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본문
3.
하츠펠트 백작의 성으로 끌려온 엘레노어가 이끌려간 곳은 욕조가 준비된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입고 있던 드레스를 벗고 욕조 안에 들어가 몸을 씻어야만 했다.
딱히 더러운 건 아니었다.
오늘은 결혼식이라 깨끗하게 씻고 그리고 드레스까지 입었다.
그런데도 성의 하녀들은 그녀를 욕조 안에 밀어 넣었다.
이 성의 하녀들은 전부 엘레노어가 알고 있는 여자들이다.
하녀들뿐만 아니라 하인들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엘레노어도 이곳에서 하녀로 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도와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뜨거운 물이 담긴 욕조에는 말린 장미꽃까지 띄워져 있었다.
향기로운 물에 몸을 담근 채로 엘레노어가 불안에 떨었다.
그녀의 몸을 씻는데 사용하는 비누는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것이고 그녀의 목욕을 하녀들이 전부 도와줬지만 그녀는 불안할 뿐이다.
왜냐하면 이 모든 과정이 전부 루드비히 하츠펠트에게 초야를 빼앗기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장미 향이 나는 뜨거운 물로 목욕을 마친 엘레노어의 몸을 닦아준 하녀들이 그녀에게 가져온 것은 아름다운 나이트가운이었다.
살갗에 닿는 것만으로도 부드럽게 흐르는 질 좋은 실크 나이트가운을 몸에 걸치며 엘레노어가 당혹감을 느꼈다.
가운 안에 아무것도 입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음부를 가리는 속옷 한 장 입지 못했다.
대신 허벅지에 웨딩 가터는 채워졌다.
그녀가 원래 하고 있던 웨딩 가터가 아니라 새로운 웨딩가터였다.
* * *
4층의 침실이 엘레노어가 나이트가운을 입고 들어선 곳이다.
이 침실은 예전 하츠펠트 백작이 사용하던 곳으로 그가 여름에 죽은 이후로는 계속 비어 있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이곳을 청소하기 위해 엘레노어도 들어왔던 곳이다.
지난주에 본 것과는 조금 달라졌다.
그때는 비어있던 침실이었고 지금은 주인이 돌아와 있는 침실이다.
커튼도 바뀌었고 가구들의 위치도 조금씩 바뀌었다.
무엇보다 온기가 돌았다.
반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벽난로에 장작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양초 한 자루가 어둠을 밝히는 것이 전부였다.
등 뒤로 문이 닫히자 엘레노어가 숨을 죽였다.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엘레노어 하인츠?”
차가운 목소리에 엘레노어가 몸을 떨었다.
루드비히의 목소리가 꼭 저렇게 차가웠었다.
그에 비하면 아드리안은 상냥한 소년이었다.
“엘레노어 랭햄입니다, 백작님.”
떨리는 것을 애써 억누르며 엘레노어가 대답했다.
“랭햄?”
“한스 랭햄과 결혼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스 랭햄의 아내입니다, 백작님.”
“그래?”
목소리에서 차가운 조소가 묻어났다.
“하지만 내게 초야권이 있는 건 알고 있겠지?”
“선대 백작님께서도 초야권은 행사하지 않으셨습니다.”
“나는 아버지와는 다르니까. 모든 면에서.”
불빛이 흐릿하고 남자의 얼굴이 침대에 드리워진 커튼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곧 이 나스룩의 모든 농노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차가운 목소리에 엘레노어가 두려움을 느꼈다.
섬뜩한 공포가 그녀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선대 백작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건 무슨 뜻일까?
선대 백작도 충분히 농노들을 쥐어짰었다.
과할 정도의 세금을 거두어간 덕분에 겨울은 항상 굶주려야 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짓을 하겠다는 뜻일까.
그럴 수 있다.
루드비히 하츠펠트라면 그보다 충분히 잔인한 짓을 하고도 남을 것이다.
“한 잔 마시겠어?”
“싫습니다, 백작님.”
“이왕이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는데.”
“술은 마시지 않습니다. 루드비히 하츠펠트 백작님.”
