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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거긴 그런 곳이 아니야

본문

쿵푸벳

“하아….”

욕조에 푹 몸을 담그고 있는 소화의 입술에서 가느다란 한숨이 나왔다. 빗길을 뛰어다니느라 혹사당한 몸이 녹을 정도로 뜨겁고 향기로운 물속이었지만 근심이 한가득이었다.

‘도휘는 나를 어쩌려는 걸까?’

종이 다른데도 정말 아기를 낳고 단란한 가족을 꾸리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걸까? 아니, 도휘가 내 서방님이 된다고?

‘어느 날 배가 고파져서 갑자기 나를 잡아먹고 싶어지면 어째?’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살짝 앉아 다리를 끌어안은 소화는 지친 몸을 뉘듯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차가운 공기 중에 드러난 목과 어깨에 싸늘한 기운이 밀려왔지만, 지금은 어디든 기댈 곳이 필요했다.

눈을 감은 소화는 안방에서 아귀처럼 저를 기다리고 있을 무시무시한 호랑이 생각을 애써 접었다. 몸도 정신도 곤한 가운데 금세 수마가 몰려왔다.

그때였다. 잠들락 말락 하던 소화의 어깨에 조심스레 더운물이 부어졌다. 번쩍 눈을 뜬 소화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도휘야.”

목간에는 왜 들어왔을까. 물론 그동안 물을 더 데워 준다고 몇 번 들어온 적이 있긴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지금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상체는 헐벗고 속고의만 걸친 그의 의도가 심히 불순해 보였다.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린 소화는 경계 어린 눈으로 그의 하는 양을 좇았다.

“얼마나 피곤할까, 내 여우.”

사내다운 얼굴에 농염한 눈웃음이 서렸다. 도휘는 더운물을 부어 주던 그 커다란 손을 소화의 어깨로 가져갔다.

“주물러 줄게요.”

“괘, 괜찮단다.”

“그렇게 뛰어다녔는데 괜찮기는.”

소화는 거절했지만 한번 그의 손길이 닿자 더는 거절할 수 없었다.

“아….”

도휘는 소화를 너무 잘 알았다. 이 부서질 듯 작은 어깨를 어떻게 만져 주면 그녀가 좋아하는지, 가녀린 이 목의 어디를 꾹꾹 눌러 줘야 그녀가 시원하다 느끼는지.

따뜻하고 큰 손이 긴장으로 굳어 있던 어깨를 주무르자 흐물흐물하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아프지도 않고 시원하면서 몸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새까만 머리칼이 착 젖어 달라붙은 작은 머리통이 어느새 그의 팔뚝에 기대 왔다.

“으응, 이제 됐단다….”

도휘는 반쯤 풀린 소화의 눈을 보고 내심 웃었다. 아까는 퍼렇던 입술에도 어느새 붉은 혈색이 돌아왔다.

그녀의 뒷덜미를 잡고 살살 주무르던 도휘가 양쪽으로 욕조를 짚은 채 고개를 숙였다.

“다리도 아플 텐데.”

귓가에서 들려오는 유혹적인 속삭임에 소화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프긴 하지….”

“주물러 줄까요.”

천천히 들려온 가라앉은 목소리에 등허리가 오싹해졌다.

“이렇게, 만져 줄 수 있는데.”

하지만 크고 뜨거운 손이 목덜미에 닿아 전보다 느릿하고 부드러운 손놀림을 이어 가자, 소화는 다시 녹아내렸다.

“살살, 안 아프게.”

“아아…. 그래, 그럼… 이렇게 살살….”

씩 입가를 치켜올린 도휘는 그녀의 젖은 머리통에 한 번 입을 맞추곤 욕조의 반대편에 들어섰다.

한 명이 몸을 뻗으면 전부인 크기였다. 커다란 몸집의 그가 들어앉자 물의 수위가 확 높아졌다.

“으응?”

소화가 놀랄 틈도 없이 도휘는 물속에서 버드나무 가지같이 가느다란 왼 다리 한 짝을 들어 올렸다.

순간 수평을 잃고 기우뚱한 소화가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도휘야, 너 어딜…!”

그가 발바닥을 엄지로 꾹꾹 누르며 주물러 주자 소화는 침음을 흘렸다. 따끔따끔한 게 아프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했다.

반응을 살피듯 소화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그가 물었다.

“여긴 어때요?”

“거기도 아프단다.”

발목부터 올라와 종아리의 가운데 근육을 누르듯이 만져 주자 뭉쳤던 근육이 싹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으, 너무, 좋아….”

