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본문
제이는 이불을 들춰보았다. 다리 사이로, 아버지의 것이 들어왔었다. 그리고 아이를 만들 때 하는 행위를 했다. 안쪽에 쏟아진 하얀 체액은 구멍 틈으로도 흘렀다.
하지만 음부는 깨끗했다. 분명 질척하게 젖어 있었는데…. 온몸이 뻐근할 뿐, 정사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악몽을 꾸었던 게 아닐까.’
나쁜 꿈을 꾸고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 아버지가 제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으니.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열감기가 나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몸이 약한 상태였다. 그러니 정신도 조금 쇠약해졌을 수도 있고… 그런 이상한 꿈도 꿀 수 있다. 성인이 되었으니 그런 일들을 이제 알 때가 되었기도 하고… 아마 아는 남자가 아버지밖에 없었으니 그런 꿈을 꾼 걸 거야. 제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깜빡였다.
찢어졌다고 생각했던 슈미즈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자신은 왜 아버지의 침실에 누워있을까. 아, 열이 날 때에도 아버지의 침실에서 진료를 받기도 했다. 지난밤에 열이 갑자기 올랐을 수도 있겠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하녀가 들어왔다. 제이를 보고 흠칫 놀란 하녀는 금세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가와 그녀에게 차를 건넸다. 자연스럽게 차를 받아 마시려던 제이는 처음 보는 종류인 것을 알고 하녀에게 물었다.
“이 차는 뭐지?”
혹시 피임 차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부부관계를 하고 난 뒤, 여성들이 마시는 게 피임 차였다.
“저, 잘은 모르지만… 주인님께서 올리라고 하셨어요.”
“아버지가? 더… 아는 건 없어?”
“음… 아침에 의원이 주인님께 다녀가셨어요. 그거 말고는 잘….”
며칠 전, 의원이 진료를 하고 아버지와 대화를 하고 갔다. 얼핏 듣기로는, 몸이 건강해지는 약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만약 이게 ‘피임 차’라면… 하녀가 몰랐을 리 없다. 악몽이 진짜 있었던 일이라면 대공성은 시끄러울 테고, 사용인들이 제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리 없으니까….
그럼, 몸이 약한 자신을 위해 약을 지어주신 게 아닐까. 그렇다면 안심하고 마실 수 있었다. 제이는 잠시나마 아버지를 의심했던 자신을 속으로 타박했다. 자신을 위해 소론테에서의 직책과 의무를 내려놓고 오신 분이었다.
의심의 대가는 좋지 않았다. 차는 쓰고 떫었다.
뜨거운 차가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이 열기로 뱃속에 가라앉은 모든 감정들이 타서 사라지길 바랐다. 열감기, 악몽, 눈물… 모두.
제이는 쓰디쓴 차를 마시느라, 하녀가 자신을 묘한 눈으로 보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오후가 되자 사내가 제이를 찾아왔다. 그때까지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던 제이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 했다. 괜한 의심을 하긴 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기억은 괴로웠다.
“몸은 괜찮은가.”
침대에 앉은 그가 제이에게 물었다. 그 말에 제이는 안심해버렸다. 역시 아버지는 자신의 건강을 걱정한 게 맞다고, 그 기억은 꿈이었을 뿐이라고.
“지금은 괜찮아요.”
“다행이군. 어젠 내가 심했던 것 같아서 걱정했었지.”
“…네?”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그는 제이를 이불 채로 안아 다정하게 한쪽 무릎에 앉혔다. 이불은 쇄골 근처에서 내려갈 듯 말듯 아슬아슬했다. 사내는 제이의 옆머리를 귀 옆으로 넘겨주더니 귓불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제이는 괜히 약점이 드러난 것처럼 신경이 쓰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 아무것도 입지 않았는데….
“넌 어제가 처음이었는데 말이야.”
제이의 허리를 잡은 다른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것을 눈치챈 제이가 벗어나려 하기도 전에 다리 사이로 손이 들어왔다
이불이 아래로 떨어졌다.
헐벗은 나신이 드러났다. 제이는 벗어나려 버둥거렸으나 꽉 잡힌 손에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그를 올려다보는 보랏빛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꿈이 아니었던 걸까? 그럼 지금 아버지가 자신을 정말로… 지금 이 상황이 실제인 건가…?
입을 뻐끔거리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버지가 왜…?
혀는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사내의 손은 제이의 다리를 기어 올라갔다. 허벅지를 쓰다듬는 손길에 다리를 움츠리자, 그의 손이 두 다리 사이에 끼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잡힌 다리를 그대로 주물렀다.
“다리, 벌려야지.”
“다, 다리는 왜….”
손은 여전히 허벅지를 주무르고 있다. 이런 맨살을 노출해본 적도 없고, 누군가가 만지게 허용한 적도 없었다. 두렵고 무서웠다. 일단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제이는 그의 팔을 밀치려 다리를 움직였다. 그러나 잠깐 생긴 틈으로, 그의 손은 밀지까지 파고들었다. 중지가 음순을 매만졌다.
“읏……!”
“많이 부었군.”
사내는 손가락으로 겉을 가늠하듯이 음순을 쓸어 보다가 살짝 튀어나온 정점을 꾹 눌렀다. 지난밤 그가 잔뜩 괴롭힌 탓에 아직도 부어 있었다. 손가락 하나가 움찔거리는 구멍을 파고든다. 어제 그를 받아들였음에도 여전히 좁은 통로가 그를 조였다.
“피임차는 마셨나?”
“흐, 피, 피임 차요…? 그만, 흣….”
“피임 차를 주라고 일렀는데.”
그러더니 위에서 그의 얼굴이 다가왔다. 입술을 가볍게 부딪쳤다가, 아랫입술을 물었다. 작게 벌어진 사이로 그의 혀가 파고들었다. 그리고선 작은 혀를 빨아 당기고 치열을 훑었다.
타액이 섞여지는 기분은 이상했다. 이런 행위는 연인 간의 행동이라 들었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입맞춤인데, 그 상대도 일반적이지 않다.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도리어 잡아먹을 듯이 입안을 유영했다.
아랫구멍을 파고든 손가락도 함께 움직인다. 바르작거리는 몸짓은 하등 쓸모가 없었다. 어제 아버지에게 안겼다고 금세 젖어 드는 제 몸이 야속했다. 한 번도 남자에게 보인 적도, 손을 대게 허락한 적도 없거늘. 스스로에게 배신감이 들었다. 잘 때마다 그에게 건드려졌다는 사실은 여전히 모르는 제이였다.
“읍, 흐으….”
천천히 움직이는 손가락들에 아래가 찌르르했다. 그는 기분이 좋아지는 곳만을 쑤셨다. 허리가 움찔거리고,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낼 뻔했다. 입이 아버지에게 가로막혀 있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었다.
키스로 아연했던 정신이 그의 손 때문에 더욱 흔들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흥분하기 시작한 자신이 싫었다. 익숙한 듯 성감대를 건드리는 아버지의 손도, 그리고 당연하게 젖는 제 몸도 마찬가지였다. 불유쾌한 흥분이 몸을 잠식했다.
고조된 흥분이 정점을 찍을 때쯤, 입술이 떨어졌다. 물기 있는 소리가 났다.
“피임 차를 마신 모양이군.”
쓴맛이 난다며 그가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제야 하녀가 가져다준 게 피임 차라는 걸 알았다. 제이는 아버지와 몸을 섞었다는 게, 이제 정말로 실감이 났다. 멋모르고 마신 차가 그걸 증명한 것이다.
아래를 메우던 손가락도 빠져나온다. 그의 손을 따라 애액이 함께 흘렀다. 제이는 차마 그것을 볼 수 없어서 눈을 감아버렸다.
그는 가지고 왔던 작은 병을 열었다. 꾸덕꾸덕한 연고를 손가락으로 뜨고 제이의 다리 사이로 넣었다. 차가운 감촉에 제이가 뒤로 물러나려 할 때 그가 말했다.
“약 발라줄 테니 가만히 있어.”
“괜찮아요…!”
아버지의 손이 제 아래를 다시 건드리는 게 싫었다. 연고를 발라야 할 만큼 아래가 부었다는 사실도 싫었다.
“제이.”
그러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움찔하게 된 것은 왜일까.
“내가 아프게 했으니 직접 발라주겠다고.”
말투는 고압적이었으나 그녀를 타이르던 예전의 아버지처럼 느껴진 것은, 착각일까. 그의 무릎 위에 앉아서 함께 노닥거리던 즐거웠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제이가 잠깐 주춤할 때, 손가락이 음부 위를 더듬었다. 연고가 부은 살 위로 얹어진다. 제이가 정신을 차린 건 그 후였다. 단순히 약을 바르는 것뿐인데 아래에서 애액이 흘렀다. 해결하지 못하고 남은 흥분감이 다시 고개를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가 알기 전에 빠져나와야 했다. 제이는 그에게서 벗어날 생각에 빠져, 정작 그가 제 아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약을 바르던 손가락이 구멍 안을 다시 파고들었다.
“흣……!”
“이제 보니 넌 아파하면서 느끼는 모양이야.”
깊숙이 들어온 손가락은 질벽을 긁으며 왕복했다. 손끝에 걸린 애액이 그의 바지까지 흘러내렸다. 연고와 섞이든 말든 그는 상관없다는 듯이 굴었다. 기껏 발랐던 연고가 구멍 안쪽으로 함께 쑤셔졌다.
“읏, 으응… 아, 아!”
한 번 느꼈던 몸은 쉽게 흥분했다. 고개를 저으며 거부해도 소리는 나왔다. 입을 다물었지만 목 울음은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제 손을 조이는 제이를 아예 눕혀 버렸다. 매트릭스 위로 눕혀진 하얀 몸은 이제 익숙했다.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처럼 흥분했다.
제이. 그의 딸이지만 딸이 아닌, 여자.
그 여자가 발버둥을 친다. 울음기 가득한 얼굴로 그를 본다. 제이를 보고 처음으로 발기했던 그 날처럼, 흐린 얼굴을 보고 그는 좆을 세웠다. 바지의 버클을 풀면서 여전히 제이의 안에 들어간 다른 손을 움직였다.
“흐읏, 그만, 아, 읏….”
“내 시중을 들라고 했을 텐데.”
셔츠의 단추가 하나둘 풀린다. 탄탄한 가슴이 드러날 때마다 제이의 낯빛은 더욱 파랗게 질렸다. 그가 옷을 벗으려 손을 빼내자 찔꺽, 소리가 났다. 셔츠에 애액이 묻어도 개의치 않으며 그는 탈의했다. 어느새 침대 저편으로 도망간 제이가 몸을 떨었다. 얇은 이불로 제 몸을 가리려 손을 뻗지만 금세 다가온 그의 그림자가 제이를 덮었다.
“친히 피임 차까지 올려주는데도, 이리 굴 생각이냐.”
사내는 제이의 손을 친히 펴주며 이불을 가져갔다. 간신히 잡았던 얇은 천이 멀어져간다. 제이는 그의 손이 닿자 섬뜩해졌다.
제이는 제 얼굴 가까이에서 위로 뻗은 페니스를 두렵게 보았다. 다시 보아도 커다란 크기다. 저게 몸 안으로 들어왔었다니… 아래가 찢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가족끼리 이, 이러면 안 되잖아요….”
“내 좆이, 너한테만 서는데.”
사내가 반쯤 돌아간 제이의 몸을 아래로 내리눌렸다. 어깨가 짓눌려 윽, 소리가 나오든 말든 그는 하얀 엉덩이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제이의 허리를 당기더니, 엉덩이만 위로 향하게 세웠다. 늘씬한 허리와는 달리 제법 통통하게 살이 붙어있다.
그는 조금 전부터 이미 서 있던 페니스를 음부에 문질렀다. 고양이처럼 들린 엉덩이를 꽉 잡고서, 금방이라도 좆을 들이밀 것처럼 허리를 움직였다. 질척하게 젖은 구멍이 벌름거렸다.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가족을 위해서.”
가족끼리 몸을 섞는 건 당연하다는 투로 그가 말한다. 제이는 음부를 찌르는 선단에 심장이 조여들 것 같았다. 움찔거리며 벗어나려 할 때였다. 사내는 그것도 예상한 것처럼 손을 뻗어, 제이의 뒷목을 눌렀다. 그녀는 목덜미까지 잡히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뭉툭한 선단이 천천히 여린 살을 벌리며 들어간다. 젖은 내벽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벌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좁다. 그는 제이의 골반을 잡고 느릿하게 허리 짓을 시작했다.
“아… 으응, 하읏….”
어제는 그를 받아들이기에도 벅찼던 구멍이 좆을 맛있게도 조였다. 기둥이 안으로 밀고 들어갈 때마다 주름이 펴진다. 크기가 크다 보니, 그 압박감만으로도 제이는 가벼운 절정을 느꼈다.
“이렇게 좋아하면서, 반항은.”
“흑, 아닌, 읏….”
“힘 좀 풀지. 좆 끊어먹겠어.”
그렇게 말하는 사내의 목소리는 조금 걸걸했다. 그도 함께 느끼는 압박감에 허리를 마구 흔들고 싶었다. 나름대로 배려한답시고 건넨 말이었지만 어쩐지 제이는 그 말에 아래를 더 조이기만 했다.
참을성 없는 그가 결국 허리를 움직였다. 좁은 통로를 빠져나왔다가, 다시 푹 찌르는 삽입에 제이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살이 부딪칠 때마다 퍽, 퍽 마찰음이 났다.
제이는 이불을 꽉 쥐었다. 아프지만은 않았다. 압박감으로 가볍게 갔을 때부터,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아니, 사실은 그전부터. 아버지가 손으로 아래를 휘저었을 때부터다. 젖을 대로 젖었던 구멍은 짝을 만난 듯이 페니스를 반기며 조여들었다.
안쪽까지 짓치고 들어오는 페니스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이 감각이 낯설면서도 흥분되어 팔을 버둥거렸다. 벗어나고 싶었다. 앞으로 움직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읏, 하으응, 아…!”
목덜미를 잡고 있던 아버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목을 꽉 쥔 것도 아닌데 제이는 숨이 막혔다. 치받고 들어오는 아버지가 거침없어 산소가 부족했다. 눈에는 결국 눈물이 맺혔다.
“수, 숨이….”
막혀요.
뒷말을 잇지 못했다. 더 깊게 들어오는 페니스에 제이는 눈을 크게 떴다. 몸이 망가질 것 같다. 닿아선 안 될 곳까지 아버지가 들어온 느낌이었다.
“제, 제발… 흣…!”
손에서 힘이 빠진다. 제이는 숨을 몰아쉬었다. 들이쉬는 와중에도 신음이 터져 이상한 소리가 났다.
“제이.”
“흐으… 읏….”
“숨 쉬어.”
숨이 막혀 그대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을 때, 귀신처럼 목을 누르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기도로 들어온 공기에 제이는 숨을 몰아쉬었다.
목이 눌릴 때 머리카락도 함께 잡혔는지 두피가 지끈했다. 이런 와중에도 그제, 머리를 미리 물들여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뿌리로 조금 올라온 금발을 보일 순 없었으니까. 거울을 보며 물이 잘 들여졌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도 심장이 빨리 뛰었다. 혹시나, 아버지가 알아차리실까, 겁이 났다.
아버지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아직 모른다. 왜 자신은 아래에 깔려서 그저 신음만 내고 있는지, 그리고 왜 몸은 착실하게 반응하는지도. 가족인데, 왜. 가족은 부족한 걸 채워주고 도와주는 존재가 아니었나. 그리고 서로 믿고 기대는, 그런 존재로 알고 있었는데.
“흐읏….”
목덜미가 다시 눌렸다. 아버지의 손은 워낙 커서, 숨통을 그대로 잡힌 것 같다. 숨은 가빠오는데 아래에서 드나드는 아버지의 성기는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왠지 기시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숨이 막히는 데도 좋았던 때가 언제였더라.
‘네 아버지는, 키르한 레뎀토어 대공이야.’
언젠가 어머니가 자신을 붙잡고 속삭이던 그때. 어머니의 손이 목을 휘감고 조였었다. 가냘픈 줄만 알았던 손은 억세었고 증오심을 담았었다. 자신을 보며 두려움과 분노를 감당하지 못했다가 마지막에는 안아주던 그 손을, 그 품을 기억한다.
욕조의 물속에 몸을 가득 담갔다가 빠져나올 때처럼, 숨이 가빠졌다가 트이길 반복했다. 뒤에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 같기도 했다. 엉덩이를 위로 들춘 자세는 허리가 아팠지만, 기분은 좋았다. 입에서는 바람 빠지는 신음이 났다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도 모르고 입을 벌렸다. 침이 입가로 새고,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좋아서, 죽으려고 하는군.”
아닌데.
아니다.
좋지 않다. 좋아서 이렇게 반항을 멈춘 게 아니었다. 이건 그저 어머니가 생각나서….
“하으, 아, 으읏….”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하려 해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붙잡힌 건 목인데, 혀가 잡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반복적으로 앓는 듯한 신음만 뱉었다. 생각이 뒤엉켰다. 이성적인 사고보다, 몸의 반응이 앞섰다.
기분이 좋아서,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그도 참을 수 없었는지, 안쪽으로 퍼지는 체액이 느껴졌다. 목 뒤를 짚은 손의 힘이 느슨하게 풀렸다. 제이는 얼굴을 시트 위로 비비적거리며 움찔거렸다. 절정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과 별개로 몸은 착실하게 반응했다. 그도 그걸 느꼈는지 질 안에서 페니스를 잘게 움직였다. 얼마나 흥분한 건지 그렇게 큰 것이 들어왔는데도 애액은 윤활유처럼 미끈하게 감쌌다.
목 뒤를 짚은 손이 완전히 풀린다. 그가 천천히 밖으로 나오자 퐁, 하고, 어울리지 않게 경쾌한 소리가 났다.
“홍수 났네.”
