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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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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벳

1권

프롤로그

* * *

정확히 9년 만이었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된 건.

“안녕하십니까, 강승재입니다.”

서로의 이름을 절대로 잊을 리 없었으나, 그는 마치 처음 만난 사람을 대하듯 깍듯한 어투로 자신을 소개했다.

“네, 안녕하세요. POA 이벤트 기획팀, 윤채원이에요.”

유치한 기 싸움을 벌일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나한테 왜 갑자기 존대를 하는 거냐 되묻기엔 주위에 보는 눈들이 많았고, 또 공적인 자리에서는 서로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도 있을 것 같아 문장의 끝을 높인 것뿐.

“보시다시피 촬영 중이라 스튜디오가 많이 분주합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시간을 못 맞춘 저희 쪽 잘못이죠.”

“자세한 안내는 여기 조 실장이 맡아서 해줄 겁니다. 그밖에 더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따로 메모 남겨주십시오.”

자리를 피하기 위한 어설픈 핑계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는 정말로 바빠 보였다. 보조 작가들이 여기저기서 플래시를 터뜨리는 중에도, 무대 위 모델은 내내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도 메인 포토그래퍼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했다.

“자, 다시 갈게요. 손 위치 허리 말고, 왼쪽 깃 한 번만 잡아볼까? 정면 보지 마. 시선은 비스듬히. 오케이, 좋습니다.”

변함없이 유쾌한 남자의 음성이 스튜디오 전체에 낭랑히 울렸다.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와는 달리, 9년 만에 만난 강승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절제된 눈빛. 사람을 다루는 것에 제법 익숙해진 말투. 집요할 정도로 이어지는 셔터 소리.

그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를 제외한 주변의 스태프들은 어느 누구도 여유롭게 웃지 못했다.

한창 촬영 중이던 강승재가 곁에 놓인 서브 카메라를 자연스레 집어 들었을 때.

“…….”

나는 마스카라 액이 굳어버린 눈꺼풀을 피로하게 껌벅거리며 뚫어져라 그를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브라운 컬러의 낯익은 가죽끈을 단단히 움켜쥔 남자의 손.

진해진 색과 드문드문 긁힌 자국을 흘러가버린 시간의 흔적으로 감안한다 치더라도, 확실히 맞아. 내가 손수 고른 선물을 절대 잘못 봤을 리 없다.

‘더는 안 되겠어. 도저히 남자로 느껴지지가 않아. 노력해 봤는데 역시나 무리였나 봐. 미안해.’

9년 전, 일방적으로 그에게 이별을 통보하던 날.

‘그리고 이건 미리 사놓은 건데 알아서 처리해 줘. 수작업으로 만든 거라 환불은 안 된다고 해서.’

나는 곱게 포장한 카메라 스트랩을 함께 내어주었다.

사실 강승재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안겨주었던 그 선물은, 내가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 고른 아이템이기도 했다. 최상급 소가죽을 재단하여 한 땀 한 땀 스티치를 넣은 가죽 스트랩. 끄트머리에 새겨진 강승재의 이니셜 K. 그가 아끼던 카메라 사이즈에 맞춰 따로 주문한, 꽤나 고가의 제품이었다.

희망고문을 할 생각은 없었다. 헤어진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한 또라이는 더더욱 아니었고.

그저 날짜가 우연히 겹쳤던 것뿐이다. 그의 생일과 우리가 헤어지던 그날이.

“저기요, 촬영 중엔 여기 서 계시면 안 되거든요….”

“아, 죄송합니다.”

바닥에 어지럽게 깔린 전선을 눈치 없이 밟고 선 나의 구두를 쏘아보며, 잔뜩 날이 선 직원 하나가 불뚝 핀잔을 놓았다.

어수선하게 소란이 일자, 쉼 없이 셔터를 누르던 승재의 손가락이 잠시 멈추어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혹시나 고개를 돌리진 않을까, 스튜디오에 깔린 찰나의 정적 속에서 나는 서둘러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러나 괜한 헛짓거리였다.

“모델 머플러 좀 벗겨줘. 다음 컷 소품 미리 준비하고.”

그의 시선은 내가 아닌 스태프를 향하고 있었다. 감독의 말 한마디에 스튜디오 안은 또다시 분주해졌다.

정신없는 가운데, 커다란 박스를 한 아름 안은 사람들이 잇달아 나의 어깨를 툭 건드리고 지나갔다. 이제 그만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기다리다 못한 조 실장이 나를 재촉했다. 한가롭게 촬영장 구경쯤 하고 있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아무리 자선 행사를 목적으로 강 감독님께서 콜라보 참여를 하신다고 해도 계약서 작성은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기간을 잡고 전시회를 진행하게 될지, 고가 장비 사용 시 발생하는 비용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의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 방식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늘어놓는 조 실장의 특색 없는 목소리가 귓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가며 승재를 티 나지 않게 훔쳐보았다.

“가만히, 움직이지 말고.”

그의 요구사항에 모델은 미동 없이 카메라를 응시했다. 공연히 내가 더 긴장이 되어, 바닥을 딛고 선 미들힐에 꼿꼿이 힘이 들어갔다.

그는 나를 사랑했고, 또 사랑했고, 지루할 만큼 아주 많이 사랑해주었고….

찰칵.

잠시 끊겼던 셔터음이 연이어 터지자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든다.

9년 전의 윤채원을 지금껏 잊지 못했을 거란 착각.

그 못된 자만심에 묵직한 상처라도 내어줄 작정인지, 강승재는 푸른 핏줄이 돋아난 손등을 들어 느슨히 풀린 가죽 스트랩을 팽팽히 말아 쥐었다.

묘하게 가빠지는 호흡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나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정교하게 바른 립스틱이 하얀 치아에 긁혀 뭉개졌다.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붐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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