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2화 〉 외전 잊혀진 그녀들의 이야기. 마법소녀 비망록·?忘? 『살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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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2화 〉 외전 잊혀진 그녀들의 이야기. 마법소녀 비망록·?忘? 『살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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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붙은 입술. 허공을 응시하는 두 눈. 그저 숨만을 들이내쉴 뿐인 의지 없는 고깃덩어리.
소녀는 그렇게 자신을 가둔 커다란 철창의 앞에서 넋을 놓은 채 멍하니 눈앞에 놓인 진보라색 수정을 바라보았다.
늑대의 귀와 꼬리, 그리고 박쥐의 날개를 단 조그마한 요정이 갇혀있는 커다란 수정. 몇 날 며칠을 넋 놓고 바라보아도 그 안에서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것을 바라보며 소녀는 의지를 잃은 두 눈을 깜빡였다.
"정말……. 그렇게 계속해서 식음을 전폐하면 정말로 죽고 말 거라구?"
불현듯 그녀의 눈앞으로 나타난, 붉은색과 주황색이 적절히 섞인 화려한 레드 오렌지색 머리칼의 소녀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앞에 놓여있던 식판을 거두어갔다.
의지를 잃은 소녀의 두 눈동자에 검은빛이 드리운다.
넋을 놓고 멍하니 벌어져있던 입조차 어금니가 빠득일 정도로 굳세게 맞물리고, 눈앞의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본 소녀가 여느 때처럼 그녀를 향해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어두운 저주를 쏟아냈다.
"죽일 거다, 호프……. 내가 반드시……. 네 잘난 그 모가지를 잡아뜯어버리겠어……."
"그 열정을 나와 같이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한『희망(??)』에 힘써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저기, 피스트. 지금이라도 좋으니까 정말 나처럼 그 마음 속에 희망을 품을 수는 없겠니?"
"닥쳐, 죽여버릴 거야……. 찢어죽일 거다, 호프……."
생기가 돌지 않음에도 그 안에 담긴 깊은살의(??)만큼은 전혀 죽지 않은 소녀.
한때 이 세상을 마왕과 괴인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나타난 마법소녀들 중,『권왕(?王)』이라 불리며 엄청난 명성을 뽐냈던 마법소녀 '오리할콘 피스트'이자, 한 명의 평범한 소녀였던 '자오 티에슈엔(?)'이 입에 고인 침을 뱉어 눈앞의 호프를 저주했다.
"매번 억지로 네게 음식을 먹이는 내 고생도 좀 이해해 줘. 네가 죽지 않게끔 억지로 먹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죽인다……. 죽일 거야……."
"이제는 죽인다는 말 밖에 못하는 거니? 얘, 그렇게 난폭한 얘기만 하면 못 써."
덜컥. 무겁고 중후한 음색과 함께 닫혀있던 철창의 문이 열렸다.
일어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뼈가 앙상하게 보이는 소녀의 몸. 그것을 보며 안쓰러운 건지 호프라 불린 소녀가 손에 쥔 식판의 음식을 숟가락으로 떠 그녀에게 먹여주려 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그저 악으로 자신의 목을 깨문 소녀의 공격이었다.
"……질리지도 않니? 변신도 하지 않은 네가 내 목을 문다고 얼마나 상처를 줄 수 있겠어? 오히려 너만 상처 입잖아. 봐봐, 안 그래도 몸이 약해졌는데 얼마나 세게 물려고 했으면 이빨이 이렇게 다 부러졌니."
"주길──. 주길 거야──. 너만은 내가 꼭──. 주겨버릴 거야──!!!!!!!"
"그건 불가능해. 너도 알잖아. 평화에 물들어버린 너희들과 다르게 나는 계속해서 모두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과거의 권왕은 나보다 강했을지 몰라도, 이렇게 이빨 빠진 우리의 병약한 사자님이 어떻게 날 이길 수 있겠어?"
