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4. 얀데레로 각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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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4. 얀데레로 각성하다.
콰앙!
방과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그녀가 무표정으로 내 책상을 쾅 치며 나를 보려보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잠시 저 좀 따라오시겠어요?”
“아니, 너는 내가 아니라 그 녀석이랑 하교를 해야...”
내가 말하는 도중 그녀는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표정을 잠시 움찔하고는 내 팔을 끌어 사람이 없는 빈 교실로 향했다.
아니, 이 여자 왜 이렇게 힘이 강한 거야?!
강제로 나를 끌고 가는 그녀에게 저항해보려고 했으나 어째선지 힘에서 밀리며 나는 그대로 그녀의 힘에 강제로 이끌렸다.
드르륵.
“그럼 이야기를 좀 해보도록 할까요?”
“아니, 할 이야기가 없는데요...”
“없지!!!”
콰앙!
“않잖아요?”
“.............”
내가 대답하자 벽을 쾅 치며 내게 소리치는 그녀의 기세에 눌려 나는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그 오늘 뭐 진전이 제대로 안 되었다던가 그런 거라도...?”
이렇게까지 화를 내면서 나에게 말하는 그녀의 행동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조심스럽게 그리 물었으나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이런 내 말을 부정했다.
하긴, 그렇게나 분위기가 좋아보였는데 그리 갑작스럽게 무언가 일어났다고 보기엔 힘들긴 하지.
그러면 도대체 뭐가 문제 길래 나에게 이런 기세를 내뿜으며 말한단 말이지?
“오늘 뭔가 뒷자리 여자애랑 분위기가 좋아 보이시던데요?”
“아니, 원래 친했으니까..?”
갑자기 여기서 박 아영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설마 질투?
............
아니지! 질투는 내가 아니라 지금 썸 타고 있는 그 녀석을 향해서 해야 하는 게 맞지!
“제 눈을 속이려하지 마세요. 평소 친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으니까.”
“펴, 평소에도 그렇게 노는데요?”
“.......................”
“.......................”
내가 대답하자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지그시 내 눈을 노려보았다.
아니,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저기, 조금 뭐랄까 많이 부담스러워서 뭔가 말을 하기가...
모두가 떠나간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이라 그런지 정적이 느껴지는 교실에서 서로 아무런 말도 없으니 정말 세상이 고요하게 느껴졌다.
“제가 다시 한 번 말하겠어요. 제 눈을 속일 생각은 말라고 말했어요.”
“아니, 그러니까 대체 그런 이야기가 왜 갑자기 나오는 거야..”
“.......저 눈이 되게 좋거든요. 태양씨 평소 그 여자를 보는 눈과는 다르게 오늘의 태양씨는 그 여자를 보면서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그런 눈이었거든요.”
“........네?”
그런걸 알 수 있다고?
아니, 확실히 키스를 당한 뒤에 마음을 다잡고 박 아영을 노려보자 라는 생각으로 이번에 접근한 게 맞긴 한데...
그게 그냥 멀리서 보고 있는데 내 목적이 뭔지를 알 수 있다고?
“어째서 저라는 여자가 있으면서 다른 여자를 노리시는 거죠?”
“저기, 뭔가 내가 바람피우는 뉘앙스의 이야기로 가는 것 같은데 애초에 너랑 나는 전혀 사귀고 있지 않은거..... 너도 알고 있지?”
“네. 표면적으로 사귀고 있지 않지만 제가 그와 진전하면 할수록 배덕감이 쌓여 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그런 은밀한 관계가 되기로 한 것이잖아요?”
“대체 언제 내가 너랑 그런 약속을 했더라?!”
뭔가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그런 상황이랑은 전혀 다른 걸로 느껴지는데 말이죠?!
분명히 나는 이것저것 거절하면서 안한다고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제가 이렇게 그와 맺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였잖아요.”
“너.... 뭔가 전후 관계라던가 맥락 파악하는 거 잘 못하지...?”
“아뇨. 자랑은 아니지만 성적도 탑 급이고, 두루두루 친하면서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촉망받는 인재, 인싸녀랍니다.”
“완전히! 자랑하고 있네!!”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이런 초 하이스펙 미녀가 사랑한다는데 거절한다는 거죠?”
“아니, 말했지만 나는 이상성욕자야. 그래서 남들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걸 좋아한다고.”
“그래서 거기에 지금 맞춰드리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헌신적이라고 말했잖아요.”
“왜 이딴 거에 헌신적이냐고! 너는 그냥 네가 처음에 좋아했던 그 녀석이랑 짝짜꿍 잘 되기나 하라고!”
“이젠 좋아하는 사람이 바뀌었는 걸요!!”
“어떻게 사람의 마음이 그리 쉽게 변하냐!”
“여자의 마음은 갈대인 법인걸요!”
“그러면 안 되지! 뚝심 있게 사랑하라고!”
“지금 남의 여자를 뺏는 것에 흥분하는 사람이 그런 소릴 하는 거에요?”
