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4화 〉 외전 잊혀진 그녀들의 이야기. 마법소녀 비망록·?忘? 『살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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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4화 〉 외전 잊혀진 그녀들의 이야기. 마법소녀 비망록·?忘? 『살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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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팔방으로 난폭하게 찢어진 거대한 강철문.
바닥부터 저 위의 천장까지 모두 끈적이는 피로 뒤덮여 코를 찌르는 끔찍한 비린내가 한가득 풍겨져 오더라도, 그녀. 호프 브라이트니스는 무겁게 짓밟은 피웅덩이로부터 피가 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어두운 방 안을 계속해서 가로질러 들어갔다.
괴인과 같은 모습이 된 오리할콘 피스트는 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내 실험실에서 도망친 그녀가 어디로 가버렸는진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내 앞에 나타나지 않는 걸로 보아. 그녀는 지금 날 찾고 있지 않거나, 못 찾고 있는 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시험해 보아야만 한다. 내가 떠올린 최고의 시나리오를──.
"다행이야……. 부서지지 않았구나……."
늑대의 귀와 꼬리 그리고 박쥐의 날개를 가진 조그마한 요정이 잠들어있는 거대한 진보라색 수정.
전 세계의 인간들을 상대로 당당히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도 모자라 그들에게 끝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선사했던 과거,『마왕(?王)』이라 불린 그녀가 무사히 온존되어 있는 그 모습에 무심코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물론 주저앉은 자리에도 더러운 피가 고여있어 온몸에 그것이 잔뜩 튀긴 했지만, 신경 쓰진 않았다. 이것만 무사했으면 됐으니까.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피스트의 그 모습은 분명 괴인과 같았어……. 괴인이 된 거야! 인간인 피스트가 어떻게 괴인이 된 건진 여전히 모르겠지만, 마왕의 육체로부터 괴인과 관련된 마법을 끄집어 냈다고!!!"
『괴인(?人)』, 그것은 마왕의 마법으로부터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
피와 땀, 그리고 사랑과 애정으로 이루어진 우리 인간의『생명(??)』이라는 존귀한 가치를 모독하듯, 그들은『마력(?力)』이라는 단순한 힘의 결정체로 만들어졌다.
한 명의 인간이 태어나는 것과 비교해 한 마리의 괴인이 탄생하는 시간은 얼마나 짧던가? 그리고 그 짧은 탄생으로 만들어진 가벼운 목숨들이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우리들을 죽이는데 얼마나 짧은 시간이 걸렸는가?
마왕의 탄생과 동시에 세계 각지를 습격한 괴인의 수는 세는 것이 어리석을 정도로 많았다. 또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들은 참으로 쉽게 인간들을 찢어죽였다.
그토록 단기간에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질 정도로 많은 수의, 강력한 괴인들이 탄생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많거나 강할 필요 없어! 일단 한 마리……. 약하더라도 확실한 한 마리만 만들어낼 수 있으면 돼─!!!"
마왕이 잠든 수정 위로 마법진을 그려낸다.
마법진을 그려내는 잉크는 바닥을 한가득 메운 나의 피. 그 안에 담을 뜻은 대상에게 내 뜻을 전하는 소통 마법. 전개를 위한 마력은 변신하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보존용 마력 크리스탈을 깨뜨려 사용했다.
"세상에……. 괴인을 풀어놓는 거야. 세상에 혼란을 일으키지만……. 한심하고 멍청한 짓들만 골라서 하는 상냥한 혼란을 일으키는 괴인들을! 그렇게 하면 인위적이더라도 이 세상의 확실한 평화를 이루어낼 수 있어─!!!"
진보라색 수정이 어둡고도 밝은 보라색의 빛을 발하며 밝게 빛난다.
괴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조건은 모른다. 그 조건은 오직 이 수정 안에 잠든 마왕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혹, 그 조건이 피스트 때처럼 하나 이상의 목숨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난──.
"아──."
눈앞으로 일으러지듯 치솟아 오른 새카맣고도 지저분한 고깃덩어리 하나.
심장을 쿵쾅거리듯 한차례, 두 차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있는 그 자그마한 고깃덩어리를──. 호프는 더 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게 집어 들며 그 위로 입을 맞췄다.
"됐어, 됐구나……. 자그마하고 연약하기 그지 없지만……. 확실한 생명이야."
심장이 뛴다. 쿵쾅쿵쾅 박동한다.
그 자그마한 소리를 듣기 위해 가까이 대고 있던 귀를 그것으로부터 살며시 떼어내며, 호프는 사랑스럽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나로서는 아마 이게 한계겠지만……. 키워줄게 나의 아이야. 이 세상을 상냥한 혼돈으로 감싸줄 착한 아이로 말이야."
은은히 심장 박동을 울리는 검은 고깃덩이와 그녀.
그날로부터 그리 머지않은 날, 세상에 하나 둘 괴인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간은 그것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여유가 없었다. 그것보다도 더 먼저 널리 퍼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 의한연쇄살인사건에 집중해야 했으니까──.
* * *
소문.혹,괴담과 같은 이야기가 도시 사이사이에 울려 퍼진다.
깊고 어두운 밤. 문득 앞길을 비추던 가로등 빛이 사라지면, 그 앞엔 웃고 있는 가면을 쓴붉은 광대가 있다.
