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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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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점 

# 프롤로그

타박타박.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걸어가던 희영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던 그림자가 걸음을 멈춘다. 잠시 뒤쪽을 쳐다보던 희영이 다시 걷기 시작하자 뒤에서 발소리가 이어진다.

‘씨발.’

점점 짜증이 차오른 희영이 다시 걸음을 멈추고 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김없이 뒤쪽에서 따라오던 남자가 걸음을 멈추고 골목 벽을 쳐다보는 시늉을 한다. 딱 봐도 자신을 따라오는 거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이다. 거길 집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지금 살고 있는 곳까지는 이제 50미터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저런 짜증 나는 꼬리를 달고 가는 건 싫다.

“아, 폰 두고 왔네.”

일부러 들으라는 식으로 말한 희영이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골목 벽을 향해 서 있는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를 지나쳐서 골목의 입구를 향해서 걷고 있으려니 그 남자가 방향을 돌려 저를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발소리가 골목의 반대편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것이다.

‘나 참…….’

이쯤 되면 자신을 따라오는 걸 감출 생각도 없는 미친놈이 틀림없다. 희영이 메고 있던 가방에서 벽돌을 꺼냈다. 희영은 항상 가방 안에 벽돌 하나를 넣어 두고 다닌다. 왜냐고? 이럴 때 사용하기 위해서다.

“저기요.”

입구를 그리 많이 남겨 두지 않은 상태에서 희영이 휙 돌아섰다.

“네?”

그러자 바로 뒤까지 따라오던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급하게 발을 멈추며 눈에 보일 정도로 심하게 당황했다. 희영의 시선이 남자의 손을 향했다. 바지춤에 손을 대고 있던 남자는 열린 지퍼 사이로 뭔가 꺼내 쥐고 있었다.

‘미친…….’

이놈은 진짜 변태다. 이 골목에는 이런 변태들이 자주 출몰한다.

“히…….”

처음에는 당황하던 남자가 이내 희영을 쳐다보며 히죽 웃는다. 웃으면서도 계속 손을 움직이는 남자를 어이없이 바라보던 희영이 손에 들고 있던 벽돌로 남자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퍽-!

“으악!”

비명을 지르며 남자가 옆으로 고꾸라지자 희영이 그런 남자를 역겹다는 눈으로 흘겼다.

“이 씨발 새끼야!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면 그때는 머리가 아니라 좆을 짓이겨서 네 아가리에 처넣어 줄 거야. 알아 처들었어?”

쓰러진 채로 머리를 붙잡고 끙끙거리는 남자에게 침을 뱉어 준 희영이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뒤에서 욕설이 들려왔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 골목에는 저런 놈들의 등장이 비일비재하다. 한 놈이 사라지면 다른 놈이 또 나타난다.

고장 난 가로등이 켜졌다 꺼졌다 깜빡거리는 것이 더 짜증이 난다. 그리고 그 깜빡거리는 가로등 바로 아래에 초록색 철문이 희영의 [집]이다. 아니, 사는 곳이다.

끼이익.

녹슨 철문을 밀자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다. 워낙 녹이 슬어서 철문을 열 때마다 이 소리가 난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너른 마당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당의 한쪽에는 수도가 있고 빨랫줄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다.

그리고 마당의 양옆으로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문이 열린 방도 있고 닫힌 방도 있다. 열린 방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여자들이 부채를 부치며 나와 앉아 있고 닫힌 방에는 어김없이 손님이 들었을 거다.

겉으로는 여인숙이라는 낡은 간판이 붙어 있지만 이 초록색 철문의 집을 가리켜 사람들은 [대문집], 아니면 [색시집]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이곳은 여자들이 몸을 파는 그런 곳이다. 홍등가라고 불리는 그런 가게에도 못 나가는, 그냥 살림하는 2평짜리 작은 방에서 손님도 받고 잠도 자고, 생활도 하는 그런 가장 밑바닥 인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곳의 창녀를 찾아오는 손님들도 거의 막장 인생을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30분에 만 원, 한 시간에 2만 원. 자고 가는 손님은 절대 없다. 대부분 만 원씩 내고 배설하듯 쏟아만 내고 돌아간다.

여기 가장 나이 많은 여자는 한 시간에 만 이천 원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찾아 주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매일 욕설과 불평을 늘어놓는다.

희영은 이런 곳에서 살고 있다. 언제부터 여기서 살았는지 기억은 못 하지만 철이 들었을 때는 이미 여기서 살고 있었다.

원래는 엄마와 함께였다. 엄마는 여기 여자들의 빨래를 해 주고, 청소도 해 주고 밥도 지어 주면서 푼돈을 받아먹고 살았다. 뒤치다꺼리를 해 주는 조건으로 작은 방 하나를 공짜로 받고 여기 사는 여자들의 온갖 궂은일을 다 봐주면서 희영을 키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는 여자들이 던져 주는 100원, 500원 용돈을 받는 것이 좋았고 그녀들이 주는 과자를 받아먹는 것이 좋았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이곳이 뭘 하는 곳인지 알게 되고 그 여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면서부터는 이곳이 싫어졌다.

이곳은 불결하고 난잡하다. 술 취한 사람들이 드나들고 해가 지는 밤이면 새벽까지 귀를 막아도 들리는 신음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사내들의 거친 숨소리, 여자들의 거짓으로 지어낸 자지러지는 신음. 그 소리들이 듣기 싫어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볼륨을 있는 대로 높여 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희영은 올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작은 사무실에 경리로 취직을 해 한 달에 70만 원이라는 월급을 받고 있다.