여전히 눈을 맞춘 도휘가 그녀의 양쪽 발을 만져 주자 자연스레 다리가 벌어졌다. 그 사이에 앉은 도휘의 손이 뱀처럼 천천히 올라왔다.

손을 움직이는 내내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분위기는 야릇해졌다.

어느새 안쪽 허벅지까지 그의 손이 닿아 있었다.

“도휘야, 거긴….”

소화가 제지하듯 다리를 빼려 하자 도휘는 이내 싱긋 웃으며 장난치듯 그녀의 발을 입가로 가져갔다.

둘 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소화의 얼굴에는 저절로 긴장이 서렸다. ‘저 호랑이가 정말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겁먹은 눈빛에 도휘는 뽀얀 발등을 콱 깨물었다.

“아야얏!”

잇자국도 남지 않았을 텐데. 그 비명 소리가 퍽이나 요란스러워 도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소화의 발을 놓아주고, 상체를 가까이 한 그가 금방이라도 입 맞출 것처럼 비스듬히 고개를 틀었다. 그러곤 그녀의 목덜미와 귓가, 입술까지 천천히 움직이며 음미하듯 눈을 감고 냄새를 맡았다.

향기롭다. 내 여우의 냄새. 오얏 꽃 기름을 물에 풀어 두어 목간에는 그 향기가 거의 전부였지만 도휘는 그 안에서도 소화의 냄새를 찾을 수 있었다.

“정말 그 여우를 잡아먹었니?”

제 코앞에서 그런 걸 묻는 이 눈치 없는 입술도 콱 물어 버릴까.

입매를 비틀며 어이없는 미소를 짓던 도휘가 천천히 눈을 치켜떴다.

“왜요. 아직 살아 있으면 가서 꼬셔 보려고?”

“아, 아니? 그게 무슨….”

“안됐지만 그 여우는 내가 흔적도 없이 먹어 버렸어요.”

흡, 숨을 삼킨 소화의 동공이 좌우로 흔들렸다.

“달고 부드러울 줄 알았지. 당신처럼.”

눈을 맞춘 채로 도휘는 그녀의 드러난 어깨에 쪽, 쪽 입을 맞췄다.

“그 여우 놈이 무슨 맛이었는지 말해 줄까요.”

입술에 닿는 매끈한 감촉이 몸살 나게 황홀하다.

도휘는 부드러운 살결을 콱 물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야 했다. 소화는 겁먹은 상태였다. 긴장한 그녀의 밭은 숨결과 심장 뛰는 소리가 제 귀까지 들려왔다.

“…농담이에요. 여우는 맛이 없더라고. 특히 그놈은 누린내가 나서 한 입도 안 먹었어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도휘는 그녀의 양다리를 쥐고, 검지로는 무릎 뒤의 연한 살을 쓸었다.

간지러웠는지 움찔움찔하는 소화의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 짙어진 시선이 그녀의 가슴과 입술, 눈을 차례차례 응시했다.

“내가 먹고 싶은 여우는 당신뿐이야.”

잔뜩 가라앉은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슬처럼 시선이 얽히고, 이내 도휘가 못 참겠다는 듯이 달려들어 입을 맞췄다.

일방적으로 먹히는 입맞춤이었다. 격하게 입술이 빨리고, 혀가 쭉쭉 빨리고, 제 침까지 빨아 댔다.

쿵. 도휘가 무릎걸음으로 소화에게 더 가까워질 수 없을 만큼 가까이 다가갔다. 참을성 없는 몸짓에 목욕물이 넘칠 듯 출렁거렸다.

넓은 등짝은 그녀를 뒤덮었다. 어느새 엉덩이를 지분거리던 한쪽 손이, 도망가려는 그녀의 고개를 틀어쥐었다. 다른 손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듯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여전히 입을 떼지 않고 그녀의 혀를 빨아 댔다. 그 억센 흡입력에 혀가 아릿할 정도였다. 이리저리 고개를 비틀던 소화가 간신히 입을 떼어 냈다.

“하아…. 도휘야, 여우는 맛이 없단다. 사슴이나 노루 같은 다른 맛있는 게 많잖니?”

하지만 도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달다. 달아요.”

그렇게 중얼거린 그의 눈이 짙은 금색으로 변해 있었다.

“당신 침이 너무 맛있어. 혀가 너무 부드러워. 다 삼켜 버리고 싶어.”

“미, 미쳤니!”

넋 나간 시선이 집요하게 그녀의 입술에 꽂혔다.

“미칠 것 같아. 또 줘요.”

다시 달려드는 입술을 손으로 막은 소화가 몸을 버둥거렸다. 일단 이 욕조에서 나가야 했다. 도휘가 자꾸만 몸을 붙여 와서 이러다 나무가 부러질까 무서웠다.