“소, 솔직히 할 말은 없다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이게 왜 아닌 거죠? 제가 저번에 말했죠? 상식에 얽매이지 말라고. 세상엔 이런 사랑도 있고 저런 사랑도 있는 법이에요. 우린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들 중 남들이 보기엔 조금 비뚤어진 사랑이겠죠. 하지만 괜찮아요. 그런 비뚤어진 사랑을 하는 사람끼리 뭉치자구요.”
“아니, 내 입장에선 난 결코 사랑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인 건데.”
애초에 난봉꾼입장이니까.
“...................”
나의 대답에 그녀는 또 한번 나를 지그시 노려보았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뒤로 한발자국 슬쩍 물러났다.
“어디 그러면....”
콰악
내가 뒤로 한발자국 물러나자 그녀는 내 넥타이를 꽉 잡으며 그대로 자신을 향해 나를 끌어당겼다.
이건 설마...
또 키스 하려고 그러는 건가?!
이번에 또 당할 수 없지 라는 생각에 나는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면서도 어떻게든 그녀의 입술을 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려 하였다.
그러나 이런 내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그녀 쪽에서 다가오는 내 몸을 다른 손으로 한번 멈추고는 그대로 내 목을 향해 입을 날렸다.
아니, 여기서 갑자기 내 목을 향한다고?!
콰악!
“악!! 아아악!!”
내 목을 향해 입을 들이민 그녀는 자신의 이를 세워 내 목을 물었다.
아니?!?! 목을 왜 깨무는 거야!! 네가 흡혈귀냐!! 네가 아무리 날 깨물어도 난 네 권속이 되지 않거든!!
내 목을 힘차게 깨문 그녀는 다행히 잠시 후 이를 거두어주었으나 여전히 입은 내 목을 물고 있었다.
“히잇!!”
내 목을 문 그녀는 이를 세워 물린 내 목의 고통을 달래주듯 그대로 그녀의 그 따뜻하면서도 뭔가 달콤한 향이 나는 숨결을 내뱉으며 내 목을 핥았다.
으윽.. 느낌이 이상해.
좋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마냥 싫다고 하기에도 부드러우면서 미묘한 그런 느낌이...
그녀의 혓바닥 느낌에 내가 묘한 느낌을 느끼며 움찔거리고 있으니 그녀는 이런 내반응을 보며 장난치듯 혀를 이리 저리 왔다갔다 움직였다.
아니, 그러니까 제발 이런 건 좀 그만두는 편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는 내가 밉다.
그녀의 혀 놀림이 끝나길 기도하며 가끔씩 느껴지는 미묘한 느낌에 몸을 움찔움찔 거리자 그녀는 드디어 끝이 났는지 움직이던 혀를 멈추었다.
하아.... 드디어 끝이 난 건....
쭈욱
끝이 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는 그대로 내 목을 빨아 자신의 입안에 넣었고 그 순간 느껴지는 강렬한 느낌에 내가 몸을 들썩하며 몸을 뒤로 빼자 그녀는 자신의 늘어지는 침을 소매로 닦으며 도발적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키스 마크 생겨버렸네요?”
“아....?”
그녀의 말에 나는 내 목에 묻은 그녀의 침을 슥슥 닦으며 휴대폰을 꺼내 내 목을 확인하였고 그곳에는 그녀가 물고 빨고 한 자국이 빨갛게 모기가 물린 듯 남아있었다.
“어디 한 번 해보자구요. 당신이 이길지 제가 이길지.”
“아니, 뭐에서 이기는 건데.”
“계속 그렇게 NTR 시도 해 보세요. 그러면 그 NTR한 여자에게서 제가 당신을 다시 NTR할 거고 또 하면 다시 반복하고 반복해서 당신이 결국 제 것이라고 인정하게 만들어드릴 테니까.”
후훗.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남들이 예쁘다 라고 말하는 평가와 달리 무언가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그에게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하고 온 거라서.”
드르륵.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교실을 나가버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도대체 일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그저, NTR을 한 번, 아니 10번 하려는 것뿐이라고.
그런데 어째서 처음 시도부터 이렇게 꼬여서 일이 이상하게 전개가 되고 있는 거야.
도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고 만 것일까.
솔직히 말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전개였다.
아무리 내가 그녀를 열심히 도와주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이런 이상 성욕자를 이렇게나 맹목적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전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가?
분명히 나는 그녀가 나에게 호감을 표할 때 내가 그녀를 도와주었던 이유를 말하고 내가 NTR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보통 이런 식으로 말하면 충격을 받거나 해서 오히려 호감도는 하락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요.
뭔데 이렇게 쉬운 건데 이 게임.
소설 같은 것들에서 보면 이런 게임 세계에 떨어져서 연애 한 번 하려고 하면 완전 하드모드여서 제대로 공략도 불가능해가지고 어떻게 공략하나 이런 거 걱정하고 있는 전개 아냐?
아는 뭔데 이런 이지모드에 걸려서 공략이 너무 쉽게 되어버리는 거냐고.
뭐,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목표에 비해 이렇게 쉽게 깨진다는 건 역으로 공략하기 어려운 하드모드가 되어버리는 게 맞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전개는 좀 너무했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아까 전 그녀가 만들어놓은 키스마크에 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