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본문
# 2.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라면을 먹는 남자에게 희영이 대뜸 물었다.
“내 이름은 알아서 뭐 하게.”
그 일이 있은 지 사흘 지났다. 다른 방의 [이모]들은 [이참에 돈 안 되는 경리 일 때려치우고 너도 화대나 버는 게 더 낫겠다]고 말했지만 희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죽은 엄마는 젊었을 때 여기에 들어왔다. 어린 딸이 딸린 젊은 과부. 그게 엄마였다.
엄마는 얼굴도 꽤 괜찮았기 때문에 치근대는 인간들이 적잖았다고 했다. 여자들 빨래나 밥, 청소를 해 주며 받는 돈보다는 화대를 받는 것이 훨씬 나았겠지만 엄마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어린 딸 때문이었을까. 몸 파는 엄마를 둔 딸로 키우기 싫었기 때문일까. 엄마는 희영에게 아무 얘기도 해 준 적이 없다. 아빠가 누군지, 왜 이런 곳으로 와서 살 수밖에 없었는지, 그런 것들은 하나도 말해 주지 않았다.
엄마가 죽은 후 엄마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일기장 같은 수첩을 보고서야 희영은 아주 조금, 엄마에 대해 알 수 있었을 뿐이다. 아빠처럼 보이는 사람과 찍은 색 바랜 사진 한 장, 군번줄 하나, 그리고 부대에서 보낸 몇 통의 편지. 마지막으로 보낸 사망 통지서.
겨우 그런 것들 뿐이었지만 대충은 짐작할 수 있었다. 신파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엄마에게는 가족도 없었던 걸까. 외할머니나 외할아버지, 형제자매도 없었던 걸까. 그래서 혼자서 자신을 낳고 또 혼자서 키우느라 이런 곳까지 흘러들어 온 것일까.
몸 파는 여자들의 허드렛일을 해 주면서도 아마 딸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죽은 남자를 잊지 못해서 차마 몸을 팔지 못했던 걸까. 그 이유는 엄마만 알 거다.
하지만 희영은 그렇게 살지 않을 거다. 만약 자신이 엄마의 입장이었다면 죽은 남자의 아이 따위 낳지 않았을 거다. 그냥, 아이 따위 지워 버리고 보다 쉬운 인생을 택했을 거다. 그런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봤자 결국 이 모양 이 꼴밖에는 되지 않으니까.
“사람이 이름이 있을 거 아니에요.”
“알고 싶어?”
“전 희영이에요. 윤희영.”
“통성명하고, 왜? 연애라도 하자고 하겠다?”
“이름 말해 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이종우.”
“이종우. 평범하네요.”
“왜?”
“아니, 더 이상한 이름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상한 이름 뭐?”
“그냥…… 무서운 이름…….듣기만 해도 무섭고 소름 끼치는 그런 이름.”
그 말에 남자가 미간을 찡그리며 웃더니 젓가락을 놓고 소주잔을 들었다.
“아저씨, 돈 많죠.”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인데?”
“돈 많은데 왜 이런 곳에 살아요?”
“남이사.”
“들키면 안 되는 거죠? 숨어 있는 거죠? 사람 죽였어요?”
“죽였으면? 신고라도 하려고?”
“신고하면 포상금 주려나…….”
이건 희영의 진심이다. 사실 요즘 희영은 슈퍼의 벽에 붙은 현상 수배지를 유심히 보고 다니는 중이다. 혹시 이 남자의 얼굴이 수배지에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다.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으면 당장 여기서 떠날 거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배지에 이 남자의 얼굴은 없었다.
“나 신고하고 포상금으로 여기 떠나게?”
“네. 천만 원만 있으면 떠날 수 있는데.”
“그냥 여기서 살아. 밖에 나가도 별다를 것 없어. 그나마 여기가 너한테는 더 나을 거다.”
“지난번에 그 지랄 난 거 보고서도 그래요? 여기가 더 낫긴 뭐가 나아요.”
“그래서 가르쳐 줬잖아. 그런 놈들 다루는 법. 독한 년이라고 소문나면 아무도 안 건드려.”
남자가 소주잔을 비우고 다시 술을 채웠다.
“악바리처럼 살아. 먼저 물어뜯고, 눈에 독기 세우고. 그러면 아무도 너 안 건드려.”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요? 전 편하게 살고 싶은데요.”
“편하게? 어떻게?”
“그냥 편하게요. 밤마다 귀마개 안 껴도 되고, 한밤중에 술 취한 인간이 내 방문 열려고 애쓰는 소리 안 듣고, 가로등도 고장 난 저런 골목길에서 쫓아오는 변태 새끼들하고 안 부딪쳐도 되는 그런 거요. 햇볕도 좀 들고 비도 안 새는 그런 집에서 세탁기도 있으면 좋겠고 나만 쓰는 냉장고도 있으면 좋겠어요.”