입을 맞춰 주지 않자 도휘는 다른 곳을 공략했다. 말랑말랑해 보이는 귀가 그다음이었다.

이를 감추고 앙, 귀를 깨물자 소화가 저를 잡아먹는 줄 알고 펄쩍 뛰어올랐다.

“꺄악!”

그사이 벌어진 입술에 다시 입을 맞춘 도휘는 한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받치고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

공중으로 들린 그녀가 놀라선 목에 팔을 걸었다. 그러자 큰 걸음으로 욕조를 걸어 나간 그가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덮어 주며 안방으로 향했다.

소화를 안은 채 한 손으로 문을 열고, 금침에 눕히기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찰거머리처럼 붙어 그녀를 빨아 먹던 그가 한참이나 혀로 이곳저곳을 문지르다 간신히 입을 떼었다.

간신히 말할 틈이 생긴 소화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도휘야, 다정하게….”

“내가 언제 당신한테 다정하지 않은 적 있었나.”

“아이고, 이 이불이 다 젖었잖아!”

“어차피 젖을 거였어.”

“그….”

‘그게 무슨 소리니’ 하고 물으려던 소화는 별안간 제 가슴을 움켜쥔 도휘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큰 손에 우악스럽게 쥐인 가슴 위로 툭 불거진 젖꼭지가 눈에 띄었다. 앵두처럼 붉은 돌기가 물에 젖어 반들거렸다. 도휘는 옥석을 감별하는 상인처럼 도드라진 그 돌기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그만….”

절로 창피해진 소화가 그의 어깨를 밀어 내며 애써 몸을 일으켰다.

한 번도 서로의 몸을 이렇게 주물러 댄 적이 없는데, 도휘는 마치 제 것처럼 망설임이 없었다. 가슴을 입에 넣은 그가 이번엔 젖꼭지를 빨아 댔다. 쭙, 쭈웁…. 제 밑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젖을 빠는 도휘의 충격적인 모습에 소화는 그만 말문이 턱 막혔다.

“나오는 게 없어요.”

다른 가슴으로 옮겨 가 빨던 도휘가 이번엔 혀끝을 세워 돌기를 짓뭉개듯이 움직였다. 간질간질하고 배 속이 뭉쳐 드는 기분에 소화가 몸을 비틀었다.

“빨리 여기서 젖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제 가슴에서 입을 떼지 않고 하는 소리에 그녀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눈만 올린 채 소화를 쳐다보던 도휘가 이번엔 유두를 살짝 물고 당겼다.

“아!”

약간의 고통 어린 신음에 그가 금방 이를 감추고 혀끝으로 핥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꾸만 오므라드는 허벅지를 벌리고 다리 사이에 앉았다.

“으응…. 그만, 이제 아파.”

아쉬운지 다른 쪽 가슴을 물고 빨던 그가 자신을 밀어 내는 손길에 급히 입을 떼었다. 그러곤 목덜미를 핥아 올리다가 돌연 귓바퀴에 혀를 넣었다.

“으읏!”

찌릿한 울림이 척추를 쓸고 지나갔다. 놀란 얼굴을 귀엽다는 듯이 내려다보던 도휘가 은근히 하체를 그녀의 배에 비벼 댔다.

얇은 속고의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랫배에 직격으로 묵직한 뭔가가 느껴졌다. 돌처럼 딱딱하고 뭉툭한 그것. 일전에 본 빨랫방망이를 떠올리곤 소화는 벼락 맞은 듯 놀라 뒤로 바닥을 짚고 간신히 상체를 일으켰다.

“지, 지금 뭘 하는 거니? 나랑 배를 맞추려고?”

동그래진 눈이 그를 올려다봤다. 순진한 눈동자에 의아함이 서렸다.

“도휘야, 지금은 아기도 갖지 못하는데 왜 배를 맞추려고 해. 그… 여의주 없이는 황새가 오지 않는다며.”

황새?

순간 도휘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서렸다. 무구한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보던 그가 사기당한 사람처럼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배웠다면서.”

“전부 배웠단다.”

소화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의 발정기를 겪으면서 이유 없이 몸이 뜨거워지고 아래가 간지러워지는 등 이상 징후를 느껴 묘진에게 물어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아무리 맹추라지만 소화도 발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아기를 잉태하기 위한 몸의 준비였다.

“이렇게 배를 맞춘 상태에서 아래위로 몸을 비비면, 동이 틀 무렵에 삼신할미의 황새가 아기 씨를 물고 오는데 여자가 아래 있으면 딸을, 여자가 위에 있으면 아들 씨앗을….”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소화는 차분히 입을 다물었다. 이게 아니었나 보다.

