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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결혼은 다정한 원수와-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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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벳

51화

‘설마 별로였으면 어떡하지?’

단순히 자존심이 아닌 그의 명예가 걸린 일이었다.

아내든 연인이든 마음에 담은 여자가 있다면 최고의 쾌락을 선사하는 게 마땅한 초원 출신의 사내로서, 아사카는 조마조마하게 베리타의 반응을 살폈다.

베리타는 땀에 젖은 얼굴로 아사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직 숨이 차서 말을 꺼내는 게 힘들어 보였다. 아사카는 발을 동동 구르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해요.”

“네? 뭐라고요?”

베리타가 작게 웅얼거리자 아사카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베리타는 붉게 익은 얼굴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결연하게 말했다.

“한 번 더 하자고요.”

“네?”

이번에 아사카는 잘 안 들려서가 아니라 당황해서 되물었다.

다시 보니 베리타는 방금 정사의 여파가 아닌 아직도 진행 중인 흥분으로 볼이 달아 있었다.

아사카의 입 안이 바싹 말랐다. 저 굶주린 홍조를 보는 것만으로도 다시 아랫배가 팽팽해지는 느낌이었다.

잠시 늘어졌던 남근이 도로 당당하게 솟았고, 그걸 본 베리타의 홍조가 한결 짙어졌다.

“…그럼 이번에는 뒤돌아 보세요. 벽을 짚고 기대면 서 있기 더 편할 겁니다.”

아사카가 속닥거렸다. 베리타는 곧장 몸을 돌려 양손으로 벽을 짚었다. 아사카는 거세게 날뛰는 욕구를 조절하며 그녀의 등에 가슴을 포갰다.

“흣.”

아사카가 베리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자 그녀가 흠칫 떨었다.

아사카는 여린 살을 쓱 핥고 가볍게 깨물어 자국을 남긴 뒤 발긋해진 부위를 쪽 빨아들였다.

“흐응……. 읏…….”

베리타가 끙끙거렸다. 아사카는 그녀의 목에서 입술을 떼고 귀 쪽으로 향했다.

통통한 귓불을 입에 머금고 장난스럽게 빨자 베리타가 촉촉한 탄성을 터트렸다.

“아……!”

동시에 다리 사이에서 왈칵 물이 터졌다.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점도 높은 액체를 느끼며 베리타는 기대감과 흥분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경, 어서, 흣……. 어서 넣어요…….”

그녀가 거칠어진 저음으로 재촉했다. 이미 간당간당하게 버티고 있던 아사카의 이성을 완전히 끊어 버리기 충분한 말이었다.

아사카의 손이 다시 그녀의 치마 밑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퍽 능숙하게 음부를 매만지자 첫 번째 절정으로 눅진눅진하게 녹은 입구가 느껴졌다.

아사카는 베리타의 손등에 손바닥을 포개며 양손으로 깍지를 끼듯 벽을 짚었다.

숯덩이처럼 뜨거운 기둥을 세우고 엉덩이 밑을 천천히 파고들자 남근과 여체가 또 한 번 빠듯하게 결합했다.

“하, 읏! 흐으……!”

베리타는 질끈 감았던 눈을 부릅뜨고 생리적인 충격으로 입술을 떨었다.

아까와 다른 각도로 몸에 꽂힌 돌덩이 같은 부위는 첫 번째 결합 때 닿지 못했던 곳까지 푹 찌르며 들어왔고, 이번에 폭발한 쾌락은 생경해서 더욱 강렬했다.

“아흐, 흣! 아아, 좀, 더…….”

베리타는 다시 눈을 꼭 감고 본인이 뭐라고 말하는지도 모르는 채 흐느끼듯 애원했다.

정욕이 그녀의 입을 조종했다. 맨정신이었다면 절대 입에 담지 않았을 간청이었다.

“좀 더 세게, 흑……. 더 세게 박아 주세요…….”

