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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말고 어머님R-1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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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벳

〈 176화 〉 175화. 해결(4)

* * *

위니랑은 해결이 된 것 같은데, 베라 누나가 문제다. 하…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도 안잡히네.

감도 안잡혔던 건 위니도 마찬가지였지만, 위니의 경우에는 운이 좋았달까. 모니카가 생각보다 쉽게 기회를 줬고, 위니가 그걸 잘 잡아서 모니카의 마음이 풀렸지만. 베라 누나한테까지 그런 요행이 따를까…. 사람의 마음을 요행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변덕?

하지만, 지금 내가 고민해봤자 크게 의미 있는 건 아니었다. 아까 아침에 들은 출정 소식 때문에, 아래에 지시를 내리고 이것저것 바빴으니까. 집안에 문제가 터졌는데 제대로 수습도 못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걸렸지만, 내가 가지 않으면 저기는 정말 문자 그대로 ‘터질’ 수 있는 곳이라 어쩔 수 없다.

“내가 어떻게든 해봐야겠구나….”

오전 오후 내내 돌아다니며 아랫것들을 좀 갈구고, 준비시키며 돌아다니고. 내 할 거 다 하니 베라 누나가 나를 마중하러 나온 것이다. 원래는 바쁘지 않으면 여성 세 명이 전부 나와서 배웅해주고는 했는데. 음… 두 명은 안 보이네.

“아무튼, 다녀올게요 누나.”

“일이 이렇게 많은데, 이번에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하하….”

정신적으로 좀 피곤한 일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몸은 쉬었으면 그걸로 된거지 뭐. 전장에서는 목욕이나 침대 같은 건 생각하기도 힘드니까 말이다.

“그런데 얘는 정말 안 나와 본대니?”

“…뭐 괜찮아요. 제가 잘못한 거니까.”

좀 슬프긴 하지만, 전부 내 업보인 걸 어쩌겠는가. 괜히 모니카 옆에서 풀어주겠다고 치근덕대다가 더 짜증을 낼 테니까. 차라리 이렇게 일이 생겨서 나가게 된 게 다행일 수도 있다. 갔다오면 모니카의 화가 좀 잦아들었으면 좋겠네. 저번에 메이플 시럽을 좋아했으니까, 달달한 걸 사다주면 좋아하려나.

“모니카야 그렇다 쳐도, 위니는….”

“저희 왔어요…. 하아, 하아. 아, 안 늦었다….”

위니가 모니카의 손을 꼭 잡고 나타났다. 아니, 꼭 잡았다는 표현보다는… 위니가 모니카를 끌고 온 느낌이다. 순순히 손을 내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끌고 왔으려나… 지금도 모니카는 내 쪽을 한 번 흘겨보고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크흠, 다녀올게 여보.”

“….”

대답을 재촉하기도 좀 그렇고.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느라, 좀 기다리기도 힘드네. 그래도 한 마디는 듣고 가야 할 것 같아, 모니카를 계속 기다렸다.

쿡­ 쿡­

“아, 왜.”

옆에서 모니카의 옆구리를 계속 찌르던 위니도, 모니카가 완강히 거부. 그러자 위니는 아예 작전을 바꿔, 직접 베라 누나를 데리고 저 코너 너머로 사라졌다. 들어오고 나가는 이를 배웅하고 맞이하는, 성의 현관이라 할 수 있는 널찍한 복도에는 나와 모니카 둘만 남았다.

“여보.”

“…왜.”

팔짱을 끼고, 여전히 옆으로 선 채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그녀. 둘이 있으니 그래도 대답은 해주네. 눈을 마주치기 위해 주위를 돌아도 자꾸 시선을 피해서, 두 손을 붙잡고 바로 앞에서 말했다.

“다녀올게.”

“…무슨 말을 바라는거야.”

“에이, 알면서.”

내 손길을 털어내려는 모니카지만, 쉽게 놔줄 수는 없지. 물론 모니카가 아프지는 않게, 하지만 쉽게 놓치지도 않을 정도의 악력으로 그녀를 붙잡고 대답을 기다렸다. 이리저리 피하던 그녀도, 결국 내 손을 놓는 건 포기한 모니카가 말했다.

“무사히 다녀오라고? 그런 건 아까 엄마가 해줬을 거 아니야.”

“그래도 여보한테 받는 거랑 장모님한테 듣는 거랑은 다르지.”

“장모님은 무슨. 나보다 엄마를 더 좋아하면서….”

…아니, 그런 거에 우열을 두지는 않는데…. 베라 누나를 먼저 좋아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셋 다 좋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누굴 더 좋아하고 덜 좋아하고 그런 건 없어. 정말로.

“그런 거 아니야….”

“정말로? 그러면 내가 더 좋아?”

으음, 그런데 여기서 오랜만에 나와 눈을 마주쳐준 모니카의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기는 좀 힘들다. 저 눈빛 앞에서 당당하게, ‘나는 너희 어머니랑 너랑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어, 음…. 베라 누나는 잠깐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해 줄거야. 응.

“좋지.”

“진짜? 그럼 내가 앞으로 우리 엄마 만나지 말라고 하면 안 만날 수 있어?”

“…어? 그, 그러….”