“걱정 말아요. 이럴까 봐 내가 다 배웠으니까.”

둘 다 맹꽁이같이 헤매면 안 되지. 도휘는 자신의 선견지명에 박수라도 쳐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건 기분 좋으라고 하는 거예요.”

“기분이… 좋대?”

반신반의한 물음에 도휘가 눈을 가늘게 떴다.

“좋아서 까무러친다던데.”

“무어?”

까무러칠 정도로? 호기심 어린 시선이 그를 좇았다.

여우의 호기심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진 절대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도휘의 입술이 보기 좋게 치켜 올라갔다.

“그럼… 언제 끝나는 건데?”

“나도 싸고, 당신도 싸면 끝나는 거예요.”

“어, 어디에 싼단 말이야?”

혼란에 빠진 소화가 퍽 귀여워 도휘는 큰 웃음을 터뜨렸다.

갸름한 턱을 만지작대던 그가 그녀의 입술과 코, 동그란 눈과 눈썹을 차례로 응시했다. 짙어진 시선에는 제 암컷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욕망이 묻어났다.

“내 얼굴에 싸요.”

귓바퀴를 간지럽히던 그가 고개를 가까이 하곤 속삭였다.

“나도 처음은 꼭 당신 얼굴에 싸고 싶었으니까.”

“…….”

길 잃은 소화의 동공이 속절없이 흔들렸다. 어쩜 이리도 궁금증이 동하게 저를 꼬셔 대는지. 이놈이 호랑이라더니 사실은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 놈이 아닐까, 허깨비 같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 그럼 각자 한 번씩만 싸면 되는 게야?”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도휘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와 허리를 받쳐 왔다. 저절로 몸이 눕혀진 소화가 저를 타고 올라온 도휘를 두려움 섞인 눈으로 주시했다.

‘언제 이렇게 거대한 사내애가 되었지?’

창호지에서 새어 들어온 달빛에 도휘의 몸 아래 그림자가 졌다. 저를 완전히 뒤덮은 그가 태산처럼 커다래 보였다.

“나는 한 번만 싸고 끝내 줄게요, 소화. 오늘은 우리의 첫 밤이니까.”

“그, 그럼 나는?”

“당신은 나오는 게 없을 때까지 싸게 될 거예요.”

“그런 게 어디….”

뻐끔대던 입술이 잡아먹혔다. 먹고 싶다는 말처럼 도휘는 끈덕지게 젖은 점막을 부딪치며 소화의 침을 삼켜 댔다.

정신없이 먹혀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살며시 눈을 뜬 소화는 그의 젖은 속고의가 옆에 놓인 걸 보았다.

그래도 옷 벗을 정신은 있구나, 안도하는 사이 샛노란 안광을 마주쳤다.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꼭 사냥감을 뜯어 먹는 맹수처럼 집요했다. 아까보다 훨씬 부리부리하고, 묘한 광기마저 느껴져 소화는 황급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목을 울리는 낮은 웃음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순간 입 안의 부드러운 점막을 헤집던 도휘의 혀가 까끌까끌하게 느껴졌다. 머리끝까지 흥분한 그의 변화를 눈치챈 소화가 몸을 버둥거렸다.

“아, 안 돼, 읍.”

아플지도 모른다. 찹쌀 반죽처럼 연한 제 피부가 상할지도 모른다.

천천히 입술을 떼어 낸 도휘는 열기를 참아 내듯 두툼한 가슴팍이 들썩이도록 숨을 몰아쉬었다.

“아픈 건 싫어.”

그럴 일 없다고 장담하듯 씩 미소 지은 도휘가 이내 붉은 혓바닥을 내밀어 그녀의 가슴을 쭉 핥았다.

“아, 안…!”

예상과 달리 그리 아프지 않았다. 무척 자극적이긴 하지만 분명 고통은 아니었다. 충성스럽게 제 몸을 핥아 대는 촉촉한 감촉에, 긴장으로 바싹 위축된 소화의 어깨가 내려갔다.

그사이 한쪽 무릎으로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앉은 도휘가 이번엔 소화의 양 발목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허벅지 위에 소화의 엉덩이가 닿았다.

도휘는 한 손에 잡히는 가느다란 발목을 쥐고, 장난치듯 그녀의 보드라운 발바닥에 번갈아 입을 맞췄다.

민망해진 소화가 허리를 움찔대던 그때였다.