그 울음 섞인 속삭임이 아사카를 더욱 미치게 했다. 그는 최대한 상대방을 배려해 자제하려던 것도 잊고 짐승처럼 눈을 빛내며 허리를 힘껏 추어올렸다.

“아, 흣!”

거푸 교성이 터졌다. 베리타는 벽에 뺨과 가슴이 눌린 채 바들바들 떨었다.

아사카는 힘 빠진 그녀의 손이 아래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 주며 골반을 재차 세게 치켰다.

이미 한참 전에 스타킹을 흠뻑 적신 애액이 이제는 발목까지 흘러내렸다.

연인과 몸을 맞댄 채 위아래로 거칠게 흔들리며 베리타는 오늘 입은 속옷에 대해 어렴풋이 조의를 표했다.

“아아……!”

“큿.”

마침내 남자가 두 번째로 빠져나오자 그의 거대한 성기에 막혀 있던 물이 후드득 떨어져 치마를 적셨다.

베리타는 주저앉을 듯 흐느적거렸고, 아사카는 그녀를 양팔로 잽싸게 받쳤다.

“하아…….”

“괜찮습니까?”

“서 있기도 힘들어요…….”

“이런.”

“하지만 기분은, 후우, 정말 좋아요.”

“만족했다니 다행입니다.”

아사카가 활짝 웃었다. 그는 비틀거리는 베리타를 종이 인형처럼 가뿐히 안아 창턱에 조심스레 앉혔다.

아사카는 다시 바지를 올리고 흐트러진 차림새를 최대한 정돈했다. 베리타는 숨을 헐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지치지도 않나요? 멀쩡히 잘 서 있네요.”

“저도 지금 힘듭니다. 티가 잘 안 나나 보군요.”

“재수 없어…….”

“네?”

“혼잣말입니다.”

사실 혼잣말이라기엔 너무 크게 들렸지만, 아사카는 연인의 자존심을 위해 못 들은 척해 주기로 했다.

옷 정돈을 마친 그가 웃으며 그녀와 눈을 맞췄다.

“이제 연회장에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다른 사람들과 춤도 추고 그래야 하는데, 제가 너무 무리시켰나 봅니다. 죄송해요.”

“설마 제가 이 상태로 연회장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나요? 가서 황제 폐하께 대신 말씀드려 주세요. 중간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일찍 귀가했다고 한다면 이해해 주실 겁니다.”

“뭐야, 저 혼자 연회장으로 돌아가라고요? 당신 없이?”

“당신은 멀쩡하잖아요. 지금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건 저 하나뿐인 것 같은데요.”

베리타는 자신과 똑같이 일을 치르고도 비교적 쌩쌩한 연인에게 시기 어린 눈빛을 보냈다.

아사카는 혼자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잠시 침울해졌다가, 곧 다시 눈을 빛내며 베리타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겠습니다. 대신 한 가지 부탁만 들어주세요.”

“어떤 부탁이요?”

“이름으로 부르게 해 주십시오. 베리타라고 부르게 해 주세요.”

“그게 다예요?”

“음, 아니요. 사실 하나 더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도 말해 봐요.”

“당신도 저를 이름으로 불러 주십시오.”

한 명이 전쟁터로 떠나기 전에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아서 미래를 그리는 일조차 두려워 삼가던 그들이, 이제는 자유롭게 몸을 섞고 마음을 나누며 서로에게 이름을 허락했다.

“아사카.”

베리타는 주저 없이 화답했다. 기꺼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이보다 더한 것도 얼마든지 내줄 수 있었다.

“베리타.”

그 역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음절 하나하나가 달았고, 매 글자가 소중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제국의 모든 것에 대한 불만을 품고 레케온 사람들은 이름도 참 이상하다며 괜히 툴툴거리곤 했는데, 그런 앙금은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 의미를 잃고 흐려졌다.

두 사람은 다시 입을 맞췄다.