희영이 넋두리처럼 중얼거리는 걸 남자는 소주잔을 비우며 듣기만 한다.
“가끔 외식도 하면 좋겠고, 비가 오는 날에는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서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싶어요. 출퇴근을 할 때는 버스를 타고, 아주 늦게 돌아오는 날에는 택시도 타고. 택시를 타면 거스름돈은 기사 아저씨에게 드릴 거예요.”
“별거 없네.”
“그런데 그런 별거 없는 걸 전 누리지 못하잖아요.”
“다 먹었으면 치워.”
“아저씨. 나 돈 좀 주면 안 돼요? 그냥 말고 빌려주면 내가 나중에 다 갚을게요.”
이 남자는 돈이 있다. 희영은 그걸 안다.
“돈 좀 빌려주면 안 돼요? 천만 원만요. 아니다. 오백만 원만…….”
“맡겨 놨냐?”
“아저씨……. 진짜 갚을게요. 다 갚을게요.”
“뭘 해서?”
“저금 열심히 해서 아저씨 돈부터 갚을게요.”
그러나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일어서더니 밖으로 나간다.
“어디 가세요?”
“사람 만나러.”
“아저씨!”
외출이라는 걸 거의 하지 않는 남자가 지금 갑자기 외출을 한다고? 이건 전부 제게 돈을 빌려주고 싶지 않아서일 거다. 남자가 나간 다음 희영이 남자의 방을 뒤졌다.
‘돈을 어디에 숨겼을 거야.’
그러나 아무리 뒤져봐도 돈이 든 가방은커녕 돈뭉치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돈이 있을 거야…….’
저 남자는 하루에도 몇만 원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 한 달이 넘게 그렇게 돈을 쓰려면 수중에 최소한 몇백은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정말 누군가를 피해 몸을 숨기고 있는 거라면 도피자금으로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없네…….’
결국 돈을 찾지 못한 희영은 허탈한 심정으로 방에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
* * *
장마가 거의 끝난 줄 알았는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초저녁이 되어 쏟아지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희영이 철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무슨 비가 이렇게 갑자기…….’
잠깐 맞았을 뿐인데 머리부터 신발까지 전부 다 젖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이 시간이면 한참 시끄러워야 할 여인숙이 조용했다.
‘무슨 일 있나?’
이 저녁 시간에 여인숙이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조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당도, 방들도 전부 난장판이다. 마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방문이 다 열려 있고 마당에는 물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희영이 왔니?”
그때 방문이 열리며 나이 든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젊었을 때는 여기서 몸을 팔다가 지금은 나이가 들어 찾는 손님도 없어서 여인숙 주인의 눈칫밥을 먹으며 더부살이를 하는 [이모]였다.
말이 [이모]지 나이가 이미 60살이 넘었다고 들었으니 할머니라고 해도 무방하다. 온몸에 병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그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희영아. 나 물 좀 다오. 목이 말라 죽겠는데 냉장고까지 갈 힘이 없네.”
“이모. 무슨 일 있어요?”
“단속 떴잖아.”
“단속이요?”
“말도 마라. 난리도 아니었어. 30분 전에 단속이 떠서 손님들 도망가고 이년 저년 할 것 없이 숨고 도망치고……. 난리도 그런 난리는 처음 봤다.”
“이런 곳도 단속을 나와요? 여긴 단속 나온 적 없잖아요.”
적어도 희영이 아는 한, 여긴 경찰이 단속을 나온 적이 없다. 이런 다 쓰러져 가는 허접한 곳에 누가 단속을 나오겠는가.
“낸들 아니. 갑자기 경찰들 들이닥쳐서 싹 다 잡아들이는데, 포주라고 주인집 여자도 잡혀가고 아주 난리였다. 너도 있었으면 잡혀갔을 거다.”
“제가 왜요?”
“여기 사는데 너라고 별반 다르게 보겠니?”
“네…….”
맞는 말이다. 단속 나온 경찰들에게 자신은 몸 파는 여자가 아니다, 자신은 사무실에 다니는 경리다,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하소연해 봤자 들어 주지도 않을 거다.
‘단속 끝나고 온 게 다행이네. 그런데 아저씨는…….’
물을 가지러 부엌으로 가려던 희영의 눈길이 끝방을 향했다. 경찰이 왔다면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딱 봐도 무슨 일을 저지르고 숨어 있는 사람인데 경찰이 왔으니 잡혀간 것은 아닐까.
“아저씨. 안에 있어요?”
늙은 이모에게 물을 가져다준 희영이 끝방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대답이 없다. 문밖에 구두도 없다.
‘잡혀갔나?’
“이모. 여기 아저씨도 잡혀갔어요?”