부러진 이빨 사이로 피가 터져 나와도 소녀는 그녀를 무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호프가 얼굴을 붙들고 치료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녀는 그녀의 손가락, 팔, 그 어느 곳이든 물려고 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으, 온몸이 피투성이네……. 세척 마법을 사용하니까 위생에는 문제없겠지만, 그래도 기분이란 게 있으니까 말이지."
"죽일 거다──. 호프──."
"아, 참! 이번에 너의 마음을 돌릴 새로운 마법 공식을 세워봤거든? 부디 이번에는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호프는 소녀의 저주 따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언제 그녀의 저주를 받았냐는 듯, 언제 그녀에게 물리고 또 온몸에 그녀의 피를 뒤집어썼는지조차 잊어버린 것처럼. 호프가 소녀의 뒷덜미를 붙잡은 채 줄곧 그들의 앞에 있던 진보라색 수정의 앞까지 다가갔다.
"변신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너의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너무 높아서 말이야, 여태까지 네게 최면이나 개조 마법이 전혀 듣질 않았잖아? 그러니까 아예 네 마음속에 자리 잡은 희망의 감정을 증폭시켜보는 게 어떨까 싶어!"
손을 얹자 보라색의 빛을 발하기 시작한 수정.
"네 마음을 억지로 개편하는 게 아니라, 조그맣게라도 있을 네 희망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키워나가는 거야! 그럼 머잖아 나처럼 모두를 위한 희망을 꿈꾸는 멋진 아이가 되겠지?!!"
호프는 붙들고 있던 소녀의 몸뚱이를 수정의 옆에 있던 진보라색의 마법진 위로 던져놓았다.
"아직 시험 단계라 처음엔 오래 걸릴지 몰라도, 너를 통해 오랜 시행착오를 걸치면 그 속도도 빨라지겠지! 그럼 머잖아 모두가 나처럼 희망을 꿈꾸는 멋진 마법소녀가 될 거야!!!"
호프에게 내던져져 바닥에 머리를 찧은 소녀는 이마로부터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눈앞의 호프를 응시했다.
검은 눈동자의 안에 끝없이 탁하고 더러운 감정을 가득 담아. 꽉 깨물어 부서져버린 어금니 밖으로 피를 부글거리며──. 그녀는 계속해서 그것을 저주했다.
"죽인다, 호프──. 너는 내가 반드시 이 손으로──. 찢어 죽여버릴 거야──."
활짝 지어진 호프의 웃음을 끝으로, 그녀의 발밑에 있던 마법진이 빛과 함께 작동됐다.
끝없이 터져 나오는 새된 비명. 바닥에 머리를 쥐어박으면서도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그 기개에, 호프는 웃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정말~ 그렇게 난동 부리면 나를 죽이기 전에 네가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구~? 자자, 얌전히 마법을 받아들이면 나를 죽일 수 있는 다음 기회가 올지도 몰라~!"
"호프으으──으으읔─!!!!!!!!!!"
사람의 숨이 넘어가는 피 끓는 소리. 고통에 허우적거리는 애처로운 비명.
그 모든 것을 그저 즐겁게 지켜보고 있던 호프의 시야에 소녀가 지니고 있던 변신 도구로부터 갑자기 붉은색으로 빛나는 밝은 빛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 변신하려고? 변신 도구의 기능을 막아두긴 했지만, 역시 감정이 폭주하는 널 상대로는 그렇게 용이하지 못했나 보네. 좋아, 기회야 피스트! 이번엔 어디 날 죽일 수 있는지 보자구!"
소녀의 변신 도구가 번쩍인다. 붉은색의 빛을 뿜어내다 못해 토해내는 수준으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죽일──거야──!!! 죽여 버릴──거다──!!!! 호프──!!!!!!!!!!!!"
소녀가 머지 않아 변신한다.
