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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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재회
* * *
서울 마포.
동물복지 비영리단체. POA(Protect Our Animal) 본사.
“8개월째 꾸준히….”
모금사업 본부장의 눈썹 사이에 주름이 잔뜩 잡혔다.
“정말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저번 달엔 1억 7천만 원 겨우 넘겼어요. 기부금 2억 밑으로 떨어져 보긴 처음입니다.”
홍보, 미디어, 이벤트 기획 등 다섯 개의 팀을 포함한 모금사업 본부가 다닥다닥 모여 앉은 대회의실.
마흔 명 가까이 되는 직원들이 회의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나,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꾸욱 입을 다문 채 침묵을 지키는 중이었다.
“물론 후원금 액수가 매달 줄어드는 게 여러분 탓은 아니지만…. 쇄신하겠다, 지출 세부내용 공개하겠다, 이런 보도 자료나 뿌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아 하는 말입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이대로 가다가는….”
열변을 토하던 본부장이 크흠, 목을 가다듬는 시늉을 하며 문장 끝을 흐렸다.
아무리 그래도 ‘망한다’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한 듯하여 뒷말을 생략하긴 했지만, 착잡하게 가라앉은 목소리 톤까지는 숨길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비영리단체라고 해도 직원들 월급은 줘 가면서 일 시켜야 할 거 아닙니까, 가뜩이나 연봉도 박한데…. 여기 무보수로 일할 사람 손 한번 들어 봐요 어디.”
“…….”
행여 오해를 살까, 다들 어깨의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후우, 곳곳에서 새어 나오는 한숨 릴레이. 딸깍, 딸깍, 초조함이 묻어나는 볼펜 소리.
회의장 안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뜨거운 가슴, 불타는 사명감으로 면접을 보러 왔던 그 시절이 대체 언제 적인지….
연간 후원금이 100억 원 이상 모이는 굵직한 NGO나 NPO 단체라면 모를까. 넉넉지 않은 모금액으로 복지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는 것도 모자라, 기부자 관리에 미디어 홍보, 인건비, 사무비, 건물 임대비까지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 매번 곤두박질치는 후원금 액수에 바짝바짝 피가 마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
“광고에 좀 더 힘을 줘 보는 게 어떨지…. 뻔하긴 해도 다친 동물들이나 유기견 사진들은 동정심 유발 효과가 늘 좋으니까요.”
미디어팀 직원 하나가 쭈뼛쭈뼛 의견을 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시기가 별로 좋지 않아요. 최근 빈곤 포르노그래피 기사 한차례 터졌잖습니까? 모금 경쟁 때문에 일부러 더 잔인하고 불쌍한 장면들 연출해서 올리는 거 아니냐, 요즘 대중들 반감이 부쩍 심해져서….”
“맞아요. 그리고 아직 우린 몸 사릴 시기란 거 그새 잊었습니까? 다른 단체들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민감한 이슈들은 되도록이면 피해갑시다. 자칫했다가는 또 욕먹을 수 있으니.”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POA의 실적은 국내 비영리단체 순위 중 꽤 높은 축에 속해 있었다. 특히나 불법으로 동물을 사육하여 경매에 넘기는 악덕 업체들의 실태가 언론에 공개된 직후에는 5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후원금이 모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 전,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안하무인 무개념 직원 하나가 유흥업소를 들락거리며 법인 카드를 멋대로 긁어댔던 것.
투명성이 생명인 이 바닥에서 동물복지에 힘써야 할 단체가 후원금 횡령이라니. 잘못을 저지른 직원에게 퇴사 조치를 내리긴 했지만, 이미 더럽혀진 POA의 이미지는 썩을 대로 썩어빠진 NGO로 낙인찍히며 급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연예인 몇 명만 섭외돼도 참 좋을 텐데요. 요즘 동물 좋아하는 셀럽들 많잖습니까? 우리 회사 조끼 입고 봉사하는 사진 몇 장만 SNS에 올려주면….”
“그런 이벤트는 저기 저 후원금 몇백억씩 쏟아지는 아동복지 쪽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우리가 딱히 유명한 단체도 아닌 데다가, POA 이름으로 뉴스 검색해 봐도 후원금 가로챘네, 뒤통수를 쳤네, 안 좋은 기사만 줄줄이 나오니….”