도사린 뱀의 머리 같은 게 그녀의 옥문을 스쳤다. 화들짝 놀란 소화가 몸을 일으킬 새도 없이 그가 부드럽게 소화의 허벅지를 밀어 올렸다.

“도, 도, 도휘야. 지, 지금 뭘 하려고…!”

하체가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 도휘의 머리가 그녀의 다리 사이로 사라졌다. 처음부터 그곳이 목적이었던 것처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음부에 입술이 닿았다.

“도휘야! 도휘야! 이것 놓으렴!”

그녀가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허벅지를 바닥에 내리누르는 아귀힘이 못 박힌 것처럼 단단했다.

“거긴 그런 곳이 아니야! 더럽단…!”

그녀의 말을 부정하듯, 바짝 세워진 혀끝이 음부를 샅샅이 핥았다. 충격적인 감각에 소화는 미처 말을 잇지 못했다.

저 스스로도 정확히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곳이었다. 그런 은밀한 부위를 혀로 헤집고, 콧날로 짓누르고, 동그랗게 만 입술로 빨아 대자 마침내 신음이 터졌다.

“하응…!”

도휘는 달랑거리는 작은 살점을 혀끝으로 문지르고, 입술 사이에 낀 채 젖꼭지 빨듯 쭉쭉 빨아올렸다.

“아아… 그만…! 그마안… 아!”

여기가 바로 그녀의 몸에서 가장 예민한 곳임이 틀림없었다. 음핵. 이 작은 살덩이를 연신 혀로 건드리고 비벼 대자 싫다 싫다 도리질만 치던 소화의 반응이 달라졌다.

“흐으….”

혀에 닿는 그녀의 살결은 비단보다도 부드러워 도저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도휘는 간신히 고개를 들고 제 엄지로 귀여운 살점을 쓰윽 쓸어 보았다. 그러자 다리를 오므렸다 펼쳤다 난리가 났다.

이번엔 도휘가 음핵을 힘주어 꾹 누르고 원을 그리며 둥글리자 연한 팔다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 몸짓이 못내 사랑스러워 도휘는 상을 주듯 다시 음핵을 세차게 빨아 주었다.

“아! 아…!”

작은 그녀의 두 손이 도휘의 머리카락을 벌집 후비듯 쥐었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그때, 코끝을 스치는 야릇한 냄새에 도휘가 고개를 들었다. 빨아 주는 음핵에선 나오는 게 없는데, 어디선가 그녀가 흘리고 있었다.

“벌써 어디로 이렇게 질질 싸는 거예요?”

하지만 소화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깨를 떨며 손가락을 입에 문 소화는 천장을 응시하며 겨우 숨만 할딱였다.

그녀의 탁 풀린 동공을 보곤 도휘는 결국 등에 불을 붙였다. 확 밝아진 사위에 소화의 눈가가 움찔댔다.

“뭐, 뭘 하려고….”

생전 처음 맞는 이상하고 강렬한 쾌락에 소화는 모든 게 두려워졌다. 아랫배보다 더 아래가 부글부글 끓고, 도휘가 핥아 주는 그곳이 너무나 간지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당황한 소화가 제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도휘는 그녀의 허벅지를 억세게 쥐곤 확 젖혔다.

“앗!”

뒤로 벌러덩 눕혀진 소화의 엉덩이가 공중에 떠올랐다. 도휘의 눈앞에 제 음부가 활짝 벌어진 자세였다.

“헤픈 그 구멍이 어딨는지, 봐야겠어요.”

소화는 두 손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가렸다. 도휘의 집요한 시선이 온전히 제 그곳에 꽂혀 있었다.

“귀여워라….”

불그스름하게 익은 살굿빛 음부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소화가 움직이지 못하게 한쪽 무릎으로 지그시 허벅지를 누른 도휘가 자유로워진 다른 손으로 그녀의 옥문을 헤집기 시작했다.

제가 갖고 놀던 작은 살점, 음핵은 여기 있고. 장난치듯 툭 건드리자 그녀가 움찔 튀어 올랐다.

“읏!”

그 옆의 작은 날개 같은 것을 손끝으로 그리며 내려오던 도휘가 무릎을 꾹 눌렀다. 그러자 소화의 엉덩이가 완전히 위로 들려 꼭 다물린 뒷문까지 다 보였다.

“여기까지 흘렸네….”

꿀처럼 반짝이는 애액이 칠칠치 못하게, 뒷문까지 흘렀다.

이 아까운 걸.

밑에서부터 쭉 혀로 핥아 올리자 작은 여체가 펄떡펄떡 뛰어올랐다.

“아, 안 돼! 더러워!”