웃음기가 섞인 말이 귓전에 내려앉았다. 그렇게 직접 말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여전히 이불 위로 고개를 파묻고 숨만 고르게 내쉬는데 그가 조용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뒤를 돌아보니 그는 그녀의 다리 사이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방금까지 홍수라느니, 그런 말을 들은 직후라 신경이 쓰였다. 다리를 움츠리려 하는데 두 다리가 그대로 잡혔다. 허벅지 뒤, 부드러운 살결에 그의 손이 닿았다.
“가만히 있어.”
“왜, 왜….”
덜컥 겁이 났다. 붉은 눈동자가 향하는 곳이 다름 아닌, 음부였기 때문일까. 눈빛만으로 아래가 헤집어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네 구멍에서 내 씨물이 흐르는 걸 보니, 피임 차를 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네? 그게 무슨….”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입가는 조금 올라가 있다. 흥분을 참을 수 없는 사람처럼 눈빛이 가끔 번뜩이기도 했다. 숨기려던 것은 아니겠지만, 평소 감정 표현이 적었던 그는 기분이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손가락이 아래를 스친다. 흣, 하고 신음이 잠깐 나왔다. 그대로 쑤셔 넣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그는 손가락을 바로 빼냈다. 하얀, 정액이 묻어있었다.
“이렇게 내가 매일 박아대면.”
목 뒤를 손가락이 누른다. 옆으로 선을 긋듯이 손가락이 움직이고, 다시 숨을 쉬기 힘들어졌다.
“배가 불러오는 게 당연할 텐데. 아깝잖아.”
벌써 아이를 만들기엔. 조용히 뒷말을 속삭인 그가 순식간에 아래를 짓치고 들어왔다.
“읏……!”
조금 전에 빠져나온 것이 무색하게도 그는 허리 짓을 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페니스가 들어온다고 다시 조이기 시작한 내벽은 말할 것도 없다. 힘이 없어 벗어나지도 못한 채 그대로 그에게 쑤셔 박혔다. 엉덩이를 양옆으로 벌리고, 움직이는 그의 행동에 수치심을 느끼기도 전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으, 읏, 싫, 아…!”
뭉근하게 들어왔다가 깊은 곳까지 단숨에 들이닥친다. 아플 정도로 박아대는 데도 흥분이 더 되는 걸 보면 스스로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싫다는 말을 하려면 행동도 그렇게 해야지. 이렇게 씹어대면서, 싫어?”
“아, 아, 그만, 흡….”
“그동안 다른 사내들을 받은 적은 없고?”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물었다. 어떤 사내도, 제이에게 손조차 스치지 않았던 것을 그도 알았다. 성 밖으로 나오지 않고 조용히 살았던 아이에게 남자가 있었을 리가. 그러나 그는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건지 제이를 채근했다. 이미 가득 삼킨 좆을 더 들이밀었다. 그가 압박하자 제이의 엉덩이가 부드럽게 뭉개졌다.
“대답은.”
“없, 읏, 없어요, 하으윽!”
그제야 그는 만족한다는 듯이 조금 유해졌다. 허리 짓이 눈에 띄게 살가워진 것은 아니었다. 가학성을 버리지 못한 그는 여전히 거칠었다. 머리채를 잡았던 손이 살짝 헐거워졌다거나 핏발이 선 것처럼 보인 눈에서 힘이 조금 풀린 정도였다.
퍽, 퍽, 퍽.
엉덩이로 그의 장골이 세게 부딪친다. 외설적인 마찰음과 살이 부딪치는 자극에 제이는 저도 모르게 페니스를 더 조여 댔다. 그녀는 깊게 찌르는 것에 몸을 꿰뚫릴 것 같아서 앞으로 기었다. 이건 아닌것 같았다. 몸이 어떻게 되어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어떻게든 그를 빠져나오게 해야 했다. 그러나 한 뼘이 멀어지기도 전에 머리채가 당겨졌다.
“흑, 으읏!”
“어디 가려고.”
“흐윽…!”
사내는 다시 제이의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몸이 들린 제이가 본능적으로 팔을 세웠더니 그가 다시 용두질을 시작했다. 여전히 잡힌 머리채가 아팠다. 그가 들어왔다가 나갈 때마다 머리가 잡아 당겨졌다.
“말, 타본 적 있나.”
그에게 머리가 잡혀 마구 흔들렸으니 고개를 저어도 티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팔이 무너지지 않게 힘을 주었으나 쉽지 않았다.
“너, 하는 모양새가 암말 같군.”
그 다음부턴 미친 듯이 흔들린 기억밖에 없었다. 제이는 그의 아래에서 울부짖었고 조금만 도망갈 기색만 보이면 다시 끌려왔다. 그의 말마따나 암말이 된 것처럼 흔들렸다. 무릎이 닳을 것 같았고 세웠던 팔은 무너졌다. 그러면 그는 다시 일으켜서 제이를 취했다.
숨을 제대로 못 쉬면 잠깐 멈추기도 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보일 정도였다. 말은 제이가 아닌, 사내였다. 그는 그동안 교미를 못해 흥분한 종마처럼 굴었다. 잔뜩 부풀린 좆을 처넣고 몇 번이고 씨물을 쏟아냈다.
제이가 기절할 정도가 되어서야 그는 멈추었다가 다시 좆을 다리 사이로 비볐다. 스스로도 미친 것 같았다. 흥분제를 먹은 것도 아닌데 좆이 자꾸만 섰다. 지친 제이가 잠들자 구멍 안으로 좆을 느른하게 넣으며 몸을 만져댔다. 제이가 깨어나면, 다시 배를 맞추었고 잠들면 몸을 희롱하는 식이었다.
그 와중에도 피임을 위한 차는 꼬박꼬박 방으로 날라졌다. 집사는 일을 잘했다. 미리 일러두면 상황을 보고 알아서 판단하는 능력이 좋았다.
누구도 제이를 방에서 꺼내주지 않았다. 제이의 울음소리가 밖으로 조금씩 들렸으나 사용인들은 묵묵히 제 할 일만을 했다. 초야를 치른 다음 날부터 약 닷새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
제이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협탁에 놓인 초 하나가 켜져 있지만, 커튼이 쳐져 있어 시야를 확보하는데 오래 걸렸다. 옆자리를 손으로 더듬어보니 비어있었다. 언제 나가신 걸까.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열감기를 앓았을 때도 이 방에서 아버지의 간호를 받았던 적이 있다.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아버지가 직접 간호를… 간호를, 해주신 게 맞나…?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간호를 받은 게 맞는지. 왜 열이 내리고 몸이 낫자마자 아버지의 태도가 바뀌었던 건지. 혹시 아플 때 아버지께 무언가 잘못이라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몸이 뻐근했다. 잠을 자도 여전히 피로했고 팔과 다리는 근육통으로 쑤셨다. 허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버지와 몸을 섞은 기억이 선하다. 물에 빠진 솜처럼 온몸이 무거웠다. 그런데도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몸이 깔끔했다. 끈적이지도 않았고 찝찝한 곳도 없다.
그래서 더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기억은 남아있는데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흔적은 없다는 것이. 선잠에서 깨어나면 그저 안 좋은 꿈을 꾼 것뿐이라고 다독이다가 떠올리게 된다. 어떤 각도로 아버지를 보았고, 어떤 자세로 그를 받았는지. 또 어떤 말을 들으며 수치스러워했는지도.
입안이 까끌까끌했다. 제이는 물병이 없는지 살피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물이 있을 만한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협탁에도 물은 없었다. 천천히 타는 초 옆에 작은 쪽지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일어나면 부를 것.]
유려한 필체의 주인은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글씨는 단정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면이 있었다. 장부 교육을 하면서도 많이 본 글씨체다. 마냥 설렜던 그때와는 달리 글자로 저를 후벼내는 것 같았다. 제이는 바로 옆에 있는 설렁줄을 당기려다가 말았다.
대공성 사람들이 전부 알고 있겠지….
사용인들 간의 입소문은 빠르니까 이미 알고 있을 거다. 그들이 주인이라 부르는 대공녀가 아버지의 침실에서 며칠간 나오지 않은 사실을. 생각해보니 애초에 그날 밤, 제이를 단장해준 것도 하녀들이었다.
더럽다고 욕하지 않을까. 제이의 의사 여부는 그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테다.
‘아버지에게 다리를 벌리는 더러운 제이아나.’
이렇게 떠들겠지.
설렁줄을 당기는 대신 직접 나가서 조용히 물을 찾아 마실 생각이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주방에 가서… 조금 이상해 보일 순 있지만 지나가다 들린 척을 하는 거다. 그래서 물 한잔을 마시고 다시 방으로… 여기, 아버지의 침실이 아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거다. 어떤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덮고 자던 이불로 몸을 감싸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어둠에 조금씩 적응한 눈은 제법 사물을 분간해낼 수 있었다. 아버지의 침실은 깔끔했다. 불필요한 물건들은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면, 필요 없다며 벗겨낸 그녀의 잠옷 같은 것 말이다.
하녀를 부를 수밖에 없나…. 문에 가까이 간 제이가 문을 열려다가 말았다. 하녀들의 대화가 흐릿하게 들렸다. 그저 일상적인 대화들. 오늘 빨래할 양이 많고, 누가 휴가를 받아서 갔다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이었다.
문을 열려던 제이의 손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제대로 된 차림도 아닌 모습으로 나갈 순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사용인이라도, 시선은 무서웠다. 여기서 아버지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 몸이 떨렸다. 초조하게 문손잡이만 잡았다, 놓았다 하길 몇 분. 하는 수 없이 침대로 돌아가려 할 때, 복도에서 약간의 말소리가 들렸다. 조금 무겁지만, 일정한 박자로 떨어지는 발걸음 소리도 함께 들린다. 제이는 신경이 곤두섰다.
달칵. 문이 열리고 거구의 사내가 보인다. 어두운 실내 때문에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눈부셨다. 제이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떴다.
“일어났군.”
아버지였다. 그의 큰 체격은 여전히 제이를 단번에 압도했다. 검은 머리, 어둠에 침잠된 붉은 눈, 목이 쉰 제이와는 달리 말끔한 목소리….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삼켜질 것 같아, 제이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어디 가려고 했지?”
“아무 데도….”
그의 시선이 제이의 어깨에 걸쳐진 이불에 닿았다. 눈빛만으로 나체를 보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제이는 이불 끄트머리를 당겨 몸을 더 가렸다.
픽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가소로운 것을 보는 것처럼. 얼굴이 붉어졌을것이다. 방 안이 어두우니 보이지 않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문이 열려 빛이 얼굴로 쏟아졌다.
얼굴이 붉어졌다거나 그렇게 가려봤자 이미 다 본 몸이라느니.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다. 지난 며칠간 방안에서 아버지에게 들은 말들이 전부 그런 류였다. 수치스러워하면 더 느껴보라고 부추겼다. 아래로 그를 박아 넣으면서 귓가로는 달콤하고 더러운 말을 속삭였다. 도망가려 하면 다그쳤다가 다시 달래주고…. 그때를 생각하던 제이는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목까지 붉어진 것을 감추려 이불을 끌어 올렸다. 아버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면서.
“왜 안 불렀어.”
“…네?”
“왜 방에 가만히 있었느냐고.”
그러나 제이는 연이은 질문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검붉게 보이는 눈동자가 제게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하녀들이, 아, 그냥… 그냥요.”
‘하녀들’이란 말에 그의 눈썹이 슥 올라갔다. 그리고 한 발자국 다가왔다. 그의 보폭은 큰 편이라 금세 그의 가슴을 마주 보게 되었다.
“그자들이 네게 무슨 말을 했나?”
“아, 아니요, 아니에요. 조금 신경이 쓰여서….”
“흐음.”
그의 눈빛이 조금 따분하게 변했다. 그럴 만도 했다. 한낱 사용인들 때문에 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주인이라니. 제이도 스스로가 답답했다. 왜, 이 정도 밖에 못하는 건지. 아무렇지 않게 나가고 싶기도 했다.
“그럼, 죽여줄까.”
“네…? 아니에요, 그, 그런 걸 바란 건 아닌….”
“다 죽이면 더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여상하게 말하는 말투와 달리 그 내용은 살벌했다. 눈빛도 한순간에 바뀌었다. 소론테에서 검을 쥐고 마물을 자비 없이 갈랐을, 전사의 눈빛 같았다.
“응?”
“아, 아니에요, 아버지…. 그냥 해본 말이었어요. 잘못, 했어요, 죽이지 마세요…!”
신경 쓰인다는 이유로 막 죽일 수는 없었다. 제이는 이불을 꽉 쥐던 손으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는 말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검을 빼 들고 갈 기세였다. 제이의 어깨에 걸려있던 이불이 스르륵 미끄러졌다.
“그래, 그럼… 거슬리는 게 있으면 말해.”
사내는 그런 제이의 허리를 안더니 침대로 향했다. 바짝 잡힌 허리는 미끄러진 이불이 감싸고 있지 않은 곳이었다. 뜨거운 체온이 살결로 느껴졌다.
“다 죽여 놓을 거니까.”
귓가로 그의 목소리가 나긋하게 들렸다.
침대에 앉자마자 그가 설렁줄을 당겼다. 곧이어 복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녀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옷을 찾으려 한참 헤맸던 것이 무색해졌다.
침대 위, 간이 테이블에 식사가 차려졌다. 어두웠던 방은 커튼을 걷어 금세 밝아졌다. 제이가 이불로 몸을 감싸든 말든 하녀들은 개의치 않았다. 아주 당연한 일인 것처럼 그들의 앞에 음식을 내놓았다. 사내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긴장한 것은 오직 제이, 혼자였다.
제이의 앞에 드디어 물이 놓였다. 사내가 직접 물 주전자로 물을 떠준 것이다. 제이는 천천히 물을 마셨다. 버석버석하던 입안으로 미지근한 물이 들어오니 살 것 같았지만 그뿐이었다. 그토록 마시고 싶었는데, 막상 입에 대니 넘어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옆에서 스푼을 들고 천천히 수프를 먹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늦은 점심이었다. 여태 기다리셨던 걸까. 제이는 입맛이 없어 스푼을 들고도 먹지 못했다.
“왜.”
“입맛이, 없어요….”
“배가 안 고파?”
흘끗 보는 눈이 제이가 이불로 덮은 몸 안쪽을 향했다. 제이는 이미 감싼 몸을 이불로 더 동여매며 작게 끄덕였다. 함께 나란히 앉아서 식사라니. 예전이었다면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을 때, 손이 허리를 감싸며 내려갔다. 불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의 손은 이불로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던 삼각지로 파고들었다.
“흡…!”
“많이 받아먹어서?”
“아, 버지…!”
대각선 방향으로 집사가 서 있었다. 그는 부녀의 대화를 들었으면서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게 더 신경이 쓰였다.
손가락은 음순을 건드리다가, 탱탱 부은 공알을 가볍게 굴렸다. 마른 상태였는데도 며칠째 달은 몸은 쉽게도 반응했다. 가벼운 흥분이 찌릿하게 퍼졌다.
“또 먹여줄 테니 지금은 얌전히 식사해.”
“그, 그만… 흣…!”
가볍던 손놀림이 거칠어졌다. 공알을 짓누르다가 손을 넓게 펴서 아래를 주물렀다. 여린 살결이 손바닥에 잔뜩 눌리며 자극되었다. 느끼려 한 게 아닌데도 애액이 찔끔 나오기 시작했다.
“싫, 으, 아… 아! 그만, 앙…!”
“대답은.”
여전히 아래를 문지르며 그가 말한다. 헐겁게 묶인 이불 매듭이 서서히 벌어졌다. 그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이불도 잘게 흔들렸다. 거부하면 그는 더 깊게 파고들 기세였다.
“하읏, 먹을, 게요, 흣…!”
대답을 하고 나서야 손이 떨어진다. 그는 잔뜩 젖은 손을 제이의 사타구니에 문질렀다. 애액이 길게 늘어지는 것이 보여 제이는 이불을 더 감싸 맸다.
질구에서 흐르는 액이 시트로 떨어져 동그란 흔적을 남겼다. 다리를 오므리려 했으나 그가 묻히고 간 흔적이 찝찝했다. 제이는 천천히 스푼을 들었다.
언뜻 시야로 집사가 보였다. 그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아예 침묵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아버지는 다시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식사를 했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의 손은 깨끗했다. 더러운 사람은 저 혼자가 된 것 같았다.
식사는 맛있었다. 부드러운 치즈, 새콤달콤한 양념은 입에 맞았으나 그 이상은 느끼지 못했다. 그저 ‘맛있는 음식’이라고 인식하는 정도였다. 기계적으로 포크를 움직였다.
“잘 먹네.”
그는 닭요리의 부드러운 부분을 잘라 접시에 올려주기도 했다. 먹지 않으려 하면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냥 삼켰다. 받아먹는 게 보기 좋았는지 그는 계속 접시에 올려주었다. 얹힐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휴가를 다녀온 애나는 방금 막 대공성에 돌아온 참이었다. 숙소에 짐을 푼 뒤 1층으로 향했다. 대공성은 매우 커서 사용인들의 숫자도 많았다. 그들을 관리하는 집사의 사무실이 1층에 있었다. 휴가를 갈 수 있게 먼저 말을 꺼내준 집사에게 복귀를 알리고 감사 인사도 하기 위해서였다.
사무실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었다. 애나는 문을 조금 열고 들어갔다. 집사가 바쁜 모양이니 가져온 선물만 몰래 두고 갈 생각이었다. 고향에서 사 온 과일청을 책상에 두는데 옆으로 화려한 꽃바구니가 보였다. 척 보기에도 화려한 꽃들은 한 송이에 금화 한 닢은 줘야 할 만큼 비싼 종류였다. 꽃들 사이에 편지도 수줍게 꽂혀있다. 고급진 편지 봉투에는 수신자와 짧은 문장이 적혀있었다.
「제이아나 레뎀토어, 대공가의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볼트 백작가의 차남, 체르노 볼트 드림」
“세상에!”
