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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3화 〉 외전 ­ 잊혀진 그녀들의 이야기. 마법소녀 비망록·?忘? ­ 『살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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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벳

〈 343화 〉 외전 ­ 잊혀진 그녀들의 이야기. 마법소녀 비망록·?忘? ­ 『살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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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째로 잡아 뜯겨진 오른팔.

온몸이 뜨거운 피로 흠뻑 젖고, 광기어린 웃음소리와 고통에 젖은 비명만이 가득한 이곳에서. 발밑에 깔린 피웅덩이를 세차게 밟고 일어난 주홍색의 소녀가 그곳으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뭐야……. 도대체 뭐가 일어난 거야─!!!"

난폭하게 잡아 뜯긴 오른 어깨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붉고 끈적이는 생명.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차 싸늘해져만 가는 자신의 육체를 바라보며, 그녀는 변신의 한계치가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그 자리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하아……. 하아……. 윽─!"

오른 어깨가 뜯기며 폐 한쪽과 기타 장기들까지 함께 뜯겨나갔다.

숨을 쉴 때마다 하나뿐인 폐가 고통에 떨고, 숨보다도 더 빠르게 쭉쭉 빠져나가는 피와 정신력에 호프는 그대로 제자리에 주저앉아버릴 뻔했지만. 끊어질 것만 같은 정신을 억지로 이으며 납덩이같은 두 다리를 계속해서 움직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비밀 엄수와 보안을 위해 이곳에 이동 마법의 제한을 걸어둔 것이 갑작스레 후회된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그러한 제한이 당연한 것인데도, 이제는 차가워진 두 뺨으로 흘리는 눈물 줄기만큼이나 애처롭게 그 제한을 저주하고 통곡하고 있다.

조금만 더 가면 이동 마법의 제한이 걸려있지 않은 대문의 앞이다.

제대로 걷질 못해 이제는 절뚝이는 걸음으로 힘겹게 대문의 손잡이를 있는 힘껏 움켜쥔 그 순간, 철퍽이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대문의 옆으로 새빨간 고깃덩이가 들러붙었다.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파티는 이제 막 시작됐잖아요?"

"파티……라고?"

"네! 파티입니다! 피와 고기가 넘치는살육·??의 파티~!!! 자, 서로의 피와 고기를 탐하는 겁니다! 제가 당신의 피와 고기를 한데 뭉쳐 돌려드렸으니, 당신도 어서 제 피와 고기를 탐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바로 살육! 즉,『살의(??)』의 진의니까요─!!!!!"

대문에 들러붙은 새빨간 고깃 덩어리 사이로 검붉은 피와 여기저기 꺾이고 부러진 뼈가 떨어져내린다.

한때는 나의 피와 살이었던,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던 그 끔찍한 고깃 덩어리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 문득 고개를 돌려 그것을 바라보자.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 있는 하얀 가면 안의……. 한때 맑고 고운 빛으로 빛났던 한 소녀의 호박색 눈동자가 터무니없는 광기에 물들어 있는 그 모습에. 호프는 헛웃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왜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거야, 피스트……. 네가 줄곧 내게 얘기하던 죽여버리겠다는 말의 뜻이……. 그런 광기어린 살의는 아니었잖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살의에 광기란 없습니다. 그저 죽이고 싶기에 죽인다. 죽이는 것이 즐겁기에 죽인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않습니까? 죽이는 것에 의미 따윈 없다구요, 호프 양~!"

"하, 하하……. 하하하! 아하하하하하!!!!!"

광기 어린 호프의 미소가 어두운 복도를 가르며 울려 퍼진다.

눈앞에 놓인 존재는 살의에 미친 광기의 존재. 두 손과 온몸을 피로 잔뜩 물들인 채, 남을 죽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남이 자신을 죽이러 오는 것마저 기대하고 있는 미쳐버린 광대.

"자, 당신 차례입니다. 자, 어서 와보시죠! 제 피와 살을 탐하시는 겁니다! 서로가 서로의 살의를 맞부딪쳐 서로의 피와 고기를 튀기는──!!!"

"그런 미친 파티는 너 혼자 해."

"아?"

덜컥 열린 커다란 대문이 한순간에 호프를 문밖으로 내보내고 굳게 닫힌다.

수십 가지의 마법식을 엮어만든 특수한 봉인의 대문. 사전에 인증해둔 인증 방식 없이는 열 수도 닫을 수도 없는 그 문을 있는 힘껏 틀어막으며, 호프는 조소어린 웃음과 함께 해당 문의 영원한 잠금을 선언했다.