귀여운 반응이 퍽 마음에 든 도휘는 꿀이 흘러나온 좁은 샘에 단단하게 세운 혀를 밀어 넣었다.

회음부 위. 여기가 저를 받을 구멍인 게 틀림없었다. 한데 너무나 얕고 좁아 붓대 하나 겨우 들어갈까 싶었다. 구멍을 넓히려 거칠게 혀로 후비고 박아 대자 꿀물이 줄줄 흘렀다.

“아…. 그, 그렇게 하지 마! 간지러워! 간지럽단 말이야!”

소화가 휘휘 고개를 저으며 물장구치듯 이리저리 발을 흔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 줄까, 응?”

도휘가 그녀의 반응을 살피며 콧날로 음핵을 비비적거렸다. 그러자 소화가 얼굴을 가린 손을 살며시 거두고 입술만 빼꼼 내민 채 속삭거렸다.

“간지러워…. 거기가 너무 간지러워.”

“어디가?”

“거, 거기….”

“거기 어디?”

도휘가 요부처럼 눈을 접어 가며 묻자 소화가 붉어진 얼굴을 휙 옆으로 돌렸다.

“…몰라! 대체 언제 싸는 거니?”

“빨리 싸고 싶어요?”

“그래! 너무… 너무 간지럽단 말이야!”

“알았어요, 그럼. 먼저 싸게 해 줄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휘가 둔한 살덩이를 옆으로 벌린 채 도드라진 음핵을 물었다. 그러곤 엄지로 구멍의 입구를 가늠하듯 굴리다가 제일 가느다란 약지를 먼저 꽂았다.

“흐읏!”

몸을 움츠린 소화의 발끝이 곱아들었다. 연약하고 부드러운 샘을 약지로 휘젓던 도휘가 급히 손을 빼고 이번엔 검지를 넣었다.

끊어질 듯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손가락 하나면 꽉 차는 좁고 습한 공간. 하지만 이곳은 그를 반기고 있었다. 생생한 반응이 이를 증명했다.

곧장 검지를 뺀 도휘가 이번엔 가장 굵은 중지를 밀어 넣었다.

“아응…!”

미끌미끌하면서도 사방에서 꽉 조여 오는 주름의 감촉이 그를 미치게 했다. 그녀의 허벅지를 꽉 짓누른 도휘가 입술로는 음핵을 빨며 중지를 위로 쳐올리기 시작했다.

“아! 아! 아아!”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그의 입술이 세차게 음핵을 빨아 대며 질 윗벽을 자극하자 소화가 한 번도 낸 적 없는 교성을 내질렀다.

“응, 여기가 간지러운 거죠. 여기.”

혀끝으로 살점을 문지르느라 그의 발음이 뭉개졌다.

도휘의 머리칼을 쥐던 소화는 어느새 그의 어깨를 때리고 밀어 내기 시작했다. 반응이 격해질수록 도휘의 손장난도 거칠어졌다.

“그만…. 아! 그만! 아앙! 그만해!”

소화가 아무리 온몸을 비틀고 버둥버둥 애를 써도 돌산처럼 단단한 그의 몸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도휘야! 아응! 그만!”

아랫배가 터질 듯 급격히 요의가 차올랐다. 아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척추가 찌르르한 것이 이게 요의인지 다른 어떤 격정인지 알 수 없었다.

촛불 그림자가 일렁대는 천장만 쳐다보던 소화의 커진 눈 앞이 일순 하얗게 번쩍였다. 그리고 까맣게 변했다가 다시 하얗게….

“아아아!”

온몸이 수축했다. 어깨가 굽어들고 손끝 발끝마저 쥐어 들었다. 있는 힘껏 다리를 오므렸지만 소용없었다. 예민한 살점을 힘 있게 빨아올리는 그 앞에서, 절정의 홍수가 찾아왔다.

샘물이 터지듯 가는 물줄기가 도휘의 입가에 쏘아졌다. 이를 기다렸던 그가 손으로는 힘 있게 쳐올리며 입술로는 목마른 짐승처럼 그곳에 혀를 대고 문대며 핥아 올렸다.

소화의 허벅지가 덜덜 떨리고 질구는 경련을 일으켰다. 절정에 다다라 전율하는 그녀의 쾌락이 고스란히 느껴져 도휘가 나지막한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쌌네.”

완전히 힘이 풀린 소화의 다리는 이제 고정하지 않아도 벌어진 채로 닫힐 기미가 없었다. 그가 입가에 튄 물방울을 핥아 올리며 한 손으론 제 양물을 위아래로 쓸었다.

“좋아요?”