“루드비히?”
순간 남자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그 온도 차이를 엘레노어도 충분히 느꼈다.
“아, 그렇지. 루드비히였지. 오랜만에 그 이름을 들어서.”
그리고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이 어두운 방안에 흩어졌다.
그리고 웃음이 그치며 그가 드디어 그녀에게 요구했다.
“이리로 와.”
드디어 시작되는 것이다.
입술을 꽉 물고 엘레노어가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침대에 드리워진 커튼을 걷어 올리고 들어갈 때 남자가 양초의 불을 껐다.
그러자 순식간에 어둠이 밀어닥쳤다.
벽난로의 장작이 타고 있었지만 그것은 방 안을 희미하게 밝힐 뿐, 침대 곁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했다.
“앉아.”
그의 말대로 엘레노어가 침대에 다리를 내리고 앉았다.
“가운을 벗어.”
그 말에 그녀가 잠시 망설였다.
이 가운을 벗으면 알몸이다.
아무리 침실 안이 어둡다고 해도 나신이 전부 드러나게 된다.
“벗으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
위협적인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엘레노어가 가운을 벗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그녀의 흰 나신이 희끄무레하게 그 윤곽을 드러냈다.
“웨딩 가터군.”
남자의 목소리에는 짓궂은 미소가 담겨 있었다.
“웨딩가터는 입으로만 벗겨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
남자가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에게로 다가와 무릎을 꿇는 것을 보며 엘레노어가 숨을 죽였다.
흐릿한 어둠 속에서 비치는 남자의 머리카락은 황금색이었다.
루드비히도, 아드리안도 모두 이런 머리색을 하고 있었다.
아드리안 같은 남자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
불가능한 꿈이지만, 한때는 그것을 간절히 기도했을 때가 있었다.
“읍…….”
순간 엘레노어의 생각이 멈췄다.
남자의 입술이 포개져 왔기 때문이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부드러운 입술이 포개졌다.
그녀가 예상한 것처럼 거칠 거나 난폭한 키스는 아니었다.
루드비히 하츠펠트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그런 난폭한 키스가 아니라 다정하고 부드러운 키스였다.
남자의 혀가 상냥하게 그녀의 입술을 핥았다.
첫 키스였다.
지금까지 어떤 남자와도 키스한 적이 없었다.
‘혀가…….’
입술을 벌리고 남자의 혀가 밀고 들어왔다.
젖은 혀가 입안을 더듬자 엘레노어의 등줄기가 떨렸다.
달아날 곳도 없다.
남자의 혀가 그녀의 혀를 휘감고 애무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손이 그녀의 등을 더듬기 시작했다.
남자의 손은 뜨거웠다.
그 뜨거운 손이 등을 어루만지더니 다시 그녀의 목을 감싸 쥐었다.
휘감긴 혀에 숨결을 빼앗긴 탓에 엘레노어의 머릿속이 열기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숨이 가쁘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 모든 것이 처음이라서 그렇다.
무섭고 혼란스러워서 그런 것이다.
“으응…….”
남자에게 입술이 삼켜진 채로 엘레노어가 신음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목덜미에서 등으로, 그리고 허리를 지나 엉덩이까지 내려와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주무르며 남자가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는 대신 그녀의 젖무덤에 얼굴을 묻었다.
“아읏…….”
더운 숨결이 젖무덤에 번지자 엘레노어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남자의 혀가 그녀의 젖가슴을 핥으며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넘어뜨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남자의 행동은 그녀의 예상을 빗나갔다.
남자는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을 그녀의 가슴으로 옮겼다.
두 손으로 젖가슴을 감싸 쥐고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하자 엘레노어의 숨이 거칠어졌다.
“으응…… 읏…….”
이런 식으로 남자의 손이 젖가슴을 만진 것은 처음이다.
창피스러운 나머지 달아나고 싶었지만 달아날 길이 없다.
“가슴이 예쁘군. 큰 가슴이야. 어렸을 때는 좀…… 말랐던 것 같은데.”
어렸을 때.
그때 이 남자는 자신을 벌레처럼 여겼다.
