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카지노 업카지노 텐카지노 네임드 볼트카지노 나루토카지노 히어로 판도라 보스 소닉카지노 코어카지노 쿵푸벳

프롤로그

본문

쿵푸벳

[김빠] 디 포 더티(D For Dirty) 본편

프롤로그

기분 좋은 긴장감이 세정의 몸을 감쌌다. 그녀는 무릎까지 오는 타이트한 펜슬스커트에 혹시나 붙어 있을 먼지를 털었다.

스타킹에 올이 나가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한 후, 정장 재킷 주머니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냈다. 긴 생머리를 눈이 치켜 올라갈 정도로 바짝 당겨 묶은 여자가 긴장된 눈으로 그녀를 마주하고 있었다.

잘할 수 있어.

세정은 닫혀 있는 회의실 문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세계적인 음료 브랜드 N사의 한국 지사는 자회사로 그녀가 일하는 광고 대행사와 올해 네 편의 광고를 찍기로 계약이 된 상태였다. 책정된 광고비는 연간 300억으로 광고주 중에서 톱 5에 거뜬히 들어가고도 남을 규모였다.

문제는 돈을 많이 쓰는 광고주들이 그러하듯 대행사들을 힘들게 하는 마케팅팀의 태도였다.

광고 대행사의 특성상 광고주는 갑이었고 최대한 그들의 요구를 맞춰 주며 최선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이 세정과 같은 기획팀 AE(Account Executive)1)가 하는 일이었다.

기획팀이 광고계의 꽃이라는 말은 허울뿐으로 실상 광고 제작 전반에 있는 모든 것들을 일당백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서였다.

출근을 하자마자 그 전날 머리를 짜서 만든 기획안을 광고주에게 이메일로 보내면 점심시간에 피드백이 오고, 점심시간을 줄여 가며 피드백을 수용해 기획안을 수정해 보내면 퇴근 직전에 또 다른 수정 사항을 요구하는 식이었다.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가 메인 모델인 광고를 진행했을 때는 광고주 측에서 기자 회견 한 시간 전에 모델에게 증정할 부채를 준비하라고 해서 퀵서비스 오토바이 뒤에 타고 인사동까지 달린 적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N사는 악질 중 악질이었다. 3개월 전, N사가 처음 한국에서 광고 대행사를 선정할 때의 경합은 무척이나 치열했다. 광고 대행사들 사이에서 N사의 자본력은 유명했고, 한 번 광고를 작업한 대행사와 계속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관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광고주에 대해서 미리 알았더라면 N사는 아마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것임이 분명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예고 없이 그들의 사무실로 대행사의 기획팀을 불러 미팅을 진행하는 광고주는 양반이었다.

N사는 해외에서 돌아왔다는 마케팅 상무급 인사를 세정의 대행사에 파견하겠다고 통보해 왔던 것이다.

이번 상반기, 그러니까 광고 두 편을 찍을 때까지 대행사에 들어앉아 감 놔라 배 놔라 하겠다는 소리였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세정과 그의 팀원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경악했지만 돈 앞에 장사는 없었다.

결국 안건은 통과되었고, 그녀가 속한 기획2팀 회의실에 그의 책상이 들어오게 되었지만 그 현실을 반기는 사람은 물론 아무도 없었다. 다른 팀들은 광고주의 횡포를 6개월간 코앞에서 감당해야 할 세정의 팀원들에게 동정과 연민의 시선을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이 그가 출근한 첫날이었다. 알려진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광고주 측 상무 이사는 이미 기획팀 전체를 총괄하는 상무와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 들어온 상태였다.

이제부터 그를 맞이해야 하는 것은 이미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 있는 부장과, 지금 들어갈 세정이었다.

그녀의 행동에 따라 앞으로 반년간 사무실의 분위기가 좌지우지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히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했다. 세정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새로 온 광고주 측 이사가 회의실 하나를 사무실로 쓰기로 결정되었고 그를 맞이하려 급하게 공수해 온 커다란 사무용 의자는 뒤로 돌려져 통창 쪽을 향해 있었다. 그 옆에서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박 부장이 세정을 보더니 빨리 이리로 오라는 눈짓을 해 보였다.

“이사님, 이 친구는 이번에 승진한 안세정 차장입니다. 졸업 후 바로 입사해 5년 만에 여기까지 온 무시무시한 인재이며 우리 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로 일하는 워크홀릭입니다. 뭐 해, 인사 안 하고.”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남이 해 주는 거창한 소개에 세정의 목덜미가 슬며시 달아올랐다. 그의 소개를 민망한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으려면 그녀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정은 구겨지려는 표정을 애써 빳빳하게 편 후, 입도 떼지 않는 이사의 뒤통수에 대고 사무용 미소를 얼굴에 올렸다.

