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결혼은 다정한 원수와-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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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제가 더한 것도 드릴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아사카가 헐떡이며 소곤댔다. 입술에 들러붙은 반짝이는 타액이 가느다란 실처럼 두 사람을 연결했다. 둘 다 방금 전력 질주라도 한 듯 호흡이 가빴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베리타는 아사카의 목에 감고 있던 팔을 풀고 그의 머리를 말없이 아래로 밀었다. 명백하고 노골적인 허락이었다.
아사카가 씩 웃었다. 그는 베리타와 눈을 맞춘 채 서서히 몸을 낮추며 그녀가 민 것보다 훨씬 아래로 내려갔다.
아사카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치맛자락을 걷었다.
검술로 단련된 단단한 손이 속치마 안쪽으로 들어와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자 베리타는 반사적으로 숨을 삼켰다.
“흡.”
삼켰던 숨은 다시 미약한 신음으로 흘러나왔다. 베리타는 무심결에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입술을 누르는 손도, 남자에게 붙들린 허벅지도 야릇한 긴장감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하아…….”
아사카는 베리타의 가터벨트 부근을 매만지며 벌써 쾌락으로 신음했다.
연미복 바지에 짓눌린 아랫도리가 답답했다. 당장에라도 희뿌연 액체가 쏟아질 것처럼 하복부가 뻐근했다.
“브리넬 경.”
그가 문득 고개를 들고 베리타를 올려다보았다. 베리타는 새빨개진 얼굴로 그를 맞바라보았다.
하얗게 드러난 허벅지 사이에서 짓궂게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은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벌써 젖었네요.”
그가 즐겁게 속닥거렸다. 그가 어둑하게 물든 베리타의 속옷 위를 문지르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저도 모르게 다시 신음이 샜다.
“아흣.”
살면서 여러 번 상상은 해 봤지만, 실제로 이런 소리를 내며 이런 감촉을 느끼는 건 처음이었다.
해가 바뀌어 금년 나이 스물한 살, 아직 동정인 그녀는 이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다.
아사카는 뜨겁게 일렁이는 시선을 다시 베리타의 다리 틈에 고정했다.
그가 혀를 내밀어 속옷 위를 핥자 얇은 천 너머로 느껴지는 눅진한 감촉에 베리타는 흠칫 떨었다.
“흐읏.”
그녀는 본인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그사이 아사카는 내리 혀를 음탕하게 율동했다.
그가 입술을 모아 천과 살을 한 모금 빨아들이자 베리타는 밑을 왈칵 적시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아……. 읏.”
만약 그녀가 단련된 검사가 아니었다면 진즉 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잘 잡힌 근육으로 간신히 버텼고, 온몸을 파들파들 떨면서도 꼿꼿이 선 자세로 사내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두덩에서 입술을 뗀 아사카가 속옷 밑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느릿한 동작으로 보들보들한 속살을 쓸자 손가락에 끈적한 액이 달라붙었다.
“서 있기 힘드십니까?”
“…조금.”
“자리를 바꾸는 게 좋겠군요.”
아사카는 여전히 베리타의 다리 사이에 손을 둔 채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안아 들었다.
베리타는 반사적으로 양팔을 그의 목에 감고 허리에 다리를 둘러 스스로 지탱했다.
“흐으.”
그런 자세로 매달리자 몸이 밀착하면서 남자의 손이 여자의 음부를 꾹 눌렀다.
베리타는 본인이 듣기에도 민망한 소리를 내며 그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냥 이 자세로 할까요? 되게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지금 당신 몸에서 물이 아주 줄줄 흐르고 있거든요.”
“리카르 경…….”
“농담입니다. 최대한 당신이 편한 자세로 해야죠.”
아사카는 능글맞게 웃으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는 베리타를 의자처럼 오목하게 들어간 창턱에 앉히고 휘장을 쳐서 공간을 차단했다. 어두운 복도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앉아서 하면 더 편하겠죠? 휘장도 쳤으니까 보일 위험도 없고.”
“소리만, 흣, 참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글쎄요, 그게 꽤 어렵긴 하겠네요.”
아사카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기울여 베리타와 입을 맞췄다.
그사이 한쪽 손은 그녀의 속살을 부지런히 자극했고, 반대쪽 손은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하응, 읏……. 아아!”
아사카가 비좁은 통로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베리타는 화들짝 놀라며 입술을 뗐다. 아사카는 곧장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픕니까?”
“아뇨, 그냥, 흣, 놀라서…….”
“확실히 좀 좁기는 하군요. 너무 힘들면 말씀해 주세요.”
“하앙…….”
느릿하게 휘젓는 동작이 낯설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있는 줄도 몰랐던 성감대가 불꽃놀이처럼 펑펑 튀며 민감하게 요동쳤다.
발끝까지 힘이 들어가 발가락이 저절로 오그라드는 바람에 그럭저럭 편하게 신고 있던 구두가 참을 수 없이 답답해졌다.
부푼 가슴을 짓누르는 드레스와 달아오른 배를 압박하는 코르셋도 마찬가지였다.
전부 벗어 던지고 완전한 나신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거추장스러운 가림막도 없이 창조된 모습 그대로 연인을 마주하고 싶었다.
그래도 그의 손이 그녀를 만져 주는 게 좋았다.
야회복은 쓸데없이 걸리적거렸고 지금 그들이 있는 궁색한 공간은 편안함과 거리가 멀었지만, 이런 순간에마저 행복했다.
아사카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키스했다.
베리타는 숨이 차 기절할 것 같은 와중에도 저를 파고드는 뜨거운 혀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열렬하게 숨을 섞었다.