늘어진 그녀를 놀리듯 내려다보며 도휘는 다른 손으로 끊임없이 그녀의 질벽을 쳐 주었다. 벌벌 떨리는 내부의 주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많이 좋은가 보네….”

손가락을 짜부라뜨릴 듯 조여들었던 구멍이 움찔대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동시에 꿈틀대던 양 무릎이 거부하듯 모여들었다.

“다… 다 했잖니. 했, 했잖아.”

그녀의 숨이 거칠었다. 홍조 띤 수줍은 얼굴을 바라보던 도휘가 잔인한 사냥꾼처럼 입매를 치켜올렸다.

“무슨 소리예요. 나오는 게 없을 때까지 싸게 해 준다니까.”

샛노란 그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소화의 허벅지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해 놓은 도휘는 다시 음핵을 입술로 물었다. 한참을 빨았던지라 전보다 크고 붉었다. 이번에는 혓바닥을 넓게 펴 달랑거리는 살점을 위아래로 문질렀다.

“아…! 아아!”

어느새 다시 까칠하게 일어난 혀가 극점에 달한 음핵을 자극하자 소화는 목이 쉬어라 교성을 내질렀다. 미끄러운 애액이 까끌한 혓바닥에 흠뻑 묻어 성감이 훨씬 자극되었다.

그녀가 얼마나 달아올랐는지 도휘가 두 번째 손가락을 같이 밀어 넣었는데도 모를 지경이었다.

“아직도 너무 조여요.”

두 개를 넣었는데. 도휘는 이 구멍이 완전히 풀려 흐물흐물해지길 바랐다. 아예 힘이 들어가지 못하게, 그래서 제 것을 넣어도 그녀가 고통 대신 쾌락만 느끼기를.

“아!”

온몸이 하늘로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엄청난 낙하감에 소화는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또 한 번의 절정이었다.

도휘는 겨우 손가락 두 개와 요망한 혓바닥으로 그녀를 몇 번이나 절정에 올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두 번째가 처음보다 더 강렬했고, 세 번째는 그보다 더 진했다.

고문 같은 쾌락에 소화의 맑은 동공이 완전히 풀렸다. 더 나올 게 없을 때까지 싸게 해 주겠다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소화의 삼각지를 지그시 눌러 본 도휘가 마침내 손을 빼곤 그녀의 눈앞에 들어 올렸다.

팔뚝까지 푹 젖은 그의 손끝에서 홀쭉한 배 위로 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얼마나 많이 쌌는지 봐요.”

소화는 기진맥진해선 고개를 들 힘도 없었다. 겨우 눈만 들어 올리자 그가 젖은 얼굴을 닦아 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도휘가 야살스럽게 웃었다.

“다음에는 내 얼굴 위에 앉아서 싸요. 그럼 더 잘 보일 것 같아.”

“…….”

겨우 숨만 내쉬고 있던 소화가 텅 빈 천장으로 눈을 돌렸다. 미약한 바람에도 촛불이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끝난 걸까. 도휘는 아직 안 쌌지만, 소화는 애써 그렇게 믿었다. 제발 끝났기를. 더는 할 수 없었다.

눈치를 살피듯 그를 힐끔대자 거대한 양물이 위용을 드러내듯 배꼽까지 바짝 올라붙어 있었다. 찢어진 창호지 사이로 본 수말의 그것. 소화는 혀를 깨문 사람처럼 놀라 눈을 돌렸다.

그때였다.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몸을 도휘가 타고 올랐다. 제 위에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에 소화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서렸다.

“이제 내 차례예요, 소화.”

터질 듯 발기한 이 양물을 보았으니 어느 구멍에 넣는다고 말하면 절대로 못 한다고 앙탈을 부릴 게 분명했다.

소화의 양다리를 개구리처럼 잡아 올린 도휘가 기둥을 붙들고 농익은 자두 알처럼 새빨간 귀두로 음부를 문질렀다. 음핵부터 질구까지 천천히 위아래로 비벼 주자 미끄러운 질감이 일품이었다.

넣고 싶다. 그 역시 더는 견디지 못할 때쯤, 질구가 빨리 넣어 달라는 것처럼 벌름댔다. 도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귀두를 입구에 꾹 내리눌렀다.

“응…!”

안 들어갈 것처럼 비껴가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선단을 머금은 소화의 질구가 발발 떨렸다. 이대로 거칠게, 쌀 때까지 제 마음껏 치대고 싶었지만 도휘는 인내를 발휘했다.

“아직, 너무 조이는데, 하.”

