이들이다.

초대 맹주인 무영과 그의 뜻을 따르는 수하들이 있기에 정협맹은 청렴하다 할 수 있겠지만 미래는 모르는 법.

과거 타락하여 몰락한 무림맹 역시도 그 시작은 협(俠)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런 강호의 역사를 알고 또한 당가의 가주로서 권력이 지닌 위험을 알고 있는 소명이었기에 그녀는 훗날 독이 될 수 있는 그 정보를 남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들의 부활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은 그 정보를 공유해야 했다.

병에 대해서 완전하게 파악해야만 그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 따로 사본을 작성하여 전달토록 하지.”

문중은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소명의 적극적인 협조 덕에 문중의 일행이 사천에 방문한 첫 번째 용건은 순조롭게 완성되는 듯 보였다.

이대로 두 번째 용건만 잘 마무리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일에는 언제나 변수가 생기기 마련인 법.

다만, 이번에는 그 원인이 광무가 아닌 수영에게 있을 뿐이었다.

곧 자신에게 들이닥칠 커다란 변고를 알지 못한 소명은 그저 문중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

문명의 손길을 거부하고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곳.

위대한 대자연이 감춘 그 동굴은 세상의 끝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이나 고립된 공간이었고, 그만큼이나 수많은 소문을 갖고 있는 미지의 땅이었다.

이제는 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천수보살의 부서진 불상은 과거 그곳이 어느 승려가 머물다 간 곳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불상의 뒤로 소복한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서책들의 숫자는 어지간한 서고(書庫)만큼이나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병기(兵器)들이 곳곳에 꽂혀 있었다.

천장에 자리 잡은 균열.

그곳을 통해 스며드는 약간의 햇빛만이 그것들을 비춰줄 뿐이었다.

처음 이 장소를 발견해 낸 승려에게 이곳은 깨달음을 얻은 존재로서 태어나기 위한 장소였다.

그다음으로 망령이라 불리던 사내가 주인이 되었을 때, 이곳은 오랜 시간 동안 세상에 머물러야 할 요람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세 번째, 현재의 주인에게 이곳은 저주받은 세상을 등지고 안식을 얻기 위해 죽음을 기다리는 무덤이었다.

그렇기에 마지막 주인은 그저 두 눈을 감은 채 앉아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가끔씩 이곳을 방문하는 객들은 종종 있었다.

널브러진 병기들은 그 주인에게는 의미 없는 금속 덩어리였지만, 찾아온 이들은 그것들을 보물이라 불렀다.

불상 뒤에 쌓인 수많은 서책들은 그 주인에게는 의미 없는 활자들에 불과했지만, 찾아온 이들은 그것들을 비급(祕笈)이라 칭했다.

강호의 전설 속 내려오는 무인들과 선인들이 남긴 비급서와 무기들이 숨겨진 곳.

그것을 찾아오는 이들만이 이곳의 주인을 방문했다.

아니, 단 세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천마라는 절대 악으로 불리게 된, 한때는 영웅의 운명을 타고났던 자.

그리고 야수궁주라 불리며 영원한 전투를 꿈꾸던 자.

그 둘은 보물이나 비급서가 아닌 이곳의 주인에게 용무가 있어 찾아왔었고, 결국 그 목적을 완수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여전히 이곳의 주인을 찾아왔다.

침묵을 깨는 발소리.

햇빛에 비춰지는 백발의 머리카락은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눈을 뜨시지요.”

눈을 감고 있던 진운은 가만히 자신을 부르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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