“꼭 연예인일 필요는 없잖아요. 예술가들 중에 동물애호가 누구 없나…. 그림도 좋고, 음악도 좋고, 수익 기증 조건으로 자선 콘서트나 전시회 진행해보면 어떨까요?”
“배분 본부 쪽에서 절대 오케이 안 해줄걸. 홀 대관부터 공연 준비까지 우리가 도맡아 진행해야 할 텐데, 결국 다 돈이야 돈.”
“…그렇죠. 돈이 문제죠 결국.”
두 시간 넘도록 몇십 명이 머리를 맞대고 있어봤자 나아지는 건 없었다. 인심 좋고 지갑 넉넉한 기부자가 회의실 문 앞에 거액의 후원금을 툭, 던져놓고 간다면 또 모를까.
“제 친구가 스튜디오K 소속이긴 한데….”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여직원 하나가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입을 열었다.
“뭐? 스튜디오K?”
“네. 저희랑 콜라보 가능한지 한번 알아볼까요? 하루짜리 소소한 전시회라도….”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테이블 우측에서 세 번째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이벤트 기획팀 윤채원 대리.
“스튜디오K, 거기 엄청 유명한 곳이잖아. 최근에 그 아이돌 누구냐, 블랙 뭐시기… 걔네 화보집 찍은 곳 맞지?”
“블랙아웃이요, 팀장님.”
“그래 그 눈 밑 시커멓게 칠한 남자애들 일곱 명 말야. 우리 딸내미가 그놈들만 나오면 아주 환장을 해서 내가 잘 알거든. 근데 윤 대리 친구가 스튜디오K에서 근무한다고? 사무직? 아님 포토그래퍼? 친한 친구야? 이런 난처한 일 부탁해도 괜찮을 정도로?”
대답할 틈도 없이 속사포로 쏟아지는 박 팀장의 질문들.
“윤 대리, 말 괜히 꺼낸 거 아냐? 팀장님 엄청 기대하는 눈빛인데 어쩔 거야.”
옆에 앉은 최 대리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채원의 팔을 쿡 찔렀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그쪽 대표 허락 없인 불가능할 텐데.”
“그러게요. 아무리 규모를 작게 한다 해도 사진 찍어 전시회 여는 게 어디 간단한 일입니까? 게다가 수익 일부도 아니고 전액 기부, 누가 그걸 달가워하겠어. 거기 대표가 윤 대리 지인이라면 또 모를까….”
“아, 그 사람이 맞긴 한데요…. 오케이 해줄지 여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구석에서 들려오는 채원의 음성에 박 팀장의 눈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자, 잠깐만, 맞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 맞다니…. 자세히 좀 말해 봐. 그니까 윤 대리 친구가 설마 그 스튜디오K….”
“스튜디오K 대표, 강승재 감독이요.”
짧은 정적 이후, 급속도로 술렁이는 회의실. 본부장과 팀장을 포함한 직원들의 표정에 비로소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정말이야? 아니 왜 지금까지 얘기 안 했어? 그런 친구 아무나 두는 게 아닌데…. 나 같았으면 벌써 열두 번도 더 자랑했겠네.”
웬만해서는 본인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 놓은 적이 없었기에, 일한 지 몇 년이 되었어도 동료들은 채원의 사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야무지게 일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이런 보석 같은 인맥을 숨겨두고 있을 줄이야.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친해졌어요? 분야도 전혀 다른데…. 혹시 동창이에요? 고등학교? 아님 대학교?”
“대학교 때 만나긴 했는데, 그렇다고 같은 학교를 다닌 건 아니고요….”
“그럼 그쪽 감독이랑 윤 대리님이랑 동갑인 거예요? 젊은 나이에 완전 성공했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도 쓸어 담고… 부럽다, 부러워.”
“강 감독이 저보다 세 살 위예요. 미국에 있을 때 알게 된 사이라 어쩌다 보니 친구로 묶이긴 했지만….”
채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곳곳에서 호들갑이 터졌다.