구혼장이었다. 봉투를 열면 구구절절한 구애가 가득할 것이다. 애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예전에는 아가씨에게 가끔 구혼이 들어왔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권력가부터 용기 내어 보내는 변방의 귀족까지. 마님은 대공의 뜻을 물어봐야 한다며 미루고 거절하셨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구혼은 딱 끊겼다. 애나는 그게 안타까웠다. 제이아나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자신이 모시는 주인이라서가 아니라, 아가씨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청초한 눈망울과 흰 뺨, 언뜻 보면 말라보이지만 은근한 볼륨감이 옷 위로 살아났다. 검은 머리카락 때문에 더욱 가냘프게 보이기도 했다.
애나의 입꼬리가 씰룩씰룩 올라갔다. 어서 빨리 아가씨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집사의 선물로 가져온 과일청을 책상에 두고는 꽃바구니를 챙겨 나왔다. 어차피 아가씨에게 온 선물이니 바로 가져가도 될 것이다. 보고는 나중에 하고.
꽃바구니는 무거웠으나 발걸음만은 가벼웠다.
식사가 끝난 후, 제이는 씻겠다는 핑계를 대며 욕실로 도망쳤다. 거짓은 아니었다. 머리를 물들이기 위해 혼자 욕실을 드나든 지 오래되었다. 그걸 아는 하녀는 욕조에 미리 따듯한 물을 받아놓았다. 욕조에서 하얀 김이 올라왔다.
욕실 한쪽에는 말린 꽃잎을 종류별로 넣어둔 병들이 있다. 제이는 그중에서 아무거나 집었다. 한 줌 쥐어 욕조 안에 풀고 보니 붉은 장미꽃이었다. 하필이면.
아버지의 붉은 눈이 생각났다. 죄책감 한 점 없어 보이던 눈빛은 오히려 정욕을 담고 있었다. 제이는 망설이다가 욕조 안에 발을 넣었다. 딱딱한 바닥이 발바닥에 닿는다. 천천히 몸을 낮추어 물에 몸을 담갔다. 바닥이 있는데도 늪처럼 느껴졌다.
찰랑이는 물이 몸을 덥힌다. 무릎을 세우고 앉은 제이는 물 위에 떠 있는 꽃잎들과 마주했다. 붉은 꽃잎들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 더러운 년.
뭐…?
- 너도 좋았잖아. 왜 깨끗한 척을 하지?
“…아니야.”
- 그렇게 느껴놓고서?
“…느끼지 않았어.”
- 거짓말.
붉은 눈들이 비웃었다.
- 거짓말해도 소용없어. 대공성 사람들은 다 알걸. 네가 아버지에게 안긴 사실을. 집사도 알고 하녀들도 알지. 아, 애나. 그 하녀도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야. 그냥 인정해. 너, 네 아버지의 밑에 깔려서 앙앙거리면서 울었잖아. 좋아서 보지를 움찔거리면서. 보짓물은 또 얼마나 흘리는지 하루에 시트를 세 번이나 바꿀 정도였잖아. 기억 안 나?
“아니야…!”
제이는 다리 사이를 손으로 씻어냈다. 애액이 물에 닿아 미끈미끈했다. 아버지의 손길이 닿았던 곳이다.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아래가 부은 게 느껴졌다.
- 아, 거기. 네 아버지의 좆이 들어갔던 곳이지.
“아, 아닌, 아니야….”
언젠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하던 거침 없던 아버지의 말이 울리는 듯하다.
- 싫다면서 잘도 무는구나. 맛있니? 욕심도 많지. 찢어질 것 같았는데 다 삼킨 걸 보렴. 어디까지 닿는지 볼까. 내 좆이 네 자궁에도 닿을지 말이야.
제이는 손가락을 구멍에 넣어 안쪽을 긁어냈다. 남은 정액은 없었다. 누가 한 건지, 안쪽은 이미 깨끗했다. 그럼에도 제이는 멈추지 않았다. 안쪽으로 자극이 들어오니 의도와는 달리 안에서 액이 나왔다.
- 저런. 자지가 먹고 싶어서 혼자 쑤시는 건가? 말을 하지. 그럼 언제든 먹여줬을 텐데. 우리 딸은 음란하기도 하지.
“그, 그만… 아니야…!”
- 홍수 났네.
환청은 비웃는 것처럼 제이에게 말을 걸었다. 침대에서의 아버지가 했던 말들을 그대로 읊기도 했다. 아니야, 아니야…. 손가락으로 여전히 긁어내는데도 투명한 체액만이 나올 뿐이다.
문득 제이의 시선이 제 가슴으로 향했다. 하얀 피부 위로 울혈이 가득했다. 가슴을 물고 빨았던 아버지 때문이다. 그는 마치 젖을 먹는 아이처럼 빨았다.
“하….”
욕조에서 다리를 벌리고 씻는 제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예전에는 여기서 혼자 씻으며 아버지를 기다렸을 때가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버지는 왜 나를…. 몇 번이고 생각해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다. 제 꼬리를 물려고 빙빙 도는 개처럼 생각은 도돌이표를 그리며 돌아왔다.
어머니의 장례식, 아버지를 다시 만났던 그날부터일까. 그날 이후로 어색하기만 했던 아버지와 조금씩 가까워졌다.
‘가족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거다.’
가족을 바랐던 게 잘못이었을까. 아버지가 보여준 다정함을 가족애라고 믿었다. 자신을 정욕의 대상으로 보는 것도 모르고. 정말 가족이라고 믿었는데….
물에 비친 제 모습이 보인다. 군데군데 떠 있는 꽃잎은, 몸에 남은 붉은 흔적들처럼 보였다. 제이는 충동적으로 손으로 물결을 흩트렸다. 물 위로 얼굴 형상이 일그러졌다가, 되돌아온다.
“그만, 그만… 제발….”
눈을 감고 귀도 막았다. 꽃잎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가 여전히 들리는 것 같았다.
“그만해….”
“아가씨?”
그때 문밖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귀에 익은 목소리다.
“아가씨, 안에 계세요? 저 조금 전에 막 돌아왔어요.”
애나였다.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던 제이는 무심코 들어오라고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애나는 어머니가 로이드 왕국에서 제국을 올 때 데려온 하녀였다. 그래서 어머니가 믿은 몇 안 되는 하녀 중 하나였다. 그래서 제이도 어렸을 때부터 애나를 어머니와 비슷한 존재처럼 여겼다. 어머니는 아니지만 의지하고 믿는 하녀. 그런 애나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 애나 돌아왔구나. 나 씻고 있었어.”
“혼자 계신가요?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던데….”
“아냐. 혼자 있어. 곧 나갈게.”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애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욕조에서 일어나자 물이 촤르륵 떨어졌다. 꽃잎들도 넘실거린다. 이제 보니 정액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얀 체액이 떠다니는 걸 애나가 본다면….
제이는 수건으로 몸을 빠르게 닦은 뒤 가운을 입었다. 다행히 가슴을 가리는 디자인이다. 그녀는 빈 욕조를 한 번 쳐다본 뒤에 문을 열었다. 평소보다 방긋방긋 웃고 있는 애나가 서 있었다.
“수락할게.”
“네? 그렇게 빨리 결정을 하셨어요?
“어차피 구혼장이 온 건 오랜만이잖아. 이참에 해치워야지….”
방에 도착하자 낯선 꽃바구니가 제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려하고 싱싱한 꽃들 사이에 보이는 편지. 그걸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구혼장이라고.
“무슨 결혼을 임무 수행하는 것처럼 말씀하세요? 이건 중요한 거라고요.”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알아. 볼트 백작 가의 차남은 매너 좋고 잘생겼기로 유명하잖아. 이번에 경마장 사업도 시작했다고 들었어. 그 정도면… 괜찮지.”
“그건 어디서 들으셨어요? 파티에도 가지 않으시면서.”
“파티엔 안 가도 신문은 읽는단다.”
“아가씨, 그래도 이렇게 한 번에 수락하는 것보다 조금 간을 보는 게 낫지 않겠어요? 제가 듣기로 사내들은 바로 마음을 주면 쉽게 본다고 했어요. 적어도 사흘 정도는 후에 답장을….”
“아냐. 지금 바로 보내. 너무 두근거려서 아버지…께 말씀도 못 드리고 바로 답을 하는 거야.”
애나는 구혼자의 가문이 대공 가와 비교하면 낮다고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혼. 이 기회를 놓치면 정말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이 어떻든 아버지에게 안기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심지어 어머니의 유서에 적힌 ‘결혼 상대로 생각해둔 자의 목록’에도 볼트 백작 가의 차남이 있었다. 기막힌 우연이었다
“이렇게 바로 보내시면 대공님께서….”
“애나, 어서.”
애나는 괜히 뭉그적거리며 편지지를 가져왔다. 오랜만에 제이가 청혼을 받으니 기쁘지만, 상대가 영 탐탁지 않은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제이는 그걸 모조리 무시하고서 빠르게 답장을 써 내려갔다.
“애나. 이 편지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바로 볼트 백작 가에 주고 와. 네가 직접.”
제이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구혼장에 회신을 보낸 지 벌써 사흘이 지났는데도 볼트 백작 가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이제 와서 마음이 바뀐 걸까. 애나가 잘못 보낸 건 아닐까. 아니면 애초에 구혼장 자체가 자신에게 잘못 온 건가.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사흘이 지나는 동안 아버지는 자신을 찾지 않았다. 다행히도 몸의 흔적이 옅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완전히 없어질 것 같다. 제이는 괜히 손끝으로 꽃을 건드려보았다. 아버지가 선물로 보냈던 붉은 꽃들을 대신해서, 꽃바구니의 꽃들을 화병에 옮겼다. 제이는 그 붉은 꽃들을 떠올렸다. 이상하게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시들지 않던, 꺼림칙한 꽃들. 그것들을 애나에게 치워달라고 했다.
“아, 아가씨!”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애나의 안색이 파리했다. 왼손에는 신문이 들려있었다. 그녀는 손을 떨면서 제이에게 신문을 내밀었다. 신문 앞면에 큰 헤드라인이 있었다.
※ 부고 알림 ※
체르노 볼트
사인 : 낙마
“부고…?”
부고 알림 아래에는 관련 기사가 있었다.
「볼트 백작 가에 찾아온 저주? 과한 욕심이 일으킨 죽음」
- 책임자, 체르노 볼트는 낙마로 사망해…
- 경주용 말에 마약 투여한 것으로 알려져
- 황실, 마약성 약물 단속 강화하겠다고 밝혀…
- 사건의 조사를 맡은 이는 레뎀토어 대공
똑똑.
신문을 읽던 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애나가 나가보겠다며 문을 열자 집사가 서 있었다. 그는 꽃바구니를 안고 있었다. 볼트 백작 가에서 보낸 것보다 더 큰 바구니였다. 그 안에는 붉은 꽃들만이 가득했다.
“대공님께서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애나가 꽃바구니를 받으며 생각보다 무거웠는지 아이구, 소리를 냈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꽃바구니를 올려놓으며 꽃을 골랐다.
“대공님께서 지난번에 이어 또 꽃을 보내주셨네요.”
제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체르노 볼트의 부고 소식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말에 마약성 약물을 투약했다니. 경마에서 그런 편법을 쓰는 경우가 알음알음 있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체르노 볼트도 그랬을 줄은….
“부고 소식은 안타깝지만… 차라리 정식으로 혼담이 나오기 전이라 다행이에요.”
“애나.”
제이가 짐짓 엄숙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말을 덧붙였다. 그런 제이와 달리 애나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가씨, 냉정하게 생각해보셔야 해요. 그분과 혼담을 주고받은 후였다면 아가씨에게까지 이런저런 말이 나왔을 거예요. 그냥 사고도 아니고, 불법으로 저지른 일 때문에 사고가 난 거잖아요. 아무도 모를 때 이렇게 된 게 차라리 낫죠. 다시 말하지만, 아가씨가 너무 성급하게 결정했다고 생각했어요.”
“애나… 너 볼트 백작 가에 전달한 건 확실해?”
“그럼요. 안에까지 들어가진 못하고 보초병에게 전달했어요.”
“그래….”
애나는 꽃병의 꽃들을 빼냈다. 그리고는 꽃바구니 안에 든 붉은 꽃들을 정리해서 넣기 시작했다. 붉은 꽃들은 꽃잎이 컸다. 구불구불한 꽃잎은 바람이 불면 함께 흔들렸다.
선물한 사람이 죽었으니 꽃도 버리는 게 맞다는 애나의 말이 귓가에서 윙윙 울렸다. 아직 저 꽃들은 시들지 않았는데. 체르노 볼트를 직접 본 적이 없었음에도 마음이 무거웠다. 어쩌면 그가 가족이 될 수도 있었기에.
“어휴, 건실한 분인 줄 알았는데 뒤에서 그런 일을 했을 줄은…. 아가씨. 너무 걱정 마세요. 구혼은 또 들어올 거예요.”
“……응.”
그래야 했다. 다음 구혼이 들어와야,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제이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
※ 부고 알림 ※
플라보 로체
사인 : 음주 후 실족사
제국력 751년 5월 XX일
※ 부고 알림 ※
시몬 바알
사인 : 약물중독으로 인한 심 정지
제국력 751년 6월 X일
※ 부고 알림 ※
아라민 페롤
사인 : 사냥 중 들개 떼에게 몰려 사망
제국력 751년 6월 XX일
몇 주 동안 연이은 귀족들의 죽음에 제국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고위 귀족들의 죽음에, 사람들은 처음엔 의문을 가졌지만 조사 결과 사인이 분명히 나오자,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특히 몇몇은 귀족의 죽음이라기엔 수치스러운 결말이라, 해당 가문에서는 쉬쉬하기도 했다.
‘우연일까.’
제이가 목에 걸린 사파이어 목걸이를 더듬었다. 며칠간 목에 걸고 다녔지만, 세공된 사파이어의 모양은 아직 손에 익지 않았다. 목걸이를 받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죽음일까. 창밖을 내다보는 제이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날씨는 어울리지 않게 맑았다. 햇살이 마차의 창문을 비집고 들어왔다. 오늘 입은 검은색의 상복은 참 오랜만이었다. 이 상복을 다시 입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치맛단을 손으로 쥐며 장례식의 주인을 떠올렸다.
※ 부고 알림 ※
레넌 타이클
사인 : 무역선 전복 - 남해안의 태풍으로 인한…
현재까지 구혼장을 보내온 사람들 중 마지막. 가장 처음으로 구혼장을 보냈던 체르노 볼트의 죽음 이후에도 구혼장은 왔다. 제이는 망설임 없이 그것들을 받아들였지만 그들의 소식은 신문으로 알게 되었다. 한쪽 칸에 있던 부고 알림이 그것이었다.
처음엔 제이도 당황스러웠다. 왜 구혼장을 보낸 사람들에게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혹시 자신이 저주를 받은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녀는 맞은편에 앉은 아버지를 흘끗 보았다. 그는 주름 하나 잡히지 않은 깔끔한 제복 차림이었다. 장례식에 가는 만큼 화려한 훈장들은 없다. 반짝이던 장식들이 없으니 그는 더욱 날카로워 보였다.
항상 크기만 하던 마차가 오늘따라 유독 좁게 느껴졌다. 마차가 흔들릴 때마다 아버지와 무릎이 닿을 것 같았다. 제이는 의식하지 않으려 창틀에 손을 올렸다.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이번에만 벌써 다섯 번째야. 이제 구혼장을 보낼 사람이 남아 있긴 할까….’
대공 가에 구혼장을 보낼 수 있을 만한 가문은 많지 않다. 대개가 고위 귀족이다. 조금 격이 떨어지더라도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거나 명예를 중시한 소수의 귀족 가문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그 후보 군들이 하나둘 사라져갔다.
사망자들을 조사하던 수사관들은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제이아나 레뎀토어에게 구혼장을 보냈던 것. 비록 약혼을 채 준비하기도 전에 모두 사망했으나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각자 분명한 사인이 존재했으나 호사가들은 이렇게 떠들었다.
‘레뎀토어 대공녀와 엮이는 남자는 죽게 된다!’
애나는 신문을 숨기려 했지만 제이는 그것을 이미 읽은 후였다. 연이은 부고 소식은 그녀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신문 귀퉁이에는 찌라시처럼 그녀의 이름이 적혔다.
제이는 억울했다. 오히려 그들 중 한 사람과 가족을 이루고 싶었던 게 바로 그녀였다. 정말 자신과 엮이는 남자는, 전부 죽게 되는 걸까. 창틀에 쥔 손에 힘이 들어갔을 때였다. 손 위로 겹쳐오는 가죽장갑이 느껴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그녀보다 높은 시야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그가 묻는다. 내내 초조하고 긴장했던 제이와는 다르게 느른하고 여유 있는 눈빛이었다. 제이는 손을 말아 쥐었다.
“아무, 생각도 안 해요.”
“슬퍼 보이는데.”
여상한 말투는 은근하게 그녀를 떠보는 것 같다. 제이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약혼자가 될 뻔했던 자가 죽어서?”
눈을 애써 깔고 있던 제이가 고개를 들었다. 침착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알고… 계셨어요?”
“내 집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모를 리가.”
어떻게? 차마 나오지 못한 질문들이 입에서 막혔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애니를 통해 답변을 보냈다. 구혼을 받아들일 테니 최대한 조용히, 둘이서만 얘기를 나누었으면 한다고. 그리고 애니는 배신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몸종이었고 지금은 그녀의 시중을 들고 있다. 언제나 제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심을 보였다. 조금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문득 아버지가 보냈던 선물들이 떠올랐다. 체르노 볼트가 죽었다는 기사가 뜬 날, 보내신 붉은 꽃.
그 뒤로 며칠에 한 번씩 드레스, 루비가 박힌 머리 장식, 구두를 받았다. 그것들은 전부 붉은색이었다. 아버지의 붉은 눈이 떠오를 만큼 짙고 강렬한 색이었다.