젖은 내부가 찰지게 그를 물어 왔다. 뜨겁고, 미끌미끌하면서도 사방으로 꽉꽉 물어 대는 주름이 기둥을 빈틈없이 감쌌다. 삽입 부위를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이 짙어졌다.

“흐으….”

서서히 제 배 속을 밀고 들어오는 양물 때문에 소화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흡사 굵은 말뚝이 박히는 것 같았다. 그 크기를 익히 훔쳐보았기에 도저히 그것이 제 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도 도휘는 끝도 없이 몸을 들이밀었다. 묵직한 둔통이 속을 치받았다. 그의 시선이 꽂힌 곳을 내려다보니 아직도 반밖에 넣지 못했다는 사실이 절망적이었다.

“그만, 그만….”

결국 소화가 도휘의 어깨를 밀어 내자 그가 부드럽게 몸을 뒤로 물렸다가, 다시 들어왔다.

“아흣…!”

찌릿한 느낌이 밀려왔다. 이전과는 다른 감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둔통과 더불어 배 속을 가득 채운 딱딱한 양물이 제 안을 천천히 오갈 때마다 등줄기가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그가 느리게 움직일수록 뭔가 감질나고, 부족했다.

“으응.”

고통 섞인 신음이 마침내 고양이 울음 같은 교성으로 바뀌자 도휘의 몸짓이 빨라졌다.

차마 다 넣지도 못했고, 제 맘대로 박지도 못하는 느린 움직임이지만, 이만하면 됐다.

“흐으….”

이미 최고조에 다다른 소화는 벌써 또 절정을 맞이한 듯 고개를 쳐들고 울고 있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허벅지를 내리누르며 그가 허릿짓을 빨리했다.

“아!”

마지막을 향해 달리다 저도 모르게 자궁구를 퍽 들이받았다. 동시에 질구가 확 쥐어틀며 그녀가 도망치듯 엉덩이를 뺐다.

도휘는 급히 제 양물을 꺼냈다. 그러곤 절정에 달해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화의 얼굴에 그것을 갖다 댔다.

“……!”

초점 없이 겨우 실눈을 뜬 소화는 순간 제 눈앞에 들이밀어진 양물을 보곤 눈을 크게 떴다.

“아!”

고개를 젖힌 채, 숨을 터뜨린 도휘가 짜부라트릴 듯 세게 쥐고 있는 그것은 이미 제가 알던 방망이가 아니었다. 움찔대는 귀두가 제 주먹만 하게 커졌다. 꼭 갓이 펼쳐진 버섯처럼 보였다.

‘넣을 때는 분명 저렇지 않았는데!’

경악한 소화의 심장이 벌렁거렸다. 도휘의 혀에 돋은 가시처럼 저것도 본능의 극에 달해서 부푼 게 분명했다.

하지만 저런 것을… 저런 걸 대체 어떻게 뺀단 말인가?

‘도휘가 조금만 늦었다간 큰일 날 뻔했구나.’

소화가 내심 안도하는 사이, 도휘는 소원대로 그녀의 얼굴에 질퍽한 정액을 쏘아 냈다.

“꺄앗.”

물총처럼 쏘아진 비릿한 액체에 소화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자 타락처럼 하얗고 뿌연 씨물이 그녀의 새까만 머리칼과 속눈썹 위에 내려앉았다.

오래 참았던 씨물은 양도 많았다. 앙증맞은 눈, 코, 입이 그가 뿜어낸 정액으로 죄 엉망이 되었다. 목덜미와 가슴까지, 그녀가 제 씨물로 범벅이었다.

귀두를 꾹 눌러 마지막 한 방울까지 그녀의 젖꼭지에 짜낸 도휘가 그 모습을 보고 마침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 내 것 같아요, 소화.”

놀란 그녀의 시선을 모르는 것처럼 도휘는 다정하게 입을 맞추었다. 정액이 묻은 얼굴과 몸을 닦아 주는 손길이 방금 무도한 짓을 저지른 사람 같지 않게 퍽 자상했다.

“나도 이제 온전히 당신 거야. 아껴 줘요.”

소화는 겁먹은 곁눈질로 그의 양물을 힐끔댔다. 주먹만 했던 귀두는 조금씩 수그러들었으나 여전히 전과 같은 크기는 아니었다.

저건 대체 언제쯤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거지? 빳빳하게 힘이 들어간 기둥도 그대로였다. 이번엔 도휘가 빨리 빼서 다행이지 만약 저런 것을 여태 품고 있었다면….

“다음엔 안에 싸 줄게요.”

경악한 소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도휘는 그저 그녀의 아랫배를 엄지로 꾹 문지르며 벌써 그 안에 소중한 게 든 것처럼 여기저기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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