“거기 총각? 아닐걸? 그 전에 나가는 거 봤는데?”
“그래요?”
경찰에게 잡혀가지 않았다는 말에 희영이 조금은 안심했다.
‘내가 왜 안심하는 거지? 그 인간 잡혀가든 말든. 돈도 안 빌려주는 인간인데……’
희영이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일단은 쫄딱 젖은 옷부터 갈아입어야 했다. 희영이 방문을 닫으려고 할 때 철문이 열리며 이종우가 들어섰다. 이종우는 난장판이 된 마당에 잠시 눈길을 주고는 곧장 방으로 걸어왔다.
“넌 우산도 없어?”
“갑자기 쏟아졌잖아요.”
그런 말을 하는 이종우의 손에는 우산이 있다.
“그런데, 나 봤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여인숙으로 오는 길은 하나다. 버스 정거장 앞에서 슈퍼까지도 길이 하나, 그리고 슈퍼에서 이 여인숙까지의 골목길도 하나. 지금 이 남자가 들어왔으니 분명 슈퍼까지 올라오는 길에서 저를 봤을 것이다.
아니, 골목길에 접어들었을 때라도 저를 봤을 거다. 그런데 우산을 쓰지 않고 걸어가는 저를 봤을 텐데도 우산을 같이 쓰자고 부르지도 않았다.
“나 봤죠. 비 맞고 가는 거 봤죠.”
“봤으면?”
“봤는데 우산을 같이 쓰자는 말도 안 해요?”
“해야 해?”
“해야죠.”
“왜? 니가 뭔데?”
이종우의 말에 희영의 말문이 막혔다.
“그, 그야…….”
“니가 뭔데 내가 우산까지 씌워 줘야 해?”
“모르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너 나 알아?”
“아저씨.”
“내 이름 말고, 여기 잠시 사는 거 말고, 너 나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모른다. 이종우라는 이름, 그리고 여기 잠시 산다는 것 말고 아는 것이 없다.
“모르는 사람 맞지? 그러니까 우산 씌워 줄 이유는 없는 거다.”
남자는 우산을 접고 옆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희영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라면이나 하나 끓여 와라. 배고프다.”
“내가 아저씨가 라면 끓여 오라면 갖다 바치는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돈 줄게.”
돈 주면 당연히 끓여다 바쳐야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하며 이종우가 방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닫았다. 희영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남자의 말이 맞다. 돈을 주면 끓여다 바칠 수밖에 없다.
‘돈…….’
돈이 원수다.
‘돈 바다에 가라앉아서 죽으면 원이 없겠다…….’
돈으로 이루어진 바다가 있다면, 그 바다에 질식해서 죽어도 좋을 것 같다. 돈 냄새를 맡으며 죽으면 얼마나 좋을까.
‘옷부터 갈아입자.’
아직까지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서 기분이 더럽다. 젖은 옷은 잘 벗겨지지도 않았다.
“…….”
젖어서 엉덩이에 찰싹 달라붙은 팬티를 내리려다 말고 희영이 제 팬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구멍이 나 있다. 너무 오래 입어서 낡아진 팬티는 작은 구멍이 몇 개나 생겼다.
“하아…….”
희영이 한숨을 쉬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며칠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이 하나 있다.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지만 머릿속에서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생각.
‘방법이 없잖아, 이제.’
물론 이게 통할지 안 통할지 그건 지금으로서는 모른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여길 벗어날 거야.’
희영이 젖은 팬티를 벗었다. 그리고 마른 팬티를 입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입는 주름치마를 입었다. 그런 다음 밖으로 나갔다.
* * *
“왜 빈손이야?”
라면 그릇을 들지 않고 방으로 들어서는 희영을 본 남자가 미간을 구겼다. 방 안은 매캐한 담배 냄새로 꽉 차 있었다.
“너구리 굴이에요? 이러면 폐암으로 일찍 죽어요.”
“언제부터 내 건강 걱정을 해 줬다고 안 하던 말을 해? 그래서? 라면은?”
“아저씨.”
희영이 치마를 꽉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찬다. 이제는 더 물러날 곳이 없다. 경찰이 단속을 했다. 지금까지 없던 일이다. 한번 시작했으니 이제 앞으로 수시로 단속이 뜰 거다. 자신은 몸을 팔지 않는다고 해도 경찰에게 그게 통할까.
경찰에 잡혀가면 사무실에도 연락이 가고 그렇게 되면 겨우 구한 경리직에서도 잘릴 거다. 그렇게 되면 정말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사막에 내던져지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아저씨. 아저씨 돈…….”
“넌 나한테 뭐 돈 맡긴 것처럼 군다?”
“아저씨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아저씨가 달라는 거 다 줄게요. 그러니까 나 돈 좀 줘요.”
“하라는 거? 내가 뭘 하라고 해야 하는데?”