“제작팀과의 미팅이 예상보다 길어져 인사가 늦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팀에서 회사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으니 앞으로 이사님께서 제 얼굴을 지겹도록 보시게 될 것 같습니다. 안세정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상대가 훗, 하고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는 빌딩 숲을 배경으로 오후의 햇살이 들이치는 커다란 유리창을 마주한 채 여전히 그녀 쪽으로는 등만 보이고 있었다.

왜 웃었는지 궁금했지만 상대는 세정이 꼼짝없이 고개를 숙여야 하는 지위의 사람이었다. 일개 월급쟁이인 그녀는 권력 앞에서 약자일 뿐이었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다니, 워크홀릭답네요. 그런데 일하는 시간이 길다고 일을 잘하는 건 아닐 텐데요? 광고 촬영에서도 투자 시간과 퍼포먼스가 비례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농담인 듯 웃음 섞인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시원하게 드러난 세정의 동그란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비단 새로 온 본부장이 당황스러운 농담을 던져서는 아니었다. 그녀의 기다란 속눈썹이 빠르게 깜빡였다.

“입사 시절부터 제가 지켜본 결과 안세정 차장은 학벌도 그렇지만 실력도 출중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노력파로서 광고주와 여러 매체에서도 특히나 신뢰가 깊은 인재이기 때문에….”

박정도 부장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고개를 숙였다. 머리숱이 빠져 휑하게 드러난 맨머리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들어찼다.

“네, 안세정 차장의 능력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단지 본인이 이뤄 낸 성과에 비해서 아직도 자기 PR이 조금 모자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가 박 부장의 말을 딱 자르자 세정의 인상이 더욱 굳었다. 칭찬이었음에도 듣는 사람을 교묘하게 긴장시키는 말투를 가진 사람은 그녀의 인생에 딱 한 번밖에 만난 적이 없었다.

세정은 불안한 예감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추울 정도로 냉방이 잘되어 있는 사무실 안에 있는데도 손바닥에 진땀이 배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겨우 대리 달았을 시간에 차장까지 승진했다면, 일 처리를 얼마나 잘했다는 뜻이겠습니까. 안 그래요?”

“도지훈….”

세정의 입술에서 저도 모르게 꽉 눌린 목소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박 부장이 뜨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줄곧 창 쪽을 향하고 있던 의자가 기다렸다는 듯 빙그르르 앞으로 돌았다.

“안세정 씨가 절 알고 계신다니 영광이네요. 아직 제 소개도 제대로 안 했는데 말이죠.”

세정은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이 순간이 꿈이라고 착각하기에는 그녀는 더 이상 어리지 않았고 세상을 너무 많이 겪었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 이름, 도지훈 세 글자가 새겨진 명패를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책상에 턱, 올려놓으며 그가 씨익 웃었다.

“하긴. 우리 사이에 통성명이 뭐 필요할까 싶긴 합니다.”

6년 만에 그녀의 앞에 나타난 지훈은 여전했다. 날카로운 눈썹 아래 찢어진 눈매와 오만할 정도로 높은 콧날, 그리고 그 아래 옆으로 조금 긴 입술까지 예전 그대로였다.

“오랜만이네요. 안세정 씨.”

이목구비는 여전했지만 다른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의 분위기 때문이다. 소리 없이 웃는 미소에 압도적인 자신감까지 더해진 그는 단지 오만하고 거칠기만 했던 이전과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광고주의 자리를 꿰차고 그녀의 앞에 나타난 지훈에게서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날카로운 송곳니만 드러내던 어린 짐승이 완전한 수컷이 되어 그녀에게 발톱을 숨기고 나른하게 눈을 깜빡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세정은 그를 보며 저도 모르게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벌어지려는 입술을 간신히 붙이고 숨을 몰아쉬는데 지훈이 그녀를 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안 좋아, 세정아?”

호칭 따위는 생략해 버리고 그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친근한 말투에 박 부장이 당황한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세정은 입술을 꽉 깨문 후,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지훈 이사님.”

“아, 제가 실례했네요. 몸이 안 좋아 보이기에 염려가 돼서요.”

지훈이 태연자약하게 그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세정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거칠게 뛰고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은 그녀의 회사다. 이대로 무너져서 중심을 잃을 수는 없었다.

“놀랐다면 미안합니다.”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대꾸하며 지훈이 팔걸이에 양팔을 턱 걸쳤다. 그의 시선은 마주한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은 채였다. 뚫어져라 그녀를 응시하는 지훈의 시선은 음습하리만큼 집요했고 입꼬리는 위를 향해 있었다.

