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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결혼은 다정한 원수와-56화

본문

쿵푸벳

56화

아세르를 향한 렌티아의 마음은 사랑이었고, 사랑이었고, 사랑이었다.

지난 5년간 모자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헌신으로 가족을 섬긴 키르타는 그 진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니 지금 태중에 있는 아이가 딸이든 아들이든, 엄마를 닮았든 아빠를 닮았든 그 아이도 렌티아가 사랑해 마지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임신과 출산이 아무리 고되고 버거워도.

‘역시,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뻔뻔하긴 하지만.’

아내가 고생할 동안 자기 혼자 멀쩡하다는 사실이 키르타는 퍽 침통했다.

잠자리는 둘이 같이 즐겼는데 결실은 여자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했다.

심지어 이건 계획에 없던 임신이었다.

만일 진단을 받았을 때 렌티아가 당황하기에 앞서 눈에 띄게 기뻐하지 않았더라면 키르타는 스스로 아랫도리를 잘라 버렸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키르타가 죄책감에 빠져 스스로 거세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렌티아는 아세르에게 동생이 생길 거라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녀는 기꺼이 두 번째 임신을 감내했다.

그래도 여전히 힘들어하는 렌티아를 보며 키르타는 양심이 따끔거렸다. 자신이 더 조심하기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일단 저들에게 찾아온 이상 태중의 아이도 엄연한 가족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을 섞어 빚어낸 소중한 결실이었다. 피로 이어져 평생토록 사랑할 자식이었다.

“그러니까 울지 않아도 돼, 아세르. 죄송해할 필요도 없어. 너는 잘못한 거 없으니까.”

아세르도 마찬가지였다. 엄연한 가족, 소중한 결실, 평생토록 사랑할 자식. 첫아이라서 더욱 각별한, 그를 누군가의 어버이로 만들어 준 존재.

“우리 이제 폐하께 가 볼까? 가서 네가 왜 속상했는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렴. 폐하도 궁금해하실 테니까.”

“네, 아버지.”

그새 울음을 완전히 그친 아세르가 토끼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키르타는 아이의 복슬복슬한 흑발에 입을 맞추고 양팔로 그를 가뿐히 안아 들었다.

연갈색 눈의 남자는 하늘색 눈의 아이를 데리고 궁으로 돌아갔다. 어린 황태자의 탈주를 둘러싼 짤막한 소동은 그렇게 정리되었다.

* * *

아세르를 임신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평화로운 시국이라 참 다행이라고 렌티아는 생각했다.

첫째를 가졌을 때 렌티아는 국정 대부분을 대신들에게 위임하고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당시에 나라는 내전 중이었고, 출전한 남편이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몰라 날마다 마음을 졸였으니까.

다행히 그때는 임신 자체가 힘들지는 않아서 그나마 몸이 버틸 만했다. 만약 그때 지금처럼 고생했다면 여러 번 쓰러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지, 뭐. 지금은 나와 아기의 건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니까.’

현재 렌티아는 국정 전반에서 아예 손을 떼다시피 했다. 내전이 끝난 이후로 평화와 안정이 오랫동안 이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금 이 나라의 정세는 황제 일인이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 굴러갈 만큼 기틀이 잘 잡혀 있었다.

애초에 레케온이 그렇게 허술한 나라는 아니었다.

만약 황제 한 명이 몇 달 쉰다고 해서 무너질 나라였다면 왕국에서 제국으로 거듭나기도 전에 진즉에 망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아세르가 걱정인데…….’

별실 창가에 앉아 햇볕을 쬐며 렌티아는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의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좋은 오빠나 형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데, 벌써 동생이 밉다고 하니 어떡하지?’

아까 아들이 울며 뛰쳐나갔다는 보고를 듣고 렌티아는 깜짝 놀랐다.

평소에 워낙 의젓해서 생떼 한 번 쓴 적 없는 아이가 눈물을 보였다니, 엄마로서 걱정이 앞서면서도 대체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송구스러운 안색으로 찾아온 유모의 설명이 렌티아의 이해를 도왔다.

엄마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 동생이 밉다고 선포한 황태자의 이야기를 듣고 렌티아는 아들이 귀여우면서도 기특했고, 미안하고도 안쓰러웠다.

‘나 혼자 힘든 걸로 충분한데, 아이까지 괴로워할 줄이야.’

듣자 하니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을 탓했을 뿐 아니라 자기도 옛날에 엄마를 힘들게 했다는 사실로 자책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렌티아는 가슴이 미어졌다.

맹세컨대 아이가 자신을 힘들게 했다는 이유로 미운 마음을 품어 본 적 없었다. 임신 자체가 힘든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러면 안 되는데…….’

어서 키르타가 아이를 데리고 돌아와 주기를 바랐다.

유모를 두고 혼자 뛰쳐나간 황태자 때문에 잠시 궁이 소란스러워지긴 했으나, 그래 봤자 다섯 살 어린이가 갈 만한 곳은 한정적이기에 찾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곧 노크 소리가 들리고 대공 전하께서 황태자 전하와 함께 찾아오셨다는 궁인의 전언이 있었다.

“둘 다 들여보내게.”

“네, 황제 폐하.”

아빠와 아들이 들어왔다. 아이는 어른의 품에 인형처럼 쏙 안겨 있었다.

일국의 황태자는 아무리 다섯 살이라 해도 저렇게 아기처럼 남의 품에 안겨 다니면 안 되는 법이다.

그러나 현재 아이의 코와 눈가는 토끼처럼 빨갰고, 그 애처로운 모습을 본 렌티아는 이번만큼은 아들을 엄격하게 가르치지 않기로 했다.