“아저씨. 나 아직 처녀예요. 경험 없어요.”
희영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입 안이 마르고 목 뒤로 땀이 흐른다.
“그래서?”
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심드렁하다. 별 관심이 없다는 그런 말투다.
‘여길 벗어나려면 하나는 포기해야 해. 전부 다 가지고 벗어날 수는 없어.’
희영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 버리지 않고 원하는 걸 손에 넣을 수는 없다. 그리고 버려야 한다면, 가장 비싸게 팔고 싶다. 제 몸뚱이를 술 취한 주정꾼들에게 몇만 원만 받고 팔고 싶지 않다. 이왕이면 제 몸뚱이를 팔아서 새 인생을 사고 싶다.
“날 사요, 아저씨. 비싸게 사 줘요, 좀.”
어느새 희영의 목소리는 애원이 되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 좀 비싸게 사 줘요. 아저씨는 돈이 많으니까……. 나한테 적선하는 셈치고 나 좀 비싸게…….”
“얼마나 비싸게 쳐 줘?”
“한 번에…… 십…… 아니 이십만 원이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한 걸 희영이 겨우 삼켰다. 지금 울었다가는 이 남자는 저를 쫓아낼지도 모른다.
‘이십만 원이면 돼. 열 번이면 이백이야. 스무 번만 해 주고 여기서 나가는 거야. 그리고 다신 안 보면 돼. 아무도 모를 거야.’
하루에 한 번, 이십 일이면 된다. 눈 딱 감고 이십 일.
“비싸게 쳐달라며 고작 이십이냐? 난 싸구려 여자는 안 건드려.”
“그, 그러면…….”
“백으로 하자. 한 번에 백.”
‘한 번에 백…….’
희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한 달 내내 사무실에서 경리로 일해도 고작 70만 원을 받는다. 그런데 한 번에 백.
“선금 줘?”
남자의 옆에는 못 보던 가방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 가방에 손을 넣은 남자가 만 원짜리 한 다발을 꺼내 희영의 발 앞에 툭 던졌다.
“백만 원. 이제 벗어 봐. 그 처녀 보지라는 거 구경이나 해 보게.”
입술은 웃고 있는데 눈은 웃지 않는 남자의 시선을 받으며 희영이 입고 있던 반팔 셔츠를 머리 위로 벗었다. 여기 들어오기 전에 젖은 옷을 갈아입으며 브래지어는 입지 않았다. 팬티도 마찬가지다.
젖가슴을 출렁거리며 내놓은 희영이 주름치마를 아래로 내렸다. 손으로 치부를 가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각오는 되어 있다.
“보기보다 젖통 크네? 마른 줄 알았는데 몸만 말랐지 젖통은 주무를 맛이 나겠네.”
평소에는 원래 사이즈보다 작은 브래지어를 하고 다니기 때문에 가슴은 항상 눌려 있다. 그래서 다들 희영이 몸도 마르고 가슴도 작다고 여기는 것이다.
“앉아.”
남자의 손짓에 희영이 그의 앞에 무릎을 내리고 앉았다.
“죄졌냐? 무릎은 왜 꿇어? 편하게 앉아.”
“이, 이게 편해요.”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보지 열어.”
“네?”
“쫙, 벌려 보라고.”
남자가 양손 엄지와 검지로 뭔가를 좌우로 벌리는 시늉을 했다. 겨우 그 말뜻을 알아차린 희영이 엉덩이를 내리고 앉아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벌렸다. 벌어지는 사타구니와 함께 아직 빗물에 젖어 있던 보짓살이 좌우로 벌어졌다.
“우산 안 씌워 주길 잘했네.”
“네?”
“보지털이 젖으니까 보기 좋잖아.”
종우의 말에 희영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런데 뭐 하나만 묻자.”
“물어보세요.”
“돈 벌어서 정말 여기서 도망치고 나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당연하죠.”
“이런 짓까지 하는데, 그래도 잘 살 것 같아?”
“자, 잘 살 거예요.”
“결혼도 하고?”
“그, 그건…….”
“몸 판 거 속이고 멀쩡한 놈 하나 낚아서 결혼도 하고?”
“그, 그건 아저씨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떡하냐, 너?”
“왜, 왜요?”
“나하고 씹질하고 나면 다른 놈하고는 못 할 텐데.”
“왜, 왜요?”
“좆이라고 다 똑같은 좆이 아니거든.”
입에서 나오는 말이 역겨울 정도로 더럽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 지금은 이 남자의 좆을 빨라고 해도 빨 수 있다.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누워서 다리 벌리고 있어.”
그 말에 희영이 이불도 깔지 않은 눅눅한 바닥에 누웠다. 비가 내려 눅눅한 습기에 등이 쩍쩍 들러붙는다. 몸에 들러붙는 이 습기가 정말 지긋지긋하게 싫다.
