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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결혼은 다정한 원수와-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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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벳

52화

“워, 워.”

마침내 옷 밑으로 땀이 흐를 즈음에 렌티아는 능숙하게 고삐를 당겨 말을 제어했다. 그녀를 태운 온순한 암말은 주인의 뜻에 고분고분 따랐다.

“수고했어, 이드란.”

렌티아는 흡족한 눈빛으로 이드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재작년에 유목민의 왕에 의해 황후에게 선물로 바쳐진 아름다운 짐승은 친근하게 콧김을 내뿜었다.

렌티아는 시종의 도움을 받아 말에서 내렸다. 옆에서 키르타는 혼자 가뿐히 뛰어내렸다. 렌티아는 남편에게 혀를 차려다가 관두었다.

‘다치면 큰일이니 조심 좀 하라니까…….’

그가 기마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민족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저렇게 아찔한 높이에서 툭툭 뛰어내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조마조마한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르타는 소년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

“이제 좀 속이 뚫리십니까?”

“네, 실컷 달리니까 그나마 낫네요.”

“당신은 너무 유능해서 탈입니다. 조금만 덜 총명하거나 성실했다면 일을 더 쉬엄쉬엄할 수 있었을 텐데요.”

“지금 대놓고 악담하는 건가요? 황제인 내가 유능하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그래도 가끔은 서운합니다. 이 나라에 당신을 빼앗기는 느낌이에요.”

“참 나, 서운해할 게 따로 있지.”

렌티아는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어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것조차 익숙했다.

레케온의 흔한 가부장적 사내라면 절대 보이지 않을 솔직한 투정도, 남들이 보는 앞에서 이토록 스스럼없이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행위도.

물론 이 주변에는 황제와 대공을 모시는 아랫사람들뿐이었고, 뼛속까지 귀족이자 황족인 렌티아는 일개 고용인들의 눈치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어릴 적부터 지겹도록 배웠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가 도도한 황족이라 해도 궁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키르타가 허물없이 손을 뻗어 살을 맞댈 때면 별수 없이 당혹스러웠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었다. 이제는 이런 일이 하도 많다 보니 익숙했다.

만약 그녀가 여전히 루이크 레케온의 아내였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었다.

황족의 품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첫 번째 남편은 그녀와 닿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뭐, 나도 굳이 그자와 닿고 싶지는 않았어.’

그저 모든 게 의무였을 뿐이었다. 이를 악무는 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했던.

‘…이미 죽은 사람을 생각해서 뭐 해.’

이제는 언짢은 기억으로만 남은 과거의 망령을 구태여 곱씹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엔 현재의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그러지 않아도 넘쳐나게 바쁜데.’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랑하는 사람과 꿈꿔야 할 미래가 많아서 그립지도 않은 망자에게 할애할 시간과 정신은 없었다.

그녀는 다시 현재의 남편에게 집중했다. 무표정한 위엄으로 신하들을 대하는 그녀의 얼굴에 지금은 한껏 부드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이제 좀 앉아서 쉴까요?”

“좋습니다.”

궁인들은 주군을 위해 적당한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간단한 다과를 차렸다. 목을 축일 수 있는 시원한 음료와 요깃거리가 준비되었다.

“진즉 말을 타러 나올 걸 그랬습니다. 이렇게나 좋아하시는 걸 보니.”

“그동안 바빴잖아요. 날씨가 이제야 풀리기도 했고. 아무리 내가 승마를 좋아해도 찬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취미는 없답니다.”

렌티아는 우아하게 차를 마시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가 냉차를 삼키고 잔을 내려놓자 키르타가 과자를 하나 집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자, 입 벌려 보세요.”

이것도 이제는 익숙해진 일 중 하나였다. 사실상 적응보다는 체념에 가깝기도 했다.

렌티아는 결혼 2년째인 남편이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말랑말랑한 연인처럼 그녀에게 직접 과자를 먹여 주는 걸 감내해야 했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사실 아직도 쑥스럽단 말이야.’

명치끝이 간지러웠다. 아랫배가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느낌이기도 했다.

남편이 직접 입에 넣어 준 과자를 오물거리며 렌티아는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키르타는 아내를 보며 쌩긋 웃었다.

이런 상황에조차 황족의 품위를 지키려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그녀는 그의 눈에 근엄한 토끼처럼 귀여워 보이기만 했다.

‘볼 씰룩거리는 것 봐. 사랑스러워.’

오직 키르타라서 가능한 생각이었다.

주변에서 시중드는 궁인들은 감히 황제를 상대로 귀엽다느니 사랑스럽다느니, 그런 망발을 떠올리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황제는 황제일 뿐이었다.

오늘 대공의 호위를 맡은 아사카 혼자 지금 주군의 머릿속에 어떤 어이없는 감상이 가득한지 짐작하고 내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가여우신 키르타 님. 어쩌다 사람이 저렇게 팔불출이 되었을까.’

저 냉엄한 황제 폐하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하다니, 눈이 삐었나? 폐하가 객관적으로 미인이신 건 사실이니 아름답다고 여긴다면 모를까, 귀엽다는 생각은 좀…….