“우와, 대충 친한 게 아니라 완전 친한가 봐요. 그럼 연예인 화보 촬영 있을 때 우리 단체로 견학 가고 막 그래도 되나?”
“글쎄요, 그건 물어봐야 알 수 있….”
“중·고딩도 아니고, 명분이 있어야 견학을 가지. 김 대리 뒤늦게 진로 탐색이라도 하려고 그래?”
“방황하는 삼십 대가 어디 한둘입니까? 전 오 년째 적성 고민 중입니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싶고….”
“동물복지를 위해 태어났다고 하지 않았어? 평생 고기도 안 먹겠다고, 그렇게 말해서 면접 붙은 걸로 알고 있는데.”
“과장님도 참…. 다른 서류 싹 광탈하고 달랑 여기 하나 남았는데 그럼, 무슨 말이든 못했겠습니까.”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귓등 너머로 흘러내렸다. 채원은 손톱으로 메모장 한 귀퉁이를 쭉 찢어가며 하얀 테이블 위에 자잘한 쓰레기를 만들고 있었다.
내가 왜 그 이름을 말해버렸을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연락이 끊긴 지 벌써 9년이다.
이젠 친구도 뭣도 아닌 주제에.
“…윤 대리. 이봐요, 윤채원 대리!”
“아, 네! 팀장님.”
“허허 참,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벌써 머릿속으로 기획안 짜고 있는 건가?”
박 팀장의 부름에 채원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벤트 기획팀 전원, 오늘 자동 야근 확정이네. 그래도 기분 좋은 일 하는 거니까 너무 짜증들 내지 말고, 그럴싸한 기획안 하나 만들어 봅시다. 아, 윤 대리, 그 전에 스튜디오K 미팅 날짜부터 픽스해 놓고.”
“네, 알겠습니다.”
“아무리 친구여도 그런 부탁 하려면 상당히 신경 쓰일 텐데, 윤 대리 덕에 숨통 좀 트이겠어. 월 모금액 3억 선만 회복해 준다면야…. 총대 메줘서 고마워요.”
“아,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본부장의 이례적인 칭찬에 채원의 광대가 힘겹게 올라붙었다.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상사의 얼굴 앞에서,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흰소리가 튀어나왔네요, 사죄하며 했던 말을 번복할 자신은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진행해보겠습니다.”
채원은 직원들의 점심시간을 망치지 않기 위해 말을 아꼈다. 한번 쏟아낸 단어들은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일.
친구는커녕,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 옛 남자 친구에게 뜬금포로 협업 제안이라니.
이후의 고민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 * *
채원은 속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동료들과의 점심을 마다하고 사내 의무실을 찾았다.
“혼자 누워 있어도 괜찮죠? 온열 매트 켜놨으니까 한숨 눈 붙여요. 문은 잠그고 갈게요.”
“네. 아, 그리고 혹시… 반창고나 드레싱 밴드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어디 다치셨어요? 소독 필요하신 거면 제가….”
“종이에 살짝 베여서요. 제가 해도 되니까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식사를 하고 오겠다며 양해를 구한 간호사는, 채원에게 밴드와 연고 등이 담긴 구급함을 건네준 후 곧 자리를 떴다. 채원은 간호사의 부재가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던 차에 알맞게 자리를 비워주시니 오히려 고마운 생각마저 들었다.
“후우….”
회의시간 내내 참았던 한숨이 이제야 터져 나온다. 평소에도 생각을 많이 하고 결정을 내리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대책 없이 일을 저질렀던 적은 없었는데.
손목에 나달거리는 반창고를 새로 교체한 채원은 하얀 시트와 담요를 차례로 덮고 베드 위에 가만히 몸을 눕혔다. 포근한 담요에서는 향긋한 섬유유연제 향이 났다. 경직된 머릿속이 조금씩 이완되는 느낌. 채원은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았다.
2년 전, 한국에 들어와 스튜디오를 차렸다는 그의 소문을 건너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먼저 연락해 볼 엄두가 나질 않아 번호조차 묻지 못했던 채원이었다. 이따금씩 생각이 날 때면 그저 정혁을 통해 강승재의 소식을 슬쩍 묻는 것이 다였다.