‘선물을 받은 날은….’
…신문에 부고 소식이 뜬 날.
이쯤 되니 제아무리 순진한 제이라도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우연이 반복될 수 있는지. 겹쳐진 아버지의 손이 버겁게 느껴졌다. 혹시 저 손으로 그들을….
“손을 떠는데.”
“아…!”
그는 걱정스럽게 제이의 손을 잡더니, 다른 손으로 그녀의 팔을 당겼다. 가볍지만 힘을 실었다. 얼결에 자리에서 일어난 제이는 마차가 덜컹거리자 쓰러지듯 그의 무릎에 앉혀졌다.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처럼 그녀의 허리에 감는 손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제이가 벗어날 틈도 없이 그의 팔이 그녀를 바짝 감싸 안았다.
제이가 아버지의 무릎에 앉은 건 오래간만이었다. 이런 감성적인 느낌의 단어로 표현해도 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아버지와 강제로 몸을 섞은 게 벌써 몇 주 전이었다. 그때를 떠올린 제이는 눈앞에 아득해졌다.
뒷목에 매끄러운 가죽장갑이 닿았다. 그는 제이의 목 뒤를 만지작거리다가, 잘 안되는지 장갑을 퉁명스럽게 벗어 던지기도 했다. 장갑을 벗으니 맨살이 닿는다. 거친 손끝이 그대로 느껴졌다. 침을 삼키면 그가 바로 알아차릴까 봐 차마 삼키지도 못했다.
목이 순간 휑해졌다가 차가운 것이 닿았다. 잘그락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금속성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니, 푸른 사파이어 목걸이가 발밑을 구르고 있었다. 그럼 지금 목에 걸린 건, 무엇이지. 제이가 목에 걸린 펜던트를 들어 올렸다. 붉은색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다.
“아버지…. 타이클 소공작을, 죽이셨어요…?”
제이로서는 용기 낸 물음이었다. 목에 걸렸던 목걸이가 순식간에 아버지의 것으로 바뀌었다. 바닥을 구르는 사파이어 목걸이는 바로 며칠 전에 타이클 소공작이 구혼장과 함께 보낸 선물이었다. 마차가 달릴 때마다 바닥의 목걸이는 가볍게 굴렀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제게 구혼장을 보낸 사람들이, 죽었을 때마다… 선물을 보내셨잖아요. 그게 전부 우연일 수….”
그는 제이를 제 품에 더 바짝 끌어안았다. 치마 아래에서 단단한 것이 그녀의 엉덩이를 찔렀다.
“죽은 이유도 신문에서 보았을 텐데. 볼트 소백작은 낙마, 로체 소후작은 실족사, 바알 백작은 약물중독이었지. 페롤 백작은 사냥터에서 죽었던가.”
“…….”
“오늘 기사가 뜬 타이클 소공작은, 해적들에게 죽었다고 하지.”
제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구혼장을 받고 안심했던 스스로가 바보 같았다. 그녀는 한숨처럼 말을 꺼냈다. 목소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파도가 높아서, 배가 전복되었다고 했어요.”
“음. 그렇게 처리되었나.”
“아버지…!”
일어나려 해도 허리가 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 목에 닿은 붉은색 다이아몬드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그 사람, 어떻게 죽었을까. 이 다이아몬드처럼 붉은 피를 흘리면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고 다음 구혼장이 왔다고 안심을 했다. 받은 선물에 잠깐 설레기도 했고 정말 ‘가족’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기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잘것없이 바닥을 구르는 사파이어 목걸이가 타이클 소공작의 목처럼 느껴졌다.
“나도 네게 몇 번이나 선물을 보냈는데.”
허리를 감던 팔이 올라와 가슴을 움켜쥔다. 긴장으로 움츠려졌던 몸이 더욱 수축했다. 그는 개의치 않는 듯이 가슴을 천천히 주물렀다.
“저런 싸구려도 아니지.”
순식간에 사파이어 목걸이가 하급 보석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에 반박할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사내는 제이의 목에 걸린 붉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만족스럽게 보았다. 펜던트는 적당히 내려와 가슴골 위로 닿았다. 그는 천 아래 가려진 부위를 탐내듯이 보았다.
“또 받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뭐든 선물해 줄 테니.”
구혼 선물처럼.
이어지는 그의 말이 비참하다. 아버지가 보낸 붉은 선물들이 피처럼 느껴졌다. 구혼자들의 피가 묻은 전리품들. 자신 때문에 그들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혼을 받아들여서, 아버지가 화가 나서. 아직도 그의 생각을 이해하고 따라가긴 힘들었다.
더 비참한 것은 가슴을 주무르는 그의 손에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버지의 손에 언제 적응이 되었는지, 혹은 그동안 몸이 달아있었는지. 천 위로 유두를 문지르는 손길에 금방 몸이 저릿해졌다.
“하지, 마세요… 흣….”
목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리본이 풀어지고 얇은 슬립이 드러난다. 심지어 날씨가 더워져 천 조직이 얇고 느슨한 것이었다. 그는 그 위로 가슴을 쥐었다가 이내 손쉽게 찢어냈다.
“으읏, 아, 안 돼요…!”
제이는 허망하게 제 앞을 내려다보았다. 옷이 벌어져 앞가슴이 휑했다. 가슴을 주무르는 아버지의 손을 제 눈으로 보고 있자니 여전히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가슴골 사이로 붉은 다이아몬드 펜던트가 들어갔다. 사이에 박힌 것처럼 가슴이 출렁일 때마다 펜던트가 더 드러나기도 했다.
그의 한쪽 손가락이 젖꽃판 위를 문질렀다. 안에 숨겨진 유두를 달래듯이 손끝으로 눌렀다가 굴리길 반복한다. 더운 숨이 샜다. 제아무리 반항해도 이럴 때의 아버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건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어깨를 밀어내었다. 철옹성 같은 단단한 어깨는 당연히
움직이지 않았다.
허리를 쓸어내리는 손은 거칠었다. 그저 흥분을 돋우기 위한 손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성의 없는 손길에도 제이는 아래가 축축해지는 걸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길든 것처럼 몸이 반응했다. 스스로가 이상했다.
시야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를 등지고 마차 벽만 보고 있던 제이는 순식간에 아버지와 마주 보게 되었다. 그는 앉은 자세에서도 제이를 쉽게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상복 입으니까, 엄청 꼴리는데.”
그가 제이의 가슴 위로 고개를 묻었다. 살 내음을 맡는가 싶더니 가슴을 과일처럼 베어 물었다. 하얀 피부 위로 그의 잇자국이 새겨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둥근 살덩이를 혀로 핥고 빨았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피부에 닿는데도 열에 끓는 듯했다.
어느새 밖으로 나온 유두가 축축하다. 콰득. 그는 뾰족하게 선 유두를 이로 물더니 잘근잘근 씹었다.
“읏, 아, 하윽…!”
등허리에서 엉덩이까지, 손이 쓸어내리며 주무른다. 앞에서의 자극이 과하니, 엉덩이를 주무르는 거친 손이 부드럽다고 느껴졌다. 한쪽 가슴만을 괴롭히는 자극은 과하다 못해 아플 정도였다. 제이가 그의 어깨를 꽉 쥐었다. 단정한 제복 선이 그녀의 손 아래에서 구겨졌다.
그는 집요하게도 제이의 오른쪽 가슴만을 물었다. 함몰된 유두가 밖으로 나오자 그것만을 기다린 것처럼 괴롭혀댔다. 작은 젖꽃판이 그의 입술 안에 빨려 들어갔다가 나오길 반복했다. 선명한 치아 자국 주변으로 울혈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이는 온몸이 저렸다. 가슴을 찌르는 쾌감과 고통이 연이어 그녀를 들쑤셨다. 그녀의 가슴을 물고 있는 아버지의 목울대가 울렁이는 것이 보였다. 그때마다 제이는 밭은 신음을 냈다.
“흣, 으, 응, 아파, 아파요…!”
가슴에 가해진 자극에 제이의 엉덩이가 움찔거렸다. 그의 어깨를 잡고서 일어날 듯 말듯, 허리를 세웠다. 그러다 다시 허리를 내리면, 아버지의 단단하게 발기한 페니스가 다리 사이를 찔렀다. 마주 보느라 맞물린 하체는 천 몇 겹을 사이에 두고 있는데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사내는 가슴을 쥐었던 손을 내려 버클을 풀었다. 다른 한 손은 제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허리를 바짝 안았다.
상복 치마는 어느새 반쯤 뒤집혀 있었다. 앞섶에서 나온 페니스가 제이의 속옷에 닿자, 언제부터 흘렀을지 모를 프리컴이 짙은 흔적을 남겼다.
“으, 그, 만… 흐읏….”
그리고 그 아래는, 구멍에서 나온 애액으로 푹 젖어 있었다. 그는 천 아래의 음부를 그대로 눌렀다. 축축한 속옷에 물기가 더해지자, 손가락을 세워 구멍 주변을 긁는다. 어쩌다 음핵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제이는 화들짝 놀라며 허리를 퉁겼다. 흠뻑 젖은 속옷은 손가락으로 누르면 물기가 떨어질 정도였다.
“속옷을 입은 보람이 없겠어.”
그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제이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제야 주변이 보였다. 난잡하게 벗겨진 자신과 달리 깔끔한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는 아버지. 그 아버지는 제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앞으론 입고 다니지 마.”
“무슨 말, 읏…!”
알겠느냐며 유두를 다시 잘근 씹는다. 이미 발개진 살점이 더 부풀었다. 퉁퉁 부은 함몰 유두는 시간이 지나도 다시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비로소 양쪽이 비슷해졌다는 웃음기 있는 말도 들렸다.
“젖꼭지도 발정한 것 같군.”
“흐읏… 그만, 아파요… 으, 응….”
그는 젖꼭지를 몇 번 더 괴롭히다가, 옷을 올려 다시 여며주었다. 리본을 묶는 손은 조금 어색했으나 부족하진 않았다. 슬립은 찢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부은 유두가 그대로 상복의 천에 닿아 따끔했다.
거친 손가락이 아래 속옷을 비집고 축축한 살덩이를 건드린다. 조금 전부터 계속 가려웠던 음부가 움찔거렸다. 그는 손가락으로 구멍과 음순 사이사이에 고인 애액을 긁어냈다. 어찌할 틈도 없이 애액은 아래로 미끄러졌다.
구멍 안쪽으로 손가락 두어 개가 들어온다. 강제적으로 달아오른 몸은 그것에도 반응했다. 손가락을 조여 물고 음액을 뱉어냈다. 손가락이 질 내벽을 매만지고, 쑤시며 성감을 자극한다.
제이는 차마 아래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방심한 순간, 몸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어느새 맞은편 의자에 무릎과 손을 댄 자세로 엎드려있었다. 엉덩이와 허리를 받치던 단단한 손은 그녀의 골반을 잡고서 치마를 헤집었다.
“아… 아버지…!”
그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딸의 상복 치마를 엉덩이까지 걷고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대로 노출된 하얀 엉덩이와 그 사이에서 흐르는 투명한 액체. 그는 어쩐지 목이 탔다.
바지춤에서는 우뚝 선 페니스만이 나와 있다. 그는 저 좁고 축축한 구멍에 처넣기 전에 제이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았다. 제법 살집이 있는 두 살덩이들을 꽉 쥐고, 벌린다. 손바닥 아래로 잡힌 피부가 허옇게 변할 정도로.
엉덩이 사이의 여린 살들이 여과 없이 보였다. 벌름거리는 음순도, 구멍에서 흘러내리는 꿀물 같은 액체도. 이제 저 안으로 제 성기만 찔러 넣으면 완벽할 터였다. 그것을 알아챈 제이가 소리쳤다.
“가, 가족이 되어 주신다고 했잖아요…!”
그는 손에 힘을 풀지 않은 채로 제이를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돌리고, 울먹거리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가족…, 그래. 우린 가족이지.”
저 보랏빛 눈동자는 처음엔 전혀 마음에 들지 않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붉음과 푸름이 섞인 색깔은 그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했다.
“그럼, 가족한테, 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녀는 지금 제 모습이 어떠한지 알고 있긴 할까. 여전히 아래가 보이는 채로 저런 말을 한들 소용이 없다는 건 모르는지.
“…그래서, 이 몸을 하고, 다른 사내놈에게 가려고?”
“흑, 그건,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런 뜻이 아니면, 답장은 왜 보냈지?”
“가, 가족끼리… 흡… 이런, 짓을 하면, 안, 안되니까….”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에 그녀의 눈동자가 빛이 났다. 눈이 부신 건지 눈물 때문인지, 그녀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 아래는 살짝 부어있었다.
사내는 그 모습을 보다가 제이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입을 열었다.
“소공작은 제이, 네가 죽인 거다.”
“그게 무슨…! 그건 아, 아버지가 하신…!”
눈을 크게 뜬 제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혹시 마부에게 들릴까 싶어 뒷말은 목소리를 줄이기까지 했다. 이런 자세로, 금방이라도 아버지를 받아내기 직전인데도. 이 얼마나 여리고도 멍청한가.
그러니 제이를 취하지 않는 일은 멍청한 일이었다. 그건 만찬이 준비된 식탁을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과 같았다. 심지어 그게 입맛에 꼭 들어맞는 식사라면.
“네가 자꾸 다른 놈들에게까지 몸을 내어주려 하니까.”
손댈 수밖에 없잖아. 그가 나지막이 속삭인 말들에 제이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설마,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던 사실들을 확인받을 때면 눈앞의 사람이 더욱 거대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원인 제공은 네가 한 거야.”
“아, 아버지….”
“그러니, 네가 죽인 것과 다름없지. 타이클 소공작뿐만 아니라 전부.”
궤변이다. 사내도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보랏빛 눈동자가 떨리는 것을 보고 쾌감이 일었다. 안 그래도 흥분한 아래는 더욱 뻐근해졌다.
“네가 답장을 보내지 않았으면, 이런 장례식을 치를 일도 없었어.”
“아, 아니에요… 그래, 도 아버지가….”
“내가 손대지 않을 거라 생각했나? 아니지. 그러니까 제이, 너도 하녀를 시켜서 몰래 보내게 한 거잖나?”
그의 눈은 이미 제이를 보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페니스가 들어갈 구멍을 확인하고 있었다. 비웃음을 담은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제이의 몸에서 힘이 풀렸다. 그의 말을 듣고 무얼 깨달은 건지, 혹은 포기한 건지 알 수 없다. 그들을 죽인 적이 없는데, 결국은 자신 때문에 모두가 죽게 되었다.
‘레뎀토어 대공녀와 엮이는 남자는 죽게 된다!’
신문에서도 이렇게 떠들지 않았던가.
몸을 지탱하던 팔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자신이 무슨 자세로 있는지도 모르고 엎드려서 눈물을 흘렸다.
“흣……!”
그때 뒤에서 페니스가 살을 짓치고 들어왔다. 제이가 힘이 풀렸던 상태여서 가벼운 허리 짓에 페니스 끝이 금방 안쪽까지 들어갔다. 자세 때문에 깊은 곳까지 쑥 들어와 제이의 숨이 턱 막혔다.
“흐읏, 읏… 흡….”
울음 섞인 신음이 터져 나왔다. 뒤에서 부딪쳐오는 힘에 앞으로 밀려날 것 같았다. 잡고 지탱할 곳이 없어 손가락이 의자 위를 긁었다. 구멍 안으로 들어오는 페니스가 너무 컸다. 그것에 내장이 밀려 나올 것처럼 배가 가득 찬 기분이었다.
의자 위로는 가슴이 뭉개졌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자세가 자꾸만 무너진 탓이다. 아버지에게 괴롭혀진 유두가 의자 위에 쓸려 따가웠다. 따갑고 저릿한데, 쾌감이 함께 드는 기묘한 감각이었다.
가슴이 닿지 않게 상체를 들려던 순간, 손가락이 가슴 아래로 파고들었다. 무게감 있는 살덩이를 가볍게 쥐었다가, 정점에 위치한 살점을 빙글 돌렸다.
“흣, 아…! 아, 앙!”
눈앞이 번쩍했다. 더욱 거칠어지는 허리 짓 때문에 온몸이 아프고, 온몸이 흥분한 상태였다. 제이는 괴로운 쾌감에 몸을 비틀려 했다. 그러나 다리 사이로, 그를 받고 있으니 그렇게 될 리가 없었다. 결국 피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받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굴러가는 바퀴와 마차의 움직임이 더해져 더 거칠게 박히는 것만 같았다. 무릎으로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무릎이 의자 위에 밀려, 따갑고 아팠다. 온몸이 그에게 잡아먹히는 기분이었다.
교접된 아래에서는 찔걱이는 물소리가 난잡하게 난다. 그의 허벅지와 의자로, 제이의 애액이 마구 튀었다. 구멍에서는 그가 빠져나올 때마다 거품이 일 정도였다.
“이렇게 잘 물어대면서, 다른 놈들, 좆을, 받아내려 한 게, 괘씸해.”
허리 짓에 음절이 뚝뚝 끊어진다. 그의 입에서 나온 상스러운 단어가 들릴 때마다 제이의 아래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덜컹-돌부리를 밟은 마차가 크게 덜컹거렸다. 순간 몸이 올라왔던 제이가 페니스에 깊게 박혀 울음 같은 소리를 냈다.
“이대로 처녀인 척, 초야를, 치르려 했어? 사기 결혼이라고, 고소당할 뻔했군.”
초야는 이미 진작 치렀는데 말이지.
몰아치는 쾌감 속에서 그날 밤이 떠올렸다. 하녀들이 단장을 해주던, 이상했던 그 날. 뭣도 모르고 평소처럼 아버지에게 갔던 날. 악몽은 그날 시작되었다. 제 몸을 찾는 아버지에게 시도 때도 없이 다리를 벌려야 했다.
자신의 처지를 모른 척하는 집사와 사용인들….