지난 세월의 공백이 무색하게 그의 시선은 몹시도 익숙했다. 지훈은 갑작스럽게 맞이한 상황에 불쾌하고 당황스러운 세정과는 달리 기분이 좋아 보였다. 세정은 목을 한 번 가다듬은 후 그를 노려보며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사님과 제가 대학 동기라는 사실을 모르고 계신 저희 부장님이 더 당황하실 것 같아서 그런 것뿐입니다.”

원래도 조금 튀어나온 박 부장의 눈이 더욱 커다래졌다. 지훈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느리게 두드리며 그녀의 말을 자연스레 받아쳤다.

“그럼…. 이제는 알게 되셨으니 예전처럼 편하게 안 차장님을 대해도 될까요?”

특별히 이상한 내용도 아니었지만 그의 나른한 목소리는 끝이 잠겨 묘하게 관능적으로 들렸다. 세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사님.”

“농담입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겠죠.”

지훈이 허리를 쭉 펴며 의자에 등을 기댄 후, 박 부장에게 슥 시선을 돌렸다. 부드러운 말투는 사라지고 감정이 절제된 딱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더 보고할 사항 있습니까, 부장님? 아니면 제가 따로 만나야 할 사람이 더 있는지.”

우물쭈물하던 부장이 퍼뜩 놀라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상입니다.”

“그럼 안건들 제게 보내시고 전략팀 기획안 분석해서 내일 회의하는 걸로 하죠.”

“예, 알겠습니다.”

박 부장의 고개가 바짝 익은 벼처럼 아래로 더 조아려졌다. 내일이 회의라면 전략팀은 아마 오늘 밤을 새워야 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

“안 나가십니까?”

어색하고 딱딱한 분위기에 나갈 기회만 찾고 있던 박 부장이 지훈의 말에 얼른 뒤를 돌았다. 세정 역시 고개를 숙여 묵례한 후, 서둘러 부장을 따랐다.

“안 차장님은 저랑 이야기 좀 하시고요.”

지훈의 목소리가 그녀의 뒤통수를 잡아챘다. 부장이 그녀를 힐끗 보더니 얼른 가 보라고 눈짓을 한 후 황급히 자리를 떴다. 세정은 천천히 뒤를 돌아 그를 보았다. 지훈이 의자에 팔꿈치를 대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입 안의 살을 세게 씹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늘 얼굴에 장착하고 다니는 영업용 미소는 이미 날아간 지 오래였다. 갑작스러운 도지훈의 출현에 세정은 목이 바짝 마르고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세정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런 날벼락은 예상하지도 못했다. 거래처 광고주 이사의 첫 출근을 알고 있었기에 평소보다 더욱 바짝 신경을 썼다.

가끔 이 업계에서도 여자라고,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광고주가 아무리 쓰레기 같은 성격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실력으로 인정받을 자신이 있었다.

세정의 경험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일수록 결과에 집착했고, 어차피 결과가 좋으면 과정 따위는 싹 잊어버리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 상대가 도지훈이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그의 정체를 눈치채자마자 빠르게 뛰기 시작한 심장은 속도를 줄일 줄을 몰랐다. 세정은 눈을 부릅뜨고 입을 꾹 다문 채 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뚫어져라 그녀를 응시하는 그의 눈빛을 받자 세정은 순수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오래전 뒤통수가 따갑도록 느꼈던 그의 시선이었다.

“세정아.”

그가 턱을 괸 채 그녀를 보고 눈썹을 한 번 추켜올렸다. 세정은 익숙한 불안감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씹었다. 지훈은 늘 시한폭탄 같았다.

따스한 봄.

커다란 유리창에 쏟아지는 봄 햇살에 작은 먼지가 한가로이 날아다녔다.

째깍. 째깍.

회의실 벽에 걸린 커다란 시계의 초침 소리가 침묵이 드리운 공간에서 조금 크게 들려왔다. 매일 숨이 막히게 바빴지만 나름대로 평화로웠던 그녀의 일상이었다.

그녀의 일상에 함부로 난입한 불청객이 고개를 기울인 채 나른하게 내뱉었다.

“아까부터 뭘 그렇게 섹스하고 싶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어, 나를.”

세정은 숨이 턱, 막혀 오는 느낌에 눈을 질끈 감고야 말았다. 발톱을 감추고 예의 바르게 굴었던 짐승이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고 웃고 있었다. 지훈의 본성이 바뀔 리가 없었다.

평화로운 일상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마치 누가 그녀의 뒤통수를 세게 내리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붐플러스

관련자료

디 포 더티 프롤로그
  
그누보드5



Copyright © FUNB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