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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본문

쿵푸벳

7.

“나는 아버지와는 다르니까. 모든 면에서. 나는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곧 이 나스룩의 모든 농노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아드리안이 한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엘레노어가 알게 된 것은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고 난 한 달 후였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성 밖에서 치러졌다.

결혼식에는 다른 영지의 귀족들뿐만 아니라 나스룩의 농노들까지 전부 초대받았다.

사흘 밤낮으로 이어진 결혼식에서는 모든 이들이 마음껏 마시고 먹고 춤을 추며 즐겼다.

덕분에 축제 아닌 축제가 사흘 밤낮으로 이어졌다.

유례가 없는 결혼식이었다.

서자 출신의 백작과 농노 출신의 신부.

파격은 이미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농노 출신의 신부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고 서자 출신의 백작은 그 어떤 귀족보다 더 당당한 기품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에서 꿀이 떨어지는 것을 모든 하객들이 부러워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그 바라보는 눈동자에서 흘러넘쳤기 때문이다.

나스룩의 새 영주인 아드리안 하츠펠트 백작이 결혼식이 있은 지 한 달 후 시행한 새로운 법이 영지 안에 선포되었다.

그 내용들은 이랬다.

귀족과 기사, 그리고 농노를 구분하지 않고 누구라도 재능이 있으면 관직에 등용하겠다는 내용과 더불어서 농노의 자식이라 할지라도 재능과 열정이 있으면 백작가의 후원으로 수도로 유학을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나스룩 영지 안의 세금을 절반으로 낮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농노가 원하면 그 소작하고 있는 땅을 매입해서 농노의 신분에서 벗어나는 법도 새로 만들었다.

열심히 일해서 그 일한 돈을 모아 스스로의 농지를 사고 농노의 신분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혁명에 가까운 법이었다.

정말 그는 다른 영주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좋지 않은 쪽으로 던진 말인 줄 알았는데 실은 영지를 보다 낫게 개선하려는 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엘레노어가 감격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드리안과 결혼한 후 엘레노어는 그녀가 알지 못하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그녀가 혼자 짝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녀가 소년을 훔쳐볼 때 소년 역시 그녀를 훔쳐보고 있었다는 것.

그녀가 나무 아래서 낮잠을 잘 때 화관을 두고 간 것이 아드리안이었다는 것.

아드리안이 수도에서 몇 번이나 그녀에게 편지를 썼지만 한 번도 보내지 못 했다는 것.

그녀를 데리고 도망치려고 수도에서 짐을 싸고 이곳으로 돌아오려는 시도를 몇 번씩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만약 그녀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면 그 남자를 죽여버리고 미망인으로 만들어 자신과 재혼할 생각이었다는 것.

정말 믿지 못할 온갖 사실들을 알게 된 후로 그를 향한 엘레노어의 사랑이 더 깊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요즘 엘레노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었다는 걸 한참 실감하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녀에게 아드리안의 칭찬을 했다.

아드리안이 영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때마다 엘레노어도 행복했다.

서자 출신이라고 그를 비웃던 사람들도 어느새 그를 인정하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 * *

그리고 엘레노어는 공부를 시작했다.

농노의 딸이기 때문에 그녀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당연히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글을 가르쳐주는 것은 백작가의 자문역을 맡은 헤인스 경이다.

기사이자 법률자문인 헤인스는 이제 백작 부인의 가정교사라는 직책까지 떠맡았다.

헤인스는 무척이나 관록이 있고 노련한 남자이기 때문에 엘레노어에게는 좋은 선생님이 되었다.

사교계의 매너부터 시작해서 귀족들의 풍습까지 덤으로 가르쳐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가끔 ‘춤’도 가르쳐주기 때문에 아드리안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왜냐하면 춤을 가르쳐주며 합법적으로 백작 부인의 손과 허리를 잡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하여간에 이 유능한 선생 덕분에 엘레노어는 백작 부인이 된 지 1년이 지날 무렵에 글을 읽고 쓰게 되었다.

그녀의 필체는 무척이나 유려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리고 아름답게 춤추는 법을 배웠고 무엇보다 자비로운 백작 부인으로 유명했다.

스스로는 검소하게 꾸미면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보는 고아원이나 수도원을 아낌없이 후원했고 전염병이 돌거나 가뭄과 홍수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항상 허리에 앞치마를 두른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하녀 출신이었기 때문에 허드렛일도 척척 해내는 그녀는 자신이 백작 부인이 되었다고 해서 과거를 부끄러워하거나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만 문젯거리가 있다면. 부부의 금실이 좋아도 너무 좋다는 것이다.

부부 금실이 얼마나 좋은가 하면 백작 부인에게 푹 빠진 백작이 툭 하면 그날의 할 일을 잊을 정도였다.

그날 처리해야 할 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백작 부인과 침대에서 노는 것에 정신을 빼앗겨 버리면 그 다음 날에는 일거리가 더 쌓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결국 백작 부인 엘레노어가 엄한 경고를 했다.

그날의 일을 다 마치지 않으면 그날의 섹스는 없다는 경고였다.

* * *

“잘 다녀왔어?”

마차에서 내려 성안으로 들어와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외투를 벗은 엘레노어의 등 뒤에서 아드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레노어는 고아원의 아이들을 후원하기 위한 모금회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아드리안이 침실로 달려온 것이다.

“왜 벌써 오세요?”

아직 날이 밝은데 침실로 온 아드리안을 엘레노어가 살며시 째려봤다.

