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5화 〉 외전 잊혀진 그녀들의 이야기. 마법소녀 비망록·?忘? 『살의(??)』(4)
본문
〈 345화 〉 외전 잊혀진 그녀들의 이야기. 마법소녀 비망록·?忘? 『살의(??)』(4)
* * *
싱글생글. 언제나 기분 좋아 보이는 함박웃음을 밝게 짓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섬뜩하게만 느껴지는 새하얀 가면.
늘 웃고 있는 그 가면 안으로 곤란함을 드러내며 가느다라면서도 거대하게 비틀린 괴상한 몸뚱이를 이리저리 비틀고 있던 그.『살의(??)』가 눈앞의 작은 존재를 내려다보며 얘길 꺼내왔다.
"배가 고프신 건가요!? 그렇군요! 하긴 당신은 저와는 다르게 먹고살아야 하는 몸! 그 사실을 바로 이해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런고로 어디……. 야오시 씨의 식사를 구하러 길을 떠나볼까요!?"
작은 생명이 짖은 자그마한 울음소리의 뒤로 좁디좁은 골목길을 나선 한없이 거대한 붉은 광대.
그 수상하기 그지없는 행색과 거동에 주변 모든 이들이 그를 올려다보며 갖가지 반응을 보여왔지만, 그는 그들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른손에 올려둔 조그마한 강아지. 야오시를 내려다보며 그가 도착한 이곳.
"실례합니다아~! 여기에 이 친구가 먹을만한 것이 있을는지요~!"
"흐, 흐아아악!!!"
도심가 한구석에 위치한 편의점의 입구를 제 몸뚱이를 욱여넣어 깨부순 그가 쾌활한 목소리로 그곳의 점원에게 질문했다.
공포에 질린 얼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은 약자. 평소라면 기분 나쁜 웃음을 시시덕 거리며 그에게 살육 게임을 제안했을 그였지만──.
"어이쿠! 괜찮으십니까? 몸조심하셔야지요. 평범한 인간이 그렇게 털퍽털퍽 자리에 주저앉으면 크게 다치십니다?"
그는 그저 자리에 주저앉은 점원을 그 커다란 손가락으로 집어올려 제자리에 일으켜 세울 뿐, 그에게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공포에서 당혹으로. 이내 곧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어서 오세요……."라며 접객한 그의 모습에, 그가 가면의 얼굴로 싱긋 웃어 보이며 가게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 아! 여기 있군요! 이걸 사겠습니다!"
거대한 손아귀로 집어 든 대량의 애완동물 식품.
곧이어 테이블 위로 한가득 올려둔 그것들을 점원이 포스기로 찍어내고 있자, 그는 그것을 내려다보며 흥얼흥얼 콧노래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저……. 3만 8천원 나왔습니다……."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흥얼거리던 콧노래도 잠시, 계산을 위해 자신의 옷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던 그는──.
"옷? 주머니? 그런 게 제게 있었던가요~? 아, 이런! 아하하! 깜빡했습니다! 제겐 돈이란 게 없었군요! 이것 참! 아하하!"
깔깔깔 흘러나오는 격한 웃음소리와 상하좌우 빙글빙글 가쁘게 돌아가는 새하얀 가면.
그 기괴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점원이 다시금 공포에 질리기 시작할 무렵, 그가 빙글빙글 돌아가던 얼굴을 딱 멈추곤 점원의 눈앞으로 불쑥 제 얼굴을 들이밀어 얘기했다.
"실례지만……. 돈을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예, 에……?"
"돈! 금방 갚겠습니다! 예예~! 저는 진 빚은 반드시 갚는 사람……. 아니, 재앙입니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점원의 얼굴은 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눈앞으로 들이닥친 그의 우람한 풍채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 위압감을, 어찌 한낱 점원이 이겨내고 거절해낼 수 있을까?
점원은 말은 하지 못했지만 마지못해 그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이 활짝 피어오른 그의 가면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이 은혜는 반드시 잊지 않고 머잖아 진 빚을 갚으러 올 것을 약속드리죠!"