우리 아가씨, 하면서 떠받들던 시절은 지나갔다. 배신감이 들기도 했으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들의 주인은 처음부터 아버지였다.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오직 애나뿐이었다. 그녀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애, 애나는, 건드리지, 흣, 말아주세요… 흐읏….”
“애나?”
그게 누구냐는 듯 침묵이 이어졌다. 그 순간에도 제이는 그의 아래에서 흔들렸다. 가슴을 쥐어짜는 손에 여전히 느꼈고, 신음을 흘렸다. 고양이처럼 엉덩이만 쳐든 채로 울었다.
“…아. 그 하녀 말인가?”
“읏… 애, 나는 제발… 살려, 주세요… 아, 앙!”
“지천에 널린 게, 개인데 굳이 건드릴 이유는 없지.”
사내에겐 사용인들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였다. 그저 편리함을 위해 고용된 자들일 뿐. 그러니 먼저 이를 드러내지 않는 이상, 굳이 하녀 하나를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
가슴을 쥐던 손을 빼내더니 골반을 그러잡는다. 앞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꽉 잡히자 제이가 움찔하는 것이 손 아래로 느껴졌다. 바르작거리는 움직임, 헐떡이는 숨소리…. 제이가 숨을 고르려 할 때—
짜악!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찰진 마찰음과 함께 새된 비명이 튀어나온다. 하얗던 피부가 금세 발갛게 물들었다.
“흐앙…!”
“힘 풀어. 다른 생각할 여유가 있나 보군.”
“으, 흐읏… 아파, 요….”
울먹이는 목소리가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봐준다는 듯이 페니스를 질 입구까지 걸쳐놓고 얕게 움직이기만 했다. 간지러울 정도의 쾌감만이 일었다. 입구를 긁고 들어가는 부위는 귀두까지였다. 덕분에 고여 있던 애액이 아래로 줄줄 흘렀다.
짜악!
“아흑! 아, 읏….”
또다시 엉덩이를 내리친 손바닥에 제이가 크게 울었다. 뒤늦게 입을 막았지만, 마부에게까지 닿았을 것이다.
그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바깥까지 빠져나갔던 기둥을 매끄럽게 안쪽까지 퍽, 퍽 박아넣었다. 엉덩이를 때린 자극에, 질이 쫄깃하게 그를 물었다. 몸이 떨리니 힘을 풀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때 덜컹거리던 마차의 움직임이 멈췄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모양인지 바깥으로 약간의 소음도 들렸다. 마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기만 했다.
“도착했나 본데.”
“흡, 흐으….”
입을 막아도 소리가 새었다. 제이는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려 했다. 그러나 창문으로 보일까 싶어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그저 밖에서 보이지 않길 바라며 목소리를 더욱 죽였다.
“하늘에서, 소공작이 보면 울겠군. 제 장례식에 온 약혼자 모습을 보면 말이야.”
“으, 흣… 흐으….”
“아니면, 이 구멍에 박지 못했다고, 울지도 모르고.”
바닥에 떨어진 사파이어 목걸이가 그의 구둣발에 짓밟혔다. 반짝이던 보석과 금줄에는 먼지가 붙었다. 공작 가의 후계로, 탄탄대로만이 펼쳐질 예정이었던 자의 보잘것없는 말로였다.
퍽, 퍽, 뒤에서 치받는 추삽질이 이어진다. 두 사람은 교접된 부분을 제외하면 단정한 모습이었다. 특히 사내의 제복은 여전히 흐트러짐이 없었다. 제이의 애액이 튄 바지도, 검은색이어서 티가 나지 않았다.
혹시 창문 밖에서 보일까 싶어서 제이가 몸을 낮추었다. 신음은 이미 새고 있었지만 이런 모습까지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창밖 멀리 검은 인영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상복을 입은 조문객들이었다.
짜악!
다시 엉덩이가 후려쳐진다. 화끈거리는 피부 위로 알싸한 쾌감이 번졌다. 이미 가득 들어온 페니스를 질 근육이 오물거리며 조였다.
“섹스하는데 잡생각이 많아. 여유롭네?”
“흐읏, 아, 아니에요…! 읏, 하윽!”
치마만 걷어진 채로, 엎드리고 있으니 마치 개의 모습 같았다. 그는 조금이라도 제이의 집중이 흐트러지면, 엉덩이를 내려치며 밀어붙였다. 페니스를 끊을 듯이 조이는 감각이 만족스러웠다. 제게만 온전히 집중하게 되는 그 순간도.
사내의 허리 짓이 거칠어질수록 마차 안에서의 소리가 커졌다. 관심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알 수 있을 정도의, 둔탁하고 물기 있는 소리. 대공 가의 마차가 장례식장 안에 들어왔음에도 아무도 내리지 않으니 시선을 끌만도 했다. 호기심 어린 눈빛들이 마차를 향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그’ 레뎀토어 대공녀의 약혼자였던 타이클 소공작의 장례식이었으니 궁금증이 더 일기 마련이었다.
“아, 앙! 그, 그만… 밖에, 사람, 들이…!”
“학습 능력이, 부족한 건가. 응?”
다른 생각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사내는 다시 제이의 엉덩이를 내려쳤다. 마찰음과 함께 안쪽을 쑤석이는 소리가 마차 안에서 울렸다. 하읏! 저도 모르게 크게 뱉어버린 신음에 제이의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내는 제이의 머리채를 쥐고서, 박아댔다.
검은 머리칼이 손안에 휘감겨온다. 그와 같은 머리 색. 언뜻 보이는 목덜미로 검은 점들이 보였다. 사내는 짜증스럽다는 듯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허리 짓과 방향이 반대가 되어, 제이의 목에서 끅끅 소리가 났다.
“안에 싸줘?”
“흣, 안, 돼요…! 밖에, 으응, 아…!”
“밖에, 상복 위에다가? 누가 봐도 섹스하고 온 줄 알겠군.”
그 말에 제이의 안쪽이 그를 더욱 조였다. 자극적인 말에 흥분한 것인지, 긴장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내는 정말 상복 치마 위로 파정을 할 생각인지 허리를 뒤로 물렸다. 페니스가 천천히 빠져나온다.
“아, 안돼요…! 안에, 해, 주세요…!”
다급하게 그를 붙잡으며 우는 목소리가 처량했다. 정말 그가 전부 빠져나갈까 봐 아래로는 그를 조이면서 하는 짓을 보면, 요부가 따로 없었다. 눈가로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혔다. 정신이 없으니 올바르게 분별할 능력도 없어졌다.
“안에다가?”
“흐으, 네, 네… 밖은 안, 안 돼요… 안, 안에….”
불안한지 제이의 말이 빨라졌다. 정말 상복 위에 파정할까 봐,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자꾸만 빠져나가는 페니스를 삼키려고 제 허리를 뒤로 움직이기도 했다.
“음란하긴.”
“아, 으읏…!”
사내는 제이의 골반을 잡고 몇 번 허리를 크게 움직였다. 부풀어 사정 직전이던 페니스가 질 안쪽을 긁으며 들어왔다. 이미 한참 전부터 참았던 사정감이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제이의 안쪽에 파정했다. 정액이 깊은 곳까지 쏘아져 체액들이 뒤섞인다.
잠시 후, 그는 천천히 제이의 안에서 빠져나왔다. 하얀 엉덩이는 붉은 손자국들이 생겨있었다. 제법 세게, 몇 번이나 때렸으니 멍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의 죄책감도 들지 않는 것은, 저 작은 몸에 제 흔적이 남을지도 모른다는 희열감 때문일 것이다.
창밖을 흘끗 내다보니 사람들은 이미 많이 모인 상태였다. 아직 장례식이 시작하진 않았는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타이클 공작 부부의 주변으로 위로하러 다가가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
사내는 마차에서 내리기 전, 입고 있던 제복을 정리했다. 조금 잡혔던 주름을 펴고, 풀었던 커프스단추를 다시 맸다. 의자 위에 널브러진 제이가 혼자 치마를 정리하든 말든 상관없어 보였다. 발에 밟혔던 바닥의 사파이어 목걸이를 구석으로 밀고 나서야 마차에서 내렸다.
“내리지.”
에스코트하듯 제이에게 손을 내민다. 뒤늦게 허둥지둥하며 일어난 제이가 다리를 떨었다. 무릎을 의자에 대고서 계속 그를 받아냈으니, 다리가 후들거리는 모양이었다. 겨우 한 발씩 내디디며 그의 손을 맞잡는다. 마차의 계단을 천천히 밟으면서 주변의 눈치를 살피기도 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시선은 집중됐다. 제이의 표정부터, 입고 온 상복이 어떤 모양인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는 지까지 그들은 관찰하고 있었다.
제이가 바닥에 발을 내딛자, 사내는 그녀의 손을 제 팔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흐트러진 옆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그의 손이 닿자 제이의 속눈썹이 떨렸다.
“약혼자가 죽어서 많이 슬펐나 봐요.”
“충격이 컸나 봅니다.”
“저 눈가를 봐요. 울어서 부은 것 같네요. 안타까워라….”
사람들은 대공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주목했다. 울었는지, 눈이 조금 붓고 발갛다. 대공에게 기대어 천천히 걷는 모습은 힘이 없어 보였다. 대공은 그녀의 허리와 팔을 잡고 부축했다. 그리고 간간이 그녀에게 속삭이는 말을 들을 순 없었지만, 위로의 말이라고 제멋대로 추측했다.
“친절하셔라. 대공님의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군요.”
조금 헝클어진 대공녀의 머리칼을 정돈해주는 손은 투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드러워 보였다. 한평생 검을 쥐어, 굳은살이 박인 손이지만 몸에 밴 우아함 때문이다. 그의 손가락 끝이 딸의 눈가를 스친다. 적당히 그을린 피부색은 밀가루처럼 하얀 그녀의 얼굴과 대조되었다. 그는 강인하고 건강해 보인 반면, 대공녀는 조금 창백해 보였다. 눈가와 볼이 살짝 붉은 것만 빼면 햇볕을 쬐지 않고 살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사내의 손은 큰 편이었다. 딸의 얼굴을 한 손으로 쥘 수 있을 만큼 손이 크고 손가락은 길쭉했다. 가만히 보기만 해도 건장한 체격인 사내와 그의 딸이 나란히 있으니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걸으며 묘비로 향했다. 사내는 비틀거리는 딸의 허리를 안고 걸음을 맞추었다. 긴 다리가 작은 보폭에 맞추어 천천히 움직인다. 그의 딸은 연신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검고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다 되돌아온다. 하얗고 가는 목에 붉은 흔적들이 있었다는 걸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사내는 딸에게 생각보다 낭만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위로나 가족으로서 하는 따듯한 말 같은 것들 말이다. 대귀족으로 태어나 배운 귀족의 언어 따위는 없었다. 어디서 익힌 건지 모를 상스럽고 잡스러운 말을 속삭였다.
“보지에 힘줘야지. 정액 흐르겠어.”
“…….”
“네가 안에 싸달라고 한 거잖아.”
마차에서 제이가 내려 엉겁결에 그의 팔에 손을 올리고 걸을 때에, 손을 얹은 팔은 단단하고 무쇠 같았다. 언뜻 보면 그녀가 손을 얹고 기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가 제이를 안고서, 움직였다. 힘이 두 배 이상으로 들어갈 터였지만 사내는 상관하지 않고 걸었다.
귓가에 속삭이는 말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정한 부녀라고 생각했다. 수치심에 얼굴이 타오르는 제이의 걸음이 느려졌다. 다리 사이에서 흐르는 미지근한 체액을 느껴서일 것이다.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허리를 안으면서도 그러했다.
“네게서 내 정액 냄새가 나는 것 아나?”
상복 앞섶의 리본을 다시 매어주면서, 느른하게 속삭인다.
“아, 아니요….”
“좆 달린 새끼들이 좀 맡았으면 좋겠는데.”
리본을 묶는 손은 언제라도 다시 그것을 끄를 수 있어 보인다. 이곳이 밖이라는 것을 망각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제이의 어깨를 감싸고 제게 끌어당겼다. 그의 탄탄한 옆구리에 몸이 닿아 신경이 쓰였다. 훈장이 없는 제복에 닿아 맨살을 맞대는 느낌이었다. 옆으로 조금 빗겨 서서 걸으려 해도 소용없었다. 조금만 벗어나려 하면 그는 제이를 더 당겨 안았다. 조금이라도 떨어지지 못하게끔. 어깨를 감싼 손이 팔을 쓸었다.
“넌 내게만 집중하면 돼.”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어깨를 잡았던 손이 오른쪽 가슴을 꽉 쥐었다. 읏,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마차에서 그가 집중적으로 괴롭혔던 유두가 천에 쓸려 홧홧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젖꽃판 주변을 문지르면서 꾹 눌렀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던 제이를 안아 올리는 손은 더 빨랐다. 언제라도 붙잡을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처럼 신속하다. 제이는 힘이 풀린 다리 사이로 체액이 주르륵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혹시 바닥으로 떨어질까 싶어 움직이지도 못했다. 머물렀던 자리에 허연 액체가 떨어져 있으면 누가 봐도 이상할 것이다.
“여기, 옷이 닿을 때마다 떠오르겠지.”
“아, 아버지… 흐, 흐를 것 같아요….”
젖꽃판을 문지르던 손가락이 유두 위를 긁었다. 그가 한참을 괴롭힌 탓에 아직도 빳빳하게 서 있는 유두가 느껴졌다. 울혈이 생겨 붉어진 그 주변이 따끔했다. 옷으로부터 지켜줄 슬립은 찢어졌다. 제이는 상복 위로 유두가 보일까 봐 겁이 났다.
다시 걸음을 옮기게 되자 제이는 어깨를 안쪽으로 둥글게 굽혔다. 혹시 그녀의 옷차림을 눈여겨보는 누군가가 옷 위로 튀어나온 유두를 볼 수도 있으니까. 불안한 눈빛이 주변을 훑을 때면, 허리를 안던 손이 다시 가슴을 건드렸다.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게, 손가락 끝으로 옆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쓸어 올린다.
제이는 그의 손에 이끌리면서 걸을 수밖에 없었다. 다리 사이는 이미 조금씩 흐른 체액으로 질척해져 있었다.
장례식은 소공작의 묘를 앞에 두고 치러졌다. 공작의 가족들이 가장 앞에 있고, 가까운 친지들과 고위 귀족들이 그 주변에 섰다. 나머지 조문객은 그 뒤였다. 제이는 사내의 팔에 안겨 앞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사람들의 옆을 지날 때, 아버지의 말처럼 정액 냄새가 날까 봐 겁이 났다. 내딛는 걸음마다 떨렸지만, 그녀를 붙잡은 팔 덕분에 아무렇지 않은 척 걸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기분이 묘했다.
그녀가 조문객 무리의 반 정도 지났을 때였다.
“레뎀토어 대공녀가 왔네.”
“약혼만 하면 상대를 전부 죽게 만든다죠? 죽은 소공작이 불쌍하네요. 청혼할 땐 그 사실을 몰랐던 거겠죠?”
“이 정도면 정말… 꺼림칙하네요.”
그들의 대화를 들으려 한 건 아니었다. 의도치 않게, 목소리들이 들렸다. 여기까지 들리지 않게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꺼낸 것 같았으나 나쁜 이야기들은 쉽게 들리는 법이다.
“끔찍한 저주군요.”
제이의 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지금 뭘, 들은 건지 모르겠다. 저주라니. 그녀의 허리를 안은 사내가 제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허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왜 멈추느냐는 듯이.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제이는 그에게 안긴 상태이니, 다리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발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것 같았다. 그는 그런 제이의 허리를 안고서 걸었다.
“왜.”
“…저, 저렇게, 저런, 식으로 소문, 이 날 줄은….”
당황하여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찌라시처럼 난 신문 기사를 읽었을 때만 해도 억울함과 불쾌감이 들 뿐이었다. 그깟 잘못된 기사 따위, 아니라고 증명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문을 직접 귀로 듣는 것은 달랐다.
조금 무서워하는 눈빛들, 그녀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돌리는 고개,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려 했던 것이 그렇게 잘못이었을까. 도망쳐서, 새로운 가족을 이루려 했었던 생각들이, 실행으로 옮기려 했던 결정들이, 그리고 그 결과들이 전부 제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다.
“아.”
아버지는 무슨 생각이실까. 가족이 되어 주겠다고 했던 그가 왜,
자신을. 구혼장을 보낸 자들을, 왜.
가족을 이루는 건 불가능한 걸까. 자신에겐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사랑받으라고 하셨는데.
온갖 생각들이 뒤죽박죽 엉켰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실들이 풀어내지 못할 정도로 저들끼리 묶이고 엉겼다.
그때 귓가로 아버지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소문을 들었을 테니 이제 구혼장을 보내는 멍청한 놈은 없겠군.”
“…….”
“제이. 너를 아내로 맞이할 사람은 이제 없겠구나. 그럼 가족이 되어줄 사람도 없을 거고. 침대에서 네 벗은 몸을 볼 사람도, 함께 눈을 뜨며 아침을 맞이할 사람도, 너를 무릎에 앉히고 네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없겠지.”
“아, 아버지…?”
“나를 빼고는 말이야.”
그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장례식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은은하고 따듯한 미소였다. 그는 진심으로 기뻐 보였다.
*
제이는 얇은 슈미즈 차림으로 집무실에 서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사내의 책상 옆, 그가 서류를 읽는 동안 손을 모으고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조금씩 불어올 때마다 얇은 치마가 펄럭였다.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이 아래로 미끄러지더니 치마 안쪽으로 들어왔다.
“속옷 입지 말라고 했을 텐데.”
속옷 끈을 손가락으로 비집으며, 불쑥 들어온다. 그는 거침없이 보드라운 살을 문질렀다. 아까부터 덜덜 떨리는 몸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엉덩이 좀 주물러 줬다고 이렇게 젖으면, 입는 의미가 있나.”