전설의 마법소녀이자,『권왕(?王)』이라 명성을 떨쳤던 그녀. 실력이나 그 감정이 격해졌다곤 하나, 한껏 쇠약해져있는 상태인 그녀는 지금의 호프에겐 그저 좀 까다롭기만 할 뿐인──.
"꺼, 끆────."
소녀의 변신 도구가 부서졌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숨조차 끊어졌다.
호프는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제나 모든 것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생각하기만 했던 그녀조차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당황하고 있었지만──그때 문득 소녀의 온몸이 뿌득이며 붉은 무언가에 휩싸였다.
사람의 피부──한순간은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 질기고 더러운 질감으로 뒤바뀌어, 이제는 언뜻 붉은 가죽처럼 보이는 것이 그녀의 온몸을 차례차례 뒤덮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붉은 가죽에 뒤덮이며 점점 제 몸을 불리고 있는 소녀.
가죽 밖으로 피가 터져나오고, 뼈가 이리저리 꺾이고 부서지는 소리가 이 어두운 방안을 계속해서 매우고 있는 상황에. 호프는 자신의 얼굴에 드러난 당혹감을 감출 새도 없이 작동시킨 마법진을 중단시켰다.
"괘, 괜찮아!? 혹시 죽은 건 아니지?! 나, 나를 속이고 한 방 먹이려는 속셈인 거지? 응?!"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는 오직 뿌득이는 뼛소리와 들끓는 핏소리 뿐. 이윽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움직인 호프가 피로 뒤덮인 가죽 덩어리를 손으로 만진 그 순간──.
"당신은 누구신가요?"
문득 눈앞으로 들이닥친 새하얀 가면에. 호프가 뒤로 세 걸음 뛰듯 뒷걸음질 쳤다.
"누, 누구라니……. 그, 그보다 너 지금 모습은 도대체……."
"아! 상쾌한 기분입니다! 기억은 없지마안~? 왠지 요 며칠 동안 몸이 엄~청 찌뿌둥하니 더러운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상쾌하다니! 도대체 어떤 일 때문일까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호프는 그렇게 생각했다.
눈앞의 그녀가 저렇게 능글맞은 목소리로 얘기할 성격도 아닐 뿐더러, 내게 저렇게 얘기할 이유가 더더욱 없다. 오히려 증오를 가득 담아 저주를 토해내는 것이 훨씬 그녀다웠다.
"자, 당신! 대답해보세요! 여긴 어디죠!? 저와 당신은 뭔가……. 뭔가 굉장히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녀의 팔과 다리가 빼빼 마른 젓가락처럼 엄청나게 가늘다. 하지만 그 끝에 달린 손과 발은 사람보다 훨씬 커다래서……. 호프조차 기괴함을 느낀 그녀의 커다란 검지가 호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눈앞으로 보이는 것은 기괴한 팔다리뿐만 아니라, 그 몸뚱이조차 이상하리만치 허리만 가는 괴상한 역삼각형 상하체를 가진 무언가.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광대처럼 웃고 있는 새하얀 가면을 뒤집어쓴 그녀를. 호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피스트……. 그 괴상한 모습은 또 뭐고……? 혹시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한 새로운 마법을 생각해두고 있었던 거니? 그런 거라면 정말 대단하네, 나도 이렇게 끔찍하게 변하는 마법은 생각해 본 적도 없거든."
"피스트? 마법? 무슨 얘길 하시는 겁니까, 당신?"
"이제 알겠으니 됐어. 네가 나한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는 이해하지만……. 이번 건 너무 악취미적이야."
호프의 얘기에 소녀가 그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차례 좌로 기울인 고개를. 그대로 반대쪽까지 돌려 오른쪽 끝까지 고개를 갸웃거린 그녀의 모습에 호프가 순간 입을 굳게 다물었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그것은 가면 밖으로 큰 웃음을 터쳐냈다.
"하하하!!! 악취미라! 좋지 않습니까!? 당신이 제게 뭐라 말씀하신 건지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당신이 제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이해한다는 그 한마디는 마음에 드는군요~!"
