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결혼은 다정한 원수와-54화

54화

“하읏, 큭. 하아…….”

렌티아가 이제는 손으로 그의 거대한 뿌리를 살살 문지르자 키르타는 격렬하게 떨며 신음했다. 팽팽하게 부푼 기둥 끝에서 끈적한 물이 줄줄 샜다.

“이제, 넣어도 될 것 같아요.”

렌티아가 헐떡이며 말했다. 그녀가 천천히 골반을 들었다. 혹시 몰라 제 아랫도리를 문질러 보자, 역시나 걱정할 필요 없이 흥건한 액체가 묻어 나왔다.

‘나도 오래는 못 참아.’

아까부터 계속 남편을 핥으면서 그녀의 몸도 달아올라 있었다. 느긋하게 가겠다고 키르타를 놀리긴 했지만, 더 인내했다간 그녀도 정신을 잃을지 모른다.

렌티아는 키르타의 허리 위에서 다리를 벌리고 서서히 주저앉듯 엉덩이를 내렸다.

키르타는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지켜보았다. 렌티아는 움찔움찔 떨며 입술을 달싹였다.

“하응……. 읏.”

그녀의 입구가 천천히 열리면서 벌어진 틈으로 남근이 파고들었다.

삽입 속도를 조절하느라 허공에서 버티는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렸다. 렌티아가 눈가를 찡그렸다.

“흐으…….”

이렇게 푹 젖은 상태로도 결합이 버겁다니, 이 남자의 무식하게 큰 물건이 새삼스레 감탄스러웠다. 경악에 가까운 감탄이었다.

드디어 그녀가 완전히 주저앉자 단단한 기둥은 거의 끝까지 들어왔다. 움찔거리며 조여드는 속살을 느끼고 키르타는 눈을 부릅떴다.

“흐윽.”

피차 호흡이 버거울 정도로 강렬한 쾌락이었다. 렌티아는 잠시 움직이지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었다.

그 떨림마저 키르타에게는 지진 같은 자극이었기에, 그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흐읏……!”

키르타가 손목이 묶인 채로 골반을 거칠게 튕기자 렌티아의 몸이 위로 쑥 솟았다가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그녀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키르타의 아랫배를 짚고 헐떡였다.

“하응, 읏……. 아아, 앙!”

키르타가 다시 허리를 진동했다. 렌티아는 돌처럼 딱딱한 키르타의 복부에 기댄 채 겨우 앉은 자세를 유지했다.

안쪽을 퍽퍽 박는 동작에 따라 몸이 흠칫흠칫 흔들렸다.

“아아, 흣, 키르타, 잠깐, 앉아 있기 힘들, 아앙!”

“앉아 있기 힘드시면.”

키르타가 헉헉대며 팔을 잡아당겼다. 그가 힘을 주자 손목에 감겨 있던 얄팍한 비단은 종이처럼 끊어졌다.

“누워 계시면 되는데.”

“하으!”

키르타가 단숨에 렌티아의 허리를 잡고 자세를 뒤집자 그녀의 등이 침대에 닿았다.

키르타는 그녀의 골반을 양손으로 감싼 채 짐승 같은 숨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였다.

“흐윽, 읏, 자, 잠깐! 하응, 천천히……!”

“죄송합니다, 렌티아. 하지만 계속 애원하세요.”

아까 아내가 했던 말을 얄밉게 따라 하며 키르타는 계속해서 몸을 들이박았다. 젖은 허벅지가 쉴 새 없어 마찰하며 철썩철썩 물소리가 났다.

“아, 흣, 제발, 좀, 키르타, 아아……!”

쿵! 몸이 둘로 쪼개지는 듯한 충격과 함께 허리가 높게 휘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렌티아는 아찔한 절정을 맞이했고, 키르타도 엄청난 양의 흔적을 쏟은 뒤 긴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흐, 윽…….”