‘잘 지낸대? 스튜디오 차렸다며. 일은 잘되고?’
그마저도 두루뭉술하게 에두른 질문이 전부였다.
여자 친구는, 결혼은 했어? 내 얘기 가끔이라도 안 물어봐?
정말로 궁금한 속 안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눌러 삼킨 채.
‘어, 잘 지내지 뭐.’
‘일도 잘하고 있고.’
배려가 지나친 건지 아님 무관심인지. 정혁은 채원의 물음을 그대로 되받아 답할 뿐, 강승재의 근황을 단 한 번도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았다. 남의 사생활을 함부로 입 밖에 올리는 성격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뚜, 뚜….
채원은 베개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에 귀를 대고 지루한 통화 연결음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지금은 가타부타 구시렁거릴 군번이 아니었다. 아쉬운 대로 기대볼 만한 상대.
「여보세요?」
강승재로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
“난데, 많이 바빠?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해?”
「어, 괜찮아. 웬일이야?」
“응, 저기 내가 좀 급해서 그러는데… 오늘 저녁에 시간 돼?”
「오늘?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왜….」
“시간 되냐고 글쎄. 잠깐이면 돼. 한 시간, 아니 30분도 안 걸려.”
채원은 다짜고짜 정혁을 닦달했다. 채원이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어야 할 마지막 지푸라기. JH 류정혁 대표였다.
* * *
삼성역, 카페 제인.
1층 창가석에 자리를 잡은 채원은 집요한 눈동자로 창밖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입도 대지 않은 테이블 위 아메리카노는 미적지근하게 식어갔다. 자릿값 대신 시켰을 뿐 딱히 카페인이 당기진 않았다. 커피나 홍차가 아니더라도 이미 그녀의 심장은 충분히 두근거리고 있었으니까.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미간에 주름을 몇 줄 더 얹으며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려는 순간, 저 멀리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 역시 눈썹 사이가 심히 찌푸려진 상태였다. 채원은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짜증 날 만도 하겠지. 다짜고짜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어 버렸으니.
「오늘은 좀 곤란한데, 업무가 밀려서….」
“회사 대표가 업무 밀릴 게 뭐가 있어! 직원들 대충 시키고 나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직원들 할 일이 따로 있고, 내가 할 일이 따로 있….」
“너 바쁜 거 충분히 아니까 시간 많이 안 뺏을게. 내가 니 회사 근처로 가면 되잖아. 삼성역 카페 제인, 7시. 잊지 말고 나와. 알겠지?”
「야, 윤채원! 잠깐만….」
까칠한 상대에겐 적당한 무례함이 때로는 효과적인 법. 일방적인 통보 후, 뚝, 전화를 끊어버린 채원은 이어지는 정혁의 불만 섞인 문자 메시지를 가볍게 씹어 넘겼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 뚜렷한 주관. 돌려 말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화법.
비슷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두 사람이었으나 죽이 잘 맞긴커녕 툭하면 서로 티격태격하기 일쑤였다. 뭐, 그래도 이런 공기를 유지하며 십 년 가까이 무탈하게 지내온 것을 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인 건가 싶기도 하고.
잔뜩 열 오른 묵직한 비프 패티와 맵고 강한 생양파 사이에서, 부드러운 치즈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사람은 언제나 강승재였다.
술을 마시다 말고 어느 나라 맥주가 더 맛있네, 무슨 브랜드가 더 낫네, 엉뚱한 접전으로 힘을 뺄 때면 감자튀김 하나씩을 조용히 입에 물려주기도 하고, 헤비스모커였던 정혁을 겨냥한 채원의 독설이 일정 선 이상을 넘어갈 때쯤엔, 어김없이 또 승재가 끼어들어 화제를 바꿔놓곤 했다.
그는 언제나 밝고 온화하고 유쾌했다. 매서운 겨울밤보단, 햇빛 쨍한 한여름의 낮과 더 닮아있는 그런 남자.
가난한 유학생 주제에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그는 입가에 항상 미소를 달고 살았다. 강승재의 그런 면은 채원에게 위안과 상실감을 동시에 안겨주곤 했다.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성격에 대한 동경과 끌림. 그를 닮고 싶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밝고 온화하고 유쾌한 것처럼 무리수를 두어 오래도록 연기를 하였을 뿐.