“일은 다 끝냈어. 그러니까 혼 내지 마.”

“정말이요?”

“정말. 확인해 보겠어?”

다정하게 웃으며 아드리안이 그녀를 끌어안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침대 위로 올라간 아드리안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서로의 입술을 부드럽게 빨다가 눈을 맞추고 또 키스하는 것을 반복하자 점점 엘레노어의 숨이 거칠어졌다.

키스로 서로의 열기를 나누던 두 사람이 서로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드리안의 손이 엘레노어의 드레스 단추를 벗겨나갔다.

목덜미부터 하나둘 풀어진 단추가 마지막 하나까지 풀린 순간 그녀의 젖가슴이 튀어나왔다.

가뜩이나 체구에 비해 풍만하던 그녀의 젖가슴은 그녀가 임신하면서부터 놀랄 정도로 커져 있었다.

엘레노어는 지금 아이를 가졌다.

결혼 후 1년 만에 생긴 아이다.

아이가 생겼으니 먼 외출은 자제하라는 의사의 말이 있었지만 워낙에 활동적인 그녀인지라 지금도 여전히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외적인 활동이든 침대에서의 활동이든.

아이가 태어나면 이 아이는 백작가의 후계자가 된다.

아들이 아닌 딸이라도 백작가를 이어받을 수 있게 아드리안이 문서에 명시해놓았기 때문이다.

아드리안은 서자로서 자신이 겪었던 부조리한 일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고 그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되풀이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힘들었던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에 더 어질고 현명한 영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읏…….”

젖가슴의 감촉을 확인하듯 아드리안의 손끝이 그녀의 젖꼭지를 눌렀다.

그 짜릿한 손길에 엘레노어의 젖꼭지가 솟아올랐다.

“으응…… 아드리안…….”

엘레노어의 입에서 기분 좋은 신음이 흘러나오자 아드리안이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다른 손으로 반대편 젖꼭지를 잡아 문질렀다.

“아으응…….”

젖꼭지가 만져지는 것이 기분 좋아서 엘레노어가 목을 뒤로 젖히며 신음하자 그런 그녀의 드레스를 아드리안이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러자 그녀의 볼록한 아랫배와 검은 음모로 뒤덮인 하체가 드러났다.

“아, 아읏…… 아…….”

엘레노어의 목덜미를 핥던 아드리안이 손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주물럭거렸다.

젖꼭지를 빠는 아드리안의 애무에 엘레노어가 참을 수 없는 쾌감을 느끼며 등을 뒤로 젖히며 젖가슴을 내밀었다.

더 빨아달라는 뜻이었다.

“하읏…….”

아드리안의 손이 그녀의 은밀한 곳으로 뻗어가자 이미 흠뻑 젖어있는 그녀의 계곡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달콤한 쾌감에 그녀의 젖꼭지가 딱딱해지고 있었다.

“아드리안…… 아, 읏…… 아드리안, 하읏…….”

아드리안의 손이 그녀의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빨리 아드리안…… 빨리…….”

그녀가 아드리안을 재촉했다.

“엎드려 봐.”

아드리안의 속삭임에 엘레노어가 몸을 일으켜 엎드렸다.

누워서 하게 되면 그녀의 배가 압박을 받는 것이 신경이 쓰여서 최근에는 계속 그녀를 엎드리게 한 다음 후배위로 하고 있는 아드리안이었다.

“빨리…….”

재촉하며 엘레노어가 엉덩이를 흔들었다.

벌써부터 음란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은 아드리안이 그녀의 뽀얀 엉덩이에 키스했다.

“실컷 넣어줄 테니까…… 사랑하는 내 신부.”

그녀의 뒤에서 속삭이며 아드리안이 그녀의 엉덩이를 벌리고 자신의 단단한 성기를 밀어 넣었다.

벌어진 계곡 사이로 꿈틀거리며 들어오는 그 뜨거운 살덩어리에 엘레노어가 엉덩이를 떨며 신음했다.

“하윽! 아, 아아!”

엘레노어의 신음을 들으며 아드리안이 그녀의 안으로 들어선 성기를 움직였다.

두 사람의 교접 부위에서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 *

백작 부인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그녀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오던 헤인스 경이 결국 문 앞에서 돌아가고 말았다.

대낮부터 침실 안에서 들려오는 뜨거운 신음소리에 누가 감히 그 문을 두드리겠는가.

하녀들도, 하인들도 전부 뭔가를 가지고 왔다가 문 앞에 두고 소리 없이 돌아갔고 헤인스 경 역시 들고 온 선물을 침실 문 앞에 얌전히 두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하츠펠트 백작의 침실 문 앞에는 선물과 온갖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대낮부터 저렇게 열심인 백작 부부를 흉보지 않았다.

저렇게 금실이 좋아도 할 일은 척척 다 해놓기 때문이다.

백작은 어질고 현명하고, 백작 부인은 너그럽고 부지런해서 하츠펠트 백작가에는 지금 다른 어느 때보다 봄기운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역대 백작들 중에서 가장 상냥한 백작 부부가 이 성의 주인으로, 이 나스룩 영지의 주인으로 있는 이상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성이, 가장 행복한 영지가 될 것이라는 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머잖아 이 성에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면 그 행복은 더 완벽해질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백작 부부의 금실을 보면 아이가 열 명도 넘게 태어날 것 같아서 다만 그것이 걱정이었다.

행복한, 걱정이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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