난폭한 쾌락의 여파에 렌티아는 힘없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키르타는 그녀를 아직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큼직한 손으로 그녀의 몸을 가뿐히 뒤집었고, 그녀의 허리를 당겨 엉덩이를 들어 올린 뒤 그 밑에 자신의 기둥을 맞췄다.

“아, 흣, 잠깐, 아! 아앙, 흐, 읏!”

또다시 짓쳐들어오는 강렬한 자극에 렌티아는 눈을 홉뜨고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부르짖을 동안 키르타는 거침없이 허리를 움직였고, 한쪽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그러쥐었다.

“으응, 흣! 아아, 앙…….”

렌티아는 양손으로 침대를 짚고 이불에 뺨을 눌린 채 끊임없이 흐느꼈다.

멈추라고 빌고 싶었으나 그럴 겨를이 없었고, 휘몰아치는 성감으로 이성이 마비되어 제대로 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키르타는 심장이 터질 듯이 호흡하며 그녀와 거듭 허리를 부딪치고 탐스러운 푸딩처럼 손안에 담긴 가슴을 과감하게 희롱했다.

키르타는 반대쪽 손을 렌티아의 허리 밑으로 내려 동그랗게 솟은 또 하나의 정점을 쥐고 빠르게 문질렀다.

탱글탱글한 구슬을 지그시 꼬집자 렌티아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아, 제발, 더는 못 하겠, 흐읏!”

키르타가 허리를 힘껏 추어올리자 렌티아의 몸도 번쩍 들렸다.

또다시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느낌에 렌티아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갈라진 숨을 뱉었다.

“아, 아…….”

키르타는 천천히 빠져나왔다. 방금 물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한 듯 온몸이 반짝거렸다.

키르타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땀으로 뒤덮인 아내의 몸을 조심스레 뒤집었다.

“애원하는 건 잘 들었습니다, 렌티아.”

“흑, 키르타, 이 나쁜…….”

“죄송합니다. 제가 성격이 너무 급해서 천천히 가는 건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밤이 길다면 그만큼 더 많이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굳이 긴긴밤을 채우려고 느긋하게 갈 필요 없이.”

“그대, 진짜… 이 짐승 같은…….”

“사람 같지도 않은 놈이라서 죄송합니다, 렌티아. 하지만 적어도 저를 자극한 책임은 져 주세요.”

키르타는 전혀 죄송하지 않은 표정으로 느물거렸고, 렌티아는 그를 노려보면서도 도무지 얼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전신이 물먹은 솜처럼 늘어졌다.

“그나저나, 묶여서 하는 게 생각보다 재밌군요. 다음번에는 당신을 묶어 봐도 될까요? 제가 최고의 쾌락을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안 돼요, 매번… 묶을 때마다 이렇게 할 거라면…….”

“묶이는 것과 묶는 건 또 다르지 않겠습니까? 아직은 둘 중 하나만 해 봐서 모르겠군요. 나중에 묶는 것도 해 보고 나서 완전한 감상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키르타는 내리 싱글대며 침대 옆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곳에는 아까 그가 아무렇게 끊어 내던진 비단 리본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쩌면, 지금 당장 완전한 감상을 알려 드릴 수도 있을 것 같군요.”

그의 눈매가 곱게 휘었다. 렌티아는 저 해말간 미소가 기가 막혀서 자그맣게 탄식했다.

“당신이 허락만 하신다면.”

“…내가 앓아눕는 꼴을 기어이 보고 싶은 건가요?”

“설마요. 저는 당신의 고통을 바란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얌전히 허락을 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능글맞게 시치미를 떼며 짐짓 무해한 얼굴로 렌티아에게 비단 끈을 내밀었다. 그를 잠시 노려보던 렌티아는 끝내 한숨지었다.

“알겠어요, 그럼. 묶어 봐요.”

내가 어쩌다 이렇게 남에게 휘둘리는 성격이 됐을까.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는 여전히 칼 같으면서 오직 키르타 한정으로만 하염없이 물러지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감사합니다, 렌티아.”