그런데 그때를 왜 끄집어내는 걸까.
“어렸을 때는 훨씬 마르고, 주근깨도 많았고…… 그랬는데 지금은 탐스러운 과실을 달고 있는 여자가 되었어. 가슴도, 엉덩이도.”
“흐응…….”
그녀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핥던 남자가 그녀의 젖꼭지에 이를 세웠다.
그리고 살며시 젖꼭지를 빨며 혀로 휘감아 빨았다.
“으응…… 앗…….”
그가 혀를 굴릴 때마다 엘레노어가 숨을 헐떡였다.
젖가슴이 그의 타액과 숨결로 뒤범벅이 되었다.
“으응…… 응…….”
제 가슴에 얼굴을 묻고 꿈틀거리는 남자의 황금빛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며 엘레노어가 가쁜 숨을 내쉬면서 신음했다.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던 남자의 입술이 그녀의 허벅지에 닿았다.
정확히는 웨딩 가터 위였다.
“하읏…….”
남자의 입술이 웨딩 가터를 가볍게 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웨딩가터가 허벅지 아래로 끌려 내려가며 남자의 입술이 그녀의 허벅지에서 무릎으로 선을 그리며 내려갔다.
그리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남자가 그녀의 발목에서 웨딩가트를 벗겨냈다.
그것이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남자의 손이 그녀의 발목을 잡더니 양쪽으로 벌렸다.
“아……!”
깜짝 놀란 엘레노어가 소리를 지르며 남자를 내려다봤지만 이미 그녀의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벌어진 후였다.
한껏 벌어진 그녀의 다리 사이로 비밀스러운 곳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장미 향이 나는군.”
그녀의 발목을 잡은 채로 그녀의 비밀스러운 곳에 코를 대며 남자가 속삭였다.
“내가 좋아하는 향이야.”
속삭이며 남자가 그녀의 비밀스러운 곳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윽!”
믿을 수가 없었다.
제 음부에 얼굴을 묻는 남자의 행동에 깜짝 놀란 엘레노어가 소리를 지르며 남자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남자가 순순히 떠밀릴 리가 없었다.
“배, 백작님! 이, 이러지……!”
젖은 혀가 그녀의 비밀스러운 부분을 혀로 벌리고 핥아댔다.
오싹오싹한 감각이 그녀를 뒤덮었다.
이 낯설고 생경한 감각이 그녀는 무서웠다.
“반항하지 않으면 상냥하게 대해줄 거야.”
상냥하게.
그 단어처럼 루드비히 하츠펠트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또 있을까.
예전에 루드비히는 엄마의 뺨을 자주 때렸었다.
선대 백작에게 혼이 나서 기분이 나쁠 때면 항상 하녀들에게 분풀이를 하고는 했었다.
키우던 카나리아를 죽이는 일도 흔히 있었다.
잔인하고 무자비한 남자다.
그런 남자가 베푸는 상냥함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하윽!”
입술을 뗀 남자가 엘레노어의 허벅지를 더 힘껏 밀었다.
본능적으로 다리를 오므리려고 하는 엘레노어의 다리를 손바닥으로 밀어 벌리자 조금 전까지 남자의 더운 혀가 범하던 그녀의 비부가 훤히 벌어졌다.
양쪽으로 벌어지는 분홍색 살집 사이로 꼭꼭 숨겨져 있던 선홍빛 주름과 그 안의 작은 동굴이 드러났다.
“조금만 늦었어도 다른 사내에게 빼앗길 뻔했다는 것이 아찔하군. 이 아름다운 동굴을 다른 사내가 보게 할 수는 없으니까. 엘레노어.”
남자가 그녀의 이름을 속삭였다.
“한 번도 이런 곳에 손이 닿은 적은 없겠지?”
그 말과 함께 남자가 엘레노어의 벌어진 살집 사이로 손가락을 가져가 그녀의 선홍빛 주름을 슬슬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 읏……!”
예민하고 은밀한 속살을 문지르는 남자의 손가락에 엘레노어가 몸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그런 곳을 만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