“더 벌려. 안 보이잖아.”
종우의 말에 희영이 허벅지를 더 넓게 벌렸다. 숨을 쉴 때마다 아랫배가 오르락내리락한다. 가슴 아래의 갈비뼈 위에 얹은 손바닥에 땀이 찼다. 벌어진 보짓살을 시큰둥한 눈으로 쳐다보던 종우가 새 담배를 입에 물더니 불을 붙인다.
“후-.”
탁한 연기를 뿜어내며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종우가 희영의 벌어진 사타구니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 끼워진 담배의 시뻘건 끝이 행여 제 허벅지에 닿을까 봐 희영이 긴장했다. 저 빨간 끝이 스치기만 해도 분명 엄청나게 아플 거다.
그러나 이내 남자는 손을 바꿨다. 담배를 쥔 손을 빼더니 옆에 놔둔 재떨이에 재를 툭툭 털며 다른 손으로 희영의 보지를 좌우로 벌린다. 그의 손가락이 제 소음순을 좌우로 벌리자 희영의 전신에 솜털이 곤두섰다.
“야들야들하네. 그거 알아? 씹질 많이 한 년들은 보지가 시커멓게 변해서 너덜거린다는 거? 오래 쓴 걸레처럼 말이야.”
“모, 몰라요.”
“이런 데서 살면서 그것도 몰라?”
“아, 안 해 봤으니까 모르죠.”
“야. 너 운 좋았다. 좆도 좆 나름이라고, 네 처녀 딱지 떼 주는 좆이 내 좆이라서 넌 운 좋은 거야.”
운이 좋다고? 웃기는 소리다. 운이 좋았으면 이런 곳에서 자라지도 않았을 거다. 돈 때문에 이름만 아는 남자에게 제 몸을 보여 주고 이런 짓이나 하고 있지는 않았을 거다. 운이 정말 좋았으면.
“흐응…….”
희영의 입술 틈새에서 스스로도 낯설기만 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보지를 벌리고 문지르는 손가락 때문이다. 남자는 습기가 남아 눅눅하게 젖은 보지를 벌리고 안쪽을 슬슬 긁었다.
“이런 데서 떡을 다 쳐 보네.”
남자가 웃는다. 날 것의 비린내가 풍기는 웃음이다.
“본 적 있어?”
“뭐, 뭘요?”
쩍 벌린 희영의 다리 사이에 앉아 있던 남자가 조금 전까지 희영의 보지를 만진 손가락을 혀로 길게 핥는다.
그리고는 늘 입고 있는 흰 셔츠의 단추를 그 긴 손가락으로 하나씩 풀어 내렸다. 남자의 어깨와 가슴은 온통 문신으로 뒤덮여 있었다. 목에서 시작된 문신은 가슴을 뒤덮고 팔과 손목까지 이어지다 배꼽 아래에서야 끝났다.
“자지. 본 적 있냐고.”
셔츠를 벗은 남자가 일어섰다. 새삼 희영은 이 남자가 정말 키가 크다는 걸 깨달았다. 이 좁은 방의 천장이 낮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낮은 건 아니다. 그런데도 남자가 허리를 펴고 서자 머리가 천장에 닿는다.
남자는 천정에 닿는 머리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바지의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남자가 옷을 전부 벗자 그제야 희영이 제게 일어날 일을 실감했다. 조금 전 남자의 손이 만지작거린 제 보지 안에 들어올 것이 어떤 건지 지금 눈으로 보고 나서야 겨우 제대로 알게 되었다.
남자가 손으로 가볍게 툭툭 치는 성기는 눈으로 봐도 뻣뻣한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무섭게 팽창해 있었다. 뻣뻣한 살덩이에 불거진 시퍼런 힘줄이나 저를 향해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검붉은 귀두 역시 희영의 숨을 막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저걸 자신의 몸 안에 넣어야 한다.
덥수룩하게 뒤덮은 구불거리는 음모까지도 제 것과는 다르게 생겼다. 저게 남자의 몸이다. 지금까지 희영이 봐 왔던 것과는 다르다.
희영은 가끔 열린 방문으로 [이모]들과 관계를 갖는 손님들을 본 적이 있다. 보고 싶어서 본 것이 아니라 방문이 열려 있어서 볼 수밖에 없었다. 뒤룩뒤룩 살찐 아랫배에 손가락 길이만 한 짧고 빈약한 살덩이도 남자들은 고추라고 달고 여자 위에서 안간힘을 써 가며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허리를 흔들곤 했었다.
그런데 이 남자의 몸은 그것과는 다르다.
“묻잖아. 자지 본 적 있냐고.”
“봐, 봤어요.”
“보고 꼴렸어?”
“미, 미쳤어요? 그런 걸 보고 왜 꼴려요?”