승재는 그녀를 사랑했고, 채원은 그의 곁을 떠났다. 이십 대 초반의 어린 나이였음을 감안한다 치더라도, 그것은 아주 무례하고 일방적인 이별이었다.
“바쁜 사람 왜 오라 가라 하는데?”
이마에 송골송골 땀을 매단 채 들어온 정혁이 퉁명스러운 톤으로 기척을 냈다.
자칫 늘어질 뻔한 상념을 단칼에 끊어주는 녀석. 능력 좋아, 돈 많아, 얼굴 잘생겨, 참 완벽한데 말야.
“모난 성격만 빼면….”
“뭐?”
“아냐, 아무것도.”
“30분 줄게. 용건만 간단히.”
정혁은 휴대폰 시계 알람을 보란 듯이 맞춰놓고 채원을 재촉했다. 자투리 시간이라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인물이다.
“암튼 빈말이란 걸 모르지. 몇 개월 만에 얼굴 봤음, 그동안 잘 지냈냐, 한마디 물어볼 법도 한데 참.”
“잘 지냈어?”
“됐거든?”
생파리 쏘듯 내지르는 채원의 대꾸에 정혁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목소리 들으니 윤채원 신변에는 이상 없는 것 같고. 나도 보다시피 잘 지내고…. 충분하잖아, 이 정도면.”
“누가 니 와이프 될지 진짜 불쌍하다. 넌 그냥 여자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쭈욱 혼자 살아라. 일 중독도 그 정도면 중증이야 중증.”
“싸울 시간 없다니까 그러네. 뭔데 이렇게 뜸을 들여? 혹시 돈 필요해?”
“왜? 필요하다 그럼, 꿔주게?”
“얼마면 되는데? 계좌 불러 봐.”
성격이 급한 건지, 인심이 좋은 건지, 아님 그냥 돈이 많은 건지…. 류정혁은 당장이라도 현금을 쏴줄 기세였다.
“아주 원빈 나셨어. 돈 문제 아냐, 걱정 마.”
채원이 엷게 웃으며 커피 한 모금을 넘겼다. 답지 않게 흔들리는 눈빛, 한 톤 낮아진 목소리. 돈 문제가 아니라면 이유는 하나뿐일 것이다.
“그, 강승재… 말인데….”
끝난 지 오래였으나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 윤채원의 거스러미, 강승재.
“직접 연락하면 왠지 안 만나줄 거 같아서….”
“내가 대신 그놈 설득할 자신도 없는데.”
“아니, 사적인 감정 남아서 부탁하는 건 절대 아니고, 일 때문에… 회사 상황이 요즘 좀 그렇거든.”
“너 NGO 소속 아니었어? 강승재랑 업무적으로 엮일 게 있나?”
“자선 행사 콜라보 제안해보려고 기획 중이야. 스튜디오K 정도면 브랜드 인지도도 높고, 평판도 괜찮고….”
정혁은 채원의 설명을 잠자코 듣고 있을 뿐 말이 없었다.
“왜, 아이디어 영 그래? 사실 모금액이 많이 줄어서 최대한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 생판 모르는 남보단 그래도 친구 도움받는 게 더 나을 것….”
“강승재가 니 친구야?”
“어?”
예상치 못한 정혁의 물음에 채원이 머뭇거렸다.
“뭔데, 갑자기 오빠 행세 하려고? 너희 둘 다 서른네 살씩 잡수신 건 알겠는데요, 그럴 거였음 진작 한국식으로 서열 정리 했었어야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나이 묻는 거 아니잖아 지금.”
띠링, 그의 말과 동시에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소득도 없이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느릿한 동작으로 알람을 끈 정혁은, 시선을 올려 차분히 채원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너랑 강승재, 생판 모르는 남보다 못한 사이 아니냐고.”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일침에 채원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게….”
“헤어졌으면 끝인 거지, 친구는 무슨.”
친구 아니란 거 잘 알지. 알아, 알지만….
정혁은 머뭇거리는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고 곧바로 말을 이었다.