‘귀여운 걸로 따지자면 사실 베리타가 훨씬…….’

아사카는 무심코 거기까지 떠올렸다가 흠칫하며 또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남을 팔불출이라고 욕할 때가 아니군.’

냉엄한 황제를 보고 사랑스러운 토끼를 대하듯 부드러워지는 키르타나, 무뚝뚝한 호위 기사를 보고 복슬복슬한 다람쥐를 연상하는 아사카나 사실 상태는 비슷했다.

현재 이곳에 베리타는 없었다.

베리타와 아사카가 교제 사실을 밝힌 이후로 렌티아는 일부러 두 사람의 호위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키르타와 합의했다.

두 사람이 일과 중에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당연한 처사였으므로 베리타도 아사카도 불만은 없었다.

다만, 예전에 일을 핑계로 거의 종일 붙어 지내던 나날이 아쉽기는 했다.

‘그래도 괜찮아. 이따 환궁하면 만날 수 있으니까.’

윗사람의 통제는 일과 중에만 국한되었다.

궁에서 기사들끼리 연애를 금하는 규칙은 없었으므로, 둘 다 호위 업무가 없고 여가가 겹칠 때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사카는 이따 황제와 대공의 나들이가 끝나면 황궁으로 돌아가 베리타를 만나는 걸 상상했다.

남들 앞에서는 주로 무표정인 그녀가 저를 보며 미소 짓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와 손을 맞잡고, 깍지를 끼고, 머리를 맞댄 채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마침내 입술을 열어 숨을 섞다가 둘만 있을 수 있는 은밀한 구석에 숨어드는 걸 상상했다.

거기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의 손이 그녀의 옷 밑을 파고들어 부드러운 가슴을 움켜쥘 때 그녀는 어떤 식으로 신음할까.

상상이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자 아사카는 목이 탔다.

“이제 좀 걸어 다닐까요?”

“다과는 충분히 드신 겁니까?”

“네, 이제 배부르네요.”

황제와 대공의 대화를 듣고 아사카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그새 발갛게 달아오른 안색이 부디 따사로운 봄볕의 여파로 보이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렌티아와 키르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궁인들이 와서 돗자리를 치웠다.

부부는 천천히 풀밭을 걷기 시작했다. 아사카를 비롯한 호위대가 조용히 뒤따랐다.

“대공, 요즘도 고향이 그리운가요?”

“아예 그립지 않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닙니다.”

“…미안하게 생각해요. 그대는 나와 결혼하기 위해 익숙한 곳을 떠나야 했으니까.”

“폐하께서 미안해하실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결혼은 나라 간의 동맹이었잖아요? 게다가 제가 먼저 제안한 혼인입니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키르타는 진심으로 조금의 원망도 없이 빙그레 웃었다. 그러나 렌티아는 여전히 심란했다.

“맞아요, 처음에는 그저 동맹이고 거래였죠. 그때는 하나도 미안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그대를 아끼지 않았으니까.”

렌티아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처음 혼담이 오갔을 때만 해도 모든 게 냉정한 정치적 거래였다는 걸 둘 다 모르지 않으니 굳이 쉬쉬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이제 그대는 단순히 내 거래 대상이 아니에요. 우리의 결혼은 단순한 동맹 이상이고요. 그래서 이제야 미안해진 거예요.”

다만, 그저 새 남편이 필요해서 키르타의 청혼을 받아들였던 과거와 달리 렌티아는 이제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와 함께 꾸린 이 가정을 존중했다.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 약혼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각자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하는 관계였죠. 그때는 그게 당연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당시 유목민의 왕 키르타는 제국의 황족과 혼약을 통해 양국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기꺼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 포기했다.

그때 냉정하고 이성적인 렌티아는 이를 상당히 합리적인 거래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대공. 언젠가 그대와 함께 그대의 고향에 같이 가 보고 싶어요.”

렌티아가 진지하게 고백했다.

지금 그녀는 차갑고 차분한 이성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가 아닌, 오직 남편을 사랑하고 그의 고향을 궁금해하는 한 사람으로 그를 마주했다.

“굳이 미룰 필요도 없겠네요. 어차피 곧 전국 순회를 떠나야 하니 그때 그대의 고향도 경로에 포함하면 되겠어요.”

“그 먼 곳까지 직접 가시겠다고요? 고작 제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작이라니. 내 남편이자 이 나라의 대공인 그대가 나고 자란 곳을 궁금해하는 게 그런 단어로 비하할 만한 일인가요?”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닙니다. 아니지만…….”

렌티아가 눈살을 찌푸리자 키르타는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 그는 퍽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여기서 초원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멉니다, 폐하. 수도를 너무 오래 비우고 싶지 않아서 순회 일정도 최대한 빠듯하게 잡은 걸로 아는데, 동북부까지 들르려 하시면 너무 지체될까 봐 걱정입니다.”

“일정이 빠듯한 건 사실이지만, 수교하고 나서 한 번도 동북부에 가 보지 않았잖아요. 어차피 우방국의 황제로서 한 번쯤은 들러야 마땅해요. 마침 전국 순회도 있으니 겸사겸사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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