"웃기지도……. 않아……. 미치려면 곱게 미쳐야지, 피스트……. 그래도 걱정 마……. 네 마력이 다 떨어졌을 즈음에 다시 찾아와서 널──."

똑똑.대문의 너머로 정중한 노크 소리가 두 번 울려왔다.

"노크……? 노크라고……? 무슨,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니, 너……?"

쿵쿵.대문의 너머로 철이 울리는 소리가 두 번 울려왔다.

"하하……. 하아……. 하……."

이번에는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조용했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호프의 숨이 틀어막혔다.

수많은 봉인식과 방어 마법을 두른 대문이 뚫릴 리가 없다. 자신조차 뚫을 수 없는, 어느 누구의 마법도 통하지 않는 최강의 방패이자 문이다. 그렇기에 호프는──.

"텔레포──."

"아, 죄송합니다! 문이 안 열려서 억지로 좀 부쉈네요!"

한순간에 부서진 대문의 거대한 파편이 자신의 왼쪽 안면을 그대로 으깨고 날아갔음에 당혹을 감출 수 없었다.

머리가 울린다. 뇌가 뜨겁다. 입 밖으로 비명을 지른다. 으깨진 왼눈을 대신해 남아있는 오른 눈이 고통에 몸부림치듯 사방팔방으로 요동치고 있다──.

"이런! 고의는 아니었는데, 제가 그만 당신을 해친 것 같군요……. 뭐, 상관없죠! 어차피 죽일 거였잖아요~?!!"

시시덕거리며 짝짝 커다랗게 손뼉을 치고 있는 그것의 모습이 하나 남은 눈에 들어온다.

피 끓는 숨으로 토해내는 얘기는 언어가 되질 못하고, 이제는 일어나는 것도 하질 못해 기듯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호프의 앞으로 그것은 성큼성큼 커다란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어디어디~ 남은 게 팔 한 짝, 다리 두 짝, 머리 하나, 몸뚱이 위랑 아래 둘! 하하! 아직 즐길 수 있는 게 여섯 개나 남아있어요~!"

텔레포트를 사용해야 한다. 어떻게든 이 장소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호프는 필사적으로 공간 이동의 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비록 대문의 파편에 머리가 짓이겨져 이동할 장소의 좌표 계산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녀는 서둘러 마법을 전개해 이 자리에서의 탈출을──.

"아, 아~! 안 되죠! 한 번은 그냥 보내드렸지만, 두 번은 안 돼요!"

온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력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저것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도망치려 꿈질거렸던 몸뚱이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고, 필사적으로 짜내던 마력조차 혈관이 틀어막힌 것처럼 도무지 짜내어지지 않았다.

"아……. 아, 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내 뜻을 따라주지 않았다. 그저 포식자 앞에 놓인 무력한 피식자처럼, 한없이 겁에 질려 내 모든 것이 마비되어 있었다.

그것에게 다리가 붙잡혔다. 그리곤 아주 천천히. 내 몸을 푸줏간의 돼지고기처럼 거꾸로 집어 든 그것은 핥는 듯한 광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내게 얘기했다.

"먹잇감은 먹잇감답게……. 벌벌 떨고나 있으라 이 말입니다."

뿌득.뼈와 고기가 틀어지는 소리.

찌직.피부와 고기가 찢어지는 소리.

우드득꾸드득.고기와 뼈가 짖이겨지고 망가지고 뭉쳐지는 소리.

꾸르르르륵.고깃 덩어리 속에서 피가 짜내여지는 소리.

세 차례. 세 차례나 반복되는 이 소리의 사이클 속에서 내가 문득 제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디인지도 모를 어느 한 골목의 쓰레기 더미 위였다.

머리가 멍했다. 너무 머리가 멍해서 기대고 있던 콘크리트 벽에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계속 박았다.

찢기고 부서지고 망가졌던 내 온몸의 부분부분들이 내 몸에 달려있음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어찌나 이질적이었는지 뜯겨났던 내 몸의 부분들을 모두 피가 날 정도로 긁고 잡아뜯다 이내 소리를 질렀다.

무력했다. 그 괴물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력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내 변신이 풀리지 않도록 끝의 끝까지 버텼던 것과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의 연속 속에서 그 괴물이 내 육신이었던 것을 고깃덩이로 뭉칠 때만큼은 마력을 짜낼 수 있었다는 것.

겨우겨우 짜낸 마력으로 내 본래 몸뚱이를 이 쓰레기 더미 위로 보냈다는 사실에, 나는 처음으로 그날 터무니없는 무력감을 느끼며──.

"이거……야.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고 있던……. 바로 그거야─!!!!!!!!!!!!!"

한 줄기의 빛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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