진심으로 의문을 담은 것 같은 말에 그녀의 얼굴이 타올랐다. 그는 젖은 살덩이 사이를 만지더니 기어코 사이에 숨은 작은 살점을 찾아냈다. 손가락으로 음핵을 꾹꾹 누르며 등을 뒤로 젖혔다. 의자에 편하게 기댄 채로 그녀의 반응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으, 흣, 으읏… 시, 싫, 흐읏…!”
“치마 들어야지.”
제이는 두 손으로 치마 끝을 잡았다. 그가 시킨 대로 치마를 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한 뼘 정도만 올리며 그의 눈치를 보았다. 한 뼘 올라간 치마 아래로 하얀 무릎이 드러났다.
“옷에 보짓물 묻어도 상관없어? 나야 보기 좋지만, 그 꼴로 어디까지 돌아다닐 수 있는지 궁금하군.”
그 말에 아이보리 색 슈미즈의 치맛자락이 스르륵 올라갔다. 제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손을 올렸다. 수치스러움에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매끈한 허벅지가 드러나고, 속옷 안에서 움직이는 아버지의 손도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제이가 느끼는 부분만을 짚으며 움직였다. 축축하게 젖은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왔다. 촘촘한 주름들을 긁는 통에 제이의 허리가 움찔거렸다. 벌어진 다리 사이에서 애액이 주르륵 흐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읏, 그, 그만, 흐읏… 아…!”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애액을 퍼 나른다. 고개를 숙인 제이는 자신의 아래에서 아버지의 손이 드나드는 것을 보아야 했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지만, 이것이 그녀가 처한 현실이었다. 제이는 자세가 무너질까 봐 어쩌지도 못하고 서 있어야 했다.
벌써 이런 날들이 며칠째인지 모른다.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녀를 집무실로 불렀다. 이렇게 그녀의 아래를 만지다가 내키면 책상에 눕히고 섹스를 하거나. 혹은 바닥에 앉혀두고 페니스를 입에 넣게 하거나. 치욕스럽고 곤혹스런 날들이 이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집무실에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똑똑.
오늘까지는.
갑작스런 노크 소리에 화들짝 놀란 제이가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재빠르게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흣…!”
“어디 가려고.”
“누, 누가 찾아왔어요….”
“알아.”
불안함에 떠는 그녀와 달리 사내는 침착했다. 평소처럼 평온한 눈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제이를 본다.
붉은 눈은 느긋함을 담고 있었다.
“이런, 모, 모습으로 있을 수는….”
“이런 모습으로 있는 게 싫으면… 섹스할까.”
“아버지…!”
절망에 찬 제이가 그를 불렀다. 그럼에도 밖에 들릴까 봐 목소리를 죽였다.
“기껏해야 사용인들일 뿐인데.”
그들의 눈을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었다. 하지만 제이는 아니었다. 대공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녀가 아버지에게 안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제이는 그들의 눈이 무서웠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고 있었지만, 곪아가는 속은 말이 아니었다. 반쯤은 체념했지만, 그녀에게도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있었다. 귀족으로 자란 체면도 있다.
똑똑. 집무실에서 그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자 노크 소리가 다시 울렸다.
“전하?”
보좌관의 익숙한 목소리도 들렸다. 그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 제이는 황망하게 움직였다.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방에 있던 제이는 무작정 달랑 들려왔던 터라 걸칠 만한 것도 없었다.
“제이.”
크지 않은, 조용한 울림이 그녀의 귓가에 닿았다. 제이는 애써 시선을 들어 올려 그와 눈을 마주했다. 웃음과 조롱을 담은 붉은 눈이 그녀를 직시하고 있었다.
“네 작은 머리통으로 잘 생각해봐.”
그의 다리가 슬쩍 벌어진다. 어깨너비만큼으로 벌어진 다리 사이로 사람이 한 명 들어가도 될 만큼 공간이 생겼다. 치맛자락을 쥔 제이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어떻게 할지를.”
지난 며칠 동안 그와 한 짓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버지의 집무실에 얇디얇은 슈미즈 차림으로 있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특히 제국에서 슈미즈와 같은 차림은 각자의 침실이나, 부부 사이가 아니라면 보이지 않는 주의였다. 그러니 여기서 달아오른 얼굴로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그게 단순히 사용인일지라도.
애초에 선택지는 하나였다. 그의 다리 사이로 기어 들어가, 책상 아래에 숨는 것. 그리고 페니스를 입에 무는 것. 지난 며칠 동안 수도 없이 했다.
제이는 천천히 몸을 수그렸다. 그리고 그의 무릎 사이로 기어들어갔다. 책상 아래는 넓었지만, 그의 다리 사이는 아니었다.
다리 사이 공간은 애초에 그녀가 있어야 했던 것처럼 딱 맞았다. 제이는 그의 버클을 풀고, 파스너를 내렸다. 지익,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속옷 아래에서 페니스가 튕겨나왔다.
평소와 비슷한 광경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제이가 스스로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가르쳐 준 대로 굵은 페니스를 손에 쥐고, 혀로 귀두를 핥는다. 약간 비릿한 맛은 익숙했다.
“잘 하네.”
그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인지 모를 한 마디를 뱉었다. 그렇게 얼마간 제이를 내려다보다가, 문밖에서 계속 서 있었을 보좌관을 불렀다.
제이는 긴장감에 고개를 움직일 수 없었다. 조금 전부터 아버지와 집사의 대화가 이어진 탓이다. 책상 아래 숨어있는 걸 집사가 알아차릴까 봐 소리를 내지도 못했다. 그저 선단을 입에 문 채 가만히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턱이 아파 왔다.
“…하여, 헤논 백작님이 광산에….”
“마정석은 어떻게 되고 있지?”
“그 건은 로이드 왕국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귓가에 웅웅 울렸다. 아버지가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으니 잠시 쉬어도 되지 않을까. 제이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물렸다. 입속에 있던 거대한 것이 꿈틀거렸다.
그때 뒷머리를 휘어잡는 손이 느껴졌다. 제이는 읏, 소리가 날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우악스러운 손이 그녀의 머리 뒤를 잡고서 끌어당긴다. 빠져나가던 페니스가 도로 들어와 목에 처박혔다.
읍, 웁, 으읍….
아버지의 다리에 손을 올리고서, 반복적으로 고개를 움직인다. 그의 손에 의해 강제적으로.
자극에 놀란 목은 뭉툭한 선단이 들어올 때마다 구멍을 조였다. 아랫구멍에 좆 질을 하는 것처럼, 그는 제이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책상 앞에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보좌관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보고서를 읊을 뿐이었다.
숨이 턱 막힌 제이가 그의 무릎을 탁탁 쳤다. 그마저도 소리가 나지 않게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는 것에 가까웠다. 사내는 그제야 손을 놓았다. 다리 사이를 내려다보면, 붉어진 눈시울로 겨우 호흡을 하는 딸이 보인다. 눈에 가득 고였던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는 말없이 보랏빛 눈동자를 응시했다. 알아서 해보라는, 고압적인 눈빛이 그녀에게 전해졌는지 제이는 천천히 앞뒤로 움직였다. 보좌관의 음성이 흐릿하게 울렸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만족스러운지, 사내는 제이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귀여운 강아지를 어루만지는 손길처럼. 혹은 어린 딸을 자상하게 도닥이던 그때처럼.
사내는 점점 사정감을 느꼈다. 참고 참던 페니스에 한계가 찾아왔다. 앞뒤로 움직이던 제이가 가까이 왔을 때, 그는 허리를 움직였다. 목구멍으로 들어간 페니스가 부풀더니 진한 정액을 사출했다. 큿, 나오지 못한 신음이 입안에서 사그라졌다. 따듯하고, 좁고 축축한 구멍이 수축하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페니스가 빠져나오자 그녀의 입에서도 뒤엉킨 타액이 주륵 흘렀다. 그는 선단을 제이의 입술 위로 문질렀다. 묻어있던 희멀건 액체가 붉은 입술 위로 덧대어졌다. 기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어디서 기인하는지 모를, 이상한 기분.
왜 한참 어린 여자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그도 몰랐다. 그것도 호적상으로는 딸인 아이에게. 보이는 구멍마다 그의 분신을 처넣고 싶었다. 그곳에서 제 정액이 흘러야 만족할 것 같았다. 그의 정액으로 만들어진 아이가 아니라서인지, 혹은 단순한 소유욕인가.
“전하?”
“…….”
“전하, 로이드 왕국의 보고가 끝났습니다.”
보좌관이 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있었으니 긴장한 모양이었다. 생각에 잠겨있었던 사내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저, 그리고 전하. 비밀리에 입수한 소식입니다만, 오르테 후작 가에서 이번에 낳은 넷째 말입니다. 친자식이 아니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귀족 가의 소문은 때때로 심하게 부풀려지기도 하지만 저택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차단되기도 한다. 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소문을 관리하는 동시에 다른 소문들을 입수하기도 했다. 보좌관이 지금 보고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혼외자인가?”
“후작 부인의 외도로 생긴 아이가 아니냐는 의심이 있습니다. 후작 부부의 생김새와 전혀 다른 아이가 태어났다고 합니다. 머리 색이나 눈 색깔 같은 것 말입니다.”
머리 색이나 눈 색….
사내는 다리 사이에 힘없이 늘어져 있는 제이를 보았다. 괘씸하게도 저와 같은 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 죽은 아내와 꼭 닮은 이목구비. 그리고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눈동자의 색.
그는 언젠가 황성에서 보았던 헤델 공작을 떠올렸다. 화려한 금발과 꼭 이런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남자였다. 유들유들하고 시종일관 웃음기를 머금었던 사람.
그리고 지하살롱에서 여러 여자들과 겹쳐진 채 놀던 문란한 남자. 아내와도 그렇게 뒹굴었을까. 그리고 그 결실이….
제이는 힘이 빠져 그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사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양순한 애완동물처럼. 그저 보좌관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그리고 혹시 그가 다시 손을 뻗을까 봐 간간이 그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그렇군. 계속 주시해봐.”
“예.”
“나가도 좋다.”
보고를 마친 보좌관이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갔다. 멀어지는 발소리, 닫히는 문소리에 제이는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꺼풀을 끔뻑였다.
곧이어 다른 보좌관이 들어왔다. 한 명씩 들어 와 보고를 할 때마다 제이는 무거워진 눈꺼풀을 들어 올리기 힘들었다.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부드럽진 않았지만, 마냥 거칠지 않았다고 느꼈다.
*
애나는 집사의 부름을 받고 그를 따라가고 있었다. 주인님, 그러니까 대공이 그녀를 불렀다는 말에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일개 사용인을 주인이 따로 부르는 일은 흔치 않았다. 심지어 그의 외양은 차갑고 싸늘한 편이니 애나는 그를 볼 때마다 흠칫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그녀는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최근 들어 아가씨에게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으니, 조금 부드러워지진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 생각이 헛된 희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집무실에 들어간 애나는 덜덜 떨었다. 처음엔 차갑지 그지없는 붉은 눈을 마주했고, 두 번째로는 그의 아래에 헐벗은 아가씨를 보았으며 마지막으로 아가씨의 다리 사이에서 빠져나오는 주인의 페니스를 보았다.
“애나 브라운. 로이드 왕국 출신이라지.”
“네, 네, 전하.”
“대공비가 제국으로 올 때 함께 왔었고?”
“그렇습니다….”
아가씨는 잠들었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주인은 그런 아가씨의 다리를 벌리고 페니스를 짓쳐 넣었다. 기본적인 표정은 없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만족스러워 보이는 얼굴이다.
책상 위에 올려진 아가씨는 나체였다. 입고 있었을 옷은 바닥을 뒹굴었다. 부드러운 고급원단으로 만들어졌을 슈미즈는 넝마에 가까워졌다.
“그럼 헤델 공작도 알겠군.”
“고, 공작님은 왕국의 공신 가문으로….”
“그리고?”
“제국, 과의 군, 군사협정을 담당하는 책, 책임자로….”
“…그런 건 지나가는 개새끼도 알아.”
그는 친절한 주인이 아니었다. 설령 자상한 아버지였을 지라도, 적어도 지금부터는 그렇게 칭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파렴치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애나는 그에게 반기를 들 수 없다.
“예…?”
그는 오만한 자였다. 문장은 짧았으며 불필요한 대화는 싫어했다. 사용인들이 알아서 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귀족 그 자체. 순간 마주친 붉은 눈이 마치 언젠가 들었던 마물의 그것처럼 느껴졌다.
“제이아나의 친부 말이야.”
흠칫, 애나의 몸이 굳었다. 돌아가신 마님의 전 약혼자였던 헤델 공작과의 관계를 기분 나쁘게 여길 것이라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주인은 오랫동안 마물의 숲에 가 있었으니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마님이 결혼 후 헤델 공작을 개인적으로 만난 건 딱 한 번이었다. 대공 가 소유의 별장에 요양차 갔을 때. 그곳은 왕국과의 경계에 가까이 있었고 우연인지 헤델 공작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하룻밤을 보냈다.
아가씨가 태어났을 땐, 눈동자 색을 보고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푸른색도, 붉은색도 아닌 애매한 보라색. 그러나 사람들은 그 보랏빛 눈동자를 보고 쉽게 헤델 공작을 떠올리지 못했다. 아가씨의 눈동자는 어떻게 보면 마님의 푸른 눈동자를 닮았으며, 빛을 받으면 대공의 붉은 눈동자를 닮은 것 같이 보이기도 했으므로.
“헤델 공작인가?”
그러니, 지금 이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는 답이 정해져 있었다.
“저, 전하. 아가씨는 전하의 딸이시온데, 어찌 그런 말씀을….”
“내가 몰라서 묻는 것 같나?”
그의 얼굴이 성가심을 띠었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는 딸의 가슴을 주무른다. 얼마나 괴롭혔는지 울긋불긋한 흔적들이 잔뜩 있었다. 그의 손안에서 가슴이 뭉개지는 걸 보던 애나는 고개를 숙였다.
“제이아나의 머리 색이 원래는 금발인 것도 알고 있지.”
“자, 잘못했습니다…! 전하, 아가씨께는 죄가 없습니다…!”
“조용히 해. 자고 있잖아.”
그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지쳐 잠든 것에 가깝긴 했지만. 말만 들으면 자식이 깰까 봐 목소리를 낮추는 아버지 같았다. 그러나 딸의 음부를 벌리고 좆을 처넣는 아비가 어디에 있을까. 그게 제 친자식이 아니라 할지라도.
“으음…….”
제이아나가 잠결에 낸 신음이 두 사람 사이에 맴돌았다. 애나는 입술을 발발 떨며 눈을 꾹 감았다. 마음 같아서는 귀도 막고 싶었다.
사내는 제이의 배 위에 사정했다. 납작한 배 위로 하얀 액체가 주르륵 미끄러졌다. 사용인이 보든 말든 상관없다. 어차피 이런 관계는 저 하녀만이 몰랐던 모양이고.
‘용케 숨겨왔던 모양이군.’
그는 속으로 제이를 재평가했다. 허술하고 어리숙해서 바로 걸렸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혼자서 잘 숨겼던 모양이다. 저 하녀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겁에 질렸으며, 충격에 표정 관리를 할 수 없는 얼굴.
제이를 건드릴 때 주변에 기댈 사람을 두면 안 되었다. 온전히 제게 기대게 해야 했고, 힘든 일을 들어줄 사람도 없어야 했다. 당시 저 외에 유일하게 마음을 주었던 저 하녀를 휴가를 주면서까지 내보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네 말대로면 나는 친딸을 겁간한 개새끼라는 거군.”
친딸은 아니지만 뒷말은 맞지 않나. 그는 속으로 말을 삼키며 손수건으로 페니스를 닦았다. 보좌관들의 보고가 끝나자 제이는 그의 다리 사이에서 잠들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또 아래가 뻐근해져서 잠든 아이를 물고 빨았다. 혈연관계가 맞든 아니든, 어쨌거나 스스로가 되먹지 못한 놈인 것은 사실이었다.
“아, 아닙니다. 전, 하. 저는 그저….”
“친부를 말해. 내가 모르는 다른 놈인가?”
“헤, 헤델 공작님이… 맞습니다.”
애나는 최대한 아가씨를 보지 않으려 했다. 눈물 젖은 눈가, 입 주변에 치덕치덕 하얗게 붙은 정체 모를 액체. 언제부터 생긴 건지 흐릿해져 가는 울혈도 몸 곳곳에서 보였다.
“제이아나는 내 좆을 입에 곧잘 물곤 하지.”
“…….”
“오늘도 실컷 빨았고. 스스로 말이야.”
“…….”
“내게 문제가 있나? 피가 섞이지 않은 딸이 내 좆을 스스로 물었는데… 이건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거지?”
애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주인이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아차릴 요량이 없었다. 그가 내뱉는 말에 숨쉬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피를 물려받은 탓이겠지. 그렇지 않나?”
“…네, 그, 그렇습니다.”
“그러니 네가 직접 제이에게 말해. 그리고 대공 가를 나가거라. 네 몫은 넉넉하게 챙겨줄 테니.”
그녀는 일전, 사내가 아가씨에게 보냈던 꽃 선물을 떠올렸다. 화려하고 큰 꽃잎을 가졌던 붉은색 꽃들. 어딘지 모르게 오싹한 느낌을 주었던 그것. 아가리를 벌려, 집어삼킬 것 같던 꽃.
그저 존재만으로 삼켜질 것 같던 불안한 색채. 주인의 눈은 그 꽃들을 닮았다.
애나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저 대답을 하고 나오는 것뿐. 그마저도 돈은 충분히 챙겨주겠다는 말에 감사해야 할 처지였다.
*
“아가씨. 전 여태 아가씨가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요. 청혼하는 남자가 없으니 이젠 아버지에게 안기는 것인가요?”
“애나…! 그런 게 아니야…!”
“어쩌다 이렇게 되신 거죠? 제가 얼마나 실망한 줄 아시나요?”