그동안 아사카의 손은 그녀의 음부를 내리 알맞게 자극했고, 불긋하게 솟은 정점과 꿀이 고인 균열을 번갈아 애무하며 아찔한 쾌락을 선사했다.
마침내 그녀의 몸이 충분히 열렸다고 생각되자 아사카는 천천히 손가락을 뺐다. 그가 베리타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정말 지금 넣어도 괜찮겠습니까? 원하신다면 나중에, 더 제대로 된 장소에서…….”
“이미 석 달간 당신을 기다렸어요. 괜찮으니까 계속해요.”
베리타가 숨을 헐떡이며 단호하게 재촉했다. 잠시 망설이던 아사카의 눈빛이 다시 욕망으로 짙게 물들었다.
그가 천천히 허리띠를 풀었다. 바지 끈을 끄르고 속옷을 내리는 내내 그는 베리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마침내 돌기둥을 연상시키는 어마어마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내자 베리타는 충격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사카는 다시 망설였다.
“혹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면…….”
“저는 괜찮다니까요?”
베리타는 반쯤은 오기로 우겼다. 지금 아랫배가 울렁이고 심장이 쾅쾅 뛰는 게 흥분과 기대감 때문이지, 공포에 가까운 긴장 때문인지 헷갈렸다.
아사카는 굳이 더 설득을 시도하지 않았다.
만약 베리타가 멈추라고 했다면 멈췄겠지만, 그녀가 괜찮다고 하는데 억지로 더 인내할 만큼 이성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나도 더는 힘들어. 진짜 쌀 것 같다고…….’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할 그의 진심이었다. 아까 그녀를 만지며 열이 너무 쌓인 터라 어떻게든 풀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아사카가 다시 베리타를 안아 들었다. 그는 한 팔로 베리타의 엉덩이를 받치고 반대쪽 팔로 그녀의 등을 감싸 단단히 지탱했다.
베리타는 창턱에서 쭉 미끄러지는 감각에 움찔하며 반사적으로 아사카의 어깨를 안았다.
그녀가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으며 치마가 흘러내렸고, 자연스레 허벅지가 벌어졌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아사카가 거칠게 속삭였다. 그의 더운 숨이 귓가를 간질이자 베리타는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 곧 밑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눈을 홉떴다.
“아, 흣! 흐으!”
아사카가 베리타의 엉덩이를 천천히 내리자 꼿꼿하게 부푼 남근이 거의 수직으로 그녀를 가르며 들어왔다.
아까 전희로 적신 입구가 불덩이 같은 살을 오물오물 삼켰고, 남자는 기둥이 반쯤 들어갔을 때 얼굴을 찡그리며 멈췄다.
“흐윽.”
지독한 쾌락이자 고통이었다.
자신을 빈틈없이 품은 채 움찔거리며 달라붙는 속살의 쫀득한 감촉이 미치도록 좋았고, 동시에 자신이 그녀를 부서트리게 될까 봐 두려웠다.
오로지 짐승의 본능대로만 움직였다면 이 마른 몸이 부서지든 말든 팽팽해진 성기를 끝까지 쑤셔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들어간 남근의 절반도 겨우겨우 삼킨 여체가 찢어질까 봐 이도 저도 못 하고 그렇게 박혀 있어야만 했다.
“왜, 흐읏, 왜 더 안 들어와요?”
“이게 최선입니다. 여기까지밖에 못 들어갈 것 같아요. 당신 안이 너무 좁아서…….”
“저는, 흐응, 괜찮은데……. 좀만 더, 아, 좀 더 깊이 들어오면…….”
“그러다 진짜 큰일 납니다.”
아사카는 진지하게 대꾸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의 성기는 베리타의 안쪽에서 끊임없이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다.
아까 이미 다 커진 줄 알았는데, 여인의 뜨겁고 부드러운 안쪽에 파묻히자 지금까지의 흥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탐욕스럽게 부피를 키웠다.
아사카는 허리를 조심스레 움직였다.
베리타를 단단히 끌어안은 채 골반을 위아래로 물결치듯 흔들자 베리타는 거푸 신음을 터트리며 엉덩이를 흠칫거렸다.
“하응, 앗, 아아! 흐으, 으응……!”
“하아, 읏.”
물기 어린 교성이 아사카의 귀를 감미롭게 적셨다. 그는 허기진 짐승처럼 거친 숨을 터트리며 베리타의 몸을 상하로 튕겼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뺨을 타고 턱까지 흘러내렸다.
‘미치겠다. 기분 좋아. 좋아서 죽을 것 같아.’
남들 앞에서는 항상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견고하고 무심한 그림자처럼 주군을 지키는 베리타 브리넬.
그런 그녀가 오로지 자신의 품에서 이토록 무방비 상태로 흐트러진다는 게, 이토록 달고 연약하게 녹아내리며 다양한 표정을 보이고 색다른 신음을 흘린다는 게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아사카는 베리타의 등을 벽에 지그시 누른 채 계속 하체를 역동했다.
그럴수록 움직임이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그새 더 젖은 건지 두툼한 남근은 어느새 거의 끝까지 들어갔다.
“하응, 읏, 아아……!”
소리를 참아 보겠다고 한 게 무색하도록 베리타는 거의 목이 쉬도록 부르짖었다. 얕은 절정이 지나가자 아사카는 헐떡이며 진동을 그쳤다.
“허억, 후……. 괜찮아요?”
“…네.”
“그냥 괜찮고 끝? 엄청나게 황홀하지는 않고요?”
아사카는 어느새 능청맞은 태도로 돌아와 반쯤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진지하게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