딱­

“으허억.”

“대답이 늦어.”

손이 왜 이렇게 매워.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사고가 정지한 사이, 재빨리 팔을 빼낸 모니카에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았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다치지 말라고 해봤자 그게 무슨 소용이야. 이번에도 그렇게 다쳐 놓고서.”

“이 정도는, 침만 바르면 낫지….”

어깨 다친 걸 말하는 건가? 아이, 진짜. 그걸 못 피해가지고. 별것도 아닌 것들이 남긴 상처 때문에 계속 한 소리씩 듣네. 죽기 전에 한 번은 긁어 보겠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거 참.

“허세부리지 말고. 하긴, 그게 다 부인한테 못되게 굴어서 천벌 받은 거야.”

천벌이 이 정도면 맞을만 한데. 그럼 앞으로 몇 명을 더… 크흠, 크흠. 아니야. 그래도 아까보다는 태도가 부드러워진 모니카가 나름 배웅 인사를 해줬다.

“그래, 뭐. 다녀오던가. 가서 또 다른 여자 만나고.”

“안 그런다니까.”

“갑자기 야만인 여자 하나 데려와도 뭐, 크게 놀라지는 않을게.”

“아니, 진짜….”

아무리 내가 여자가 없어도, 설마 야만인이랑 그런 걸 하려고. 암.

“아무튼, 딴짓 하지 말고 다녀와. 예정보다 하루씩 늦어질 때마다… 내가 무슨 생각할지 알지?”

“에이, 절대 그럴 일 없어.”

갑자기 일이 더 터지거나 하는 거 아니면, 내가 늦은 적이 없는데. 일찍 끝내면 일찍 끝내지, 할 일을 뒤로 미루는 성격은 아니라서 말이다.

“…조용히 하고 다녀오기나 해.”

“돌아오면 침실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고 하면. 그러면 갈게.”

“…당신 하는 거 봐서.”

“알았어. 올 때 맛있는 거 사올게.”

뒤에서 모니카가 자기를 어린애 취급하는 거냐고, 뭐라뭐라 하는 게 들렸지만 도망치듯 성을 빠져나왔다. 문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다 살짝 졸던 존슨을 데리고 빠르게 집합장소로 향했다. 북쪽에 달달한 게 뭐가 있더라.

그렇게 금세 목적지에 도착해. 성벽 위에 올라 진을 친 놈들을 바라봤다.

“이 썩을 놈의 날씨는 도저히 풀릴 생각을 안하네.”

겨울도 꽤나 많이 지나가고 봄이 가까워져 오는데, 아직도 바람은 살을 에듯 시리다. 내가 말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던 존슨이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러다 정말 얼어죽는 병사가 나오는 건 아닌지….”

“야만인 놈들은 꽤나 많이 그랬을 거다.”

우리는 방어하는 입장이라 동상은 걸려도 얼어죽을때까지 내버려 두지는 않을 수 있지만, 밖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저놈들은… 글쎄. 칼 맞아 뒤지는 놈들보다 적지는 않을 거 같은데. 아무리 추위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놈들이라 해도, 겨울바람을 생으로 뒤집어쓰는 건 또 다른 얘기니까.

그래서 원래 저 놈들을 상대할 때는 성문을 걸어잠그고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길 바라는 게 제일인데. 그게 안 될 정도로 부실한 곳이 많아서, 내가 저놈들보다 급해지는 게 문제지.

그래도 여기, 다니엘 영지는 상태가 괜찮은 편이었… 편이었었다. 내가 부수지만 않았으면 말이지. 부실하고 얇은 성문과 한쪽이 무너진 성벽을 볼 때마다, 에닉슨 남작을 잡으러 왔을 때 좀만 힘 조절을 할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저… 근데 말입니다.”

“응?”

갑자기 존슨 놈이 진지한 얼굴로, 내게 귓속말을 하려는 자세로 다가왔다. 왜? 무슨 일이야?

“썩을 놈의 날씨라고 하시는 건, 기사의 품위에 좀….”

“에라이, 이 새끼야.”

퍽­

“왜, 왜 그러십니까.”

“내가 니랑 같냐? 새끼가 빠져가지고….”

쪼잔한 놈.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나한테 써먹는거야? 이걸 버릇이 없다 해야할지. 이런 버릇은 천성인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오, 이 새끼를 확… 하면서 생각하다가도, 존슨이 죽었던 걸 생각하면 좀 잘해줘야지 싶다가도 이런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다시 싹 사라지고….

“꼬우면 니가 기사 해.”

“…아닙니다.”

그렇게 존슨을 한 번 갈구고 나니, 이 위에 더 이상 올라와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오늘 아침에 한 번 간단하게 쓸어 줬더니, 딱히 저 놈들이 움직일 거 같지도 않고. 이번에는 다른 곳은 소식이 없고, 여기만 박살내겠다는 의지인지 떼거지로 몰려 왔던데….

“아유, 그럼 난 먼저 들어간다.”

“예, 먼저 쉬십시오.”

머릿수가 얼마가 됐든, 한꺼번에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 무슨 꿍꿍이인지. 뭘 기다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머릿수를 줄인다는 생각으로 체력을 아끼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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