끝까지 가게의 문을 제 커다란 몸뚱이로 짓이겨 부수고 간 그.
가게의 코앞에서 쭈그려 앉아 자신의 애완견에게 밥을 주기 시작한 그에게 사람들의 온갖 시선들이 꽂혀들오기 시작했지만, 그는 조금도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맛있습니까? 당신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기뻐지는군요!"
어지간히도 배가 고팠는지 그의 애완견이 그가 준 밥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있다.
자그마한 몸뚱이가 제 몸뚱이만 한 밥에 파묻혀 먹고 있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 어느 누구도 그들 사이의 시간을 방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던 그때, 그들의 앞으로 무엇인가가 나타났다.
"하, 하하하!!! 전부 다 제자리에 멈춰랏!!!"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 자리의 모두의 이목을 한목에 집중시킨 누군가.
보들보들 부드럽고, 척 봐도 귀여운 외모가 돋보이는. 사람 한 명 정도의 크기는 되어 보이는 무척이나 커다란 봉제인형.
"이 세상에 우리 봉제인형들의 위대함을 설파하기 위해 나타난! 나,테디맨을 찬양하거라~!!!"
자신을 테디맨이라 칭한 괴상한 인형이 자신의 몸에서 솜을 쑥 뽑아내어 공중 위로 흩뿌렸다.
공중 위로 흩날린 솜들이 하나 둘 자그마한 인형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털퍽털퍽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머잖아 자리에서 일어난 그것들이 주변의 사람들을 향해 무작정 들이닥치기 시작하자──.
"꺄아아아악~~ 귀여워~~!!!"
이 자리를 휩싼 모든 이들의 비명소리에 흡족해하며, 테디맨은 사악한 웃음과 함께 다음 솜을 제 몸에서 쭈욱 뽑아냈다.
"자, 자!!! 더욱더 인간들의 마음을 빼앗아라! 나의 병력들──."
"뭡니까, 당신은?"
한순간에 눈앞에 놓인 새하얀 가면.
그 안으로 섬뜩하게 빛나는 호박색 눈동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 상황에. 테디맨은 하고 있던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떨었다.
"나, 나는 테디맨……. 인간들에게 봉제 인형의 위대함을 설파하기 위해 나타난……."
"그딴 건 관심도 없습니다. 제 질문에나 답하시죠.뭡니까, 당신은?"
"그러니까 나는……."
부욱──. 테디맨의 오른팔이 뜯겨나갔다.
"으햐아악─!!! 내 팔이이잇~!!!!!"
"피와 살 대신 들어찬 것이……. 솜?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그리고 방금 전에 내지르신 비명…….고통도공포도 들어있지 않은 것이 허접한 연기나 다름없습니다……."
"으, 으윽! 위기다, 위기! 내 부하들이여! 이 자를 공격해라! 봉제인형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이다아아앗~~!!!!!"
삑삑 귀여운 소리를 울리며 하나 둘 그의 몸뚱이에 달라붙기 시작한 봉제인형들.
커다란 몸이긴 하나, 그 수가 수 십이 넘어가는 봉제인형들이 들러붙자 어느새 그의 몸은 수많은 봉제인형에게 둘러싸인, 다소 귀엽고도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하하하! 어떠냐! 우리 봉제인형들의 힘이~!!!"
"어떻냐니요……. 제게 무슨 답을 바라시는 겁니까……."
"귀엽지~? 그렇지~? 그래서 옴짝달싹도 못하겠지~? 하하하! 솔직하게 대답하면 하나쯤은 그대로 가지고 가도 좋──."
꾸득. 가볍게 울린 뼈마디소리와 함께 굳게 쥐어진 그의 손아귀에서 몇 개의 봉제인형이 그대로 터져올랐다.
슥슥 몸에 들러붙은 인형을 털어내는 그의 가벼운 손길에도 봉제인형들은 가볍게 터져버렸고, 이윽고 그의 얼굴에 달라붙은 마지막 인형이 펑 소리를 내며 가장 끔찍하게 터져나가자──.