연회장에서 그들의 부재를 알아채고 의문을 느낄 친구들과 동료들은 안중에도 없이, 앞으로 견고하게 이어질 둘만의 달콤한 세계에서.

남은 건 정말로 행복뿐이었다.

* * *

여름이 지나자 가을이 왔고, 이후 겨울이 찾아왔다가 어느새 또 봄이 돌아왔다.

재작년의 이민족 침략과 작년의 내전 후로 나라는 차차 안정을 되찾았고, 사람들은 이제 혼란이 아닌 희망을 기대했다.

목이 잘린 폐황제보다 훨씬 훌륭한 일 처리로 신하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는 렌티아는 조만간 제국의 식민지를 하나둘씩 자치령으로 전환하는 법령을 고려하고 있었다.

‘중앙에서 모든 걸 통제하고 관리하기엔 땅덩이가 너무 커. 애초에 정복 전쟁은 욕심이었어. 처음에야 당장 식민지의 부를 긁어모을 수 있으니 이득이 컸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리 비용만 늘어날 거야.’

렌티아의 개인적인 양심의 문제이기도 했다.

고국의 찬란한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품은 그녀는 그 문화를 뒷받침하는 부가 침략과 착취에서 왔다는 사실이 못내 부끄러웠다.

그 어떤 양심의 가책이나 괴로움 없이 떳떳하게 고국을 자랑스러워하려면 먼저 선조가 저지른 죄악부터 수습하는 게 옳았다.

침략자의 후대로서 선대의 죄를 갚고 나면 훗날 황제로서 눈감을 때 훨씬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그런 소소하고 사사로운 욕심이 있었다.

현재 렌티아의 계획을 아는 사람은 대공인 키르타와 부모인 파올린 공작 내외, 그리고 몇몇 소수 측근에 불과했다.

‘계획을 공표하면 난리가 나겠지.’

아무리 득실을 계산했을 때 식민지를 놓아 주는 게 장기적으로는 낫다 해도 당장 인구와 영토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발할 사람은 많았다.

어차피 정치란 게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니 렌티아는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꿋꿋이 나아가기로 했다.

그러다 자신이 혹시라도 도를 넘어 폭군에 가까워지게 된다면, 부디 제가 믿고 아끼는 신하들이 자신을 바로잡아 주기를 바라며.

이토록 공사로 바쁜 와중에도 렌티아는 틈틈이 짬을 내어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어린 아세르는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고, 키르타와는 날마다 더욱 금실이 좋아졌다.

매일같이 집무실과 회의실만 오가다가 모처럼 쉬게 된 어느 봄날, 렌티아는 키르타와 함께 말을 데리고 황궁 근처 승마장으로 갔다.

“이랴!”

황궁 사유지인 수도 외곽의 넓은 들판은 철마다 사냥터로 쓰이는 숲과 이어져 있었다.

렌티아가 이 도시에서 공작가 저택과 황궁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평소에 얼음이나 대리석 조각상처럼 상당히 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황제치고는 퍽 동적인 취미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렌티아가 여가에 승마를 즐긴다고 들을 때마다 보통 놀라곤 했다.

그러나 오히려 평소에 그토록 정적인 황제라서 쉴 때만이라도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걸 즐기는 걸지도 모른다.

사람이 늘 그렇게 석고상 같을 수만은 없는 법이니.

키르타도 승마를 좋아했다. 그의 고향에서는 아이들이 걸음마를 떼는 순간부터 말과 친해지는 법을 배우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도 뭔가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건 다를 법도 한데, 다행히도 키르타는 승마를 단순히 잘할 뿐만 아니라 좋아하기까지 했기에 렌티아와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었다.

부부는 함께 말을 몰아 들판을 여러 번 가로질렀다.

속도를 높일수록 바람이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는 강도도 높아졌지만, 퍽 온화한 봄철 날씨였기에 춥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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