“승재 한국 와서 스튜디오 낸 지 벌써 2년이야. 서로 생각 있었으면 벌써 만났겠지. 너도 일부러 피한 거 아냐? 지금껏 폰 번호도 모르고 살던 껄끄러운 상대한테 왜 갑자기 일을 맡기겠다 떼를 쓰는지 이해가 잘 안 가서 하는 소리야.”
“와, 반박 불가…. 대표 자리 몇 년 하더니 논리가 더 정연해졌네 그새.”
“윤채원.”
정혁이 웃음기 없이 그녀를 불렀다. 농담으로 어물쩍 넘길 대화 상대가 아니었다.
“너 바빠서 얼른 가봐야 한다며? 잔소리 그만하고 빠른 시일 내로 스튜디오K 미팅 시간이나 잡아줘. 내가 직접 하긴 좀 그렇잖아. 거절당하면 곤란하단 말야.”
“정말 회사 때문에 무리수 두는 거면 내가 적당한 다른 업체 알아봐 줄게. 모델 에이전시 쪽도 몇 군데 알고 있고, 연예기획사도….”
“스튜디오K로 해줘. 내 이름은 입도 벙끗하지 말고.”
“이유라도 알자. 갑자기 왜 이러는지.”
계속되는 무리한 요구에 화르륵 열이 오를 때쯤,
“제발….”
생소한 단어가 채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냥 좀 해주라. 응?”
그녀가 처음으로 하는 부탁.
“나 강승재 꼭 만나야겠어. 이젠… 한계라고.”
그 절박한 목소리를, 정혁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다.
* * *
[이번 주 금요일, 오후 2시. 스튜디오K 건물 8층. 담당자 번호 보내줄 테니까 자세한 건 따로 물어봐.]
하여간 일 처리 하나는 기가 막히다니까. 부탁한 지 하루 만에 답이 올 줄이야.
[암튼 빨라 류정혁. 아, 내 이름은 안 말했지?]
[POA 이벤트 기획팀에서 간다고만 해뒀어. 더 이상 나 개입시키진 마라. 강승재 욕 들어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 아프니까.]
까칠한 어투는 여전했지만 속까지 차가운 녀석은 아니었다. 본인 회사 챙기기도 바빴을 텐데, 이렇게 일사천리로 미팅을 잡아준 걸 보면.
[고마워. 내가 조만간 술 한번 살게.]
어떻게 한 주를 보냈는지, 정혁의 연락을 받은 이후로는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윤 대리, 결국 성공시켰다며? 대단해. 이벤트 기획팀에서 큰일 해줬다고, 본부장님이 회의 중에 몇 번이나 언급하셨대. 우리 팀장님 어깨 뽕 제대로, 빡! 윤 대리 덕에 회사 다닐 맛 난다 요즘.”
김 과장이 싱글싱글 광대를 올리며 채원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번갈아 내쉬던 직원들의 한숨 소리가 몰라보게 줄어든 건 사실이었으나, 마냥 기뻐하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계약서 쓰기 전까진 마음 놓으면 안 되죠.”
“사람 재미없긴. 이럴 땐 호들갑 좀 떨어줘도 괜찮은 거라고. 그쪽 감독이랑 윤 대리, 서로 친한 사이라며. 설마 딴소리하겠어?”
“친하다기보단…. 어쨌든 첫 미팅 끝나봐야 알 거 같아요. 너무 급하게 잡은 약속이라 서로 조율할 부분도 많고.”
“미팅 오늘이랬지?”
“네. 이제 슬슬 나가 보려구요.”
“내가 다 떨리네. 정말 혼자 괜찮겠어? 팀장님이 자꾸 신입 한 명 붙여주라고 잔소리하시던데.”
“괜찮습니다. 제가 미팅 끝나면 바로 보고드릴게요.”
“그래. 얼른 나가서 점심이라도 든든히 먹고 가.”
김 과장의 극진한 배웅을 받으며 채원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어깨에 둘러멘 숄더백 안에는 일주일간 공을 들인 기획안이 들어있었다. 잠잠하던 심장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미팅은 오후 2시,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0분.
밥 먹을 여유 따윈 없었다. 9년 만의 만남을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 * *
“드라이만 받으실 건가요?”