“그럼. 지금은 꼴려?”
남자가 성기를 손에 쥐고 희영의 다리 사이에 앉았다. 번질거리는 검붉은 귀두의 갈라진 틈새가 뻐끔거린다. 희영이 침을 삼켰다.
“보지가 근질거리냐고 묻잖아.”
“그, 근질거려요.”
희영이 남자를 바라보며 숨을 내쉴 때마다 아랫배가 오르락내리락했다. 사타구니와 함께 벌어진 보지가 함께 벌렁거리며 배꼽 아래가 간지러웠다. 이게 이 남자의 말대로 뭔가 기대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조금 전에 이 남자가 만져서 이런 건지 그건 잘 모른다.
다만 숨이 가쁘게 차오르고 벌어진 가랑이가 자꾸만 근질거린다. 방문이 닫혀 있어서 이렇게 숨쉬기가 힘든 걸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습다. 정작 몸 파는 이모들은 경찰 단속에 죄다 잡혀갔는데 이 비어 있는 여인숙에서 제가 이 남자에게 몸을 파는 상황이라니.
“앤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너 존나 야하다.”
성기를 쥐고 있던 손이 다시 희영의 보지를 지분거린다.
“하응!”
이번에는 보지를 벌린 채 손바닥을 위로 하고 두 개의 손가락으로 구멍 안을 푹푹 찌르자 희영의 등이 쩍쩍 소리를 내며 들썩거린다.
“응, 흐응…… 응…….”
길고 두꺼운 손가락 두 개가 제 안쪽을 푹푹 찌를 때마다 희영이 비음 섞인 신음을 토했다.
어차피 들을 사람이라고는 저 늙은 이모밖에는 없다. 들을 테면 들으라지. 어차피 난 곧 여길 떠날 텐데.
“백만 원 값어치는 해야지?”
허리를 굽힌 남자의 손이 희영의 얼굴 옆을 짚었다. 그가 가랑이 사이에 넣은 손을 움직일 때마다 희영의 허리가 들썩이며 젖꼭지가 그의 가슴을 스쳤다.
“배웠어?”
“뭐, 뭘요?”
“교태 부리는 거.”
“아, 안 배웠어요.”
“안 배웠는데 몸값 흥정도 잘하고 허리 흔드는 법도 알아?”
희영도 알고 있다. 지금 이 남자는 저를 가지고 노는 거다. 물론 이 남자에게 저를 가지고 놀라고 던져 준 것은 자신이지만.
“여긴 어때?”
남자의 손이 젖은 음모를 헤치고 그 아래에 툭 불거진 돌기를 찾아냈다.
“응, 으응…… 흐으응…….”
동그랗게 부푼 클리토리스를 문지르기 시작하자 희영의 엉덩이가 더 심하게 흔들렸다.
“으응, 응, 응, 흐응.”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다 좌우로 돌리며 희영이 하반신에 가해지는 저릿한 흥분에 몸을 맡겼다. 남자와 몸을 섞는 것이 역겨울 거라 생각했던 예상은 빗나갔다. 제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며 벌어진 구멍 안쪽을 푹푹 쑤셔 대는 손가락을 느끼는 희영의 감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의 손가락이 제 구멍을 벌릴 때마다 제 젖은 살점이 그 손가락에 들러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응, 흐응, 으, 응.”
눈꺼풀을 떨어 가며 신음하고 있을 때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던 손이 멈췄다. 그리고 넓은 손바닥이 보지를 쓰윽 문질러 올렸다.
“이것 봐라.”
남자가 손바닥을 희영의 얼굴 바로 앞에 내보였다. 눈을 뜬 희영은 번들거리는 그의 손바닥을 볼 수 있었다.
“니 보짓물.”
“변태.”
“냄새나지?”
남자의 말처럼 손바닥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났다. 그건 제 냄새이기도 했다.
“넌 냄새도 존나 야하네.”
남자가 보란 듯 손바닥에 묻은 애액을 빨았다. 그 붉은 혀가 제 애액을 핥는 걸 보자 괜히 아래가 저려 왔다.
“떡부터 치려고 했는데 냄새가 꼴려서 순서를 바꾸려고.”
“수, 순서요?”
“무릎 세워.”
“네?”
“보지 빨게 무릎 벌리고 세워.”
제 보지를 빤다는 말에 희영의 얼굴이 벌게졌다.
“내가 아무 보지나 빨고 그러는 놈 아니다. 내가 보지 빨아 주는 년은 니가 처음이니까 다리 벌려.”
이런 것도 영광으로 알아야 하나? 갸우뚱한 희영이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벌렸다. 그러자 남자가 그녀의 벌린 가랑이 사이로 머리를 내렸다. 그가 숨을 쉴 때마다 젖은 질구에 숨이 닿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그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건 제 벌름거리는 구멍과 그걸 집요하게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손.”