"즐거운 놀이를 합시다! 자, 이제 당신은 제게서 도망치시는 거예요! 제게 따라잡힐 때마다 당신은 소중한 무언가를 잃게 됩니다. 그 대신 당신이 무사히 제게서 도망치신다면……. 당신이 깜짝 놀랄 선물을 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
붉은 광대는 언제나 즐거운 놀이를 하자고 제안해온다.
설령 당신이 그 놀이를 하겠다 답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자연스럽게 제 손가락을 굽혀가며 하나 둘 숫자를 세고 있다. 그렇다.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자리로부터 전력으로 도망가는 것뿐.
소리를 질러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려 하지 마라.
어차피 목은 겁에 질려 목소리를 낼 수 없을 테니.
들고 있던 휴대폰으로 도움을 요청하려 하지 마라.
어차피 번호도 제대로 누르지 못하고 들고 있던 그것을 떨어뜨리고 말 테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자리로부터 도망치는 것뿐이다.
그것만이 네게 주어진 자유.쫓기는 역할을 부여받은 사냥감의 유일한 권리.
"자, 찾았습니다! 그럼 우선 하나 받아 가도록 할까요?"
첫 번째, 그것이 당신에게서 받아가는 것은 높은 확률로 팔 한 짝이다. 팔 하나를 사람 몸뚱이만 한 거대한 손으로 찰흙 덩어리 떼어내듯 부드럽게 뜯어낸다.
고통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다. 그것은 계속해서 수를 세고 있을 테니.
계속해서 도망치고, 또 잡혀서 몸의 어딘가를 잡아 뜯기고, 이윽고 당신의 몸이 남아나는 곳이 없을 때──.
"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그만 끝내도록 하죠!"
가려진 가로등 빛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호박색 눈동자를 마주하는 것을 끝으로──머리가 으깨진다.
"하! 하하! 하하하! 최고네요! 그 표정은 지금껏 지어주신 표정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손에 움켜쥔 인간의 머리통을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으깨어 부순 붉은 광대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기쁨의 환희를 토해낸다.
이윽고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된 고깃 덩어리를 길거리 옆으로 툭 내던지며, 그는 또다시 깊은 어둠이 깔린 골목길 속으로 천천히 숨어 들어갔다.
"역시 사람을 죽이는 건 재밌단 말이죠~? 대량 학살도 좋지만, 역시 이렇게 천천히 시간과 공을 들여가며 죽이는 편이 서로서로 훨씬 즐겁고 재밌어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즐겁다.
어떤 방식으로 죽일지 고민하는 매 순간순간이 즐겁고, 그러한 자신의 고민에 갖가지 반응을 보이는 그들의 표정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살육의 묘미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호프 양이 찾아오지 않았네요! 참 아쉽습니다. 그분과 그분의 친구들이 이루어내는 살육의 전투는 참으로 즐거운데 어찌하여 매일 찾아와 주지 않는 걸까요~? 저는 이토록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
마법소녀는 참으로 좋은 살육 대상이다.
죽이더라도 완전히 죽진 않고 또 다른 모습으로 되돌아가니, 적어도 두 번은 죽일 수 있다. 혹, 그들이 기발한 방법으로 자신에게서 도망쳐 살아갔더라도 좋다! 그럼 다음에 또 죽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 사이의 텀이 지루했다. 한 번 죽이고 나면 적어도 일주일은 찾아오지 않으니 그 사이사이가 심심했다.
너무너무 심심해서 근처 동네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때려죽여봤지만, 그때만 즐거울 뿐 그 즐거움이 오래가지 않아 실망했다. 대놓고 죽이려 드니까 다들 사방팔방으로 도망쳐 다니기 바빠서 뭘 즐기기도 전에 다 죽여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조~금 귀찮긴 하지마안~? 역시 이러는 편이 오래 즐길 수 있고 좋네요! 하하! 그럼 다음 참가자는 다른 동네에서……어라아~?"
불 꺼진 어두운 가로등 아래에 놓인 조그마한 골판지 상자.
그 안에서 조그맣게 꿈틀거리고 있는 복슬복슬한 존재를 천천히 내려다보던 그가. 그대로 거대한 손을 뻗어 조그마한 생명이 담긴 상자를 통째로 집어 들었다.
"버려진 강아지……인가요? 이토록 자그마한 것을 보니 아직 새끼로군요."
골판지 상자 안에서 꼼지락 거리다 이윽고 잠에서 깬 조그마한 생명.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그에게 그것이 "앙앙!" 참으로 귀엽게 들릴 울음소리를 내어 짖자, 새하얗게 떠오른 가면 속으로 웃음을 흘린 그가 얘기했다.
"어이쿠,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당신의 단잠을 깨워버리고 만 것 같군요!"
작디작은 생명이 꿈틀거리며 눈앞의 그를 말똥말똥 바라본다.
자신의 손가락은커녕, 손톱보다도 더 작을 존재. 그저 누르는 것만으로도 벌레처럼 죽일 수 있는 그 연약한 소동물을 바라보며──.
"'야오시'!어떻습니까! 지금부터 당신을 부를 이름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고로 내놓은 명명과 함께 새끼 강아지의 작디작은 울음소리가 그 자리에 울려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