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 131. 과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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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4화 〉 131. 과거(4)
* * *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오빠의 시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오, 빠.”
어째서?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말도 안 되는 현 상황에 눈을 의심했다.
이건... 이건 아니다.
이렇게 될 순 없다.
분명 오빠가 살해당하지 않게 강서연을 죽였다.
더는 오빠의 목숨을 위협할 것은 없었다.
오빠는 그저 공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될 뿐이었다.
대체 뭐가 문제야?
강서연이 죽었다고 오빠가 자살을 왜?
오빠가 강서연을 사랑한 것도 아니잖아.
그저 강서연은 오빠의 공략엔 걸림돌이 될 뿐이잖아.
설마... 강서연을 뭘 어떻게 하든 오빠는 결국 죽을 운명이라는...
콰앙!
그럴 리 없다.
그래선 안 된다.
그런 빌어먹을 전제가….
그런 건 존재해선 안 된다.
다시 한번 벽에 머리를 찍었다.
그래. 지금 이건 모든 게 꿈이다.
그저.. 그저 잘못된 이상한 버그가 걸린 세상일 뿐이다.
기다려 오빠..
내가. 내가 다시 제대로 된 세상에서 오빠를...
***
“....오빠는, 서연, 언니를, 어떻, 게 생각, 해요?”
“귀찮은 여자.”
“....그게, 끝?”
“그럼 그거 말고 내가 대체 뭘 생각하겠냐.”
“.....서연, 언니가, 죽으, 면, 죄책, 감, 이나, 그런, 걸로, 자살을.”
“으엑. 뭔 소리야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역시, 그렇, 죠?”
그래. 오빠가 강서연 때문에 자살할 일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
그럼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의문은 남았지만.
결론은 정해졌다.
오빠에게 손대기 전 강서연을 내 손으로 죽여버린다.
그렇게 나는 다시 강서연을 죽였다.
몇 번이고 도전하고 이미 한 번 죽였어도 이 일이 익숙해지진 않았다.
“.....오빠.”
그래 전엔 버그가 일어났을 뿐.
그런 생각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오빠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
“씨발... 씨발! 씨발!!”
“......오, ...빠?”
너무나도 명백히 이상한 오빠의 상태.
대체 지금 이게 무슨?
“...오, 빠!”
계속해서 벽에 머리를 박는 오빠의 모습에 나는 당장 오빠를 말렸다.
“꺼져!!”
그러나 계속해서 벽에 머리를 박던 오빠는...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뭐야... 뭔데!!
제발 설명을 해달라고!
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다시 반복되는 오빠의 죽음에 나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뭐가 잘못된 거지?
뭐가 문제인 건데?
오빠를 죽이려는 강서연을 미리 죽였다.
오빠는 강서연을 죽인다고 딱히 별 감정은 없다고 했다.
심지어 방금 강서연을 죽이고 왔기에 오빠는 아직 강서연을 죽인 줄 모른다.
그렇다면 대체 왜?
도무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왜 오빠가 죽어버린 거냐고.
“.........”
어차피 지금 생각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얼른 다시 돌아가서...
***
“.......오빠.”
“응?”
“.....서연, 언니는, 언제, 만난, 거, 예요?”
“응? 음.. 너랑 만나기 전 꽤 됐지?”
그런가..
일단 강서연과 오빠가 만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 보였다.
애초에 시간대 자체가 그런 모양이다.
그렇다면, 강서연이 오빠에게 반하게 만들기 전 내가 어떻게든 손을 쓴다면?
하지만 어떻게?
강서연과 엮이지 말란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오빠를 만나자마자 강서연을 언급하기엔...
지난번과 같이 그냥 오빠의 의심만 잔뜩 사버리겠지.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
아니다.
일단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점은.
강서연을 죽여도 오빠가 결국 죽어버린다는 사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걸 알아내야 했다.
아직은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자.
***
“채아야. 뭔가 이상해.”
“.....뭐, 가. 말이, 예요?”
“분명 뭔가 공략은 공략이었는데 공략이 안 됐어.”
“.....?”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오빠의 신뢰를 올려놓으니 오빠가 이상한 말을 꺼냈다.
“크흠.. 뭐, 너한테 말하기 조금 그럴 수 있는데. 분명 강서연이랑... 그.. 결국, 했거든?”
“.......!!?!”
“그런데 일단 상황적으로는 강서연이 남친이랑 헤어진 것도 아니고, 분명 공략이 성공으로 떠야 하는 상황 아냐?”
“.........”
“응? 채아 너 표정이 왜 그래?”
오빠의 그 믿을 수 없는 말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썩어버린 모양이었다.
무슨 소리야.
대체 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강서연이랑 지금 무슨 짓을 했다고...?
말도 안 돼..
아무리 내가 지금은 그냥 상황을 지켜만 보려 했다지만.
그래도 강서연을 공략하려고 그렇고 그런...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채아야..?”
“.......”
뿌드득.
“그, 그래.. 내가 아직 너한테 괜한 소릴 했나보네.”
그런 게 아니라고..
내 표정이 얼마나 썩어 있었으면 오빠가 슬쩍 물러서며 내게 말했다.
그게 아니야.