조물조물 머리를 감겨주던 어시스턴트가 채원에게 의례적인 대화를 건넸다.
점심 식사를 포기하고 방문한 헤어숍. 원래는 부드러운 컬 정도만 넣어볼 계획이었으나, 막상 거울을 보니 투톤으로 나누어진 지저분한 머리 색이 눈에 거슬렸다.
“뿌리염색도 같이 할까 하는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어요.”
“몇 시까지 나가셔야 하는데요?”
“적어도 한 시 전까지는….”
“아마 가능할 거예요. 제가 미리 전달해 놓을게요.”
가능하다는 직원의 말에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일주일 내내 기획안을 붙잡고 있느라 염색은커녕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사 입지 못한 그녀였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 냉장고에 넣어놨던 팩도 깜박하고 붙이지 못하였다. 망할 기억력….
“어디 중요한 약속 가시나 봐요?”
“네…. 업무상 미팅이 있어서요.”
“아, 그러시구나. 전 또 친구 결혼식 가시는 줄 알고…. 요즘에는 금요일 저녁에도 결혼식 많이들 하더라고요. 전에 오셨던 고객님 한 분은요, 토요일 애매한 시간보다 주중 밤 예식이 훨씬 낫다면서….”
직원의 재잘거림 소리가 아득히 멀어졌다. 채원은 형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찬찬히 그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피곤할 때마다 쌍꺼풀이 지던 서글서글한 눈매. 반듯하게 중심 잡힌 콧대와 혈색 좋은 입술. 군데군데 곱슬기가 섞여있는 강승재의 부드러운 머리칼.
참 신기하기도 하지. 얼굴을 안 본 지 9년째인데, 이렇게나 너의 모습이 선명할 수 있다니.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 아무래도,
‘미안해.’
사과부터 건네는 것이 순서일까.
‘나 사실 드라이 받고 오느라 점심 굶었거든. 일 끝나고 시간 되면 같이 밥이나 먹을래?’
차라리 노골적인 질문이 나을지도. 네 대답이 무엇이든 적당히 웃어넘기면 그만이니.
“고객님, 혹시 더 헹구고 싶은 곳 있으세요?”
“아뇨.”
“그럼 마무리해드릴게요.”
따뜻한 물줄기가 채원의 두피를 부드럽게 적셨다. 본 무대에 오르기 두 시간 전. 리허설 시간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 * *
“갑자기 NGO 미팅이라니, 무슨 소리야 그게?”
오후 스케줄을 하나씩 살피던 승재가 생뚱맞은 미팅 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주일간 해외 촬영을 다녀오느라 스튜디오 일정 관리를 조 실장에게 일임하였던 것은 맞지만,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회사 이름이, 하필이면 가장 바쁜 금요일 오후 2시에, 떡하니 끼어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POA가 무슨 단첸지 난 잘 알지도 못하는데…. 조 실장, 이거 아무래도 잘못 들어간 거 같아.”
“아, 그게….”
난감한 표정으로 얼마간 머뭇거리던 조 실장이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류 대표님 연락, 따로 받은 거 없으세요?”
“류 대표? 최근 일주일은 통화 못 했지. 나 홍콩 갔다 어제 돌아온 거 아마 알고 있을 거야.”
“이상하네. 분명 감독님 승낙받았다고 그러셨는데….”
“누가 내 승낙을 받아?”
“아니 류 대표님께서 급한 건이라고, POA 미팅 오늘 두 시로 꼭 넣어 달라, 여러 번 요청하셨거든요. 제가 화보 촬영 때문에 안 된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사전에 오케이 한 약속이라면서….”
이게 다 무슨 소린가 대체.
류정혁 이름을 사칭한 어떤 놈이 멋대로 일을 꾸민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승재는 조 실장의 구구절절한 해명이 의아하기만 했다.
“그니까 류 대표가 직접 전화를 했다는 거지? 비서 통해서도 아니고.”
“네.”
“JH그룹 류정혁 대표, 확실히 맞아?”
“확실하다니까요. 그동안 회의도 많이 했고, 또 지난달엔 류 대표님이 맥주까지 사주셨는데…. 감독님이 저랑 태훈이랑 한 잔씩들 하고 가라고 부르셨잖아요. 저는 술 사준 사람 얼굴은 절대 안 까먹습니다.”