“아세르, 이리 오렴.”

렌티아는 소파에 앉은 채 다정하게 손짓했다. 키르타는 아세르를 안고 아내에게 다가왔다. 키르타가 아세르를 렌티아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이제 기분은 좀 나아졌니? 네가 울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어머니.”

“괜찮아, 아세르.”

아이는 한참 울어서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데도 의젓하게 말했고, 렌티아는 그가 대견하면서도 안타까워서 애달프게 웃었다.

렌티아의 어린 시절도 아세르와 비슷했다.

고귀한 공작가의 장녀로 태어나 엄격한 가정 교사와 품위 있는 부모에게 배우며 조숙한 아이가 되었고, 그보다도 냉엄한 어른으로 자라났다.

그렇게 자란 덕분에 황후를 거쳐 황제까지 되어 현재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으니, 유년기에 대한 불만이나 미련은 없었다.

공작가의 다소 억압적인 교육 방식이 원망스럽지도 않았다.

마찬가지로, 그녀는 현재 황궁의 어른들이 아세르를 교육하는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아세르는 그녀의 아들이기에 앞서 일국의 황태자였고, 언젠가 본인뿐 아니라 남들의 인생까지 책임지게 될 인물은 이에 걸맞은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필요했다.

그래도 가끔은, 사실은 자주, 안타까웠다.

황족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좀 더 아이답게 키우지 못해서. 그게 참 미안해서. 그와 좀 더 평범한 가정에서 만나지 못한 게 마음 아파서.

지금도 기껏해야 밤톨만 한 꼬맹이는 눈물로 얼굴이 짓무른 와중에도 정자세로 앉아 모친에게 사과부터 하고 있었다.

황제로서 칭찬할 만한 태도였지만, 엄마로서 렌티아는 입맛이 썼다.

“왜 네가 속상했는지 말해 줄 수 있니? 네가 무슨 이유로 울었는지 알고 싶어.”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힘들어하시는 이유가 배 속에 있는 아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동생이 미웠어요. 그런데 제가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도 어머니가 똑같이 힘들어하셨다는 말을 듣고 저 자신도 미워졌어요.”

“지금은? 지금도 네 동생이랑 자신이 미워?”

“아니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아까 아버지가 말씀해 주셨거든요. 어머니가 저를 품으셨을 때 힘드셨던 건 사실이지만 저를 한 번도 미워하신 적 없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 네 아버지 말이 맞아. 나는 너를 미워한 적 없단다, 아세르.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렌티아가 웃으며 팔을 뻗었다. 그녀는 배가 눌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아들을 최대한 가까이 끌어안았다.

엄마가 그의 이마에 상냥하게 입 맞추자 아세르는 통통한 볼을 사과처럼 붉혔다.

이때 그는 영락없는 어린아이였다. 황태자의 위엄과 아무런 상관없는 수줍은 기쁨이 그를 채웠다.

“네 동생도 마찬가지야. 나는 이 아이도 언제나 사랑할 거란다. 그러니까 너도 동생을 사랑해 줘.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에는 힘들었던 건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 기쁜 일이 많을 거야.”

지금도 이미 기쁜 일이 많았다.

아무리 몸이 지치고 힘들어도 그녀의 삶에 사랑과 즐거움이 넘쳐났기에 현재의 위안과 미래의 희망을 생각하며 버틸 수 있었다.

자기를 미워할 줄 알았던 엄마가 이렇게나 한결같이 자상하게 다독여 주자 아세르는 불안감의 잔재를 전부 떨치고 아무런 걱정 없이 방긋 웃었다.

“네, 어머니. 약속할게요. 나중에 동생이 태어나면 정말 많이 사랑해 줄 거예요.”

“고마워, 아세르. 네가 약속해 주니 정말 든든하네.”

“그런데 어머니, 배 속에 있는 동생은 여동생인가요, 남동생인가요?”

“나도 아직 모른단다. 너는 어느 쪽이면 좋겠어?”

“음, 잘 모르겠어요. 남동생이면 저랑 같은 남자아이니까 좋을 것 같긴 한데, 여동생이 생기면 베키나가 없을 때 같이 놀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베키나는 베리타와 아사카의 딸이었다.

아세르보다 두 살 아래인 꼬꼬마 여자애는 황태자의 놀이 친구로 종종 입궁해 아세르와 소꿉장난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구나. 어느 쪽이든 너를 닮았다면 사랑스러울 거야.”

렌티아가 빙긋 웃었다. 그녀가 아이의 폭신한 뺨을 쓰다듬었다.

그동안 키르타는 아내와 아들의 맞은편에 앉아 두 사람을 흐뭇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다정한 가족의 초상이었다. 특별하면서도 평범하고, 평범해서 더욱 특별한.

나라에 더는 전쟁이 없고, 레케온이 동북부 초원의 부족 국가를 비롯한 이웃 나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제국의 지혜로운 황제와 헌신적인 대공이 두루 사랑받는 시대.

황태자는 총명하며 건강했고 아기 황녀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며, 아사카 리카르와 베리타 리카르가 결혼 몇 년째 여전히 신혼 같은 열기를 유지하는 시절이었다.

황제의 시녀 엘리제와 동생 루크넬도 각자 짝을 찾아 알콩달콩한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오래전에 폐위된 황제의 전남편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황제 본인은 한때 적국의 장수였던 두 번째 남편과 함께 달콤한 하루하루를 누렸다.

사랑스러운 아들이, 그리고 나중에는 사랑스러운 딸까지 더해지며 달콤함은 더욱 짙어졌다.

여러모로 성공적인 결혼이었다.

< 두 번째 결혼은 다정한 원수와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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