오빠가 나한테 어떤 음담패설을 하던 뭐건, 아무런 상관 없다.
하지만, 강서연을 굳이 공략을...
인정 못 해.
만일 강서연이 공략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그 미친년을 히로인으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사람을 죽이는 그 미친년의 어디가 히로인이야?
아무리 얀데레니 뭐니 하며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해도.
난 절대 그딴 년...
인정할 수 없다.
“미, 미안해. 괜히 내가 기분 상하게 만들었나 보네. 얼른 씻고 자.”
그러니까 그런게...
당장이라도 오빠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이 상황.
게다가 괜히 강서연에 대한 감정 때문에 오빠에게 오해까지 샀다.
미치겠네.
차라리 이 빌어먹을 감정이라도 숨길 수 있었더라면.
오빠랑 이야기라도 더 나눌 수 있었을 텐데.
***
“하.. 진짜. 강서연이 너무 따라다녀서 미치겠네.”
“.....버리, 는게, 좋,지, 않나. 요?”
역시 강서연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하려니 더 말을 하는게 힘들어졌다.
“나도 그러고야 싶지. 하지만 다른 공략 대상도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 이 녀석이 괜히 붙어만 다니니까 이상한 오해까지 사서.”
“.......”
역시 오빠 공략에 방해되는 강서연이었다.
당장이라도 죽여버릴까?
오빠의 공략에 방해가 되는 지금 시점이라면 죽여도 괜찮은 게 아닐까?
오빠의 공략에 어떻게든 힘이 되고 싶어.
만약 내가 공략 대상이었다면 당장에라도 내 몸을 바치고 싶어.
오빠의 공략 대상이 좀 더 많았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아직까진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하였다.
일단 아직 오빠가 자살한 이유를 모른다.
***
“드디어 그 강서연을 뚫어내고 다른 공략 대상을 찾았어.”
“....정말, 요?”
“그래. 강서연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 다시 공략에 들어갈 수 있어.”
“....그거, 다행, 이네요.”
“그렇지.”
간만에 오빠의 속 시원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이걸로 나도 안심하고 강서연을...
아닌가? 아직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걸까?
이런 전개라면 아직 오빠가 자살할 이유는 없었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여전히 의문은 깊어져만 갔다.
***
“채아야 큰일났어.”
“....?”
“이번엔 드디어 공략에 성공했단 말이지.”
“....잘, 된, 거, 아닌, 가요?”
“얘도 뭔가 느낌이 쎄하단 말이지.”
“......?”
“뭔가.. 뭔가 강서연이랑 비슷한 느낌이..”
“...?!”
“뭐, 느낌이 그렇단 말이지만.”
머리를 긁적이며 오빠가 그런 불길한 말을 했다.
강서연이랑 비슷하다고?
그래선 안 된다.
그렇게 되어선 결국 오빠가 또...
서둘러 일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오빠가 또 공략한 여자가 누군진 몰라도..
나중에 무조건 일을 저지르는 강서연은 빨리..
***
됐다.
일단 강서연은 처리 완료.
가만히 두면 결국 나중에 일만 복잡해질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미리 처리했다.
일단 오빠가 공략했다는 그 여자 역시 무슨 일을 저지를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강서연을 처리했으니 나중에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으면..
그런 생각과 함께 나는 피가 묻은 칼을 닦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
또....
집으로 돌아오자 또 다시 마주한 오빠의 죽음.
대체 어째서..?
이번엔 공략도 제대로 성공했다며.
그럼 앞으로 잘...
그런 생각과 함께 벙찐 상태의 나는 눈앞의 오빠를 바라보았다.
“......아.”
계속해서 만나는 오빠의 시체에서 잠시 눈을 돌리자 그 옆엔 어떤 한 쪽지가 놓여 있었다.
유서인가?
그런 생각에 나는 혹시 오빠의 자살에 대한 이유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얼른 확인해보았다.
‘채아야. 미안하다. 나도 좀 버텨보려고 했는데. 역시 무리였어. 계속되는 강서연의 협박과 공략한 여자의 집착에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공략을 하면 미친년들만 생산해내나 봐. 하긴, NTR로 먹버하는 미친놈한테 정상적인 여자가 공략될 리 없지. 이걸 무시하고 공략을 하려고 해도 또 다음여자도 다음 여자도 계속 이런 여자들이 나올까, 이젠 너무 두려워. 나도 이젠 제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다. 미안해. 차라리 이게 맞는 선택인 것 같다.’
“.......”
요약하자면 본인의 공략이 얀데레 생산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이럴 바에는 그냥 죽겠다.
그런 이유였어?
그럼 지금까지 강서연을 죽여도 죽었던 이유가 이거?
확실히 두 번째 자살 때 오빠는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었다.
설마 그게 강서연 대신 다른 여자를 공략하다 또 얀데레가 터져서 그런..
하지만 그때 오빠는 나에게 아무런 말도...
지금 루트를 이렇게 타서 그런 걸까?
지금만 이렇게 된 걸까?
몰라.
몰라몰라몰라몰라몰라.
모른다고!!
그렇게 여전히 의문을 풀지 못한 채 나는 또 오빠를 구하지 못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