렌티아의 다소 뜨악한 표정과 반대로 키르타는 여전히 선물을 약속받은 소년처럼 웃고 있었다.

렌티아가 그에게 양손을 내밀자 키르타는 그녀의 손목에 정성스레 비단을 감았다.

“이번에는 너무 힘들게 하지 않겠습니다.”

“아까는 알고 힘들게 했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여전히 하나도 죄송하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렌티아는 굳이 그를 나무랄 의지가 없었다. 대신 그녀는 손목을 가볍게 죄는 부드러운 비단의 감촉에 집중했다.

‘이거 생각보다… 떨리는데.’

렌티아는 무심결에 마른침을 삼켰다.

키르타가 조심스레 묶은 매듭은 너무 느슨해서 손을 몇 번 툭툭 털면 바로 흘러내릴 정도였다.

그런데도 단지 포박의 존재만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느낌이었다.

키르타가 렌티아의 손목을 그녀의 머리 위로 밀어 올렸다.

그 별것도 아닌 동작에 렌티아의 심장 박동이 서서히 빨라졌다. 아까 이미 실컷 젖었던 아랫도리가 다시 수축하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어떻습니까?”

“…잘 모르겠어요.”

“글쎄요. 좀 더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을 텐데.”

렌티아가 짐짓 시큰둥하게 중얼대자 키르타는 그녀를 이미 꿰뚫어 본 듯 짓궂게 웃었다.

그가 그녀의 손목을 한 손에 모아 쥔 채로 반대쪽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감쌌다.

“지금은요? 지금도 잘 모르시겠습니까?”

“하, 읏.”

그는 엄지로 그녀의 유두를 지그시 문지르며 나머지 손가락으로 말캉한 살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렌티아의 입술 틈으로 신음이 샜다. 허리 밑에는 서서히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주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흐응……!”

“부디 좋으면 좋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당신이 좋아하는 게 좋답니다.”

키르타는 앙큼한 손놀림을 이어 가며 아내에게 입을 맞췄다.

렌티아는 두 손목과 한쪽 가슴을 남편에게 붙들린 채 입술과 숨마저 삼켜졌다. 다디단 구속이었다.

“하아…….”

좋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사람치고 키르타는 렌티아에게 제대로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한참 진득하게 혀를 섞고 나자 둘 다 숨이 차서 대화가 어려웠다.

키르타는 말 대신 다른 방식의 의사소통을 택했다.

그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 아내의 타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입술로 매끄러운 목을 눌렀다. 그가 혀를 내밀자 렌티아는 전율했다.

“하응! 아! 앗……!”

키르타는 렌티아를 사탕처럼 핥았다.

맥박이 뛰는 부위를 지그시 압박하다가 유려한 목선을 훑으며 내려가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잘록한 부분을 잘근거리고 도드라진 쇄골에 키스했다.

“흐으, 키르타…….”

그녀가 허리를 달싹이며 그를 보챘다. 키르타는 사랑스럽게 울먹이는 아내를 더욱 만족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제 그녀의 가슴까지 내려간 키르타는 아까 자신이 희롱하던 젖꼭지를 입에 머금고 포도알을 굴리듯 음란하게 자극했다.

그동안 그는 그녀의 반대쪽 가슴을 감싸고 능숙하게 주물렀다.

렌티아의 호흡이 가빠졌다.

키르타가 입술에서 시작해서 목과 가슴, 달아오른 배꼽을 지나 마침내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에 다다르자 렌티아는 흥분 어린 기대감으로 벌써 속살을 마구 조였다.

그러나 키르타는 아직 그녀의 음부에 입술을 파묻고 포식을 즐기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녀의 불두덩을 부드럽게 애무한 뒤 허벅지로 내려와 볼록한 무릎에 입을 맞췄다.

매끈한 정강이와 가느다란 발목, 마침내 성자를 숭배하는 겸허한 신도처럼 그녀의 발등에까지 입을 맞추고 나서야 키르타는 다시 위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