남자의 말에 희영이 누운 채로 제 가랑이 사이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은 남자가 손가락의 끝을 클리토리스에 얹었다.
“수도꼭지를 트는 거야.”
“네?”
“여길 문질러. 그러면 수도꼭지 틀어 놓은 것처럼 질질 쌀 테니까. 제대로 나와야 목 좀 축이지.”
이 남자는 확실히 변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즐길 리가 없다. 돈 많고 수상하고 몸 좋은 변태. 그러나 지금 제게는 이 변태가 필요하다. 너무나도 절실하게, 또 간절하게. 희영이 제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해 보는 자위다.
“으응, 응, 흐으응…….”
손목을 빙글빙글 돌려 가며 클리토리스를 문지르자 구멍이 뜨끈하게 젖는 것이 느껴진다.
“응, 읏!”
그때 질척한 혀가 보지를 쓸어 올렸다.
“아, 읏, 응, 응.”
보지를 질척하게 쓸어 올린 혀가 구멍 안쪽을 후볐다. 제 손이 빙글빙글 문지르고 있는 클리토리스 아래로 벌름거리는 구멍을 잘근잘근 씹고 쯔읍, 쯔읍 소리를 내면서 빨아 대자 희영의 전신이 달아올랐다.
방이 더워서 몸이 녹고 있는 건지, 아니면 비가 와서 습기가 너무 지독해서 몸이 이렇게 녹아내리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이 남자가 주는 흥분에 달아오른 건지 모를 지경이다.
“응, 아흐응, 응.”
희영이 다른 손으로 제 젖꼭지를 꼬집고 비틀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지금 제 몸을 기어 다니는 이 저린 열기를 어찌할 길이 없었다. 한 손으로는 클리토리스를 애무하고 다른 손으로 젖꼭지를 잡아 비틀며 희영이 세운 채로 벌린 무릎을 발발 떨었다. 등에서 흐른 땀이 장판에 고여 엉덩이를 움직일 때마다 쩍, 쩍, 소리를 냈다. 남자는 희영의 보지를 집요하게 빨았다.
“응, 흐응, 흐아, 아앙.”
희영이 숨을 헐떡이며 신음했다. 눈가가 벌겋다. 얼굴이 뜨겁고 목과 귀에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을 불어 대는 것만 같다. 머릿속이 습기와 열기 때문에 몽롱해지고 자꾸만 허리를 들썩이며 입술을 달싹거린다.
제 보지에 얼굴을 처박고 짐승처럼 빨아 대는 남자의 침과 숨이 전부 제 안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클리토리스에서 손을 뗀 희영이 두 손으로 젖가슴을 움켰다. 제 젖가슴을 주무르며 엉덩이를 들썩거리자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남자가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양손을 희영의 얼굴 옆에 내린 채 남자의 침이 잔뜩 묻어 있는 질구에 이질적인 것을 문질러 왔다.
“눈 풀렸다.”
남자의 목소리에 희영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눈 풀리면 어쩌냐.”
웃을 때마다 입술의 흉터가 실룩거린다. 흉터와 사나운 눈매만 빼면 얼굴을 봐줄 만한 남자다. 얼굴도 봐줄 만하고 돈도 많다.
하지만 위험한 냄새가 풀풀 풍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런 남자와 평생 얽히기는 싫다. 이런 남자와 얽히면 당장은 살기 편할지 몰라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순식간에 위에서 아래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그런 건 원치 않는다.
“아, 그렇지. 내 좆이 시들어야 한 번 끝나는 거다. 알아들었지?”
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의 손이 허벅지를 벌린다. 흐물흐물 풀린 구멍도 함께 벌어져 그 구멍으로 뭉툭한 대가리를 밀어 넣었다.
“으응!”
희영이 짧은 신음을 토했다. 허벅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며 제 구멍으로 남자의 성기가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으, 으응…… 응! 하으응!”
잔뜩 풀어져 흐물거리던 보지가 쩍쩍 벌어지면서 남자의 살덩이를 끝도 없이 삼켰다.
‘어, 언제까지 너, 넣으려고……!’
계속해서 밀어 넣는 탓에 희영의 머릿속이 흔들렸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애써 붙잡으며 희영이 숨을 내쉬었다.
“하으응!”
다 들어온 걸까. 희영의 벌어진 구멍 아래쪽에 남자의 불알이 철썩 부딪쳤다. 드디어 삽입이 끝난 거다.
“아, 안에다 싸지는 말아 주세요.”
이 와중에도 피임은 걱정이다. 돈만 모이면 여길 떠나서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뱃속에 애라도 들어서면 곤란하다.
“나더러 비닐 쪼가리를 쓰라고?”
“애, 애가 생기면…….”
“안 생겨.”
“네?”