"제 친구의 귀중한 식사 시간을 방해한 것으로도 모자라, 피와 살로 이루어져 있어야 할 생명을 모독한 당신."
"무, 무엇이냐! 모, 몸이 움직이지 않──."
"죽여드리겠습니다."
팡 하고 울린 소리와 함께 펑 하고 터져 오른 가녀린 인형의 몸뚱이.
끝으로 "호에에에엑~!"하는 괴상한 단말마를 울리며 빛과 함께 깔끔히 소멸해버린 그의 모습을 그는 탐탁지 않게 바라봤지만, 그저 기분 나쁜 것을 봤다는 감상만을 남긴 채 그는 자신의 친구가 있을 장소로 되돌아가려 했다.
"흡─!!!"
등 뒤로 들이닥친 서늘한 감각.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서슬퍼런 칼날이 제 목을 노리고 있단 본능.
방금 전까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활짝 피어오른 미소를 가면 위로 떠올린 그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 자신에게로 들어온 공격을 깔끔하게 피해냈다.
"이것 참! 성급하시군요! 아직 서로 자기소개도 안 마쳤잖아요~? 아아! 이미 전에 봤다고 해도 매번 다시 볼 때마다 해주는 게 서로에게 예의라구요~!?"
새하얀 마법소녀 드레스 위로 새하얀 갑주를 덧댄, 그리고 새하얀 검을 손에 쥔 검은 머리의 마법소녀.
퓨얼리 하츠라 이름 들었던 그 소녀의 경계어린 얼굴 표정을 바라보며, 그는 정중히 고개 숙여 그녀에게 인사를 올렸다.
"오래간만입니다! 퓨얼리 하츠 양! 오늘은 호프 양은 같이 오시지 않은 건가요!? 저는 그분이 가장──."
불쑥 눈앞으로 들이닥쳐 시야를 가린 거대한 무언가.
아, 이것은 방패다. 전에도 본 기억이 있는 거대한 방패. 보는 것으로 작용하는 자신의 권능을 저지하기 위해 마련한 방책. 시야를 가릴 정도로 커다랗고 단단한 방패를 소환하는──.
"아! 리엔 양도 같이 계셨나 보군요! 이것 참 곤란합니다! 보이지 않으면 제 권능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데, 이것 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보이지 않는다. 상하좌우, 앞뒤. 모든 시야를 방패가 완벽하게 가리고 있다.
어느 곳이든 방패로 막혀있지만, 공격으로 들어오는 틈은 언제나 방패가 열리기 마련. 곧장 등 뒤로 열린 방패 사이로 들어온 얼음의 화살을 깨부수며, 살의는 큰 웃음을 터뜨려 웃었다.
"하하!!! 오늘은 아스트랄 레인 양도 동반하시는 군요! 저번에 제게 입은 상처는 다 나으신 겁니까~?"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한 방패의 가림막.
보이는 것이라곤 완벽하게 가리지 못한, 공중 위에 떠있기에 비로소 뜨게 되는 바닥 사이의 공간뿐. 유일한 빈틈이라 생각되는 그곳을 향해──.
"앙!"
자그마한 생명 하나가 순박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들어와 기쁘게 울음소리를 울렸다.
"야, 야오시! 곤란합니다! 이곳은 위험해요!"
그저 맛있는 밥을 먹어 기분 좋은 듯 밝은 울음소리를 낼뿐, 야오시는 현 상황의 위험 같은 건 몰랐다.
주위의 방패는 빙글빙글 돌아가고, 머잖아 자신에게로 들이닥칠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게 생긴 그를 바라보며. 안절부절 제 손가락을 가면 안으로 물던 그는 결국 그를 제 품 안에 안아들었다.
"어쩔 수 없죠……. 마법소녀분들과 노는 건 즐겁지만, 당신을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철컥. 찰나의 순간 조그맣게 열린 방패의 틈.
양손에 검을 굳게 말아 쥔 한 소녀가 곧장 그 안으로 돌격했지만, 그녀를 반겨준 것은 아무도 남지 않은 빈 공간과 반짝이며 내려앉고 있는 호박색 마력 잔향뿐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