"너 지금 진심으로 얘기하는 거야……?"
"그럼요! 저는 언제나 진심입니다! 예! 한 번도 제 감정에 거짓이었던 적은 없지요! 저는 언제나 제 감정에 솔직합니다!"
눈앞의 그녀는 웃고 있었다. 비록 그 웃음이 가면에 가려진 웃음이었지만, 그녀는 호프에게 납치된 이래로 가장 긍정적인 웃음으로 웃고 있었다.
혹시 감정을 증폭하는 마법이 성공한 것이 아닐까?
지금 그녀의 끔찍한 모습은 그저 마법의 후유증일 뿐이고, 감정 증폭 마법이 성공적으로 작용하여 드디어 그녀가 그 마음속의 희망을 깨달아준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에 솔직하다는 뜻은……. 드디어 날 이해해 줄 마음이 들었다는 거야?"
"이해? 당신은 자신을 이해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던 겁니까?"
"응! 줄곧 기다리고 있었어! 나를 이해해 줄……. 누군가를!!!"
눈앞의 그녀가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턱을 한차례 쓸어내린다.
웃는 얼굴의 가면 안으로 빛나는 호박색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바로 아래의 애틋한 얼굴을 훑어내고, 스윽 자신의 얼굴을 그 앞까지 들이민 그녀가 머잖아 그 고개를 끄덕여 밝게 웃어주었다.
"좋습니다! 저는 당신을 이해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응! 앞으로 잘 부탁해, 피스트!"
"아아! 그것이 아닙니다~! 제 이름은『살의(??)』. 실수로라도 잘못 부르지 말아주세요!"
"살, 의……?"
"네! 그겁니다! 그럼 당신의 이름은 어떻게 되시나요~?"
"호프 브라이트니스인데……. 저기 어째서 네 이름이 살의라는 거야? 너는……."
소녀가 웃었다.
"바보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것이제 감정이자,제 근원그 자체이니 당연히 그렇지 않겠습니까? 호프 양."
소녀였던 것이 웃었다.
끔찍하게 일그러지고 뒤틀린 웃음을 새하얀 가면 위로 떠올린 그 모습에. 호프는 심장이 멈춘 것만 같은 싸늘한 감각과 함께 그와 이루고 있던 악수를 뿌리치려 했다.
잡고 있던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손이 마치 바위 사이에 껴있는 것처럼, 아무리 팔을 꺼내려 잡아당겨도 그것의 손아귀로부터 도무지 팔을 빼낼 수 없었다.
"날 속였구나, 피스트!!! 어떻게 네가 이런 짓을……!!!"
"네? 속였다구요? 무엇을 말이죠?"
"나는 네가 분명 희망에 눈을 뜬 줄 알았는데, 살의라니 당치도 않아! 그런 웃기지도 않은 감정 따위……. 빨리 가져다 버려!!!"
"허어~! 어떻게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죠?! 저는 당신을 이해하려 했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당연히 당신도 저를 이해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웃기지 마! 내가 그런 걸……. 인정할 것 같아─!!?"
호프는 마법을 사용했다.
그녀가 지금껏 연구하고 또 습득해온, 권왕 오리할콘 피스트조차 한순간에 제압될 정도의 강력한 마법을──.
"괜찮습니다! 당신도 머잖아 이해하게 되실테니까요!『살의(??)』의! 살육의 기쁨을 말이죠!"
하지만 눈앞의 그것은 가렵지도 않다는 듯이 그것들을 맨몸으로 받아냈다.
"그러니 말입니다? 잠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숨이 틀어막힐 것만 같은 긴장감.
그 마왕을 상대할 때조차 느껴본 적이 없는, 사자 앞에 내던져진 토끼가 된것만 같은 그 처절한 약자의 감정을 느끼며──.
"당신을 죽여봐도 되겠습니까?"
호프는 자신의 오른팔이 눈앞에서 찢겨 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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