“무정자증이야. 됐어? 씨 없다고, 나.”
‘무정자증? 그러면 임신이 안 된다는 거지? 그럼 다행이고.’
희영이 살짝 안도했다. 아이가 생기는 건 절대로 안 된다. 아이에게 제가 살고 있는 이 삶을 고스란히 물려주는 것? 그건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거, 거짓말 아니죠?”
이런 곳에서 살다 보면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알고 싶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었다. 친한 척 굴며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인 척 굴다가 돈을 빌려 그대로 도망치는 여자도 있었고, 둘이 죽고 못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손님을 빼앗기자 당장 칼부림이 나는 것도 봤었다.
여기서 자라며 희영이 배운 한 가지는 절대 사람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을 믿느니 차라리 돈을 믿어야 한다. 그래. 사람은 배신을 해도 돈은 배신하지 않는다.
“말하는 거 보니까, 아직 정신이 있나 보다?”
그 말과 함께 남자가 허벅지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허리를 퍽 쳐올렸다.
“하읏!”
이미 삽입되어 있던 우락부락한 것이 뒤로 빠졌다가 다시 거칠게 쑤시고 들어오자 희영의 눈앞이 흔들렸다.
퍽! 퍽!
한번 시작된 움직임은 가속이 붙은 것처럼 멈추지 않았다. 버겁게 벌어진 아래를 꽉 채운 굵은 성기가 뒤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무섭게 밀어닥친다. 남자의 자지가 제 아래를 벌리고 안으로 쑤셔 들어올 때마다 희영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응! 응! 아, 하읏! 응!”
다리를 우습게 벌린 채로 희영이 숨을 학학 뱉었다. 이건 희영의 첫 섹스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섹스라 원래 이런 것인지 아니면 이 남자 말대로 이 남자의 자지가 특별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박힐 때마다 머릿속이 아찔해지며 함께 몰려오는 이 짜릿함은 확실하게 쾌감이었다. 제 벌어진 아래에서 철퍽거리는 물소리가 들리고, 배 속으로 남자의 자지가 들어찰 때마다 아랫배가 울린다.
“하응, 응, 읏, 흐앗!”
희영이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땀으로 바닥에 쩍쩍 들러붙는 등을 이리저리 흔들며 감은 눈꺼풀을 파들파들 떨어 가며 소리를 질렀다. 돈 때문에 시작한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돈이 아니라 제 안을 쑤셔 대는 자지가 주는 쾌감이 황홀했다.
기분이 좋다는 건 이런 것이었다. 희영은 기분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은 기분이 좋다. 고작 이런 것으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약 한 년 같네. 좋냐?”
남자의 목소리가 뭐라고 말해도 지금은 이 쾌감을 더 만끽하고 싶다.
“말해 봐, 좋냐고.”
기어이 대답을 요구하는 남자의 재촉에 희영이 숨을 학학 뱉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조, 좋아요. 조, 좋아…….”
“너 좀 귀엽다.”
희영은 눈을 감고 있어서 남자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목소리는 웃고 있다는 것이었다.
“응! 아! 아응! 앙! 앙!”
귀엽다는 말과 함께 남자의 자지가 더 사납게 처박혔다. 남자는 희영의 보지를 우악스럽게 가르고 자궁 끝에 닿을 것처럼 자지를 쑤셔 박았다.
“아! 아흥! 아아!”
철벅철벅. 아래가 부딪칠 때마다 물이 튄다. 지금 엉덩이를 적시고 있는 물은 땀이 아니라 제가 싸 대고 있는 물이다. 빳빳하게 선 젖꼭지가 몸이 흔들릴 때마다 함께 흔들리며 아려 온다. 젖꼭지가 너무 아려서 이걸 빨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 몸 안에 박힌 남자의 자지가 꿈틀거렸다.
꿀렁꿀렁, 귀두가 정액을 제 안에 뿌리는 것을 고스란히 느끼며 희영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나 절정의 여운을 미처 느낄 새도 주지 않고 남자는 희영의 젖꼭지를 씹었다. 그리고 희영은 좃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구멍에 다시 처박아 대는 남자의 성기에 자지러졌다. 남자는 젖꼭지를 잘라 먹을 것처럼 씹어 대며 성기를 푹푹 쑤셔 박았다.
그런 남자의 아래에서 희영은 처음으로 모든 것을 다 잊었다. 돈도, 이 지긋지긋한 여인숙도, 벗어나고픈 갈망도 다 잊고 원초적인 욕망에 온통 사로잡혀 발정 난 암캐처럼 울부짖었다.
그리고 관계가 끝났을 때 남자는 주름치마를 당겨 입는 희영에게 만 원짜리 뭉치 하나를 툭 던져 줬다. 그 순간 희영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백만 원에 팔아 버린 제 몸뚱이가 한없이 더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