“아냐, 내 얘기를…!”
“제가 이곳에 있을 이유는 이제 사라졌어요. 아가씨는 이제 계속 주인님과 침대에서 뒹굴겠죠.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 돌아가신 마님도 뵐 면목이 없고요.”
제이가 애나의 손을 붙잡으려 하자 애나는 한 발짝 물러섰다. 심지어 닿기 싫다는 듯 표정을 굳히기까지 했다. 제이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늦은 오전에 눈을 떴고, 목이 말라 설렁줄을 당겼다. 그랬더니 나타난 건, 외출복을 입은 애나였다. 언제 짐을 꾸렸는지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었다. 어디 가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저것이었다.
“애나, 내, 내가 잘못했어. 가지마. 네가 없으면 난….”
애나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와의 추억을 공유하던 하녀였다. 어머니에게 혼이 나면 몰래 와서 사탕을 쥐어 주기도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곁을 지켜주었던 하녀. 그때의 애나는 이제 없다. 차가운 표정으로 경멸 어린 시선을 던진다.
“부디, 예전의 아가씨로 돌아오시길.”
인사를 건넨 애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넓은 방 안에 제이 홀로 남았다. 적막이 맴돌았다. 굳은 제이는 따라 나갈 수 없었다. 몸에 걸쳐져 있던 이불이 아래로 떨어진다. 울긋불긋한 흔적들이 어제의 일들을 증명했다.
“아…….”
애나가 언제 보았을까. 그렇게 숨기려 했는데….
허리가 뻐근해서 일어날 수 없었다. 제이는 그 자리에서 그저 눈물만 뚝뚝 흘렸다. 대공성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어머니는 사랑을 주셨지만 언제나 목말랐다. 조금 더 내어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목이 타서 죽을 것 같을 때, 간신히 목을 축일 만큼만의 애정을 주던 사람. 그 뒷모습만 보던 제이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극복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때 돌아온 아버지.
제이는 아버지와 자신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사이가 나쁘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그가 피했다. 닿기 싫은 것을 보는 눈빛도 그러했다. 하지만 아니었는데…. 장례식 이후로 확연히 변한 그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 어머니를 잃은, 마음에서 오는 슬픔일 것이라고.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아버지와 함께 지내며, 어머니의 빈자리는 서서히 옅어져 갔다. 애나는 그런 자신을 뒤에서 도와주고, 흐뭇하게 보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다.
애나는 떠났다.
남은 사람은 한 명뿐.
아버지….
흰 뺨 위로 눈물 자국이 번져갔다.
*
하녀, 애나는 짐 가방을 들고 대공성을 나섰다. 옆으로 맨 여행용 가방에는 대공에게서 받은 돈 꾸러미가 있었다. 가방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그 꾸러미일 것이다. 창문으로 그녀가 가는 걸 보고 있던 사내가 집사에게 명했다.
“황궁 연회가 열린다고 하니, 수도로 갈 준비를 하지.”
“알겠습니다. 출발일은 언제로 할까요?”
“사흘 내, 준비가 되는 대로.”
책상 위에는 황실에서 온 초대장이 있었다. ‘황궁 연회’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건국일을 기념하여 열리는 연회이기 때문에 모든 귀족들이 참여한다. 그중에서도 대공 가는 필히 참석해야 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났다. 그들은 수도로 향했고 연회 참석을 위한 준비를 했다. 이를테면 드레스나 장신구 같은 것들. 제이는 지난 장례식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드레스는 최대한 얌전하고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인으로 입고 싶었으나 그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어깨와 등을 드러냈으며 붉은 보석으로 군데군데 포인트를 준 드레스는 사내의 취향대로였다. 제이는 노출하는 부위로 울혈이 보일까 봐 가슴 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다른 이들에 비하면 단순한 디자인이었으나 아름다운 외모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비록 ‘청혼자들을 모두 죽이는, 저주받은 대공녀’라고 소문났지만 그렇기에 더욱 시선이 집중되었다.
“예쁘군.”
그런 제이에게 사내가 옆에서 속삭였다. 이미 시작된 연회는 시끄러웠고 복잡했다. 모든 귀족들이 모인 자리였으니 평소보다 더 심했다. 제이는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다.
“…감사해요.”
할 말을 고르던 제이는 가장 무난한 대답을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랜만에 예장 차림을 했다. 제복 위로 화려한 견장과 훈장들을 걸쳤다. 어머니의 장례식 이후, 황궁에 가던 때와 같은 차림이다. 그날, 제이는 아버지가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자신을 두고 아예 가버릴까 봐 겁이 나기도 했다. 그때를 떠올리자 입이 썼다.
그날로부터 아버지는 달라진 점이 없다. 사람들도 그대로였다. 달리진 건 오직 자신뿐. 아버지는 자신을 안았음에도 마음의 변화 따위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더 편안해 보였다. 사용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행동을 당연시하듯이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혼란스러운 건 오직 제이 혼자였다.
연회장에 사람은 많지만 정작 그녀에게 가까이 오는 사람은 없었다. 제이는 쓸쓸함을 느끼며 와인을 연이어 마셨다. 달짝지근한 맛과 과일 향이 맴돌았으나 답답함은 나아지지 않았다.
‘레뎀토어 대공녀와 엮이는 남자는 죽게 된다.’
일전에 났던 소문 때문일 것이다. 화려한 공간 속에서 벽에 걸린 꽃이 된 기분이었다.
“제이. 폐하께서 부르시는구나.”
와인 잔을 자연스럽게 가져간 사내가 제이의 손을 그러쥐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제이는 그의 걸음에 맞추어 걸었다. 그의 손 위에 얹은 손도 사실, 그에게 잡힌 손에 이끌려 걷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겉보기엔 사내가 에스코트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 호기심 어린 시선은 가득했지만 다가오는 사람은 아버지뿐이었다. 그가 옆에 오는 것이 무서웠지만, 옆에 있으니 외롭진 않았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두 사람은 옥좌에 앉은 황제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렸다. 제이는 고개를 들고 나서야 황제의 곁에 선 사람을 제대로 보았다. 주황빛에 물든 금발, 서글서글한 인상, 호감형 얼굴. 그리고 보랏빛 눈동자.
“어서 오게.”
제이는 그 사람을 힐끔거렸다. 그를 보니 왠지 기시감이 들었다. 비록 지금은 염색하여 검은 머리지만, 원래는 그와 같은 머리 색이었다. 문득 어머니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결혼 전, 고향에 약혼자를 두고 왔었어.’
과거를 떠올리는 눈빛. 어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를 때는 옛날 일을 말할 때였다. 제이는 그게 좋아서, 괜히 더 물어보곤 했다. 이미 몇십, 몇백 번은 들어서 아는 내용인데도.
‘그럼 제 진짜 아버지는 누구예요?’
희미한 웃음을 지은 어머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헤델 공작이야. 네 머리 색과 이 오묘한 눈동자 색도 비슷하지.’
“헤델 공작.”
회상에 잠겼던 제이가 화들짝 놀라 현실로 돌아왔다. 황제는 헤델 공작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제이의 눈이 흔들렸다. 이렇게 친부를 보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제이는 사내가 그녀를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
연회는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 많은 귀족들이 모이니 수도는 시끌벅적했다. 오랜만에 호황을 맞은 지하살롱도 마찬가지였다. 사내는 제이를 데리고 지하살롱으로 향했다.
가문의 문장이 없는 검은 마차에서 두 사람은 함께 내렸다. 그들이 걸을 때마다 무채색의 로브 자락이 무릎 아래에서 흔들렸다. 제이는 눈과 코를 가리는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화려한 깃털과 보석이 박혀 얼핏 보면 무희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하살롱은 이미 붐볐다. 각자 짝을 짓고서 질펀하게 뒤섞인 사람들 아래로 술병이 바닥을 굴렀다. 마약성 약물과 흥분제에 취한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엉겨 붙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제이는 덜컥 겁이 났다.
아무리 가면을 썼다고는 하나,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까 봐 무섭기도 했다. 움츠러드는 제이를 알아차린 사내는 그녀의 허리를 손으로 끌어당겼다.
“이리 와.”
“그, 누가 알아차리면….”
“내가 말했지. 내게만 집중하라고.”
사내는 널찍한 침대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선택한 침대는 다른 곳보다 높고 시야가 탁 트인 곳에 있었다. 웬만한 사람들은 올라오지 못하는 자리였다. 그는 제이의 로브를 풀었다. 목 아래부터 단단히 동여매었던 끈이 탁 풀리며, 천이 아래로 떨어졌다.
“잠, 깐… 앗…!”
제이가 말릴 새도 없이 로브의 안쪽이 드러났다. 얇은 레이스로 이루어진 슬립. 그리고 숨겨져 있던 하얀 피부와 이미 반쯤 파인 가슴도 그대로 드러났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살을 보이니 미친 듯이 부끄러웠다. 제이는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사내는 제이의 손목을 당겨, 그대로 품에 안았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서, 제이의 몸을 어루만졌다. 사람들이 힐끔 눈길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지하살롱에 발걸음을 잘 하지 않는 대공이 낯선 여자까지 데려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의 손 아래로 제이의 가슴이 밀가루 반죽처럼 주물러졌다. 풍만한 가슴은 슬립의 레이스 사이로 튀어나오기도 했다. 애초에 슬립은 얇은 소재로 만들어져 중요 부위를 가리는 것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했다. 거친 손이 가슴 위를 주무를 때마다 레이스가 조금씩 끊어졌다. 그의 손길에 적응된 몸은 쉽게 젖어 들었다.
“흐응, 아, 으읏, 응…!”
손가락 사이에 유두를 끼워서 괴롭힌다. 자그마한 유두가 문질러졌다가 잡아 당겨지기도 했다. 제이가 괴로운 신음을 내든 말든, 그는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제이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비록 이마에서 코까지 가면으로 가려졌다고는 하나, 이렇게 헐벗은 사람들이 가득한 곳은 처음이었다. 그들은 이 행위에 미친 사람들처럼 보였다. 약물이나 술에 취해서, 눈은 탁하게 풀려있었다. 때론 그녀를 탐난다는 듯이 보는 사람도 몇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아버지에게 희롱당하는 것을 보이니 제 치부를 모두 드러낸 기분이었다. 그렇게 숨기고 가리려고 했던 사실들을. 금방이라도 그녀를 ‘대공녀’라고 부를 것 같았다. 혹시 자신을 알아본 이가 있지 않을지 눈치를 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번에는 어느 사내를 꾀려고?”
두 다리 사이의 삼각지에 손을 넣어, 뒤로 끌어당기며 그가 묻는다. 낮은 목소리가 등골을 타고 흐르는 것 같다. 제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해도 그는 믿지 않았다.
“저 중에 있나? 데려와 줄까. 그 앞에서 네가 얼마나 잘 느끼는지 몸소 보여주는 거야.”
“아, 아니에요. 그저, 주변을 보던 것뿐이에요.”
“그래?”
그가 웃는 것이 느껴졌다. 애초에 좋을 대로 해석하는 자였다.
“올라와.”
바지의 버클을 풀고서 그녀에게 명한다. 느른하게 제 페니스를 꺼내며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잘 벼려진 짐승 같다. 도망가려 하면 금방이라도 송곳니를 목에 박아 숨통을 끊을 듯한 기세였다. 제이는 주춤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얼기설기 뜯어진 슬립 사이로 하얀 피부가 보였다.
“하기 싫어?”
“제발 집, 에 가서… 해요…. 여긴 너무….”
여전히 불안감에 떠는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사내는 제이의 얼굴을 잡고 손끝으로 물기를 닦아주었다.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맑고 투명한 눈물이었다.
“제이.”
“흑, 제발… 여긴 싫, 어요….”
“벽 짚고 서렴.”
뜬금없는 말에 제이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직접 올라타라는 말보단 나은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침대 옆에 서서 조심스럽게 벽에 손을 짚는다.
사내는 제이의 슬립의 허리 부분을 찢어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뜯어져 있던 슬립은 쉽게 찢어졌다. 속옷도 입지 않아 하얀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몇 대 맞으면 될까.”
“네, 네…? 무슨…, 아…!”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손바닥이 엉덩이를 후려쳤다. 짜악! 하는 마찰음이 울린다. 하얀 피부가 금세 달아올랐다.
“말을 듣지 않으니 혼나야지. 몇 대, 맞을지 네가 정해.”
“흣, 세 대….”
“고작?”
너무 적은가. 그치만 한 대만 맞았는데도 엉덩이가 얼얼했는데….
눈치를 보던 제이가 조심스레 숫자를 올렸다.
“여, 열 대, 요….”
“그래.”
피식 웃는 소리와 함께 다시 짜악,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엉덩이로 따끔한 자극이 일었다.
“숫자, 세야지.”
“흐, 하, 하나… 읏….”
짜악! 숫자를 세기 시작하니, 그는 다시 손바닥을 움직였다.
“흣… 둘, 흐으….”
짜악!
“으읏, 셋….”
“네 보지에서 물이 흐르는데. 맞으면서 느끼나 보군.”
대체 어떻게 된 몸인지.
그가 혀를 차며 말했다. 실제로 제이의 엉덩이를 내려칠 때마다 다리 사이에서 음액이 뚝뚝 흘렀다. 다리를 타고 흐르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흥분한 상태였다.
“아, 아닌… 하앙…! 네, 넷….”
제이가 아니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엉덩이로 다시 짜릿한 쾌감이 번졌다. 숫자를 셀 때마다 아래가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애액이 흐르고, 다리가 떨렸다. 분명 느끼면 안 될 상황인데도 알 수 없는 흥분이 점점 올라왔다.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도,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시선이 엉덩이로 몰린 것처럼 홧홧했으나 짜릿한 흥분이 들었다.
그는 제이가 열을 셀 때까지 계속해서 엉덩이를 때렸다. 하얀 피부 위로 그의 손자국이 발갛게 남았다.
“여, 열… 흐으….”
벽을 짚었던 손이 떨어진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한 제이를 사내가 안아 올렸다. 그리고 그의 무릎 위에 앉혔다. 아직 저릿한 감각이 남아 있어, 그와 닿으니 아래가 간지러웠다.
“저 자는 어때.”
자상하게 제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가 물었다. 그의 턱 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제이가 고개를 돌렸다. 여러 명의 여자들과 섞여 있는 남자가 있었다. 화려한 금발. 독주로 탁해진 보랏빛 눈동자.
“폐하께서 저 자와 네 결혼을 성사시키고 싶어 하시던데. 넌 어떻지?”
헤델 공작, 그녀의 친부였다.
“아, 안 돼요…!”
“안 돼?”
제이의 낯이 파랗게 질렸다. 그는 여전히 눈가를 닦아주며 반문했다. 제이의 턱을 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여러모로 좋은 방안이라 생각했는데. 제국 내에 네게 청혼서를 보낼 자는 더 없을 테고. 로이드 왕국과 외교를 더 다질 수 있는 기회도 되겠지. 결혼을 빌미로 마정석을 1할은 더 받아낼 수도 있을 것이고. 나이 차이는 좀 나지만.”
“제, 제발… 그것만, 은 안, 돼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 그의 손목을 양손으로 잡고서 힘겹게 꺼내는 말들. 그녀는 파랗게 질렸다가 울음을 터뜨릴 것 같다가 반복했다. 그러나 사내는 그 얼굴을 무심하게 볼 뿐이었다. 그는 언젠가 황제가 보낸 서신을 떠올렸다.
「…로이드 왕국과 협정을 연장하면서 헤델 공작과 자네 딸을 이어주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지? 좋은 조건으로 마정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제이를 천천히 맛보려 했더니 도리어 애먼 곳에 뺏길 뻔했다. 그래서 다소 급하게 그녀를 안았다. 제국은 처녀가 아니면 결혼에 큰 흠이 되는 같잖은 풍습이 있었으니, 그것이 제이의 족쇄가 되도록 일단 안고, 그의 씨를 배게 하려 했었다. 영영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맛본 과실은 얼마나 달았던가. 그래서 계획을 바꿨다. 황제의 제안을 유연하게 받아치며 제이를 마음껏 맛보는 것으로. 그리고 그녀의 숨통을 서서히 조였다. 날개를 찢고 꿇어 앉혔다.
“내게서 도망가고 싶어 했던 것 아니었나? 결혼을 하면 내게 벗어날 수 있을 텐데. 네 어미의 유언장에도 결혼을 해서 가족을 만들라고 적혀있었고… 아무리 봐도 네게 좋은 조건 같은데. 응?”
“싫어요, 제발, 요…. 결혼하기 시, 싫어요. 아버지 곁에 있을래요. 제가 잘, 할게요.”
기어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렇게 비는 데도 그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고개를 기울이며 고민하는 눈치였다. 헤델 공작 쪽을 보았다가, 그녀를 보았다가. 제이의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그럼 알아서 잘 해봐.”
“네…?”
“그동안 얼마나 가르쳐줬는데. 이번엔 네가 날 만족시켜 보라고.”
그의 웃음기가 담긴 말에 제이가 잠깐 굳었다. 어떻게 아버지를 만족시켜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걸, 그대로 하면 되었다. 마음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드는 반발심이나 수치스러움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사내의 위로 올라갔다. 꺼덕거리는 페니스 위로 천천히 앉는다. 건너편의 헤델 공작을 보던 제이는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꿈틀거리는 페니스를 잡고, 구멍에 맞춘다. 그녀가 자세를 낮출 때마다 축축한 질 내로 페니스가 뻑뻑하게 들어왔다. 아래에서 삽입되자 평소보다 배가 더 압박되었다.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좁은 내벽이 움찔하며 길을 터주었다. 숨을 쉬기 버거웠다. 맞지 않는 구멍에 억지로 끼워 넣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굵은 귀두가 들어오니 기둥은 매끄럽게 들어왔다.
“으읏… 아, 아앙!”