70만 원.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희영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돈이다. 희영을 이 더러운 곳에서 벗어나게 해 줄 돈이다. 희영의 꿈은 이 더러운 초록색 철문집을 벗어나는 거다. 그게 유일한 희망이다.

엄마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후였다. 정확한 사인은 모르지만 아마 심장병이 아니었을까 하고 의사는 말했다. 사인을 밝히는 데도 돈이 든다고 해서 희영은 사후 검사를 전부 포기했다.

장례는 치르지 않았고 영안실에서 곧장 화장터로 옮겨 화장한 후에 그 분골은 몰래 산에 묻었다. 납골당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죽고 난 후에도 희영은 여기 그대로 살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엄마는 공짜로 살았지만 희영은 한 달에 15만 원씩 방값을 내고 산다는 것이다. 그 15만 원 안에 전기세와 물세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주 비싼 것은 아니지만 희영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래서 희영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을 택했다.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은 대학 진학을 권했지만 희영은 대학에 갈 형편이 아니었다. 학비만 해결된다고 모든 게 다 해결되지는 않았으므로. 살 곳, 먹고살 돈, 그런 가장 기본적인 것을 아무도 해결해 주지 않는 상태에서 희영에게 대학은 그저 꿈이었다.

희영은 하루 종일 작은 사무실의 경리로 일하다 돌아오면 여기 사는 여자들의 심부름을 해 주며 푼돈을 받는다. 한 달 받는 월급 70만 원은 전부 다 저금한다. 월급에서는 단 한 푼도 쓰지 않는다. 그리고 방세와 생활비는 심부름 값으로 충당한다.

버스비를 아끼려고 걸어 다니고 밥은 사무실에서 주는 점심밥을 잔뜩 먹고 아침과 저녁은 건너뛸 때가 많다.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여길 벗어나는 것이 희영의 소망이다. 이 지긋지긋한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다시는 이곳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희영의 목표 금액은 천만 원이다. 천만 원만 모으면 어느 작은 반지하 월셋방의 보증금 정도는 될 것이다. 3월부터 6월까지 400만 원을 모았으니 이제 600만 원 남았다.

‘조금만 더 모으면 돼.’

이제는 희망이 조금씩 보인다.

“야, 희영아. 너 얼른 가서 담배 한 갑 사 와라.”

열려 있는 방문 앞에 앉은 파마머리 여자가 희영에게 손짓했다. 그 손에는 구겨진 천 원짜리 지폐가 몇 장 들려 있었다.

“담배 한 갑 사 오고 남은 잔돈은 너 가져.”

“네.”

여자의 손에서 지폐를 받아 든 희영이 일단 가방을 제 방 문 앞에 휙 던지고 다시 조금 전 열고 들어왔던 철문으로 향했다.

“아응! 오빠! 오빠!”

닫혀 있는 방문 너머로 난잡한 신음이 들려온다. 오빠라는 말에 희영이 픽 웃었다.

‘오빠 좋아하네.’

여기 오는 남자 놈들 중에 오빠라고 불릴 놈이 있긴 한가 싶다. 그래도 벌써부터 손님을 받았으니 시작이 좋은 편이다. 문을 열어 놓은 방의 다른 여자들이 부러운 눈으로 그 방을 쳐다보는 것에서 괜히 짜증이 올라온다.

‘난 달라. 난 저렇게 살지 않아.’

희영은 이곳의 창녀들을 경멸한다. 몸을 팔아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저 여자들은 벌레와 다를 바 없다. 사람이 아니다. 제대로 된 머리가 있다면 돈을 벌어서 여길 벗어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저 여자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버린 인생이라는 것이 저 여자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끼이익.

희영이 손을 대기 전에 철문이 먼저 열렸다. 철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처음 보는 남자였다.

‘키가 얼마야?’

남자를 보는 순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남자의 키였다. 목이 아프게 고개를 들어야만 얼굴이 보일 정도로 큰 남자. 그런 남자가 철문 안으로 들어섰다. 입고 있는 흰색 셔츠 위로 드러난 문신이 목 전체를 뒤덮고 있다.

사납게 생긴 눈매, 찢어진 흉터가 있는 입술.

‘돈 받으러 왔나?’

가끔 사채업자들이 여자들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올 때가 있다. 이 남자도 사채업자일지 모른다. 하지만 뭘 하는 남자인지 그런 건 희영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희영은 지금 빨리 담배를 사다 준 후에 두 다리를 뻗고 자고 싶었다. 오늘 하루는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나갈게요.”

철문을 가로막고 있는 남자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남자가 옆으로 비켜서며 희영을 힐끗 쳐다본다. 그 시선이 제 몸을 위아래로 훑는 걸 느끼며 희영이 속으로 욕을 삼켰다.

‘재수 없게, 남의 몸은 왜 봐?’

얼른 철문 밖으로 나간 희영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길을 걸었다. 제가 벽돌로 내리친 후드 쓴 남자는 보이지 않고 술 냄새 잔뜩 풍기며 비틀거리면서 걸어오는 남자만 보인다. 아마 여자를 사러 오는 것이리라.

비틀거리며 잘도 여길 찾아오는 술 취한 남자를 지나치며 희영이 지폐를 꽉 쥐었다. 담배를 사고 남을 잔돈 1500원이 지금 희영에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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