“이상해서 그래. 나한테 말도 없이 멋대로 그럴 놈이 아니거든. 용건이 뭐래? 우리가 비영리단체랑 엮일 게 뭐가 있다고.”
“수익 전액 기부 조건으로 전시회를 제안하….”
“뭐? 전액 기부?”
승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조 실장의 말을 끊었다.
“네…. 물론 전시 기획은 그쪽 단체에서 해주겠죠 설마.”
“수익 전액을 어디에 기부하는데?”
“동물복지… 뭐라고 하던데, 거기까진 저도 잘….”
승재가 휴대폰 검색창에 POA를 입력하자, Protect Our Animal이라는 문구와 함께 홈페이지 링크창이 나타났다. 주소조차 없는 유령단체는 최소한 아닌 듯했다.
“후우, 전화는 또 왜 이렇게 안 받는 거야….”
답답한 마음에 정혁의 번호를 두세 번 눌러보았지만, 오후 회의에 참석한 모양인지 연락이 닿질 않는다. 대체 왜 이런 황당한 짓을 꾸몄는지 그 이유라도 먼저 듣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일은, 전혀 류정혁답지 않은 방식이었다.
“아직 촬영 끝나려면 한참 멀었는데.”
“일단 미팅부터 끝낸 다음, 나머지 이어서 가시죠. 그래도 메인 모델 컷은 오전에 다 끝내놨으니….”
“미팅 두 시라고?”
“네.”
“그쪽 직원은?”
“아마 도착했을 거예요. 일단 8층 사무실로 알려주긴 했는데….”
“미안하지만, 6층으로 장소 변경 좀 해줘.”
조 실장의 뒤를 따르던 승재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진 않았다.
“스튜디오로, 직접이요?”
조 실장이 승재의 요구사항을 한 번 더 되물었다. 메이크업 담당, 의상과 소품 담당, 촬영 보조 스태프만 하더라도 족히 열 명은 넘을 것이다. 게다가 크고 작은 복잡한 장비들까지. 오전부터 스트레이트로 화보 촬영이 진행 중인 6층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모델들 줄줄이 대기시켜 놓고 내가 자리 비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그래. 어차피 오늘은 길게 미팅할 생각 없으니까….”
“네. 방금 문자 보냈으니 곧 내려올 거예요. 여자 직원 달랑 혼자 온 것 같던데.”
“혼자?”
“네. 이벤트 기획팀 소속이라고…. 이건 그냥 제 생각인데요, 혹시 류 대표님이랑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는 분이라거나, 뭐 그런 건 아닐까요?”
“하하, 설마.”
조 실장의 어이없는 추리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류정혁 여자 없어. 그놈 까칠한 성격 맞춰줄 상대가 지구상에 존재하는지도 의문인 판에.”
“또 모를 일이죠.”
“여자 있는 놈이 주말마다 그렇게 나랑 술을 마셔? 절대로 아니라니까.”
별것 아닌 주제로 때아닌 설전을 벌이고 있는 승재의 뒤에서, 또각, 바닥을 딛는 하이힐의 마찰음이 미세하게 울렸다.
“아, 오셨네요. 갑자기 장소 변경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어서 들리는 조 실장의 목소리.
“아닙니다. 엘리베이터 있어서 편하게 내려왔어요.”
그리고 어쩐지 익숙한 여자의 음색.
“아, 여기 이분이 바로 저희 스튜디오K 대표, 강승재 감독님이십니다.”
조 실장이 승재를 또박또박 소개하였으나, 고개를 돌린 그는 한참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십니까, 강승재입니다.”
승재가 겨우 입을 떼어 이미 알고 있을 제 이름을 불필요하게 반복했을 때에도, 상대의 또렷한 눈동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네, 안녕하세요. POA 이벤트 기획팀, 윤채원이에요.”
그녀 역시 자연스러운 존댓말로 간략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적어도 류정혁 여자 문제는 아니었다. 그건 확실히 장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9년이 넘도록 답을 찾지 못한, 나의 오래된 난제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