사내가 허리를 가볍게 쳐올리는 행위에 페니스가 끝까지 박혔다. 자궁에 닿은 것 같은 느낌에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맺혀있던 눈물은 뺨을 타고 흘렀다. 긴 작살에 몸이 꿰인 것처럼 허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제이가 움직이지 못하자 사내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큰 동작은 아니었다. 제이를 채근하려는 의도였다. 그 허리 짓에 자극을 받은 제이의 교성이 이어졌다.
“아, 으응… 흣, 아…!”
그의 손이 제이의 허리를 가볍게 쓸었다. 괜찮다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부드러운 살결을 매만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누구길래 저렇게 직접 무릎에 앉혀서, 달래는 듯한 태도로 하는지. 그들은 가면 아래의 얼굴을 궁금해했다. 제이의 시선 끝에 헤델 공작이 보였다. 이쪽의 상황에는 관심이 없는지 여전히 놀기 바빠 보였다. 황궁에서의 단정하던 태도나 차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그녀를 구원해줄 사람은 없다는 것을. 장례식장에서도, 황궁에서도, 대공 저에서도. 그녀를 밖으로 꺼내줄 사람은 없었다. 지금 몸을 섞고 있는, 오직 한 사람을 빼면.
가족이 되어 줄 사람도, 될 수 있는 사람도.
그의 검은 머리칼과 같은 색이 되고 싶어 물을 들였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강요로. 지금은 자의였다. 가족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으므로.
핏빛 같은 눈동자와 닮은 꽃을 선물 받았을 때에도, 뭣 모르고 곁에 두었다. 아버지에게 선물 받았다는 사실이 좋아서.
언젠가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소공작은 제이, 네가 죽인 거다.’
‘네가 죽인 것과 다름없지. 타이클 소공작뿐만 아니라 전부.’
‘네가 답장을 보내지 않았으면, 이런 장례식을 치를 일도 없었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청혼자들. 그 청혼서에 답을 준 것도 자신이었다. 목을 옭아매는 죄책감. 그리고 다른 남자와 더는 엮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녀를 가둔 것은 아버지였으나, 결국 스스로였다. 제이는 아래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허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색이 다른 눈동자가 공중에서 마주쳤다.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이는 절박한 기분으로 그의 눈을 보았다.
“누우세요….”
그의 어깨를 손끝으로 약하게 밀었다. 조금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았던 그는 쉽게 침대에 누워주었다. 완전히 아래에 누운 그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어디 해보라는 듯한 붉은 눈동자를 마주한다. 분명 위에 올라탄 건 그녀인데도, 여전히 아래에 깔린 기분이다.
제이는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큰 동작이 아닌데도, 아래에서 박혀있으니 자극이 컸다. 페니스가 내벽의 주름을 전부 펴고서, 모든 곳을 희롱하는 것 같았다. 그 크기만으로 압박되어 흥분이 밀려왔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축축하게 젖은 아래가 그를 조여 물었다. 흔들리는 가슴 아래로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스스로가 미친 것 같았다. 안 된다고 울다가 결국 이렇게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는 날이 오다니. 사람들의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버지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흣, 좋으세요…?”
“…글쎄.”
조급함에 제이는 허리를 크게 움직였다. 버거운 감각에 숨을 쉬기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표정을 계속 살폈다. 제발 그가 만족하길 바라며.
“읏, 아, 으… 흐읏…!”
높게 올려 묶었던 머리가 스르륵 흘러내렸다. 제이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함께 흔들렸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봉긋하게 선 가슴이 숨었다가 드러나길 반복했다.
제이는 사내의 손을 올려 제 가슴 위로 얹었다. 아버지는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는 걸 좋아했다. 그가 조금이라도 더 느끼길 바랐다. 그래서 헤델 공작에게 자신을 보내지 않기를. 헤델 공작이 자신의 친부라고 밝힌다 해도, 그는 눈 깜짝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가슴 위에 얹어진 손이 천천히 가슴을 주무른다. 단단한 손가락이 부드러운 피부를 파고들 때마다 수치스러움과 함께 흥분감에 잠식되었다. 질 내에 들어온 페니스는 더욱 꿈틀거렸다.
“흣, 으으, 아… 아!”
“만족시켜 보라고 했더니.”
네가 좋아 죽으려고 하는구나. 조소를 품은 말이 들렸다. 제이는 수치스러웠으나 멈출 수 없었다. 아래에서 쑤시고 들어오는 자극이 너무 강했다. 이 쾌감을 놓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토록 거부했던 아버지의 손길을, 사실은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음을 이제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망가고 싶어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읏, 하아, 아, 아…!”
사내는 제이가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는 모습을 아래에서 보았다. 그녀는 탕녀처럼 정사를 즐기고 있었으며, 요부처럼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요분질했다. 허리 짓과 함께 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은 미치도록 음란했다. 잔뜩 흥분한 페니스에 음부가 들쑤셔졌다.
찌걱찌걱 소리가 접합부에서 났다. 체액이 비벼져 생긴 포말은 이리저리로 튀었다. 페니스에 깊은 곳이 찔릴 때마다 제이는 갸르릉 거리는 울음 같은 소리를 냈다.
“하으응, 아, 아, 좋아, 흣…!”
“좋아?”
“으읏, 하읏, 아…!”
대답이 없자 그가 몸을 뒤집어 일어났다. 그의 위로 올라갔던 제이가 한순간에 바닥에 깔렸다. 엉덩이만 위로 추켜세워진 채로, 제이는 팔로 몸을 지탱했다. 그는 페니스를 슬금슬금 빼며 물었다.
“넣지 말까. 좋아, 안 좋아. 응?”
“읏, 좋, 좋아요…! 빼지 마세요…!”
질 속을 가득 채우던 좆이 사라지자 다급해진 제이가 소리쳤다. 그가 넣어주지 않을까 봐 허리를 뒤로 물리기까지 했다. 사내는 그 모습을 뒤에서 보며, 넣어줄 듯 말듯 굴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는데…. 제이는 아쉬움이 겹겹이 쌓여 괴로웠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미 몸을 한창 섞었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아버지의 위에 올라가 직접 허리도 흔들었다. 아버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헤델 공작에게 데려갈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멈추기 싫었다. 정사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다.
“박아달라고 직접 말해봐. 네 보지에 아버지 좆 쑤셔달라고.”
주변의 사람들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사내는 숨길 생각도, 멈출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이곳은 바깥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지하살롱이므로.
“넣, 넣어주세요….”
그래도 부끄러운지 제이는 작게 대답했다. 사내는 짓궂었다. 이미 들었음에도 그녀에게 더 크게 말하라며 종용했다. 저기 저 끝까지 들리게 하라고.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질펀하게 놀고 있는 금발의 남자가 있었다.
“흣, 아, 아버지 좆, 넣, 넣어주세요. 흐, 흐앙…!”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내는 제이의 뒷머리를 잡아챘다. 그 반동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가면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그들의 대화로 반신반의했던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아무리 지하살롱이라도, 가족 간의 정사를 하는 이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었다. 상대는 대공이었고, 이곳에서의 일은 발설 금지였으므로. 조금 대담한 몇몇은 박수를 치며 휘파람을 불기도 했다.
침대 위에 엎드린 제이는 마구 흔들렸다. 약을 한 것도,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숨겨왔던 그들의 비밀스런 정사와 감추었던 욕망들이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보든 말든 그녀는 밭은 신음을 뱉으며 울기 바빴다.
“안에, 싸줘?”
“으응, 아, 아아, 네, 안, 안에…! 흐읏…!”
제이가 제정신이 아님을 아는 사내는 다시 물어보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그대로 사정했다. 부풀었던 페니스가 그녀의 안에 백탁액을 쏘아냈다. 기분이 좋은지 침대 위로 엎어진 제이가 몸을 떨었다.
그가 빠져나오자 뒤섞인 체액이 구멍에서 주르륵 흘렀다. 여전히 좆을 세운 사내는 제이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다시 구멍을 맞추었다. 섹스를 처음 한 것도 아닌데 이보다 만족스러울 순 없었다. 그는 이제야 완전히 그녀를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건국일 기념 연회는 일주일 이상 지속되었다. 사내는 며칠 더 수도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하살롱이지만. 낮에는 황궁에서 머물다가 밤에는 제이를 데리고 지하살롱으로 향한다. 밤새 그에게 시달린 제이는 저택에 도착하면 거의 기절한 상태로 낮을 보냈다.
그가 황궁에 가서 하는 일은 주로 황제의 말 상대가 되어 주는 것이었다. 헤델 공작과 제이의 결혼을 추진하려 했었던 황제에게 거절의 뜻을 비췄으니, 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함도 있었다.
“마정석 1할이 눈에 아른거리는군.”
“마도구 연구지원비로 금화 2만 개는 어떻습니까.”
“금빛이 눈부셔서 아른거린다는 뜻이었네.”
바로 이렇게.
마도구는 마정석으로 만든다. 연구 재료인 마정석이 부족하니 지원비라도 대폭 늘리겠다는 뜻이다. 황제는 당연히 그 뜻을 반겼다. 마정석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자 그는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아, 그거 알고 있나? 요즘 대공녀를 따라하는 게 유행이라더군.”
“제이를 말입니까?”
“제이? 아, 이젠 그렇게 부르나 보군. 아무튼 연회 때 제이아나를 본 영애들이 동경심에 머리도 염색하고 드레스 모양도 따라하나 보던데. 제이아나가 예쁘긴 하지. 덕분에 요즘 연회장에 가면 다들 머리가 새까매.”
“몰랐습니다….”
전혀 몰랐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긴 하나, 최근에는 사람을 주의 깊게 본 적이 없었다. 검은 머리를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은 했으나 관심이 없어 금세 잊어버렸다. 그가 심드렁하게 반응하자 황제는 다시 화제를 바꿨다.
“자네는 다시 결혼할 생각은 없나? 솔직히 새로운 대공비를 바로 들일 줄 알았는데.”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해서 말입니다.”
사내가 무덤덤하게 즉답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미미한 웃음이 입가에 걸려있었다. 이렇게 시간을 죽이다 보면 창문으로 석양이 지는 모습이 보였다. 제이가 슬슬 일어날 시간이다. 그는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 요즘 어딜 그렇게 가나? 이 시간만 되면 바로 떠나려 하는군.”
“말했잖습니까.”
시종이 가져온 그의 외투를 입으며 대답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창문으로 들어온 노을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당분간은 내부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린 황제는 그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노을빛이 비친 그의 눈동자는 더욱 붉게 보였다. 그 모습이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진 황제는 그를 더는 붙잡지 않고 보내주었다.
저택으로 돌아가려 황제의 궁에서 나왔을 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꺄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이 갔다. 연회를 즐기러 온 여성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연회장이 바로 뒤쪽이니 거기로 향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곧이어 사내를 발견한 그들이 인사를 건넸다.
“신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대공 전하.”
아직 결혼하지 않은 영애들이다. 그들은 사내의 잘생긴 얼굴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이제 보니 전부 다 검은 머리였다. 제이를 따라하는 게 유행이라더니. 그리고 그 중 눈에 익은 자가 한 명 있었다. 잿빛 머리카락, 흐린 푸른색의 눈….
“아.”
오래 전, 지하 살롱에서 함께 몸을 섞었던 여자. 외양이 제이와 비슷해, 욕구를 풀었던 적이 있다. 그날을 기억하는지 여자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도 그를 힐끔 보았다. 은근한 기대감이 그녀의 얼굴에 서렸다.
하지만 이미 제이를 안은 사내는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제이와 비슷한 모습을 한 여자들은 빨리 제이를 안고 싶다는 생각에 불을 지폈다. 그는 간단하게 인사를 한 후 빠르게 자리를 떴다. 나긋한 여체가 아른거렸다.
그의 생각대로 제이는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잠을 완전히 몰아내기도 전에 그를 받아내야 했다. 신음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읏, 흐으, 아…!”
“제이.”
“흐, 아, 아버지, 흣….”
페니스가 여린 살 사이로 출납하며 퍽퍽 소리가 방을 울렸다. 새하얀 이불 위로 제이의 검은 머리카락이 흩어져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침대 기둥에 묶인 그녀의 손목에서 절그럭 소리가 났다. 그가 없을 때 혹시 제이가 도망갈까 싶어서 묶어둔 수갑이었다. 손목이 자꾸 금속과 부딪치자 붉은 흔적이 생겼다.
“결혼 문제는, 폐하께 말씀드렸으니….”
제이의 허리를 잡고 그에게로 바싹 당긴다. 덕분에 맞닿아있는 하체가 더욱 겹쳐졌다. 깊은 곳까지 들어온 페니스가 자궁구에 닿을 듯 파고들었다.
“흐앙…!”
“안심하고 수태할 일만 남았구나.”
그가 제이의 배를 살살 문질렀다. 배꼽 부근에 볼록 튀어나온 그의 귀두가 만져졌다. 그는 제이의 손을 가져와 그 위를 더듬게 했다.
“만져봐”
“흐으…….”
“네가 좋아하는 아버지 좆이란다.”
제이가 손을 빼려 하자 그는 손목을 붙들었다. 그리고 억지로 배 위를 만지게 한다. 가녀린 손목은 그대로 붙잡혀 움직이지 못했다.
“이 안에 내가 매번 좆물을 뿌려주는 거고.”
“그만, 흡….”
“그리고 내 씨가 여기서 자라겠지.”
그의 허리가 뒤로 물러났다가, 짓쳐들어온다. 사타구니가 부딪칠 때마다 제이의 신음 소리가 앙앙 울렸다. 손은 그대로 잡힌 채로, 배 아래로 페니스가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그대로 느낀다.
지하살롱에 가기 전, 가볍게 몸을 섞으려 했던 그는 침실에서 그대로 정사를 이어갔다. 애초에 지하살롱에 계속 향한 이유는 제이 때문이었다. 헤델 공작과의 결혼을 거절하게 만들고,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을 주는 것. 그래서 더욱 기댈 곳이 없게 만들기 위해.
결혼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리고 수치심도 이미 많이 느꼈을 테고. 이제는 저택에서 제이를 안기만 하면 되었다. 더 이상 거리낄만한 것은 없었다.
*
“전하, 오르테 후작 가에서 혼외자라고 소문났던 셋째 말입니다. 이번에 친자감별을 했다고 합니다.”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하던 대공에게 보좌관 한 명이 다가와 보고했다. 일전에 오르테 후작 가의 소문을 비밀리에 입수했던 자였다.
“어떻게 나왔지?”
“친자라고 합니다. 로이드 왕국에서 가져온 마도구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마정석 순도가 9할 이상이라고 하니 정확하다고 보면 될 겁니다.”
“마도구라….”
“예, 그중 하나를 구해왔습니다. 보시겠습니까?”
보좌관은 가방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마도구를 꺼냈다. 순도가 높다는 말이 맞는지 마정석 특유의 보라색이 돌았다. 사내는 그것을 잠깐 보다가 손을 휘저었다.
“되었다. 가져가거라.”
“예….”
생각 외로 그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보좌관은 조금 시무룩하며 마도구를 가방에 다시 넣었다. 이것을 가져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결재가 끝난 서류를 받은 보좌관은 집무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사내는 침실로 향했다. 두꺼운 철문으로 닫혀 있는 그곳의 열쇠는 오직 그만 가지고 있었다. 지하살롱에 다녀온 이후, 제이는 바깥출입을 완전히 삼갔다. 파티에 초대받아도 나가지 않았다. 제이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었다.
그녀와 엮인 사람들이 자꾸 죽거나 떠나가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리고 지하살롱에서 본 사람이 파티에 없을 거란 보장도 없었다. 애나가 떠난 후, 사용인들과의 접촉도 꺼리기에 그는 침실에 제이를 두고 문을 잠가버렸다.
문이 열리자 침대 위에 누워있던 여자가 몸을 일으켰다.
“제이.”
“아, 아버지…. 여기, 여기 빨리 넣어, 주세요….”
그곳에는 다리를 벌리고, 조르는 제이가 있었다. 다리 사이를 혼자서 만졌는지, 축축한 애액이 흐르고 있었다. 집무실로 가기 전, 그가 마구 헤집었더니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사내는 손가락 두어 개를 아래에 넣으며 내벽을 긁었다.
“으읏, 아, 더, 더요…!”
그러나 그가 하는 행위는 잠깐의 자극이 될 뿐 욕구를 완전히 해소하진 못 했다. 그는 제이의 가슴 위를 입술로 물었다. 전날에도 깨물고 괴롭힌 흔적이 잔뜩 남아 있었다. 어찌나 괴롭혔는지 함몰된 유두는 다시 들어가지 않고, 여전히 밖으로 튀어 나와 있었다.
“안되지, 제이.”
그는 유두를 핥으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단호한 거절에 제이의 얼굴이 금세 침울하게 변했다.
“어제 의원이 안정기에 들어설 때까진 안 된다고 그랬잖니.”
커다란 손이 제이의 배를 쓰다듬었다. 얼마 전, 이 납작한 배 안에 생명이 생겼다는 소식을 의원에게 들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고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는 말과 함께. 그는 이 시기에 함부로 몸을 섞으면 안 된다며 강조하고 떠났다.
사내는 바지춤을 풀며 페니스를 꺼냈다. 삽입을 하지 못하니 어떻게든 풀어야 했다. 제이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물려 하기에 그는 저지했다. 페니스를 입에 물리면 쉽게 끝내진 못할 것이다. 저 작은 몸이 무리하는 일은 막아야 했다. 그래야 안정기가 되면 다시 몸을 섞을 수 있을 테니.
그는 제이의 가슴을 주무르며 페니스를 흔들었다. 평소처럼 쫀득한 구멍에 넣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는 참을 수 있었다. 제이를 대공성 안에 완전히 가두었기에.
“이제 완전한 가족이 될 수 있겠구나.”
도망갈 수도, 도망갈 생각도 없는 그의 작은 새를.
“으읏, 흐…….”
날개를 잃은 새는 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새장의 문은, 완전히 닫혔다.
<대공가의 새>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